서울의 강변길을 달린다 ① 두 바퀴로 달리는 여행, 한강자전거도로
페달 밟아 서울을 가로지른다. 두 바퀴로 달리는 여행, 한강자전거도로 한강둔치는 자전거 천국이다. 한층 따뜻해진 강바람을 맞으며 속도를 즐기는 자전거족이 꼬리를 문다. 그들이 자신 있게 소개하는 61.5km 환상의 풀코스.
한강은 ‘서울의 젖줄’로 유명하지만 자전거 마니아 사이에서는 ‘환상의 코스’로 통한다. 월드컵공원, 잠수교, 서울숲, 뚝섬유원지로 이어지는 강북의 자전거도로 23.2km와 암사동에서 올림픽공원, 반포지구, 선유도로 이어지는 강남의 자전거도로 38.3km는 서울에서 자동차 매연을 벗어나 한가로이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강의 자전거도로는 전 구간이 정비된 데 이어 홍제천, 중랑천, 양재천, 안양천 등 한강으로 모이는 크고 작은 천변 자전거도로와 연결되면서 새 단장을 마쳤다.
봄기운이 완연한 한강둔치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서울의 모습을 감상한다. 간밤에 내린 봄비는 도시의 희뿌연 스모그를 깔끔하게 걷어주고 따스한 봄 햇살 사이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빠져나와 홍제천을 따라 내리달아 한강 앞에 섰다. 쌀쌀한 강바람을 걱정했지만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날씨는 따뜻하다. 성산대교 아래를 지나 이내 절두산 성지를 통과한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아저씨, 자전거를 타는 아줌마, 줄을 지어 지나가는 황혼의 인라이너에게서 봄기운이 엿보인다. 부드러운 한강둔치의 흙에서는 어느새 연둣빛 새싹이 솟고, 강둑 곳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은 봄을 낚는 강태공이다.
자전거는 동남쪽을 바라보며 오전 햇살을 안고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관통하는 마포구의 곳곳에 설치된 체육시설은 잘 꾸며진 피트니스센터 부럽지 않다. 얼마 전, 낡은 운동기구는 모두 뜯어내고 최신식 운동기로 교체했다. 덕분에 근처 피트니스센터가 운영이 어려울 지경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들린다. 성산대교에서 마포대교까지 이어지는 마포구의 한강둔치는 자전거도로를 중심으로 새 단장이 한창이다. 폐 침목으로 꾸민 옛 철길이며, 아기자기하게 준비 중인 화단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포구의 한강둔치가 한창 단장 중이라면 용산구 이촌지구는 소풍 나온 가족들로 인상 깊다. 휴일을 맞아 도시락을 싸들고 나온 이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아예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차지한 가족도 있다. 아이들은 집에서 가져온 인라인을 신고 봄기운을 담뿍 받으며 달리고, 아빠 엄마는 담요를 덮고 독서와 오수를 즐긴다.
한강둔치는 외국인에게도 인기
잠수교를 지나자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이들 역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태원과 한남동에 사는 외국인에게도 한강둔치는 최고의 레저 코스로 인정받는다.
“서울처럼 멋진 강을 가진 도시는 세계에서도 드물어요.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졌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유럽에서 자전거를 가장 많이 탄다는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훌륭한 코스를 찾기란 쉽지 않죠.”
4년째 서울에서 산다는 독일인 마코 씨(46·무역업)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끌고 한강둔치를 달린다. 처음 한강을 보자마자 그 풍경에 반해 곧바로 자전거를 구입했을 정도. 마코 씨는 ‘자전거를 즐기는 한국 노인과 주부가 인상 깊다’고 말한다. 실제로 완벽한 자전거 장비와 복장을 갖추고 달리는 이들 중 상당수는 노인과 주부다. 이들은 클럽 활동을 통해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탄다. 실력도 상당하다.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내달리는 한 할머니 라이더를 바라보며 안간힘을 쓰며 따라가 봤지만 거리를 좁히기가 만만찮다.
동호대교를 지나면 자전거도로는 중랑천과 뚝섬 방면으로 갈라진다. 인라인을 즐기는 이들은 이곳에서 한강을 등지고 중랑천으로 빠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랑천둔치에 인라이너를 위한 특별 트랙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자전거족도 인라이너의 뒤를 따른다. 작년에 개통된 청계천은 요즘 자전거족 사이에서 주목받는 코스가 되었다. 중랑천의 유혹을 이겨낸 이들에겐 서울숲이 팔을 벌려 환영한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서울숲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곳은 35만 평 대지에 약 104종, 42만 그루의 나무가 일제히 기지개를 펴며 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보도블록과 각종 시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섯 개의 테마 공원 중 자유로이 뛰노는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숲에는 꽃사슴, 고라니, 다람쥐, 다마사슴, 원앙, 청둥오리 등 청정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을 방사해 특히 어린이에게 인기가 있다.
자전거도로의 반환점인 뚝섬은 한강둔치 중 윈드서핑을 즐기기에 가장 적격인 곳이다. 수십 개의 수상 레포츠 숍이 있어 숙련된 코치와 함께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을 즐기기에 불편함이 없다.
이제 잠실대교를 건너 강남의 자전거도로를 타고 다시 성산대교 방면으로 돌아가면 된다. 강북 자전거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정비된 강남의 자전거도로는 더 많은 라이더가 자전거를 즐긴다. 강북보다 자전거 구간이 더 길거니와 곳곳에 마련된 부대시설도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카페촌이 형성된 광나루지구에서 각종 체육시설이 완비된 잠실지구, 비교적 한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반포지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의도지구에 이르기까지 제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산대교에서 뚝섬유원지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데까지는 61.5km, 느긋하게 페달을 밟아 네 시간이면 충분하다. 평소 자전거를 즐기지 않는 이들이라도 휴일에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코스다.
반나절 동안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선유도공원과 월드컵공원, 난지지구를 둘러볼 수 있는 강서지역 코스는 ‘자전거와 생태기행’ 테마로 적당하다.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생태기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코스. 뚝섬을 중심으로 서울숲, 한강유람선을 타고 한강을 두루 구경할 수 있는 강동지역 코스는 온 가족이 오붓하게 한강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주변에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이 없으므로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 가보자.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월드컵공원→성산대교→이촌지구→서울숲→뚝섬유원지→잠실대교→잠실지구→잠원지구→여의도지구→양화대교→성산대교→월드컵경기장
자전거족에게는 지리산 종주만큼 의미를 가지는 것이 바로 한강 종주 코스다. 월드컵공원에서 시작해 뚝섬을 지나 잠실대교를 건너 다시 강남의 자전거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총 61km 코스. 초보자도 4시간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단, 한강 다리를 통해 한강 남ㆍ북단을 달릴 경우에는 한강 다리와 둔치가 연결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전거족이 가장 선호하는 다리는 잠수교. 한강둔치와 다리가 바로 연결돼 자전거를 탄 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강다리를 건널 때는 다리 위의 보행자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차도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뚝섬 수상 레포츠 즐기기
한강 뚝섬지구는 수상 레저타운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클럽과 스쿨에서 윈드서핑을 중심으로 수상 레포츠 강습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윈드서핑. 4일이면 마스터할 수 있다. 강습비는 20만원 선. 당일 체험 프로그램도 6만원이면 가능하다. 초보자가 도전하기에 다소 어려운 카이트보드는 이색 레포츠다. 패러글라이딩과 서핑을 접목한 형태로, 익사이팅 레포츠를 꿈꾸는 이들에게 인기다. 강습비는 60만원.
02-455-6761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대여소
자전거가 없어도 괜찮다. 한강에 나와 자전거를 빌려 타면 된다. 자전거대여소는 한강 12개 공원지구 중에 난지지구를 제외한 11개 곳에 있는데, 여의도에 두 곳이 있어 총 12곳이다. 자전거는 보통 아침 9시부터 해 질 녘까지 대여 가능하다. 1인용 자전거는 1시간에 3000원이며 15분 초과에 500원씩 추가, 2인용 자전거는 1시간에 6000원, 15분 초과에 1000원씩 추가된다. 자전거를 빌릴 때는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한강유람선(http://hanriverland.co.kr)에 자전거를 싣고 올 수도 있다. 유람선 내 자전거 보관 공간에 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자전거 대여 안내 02-3780-0757 한강유람선 02-3271-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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