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의 고도(古都) 서울. 한 나라의 수도로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로마, 앙카라, 아테네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수도와 어깨를 견줄 만한 우리의 수도 서울. 세계에서 열세 번째로 오래된 도시일 뿐만 아니라 인구 1,000만 명이 살고 있는 세계 4위의 거대 도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역사의 흔적을 제대로 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서울의 주요 문화재를 걸어서 돌아보는 새로운 관광 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문화 유적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소양을 갖춘 문화유산 해설사가 코스별로 동행하면서, 설명을 통해 도심 속 문화재의 의미를 알려주는 독특한 체험형 상품이다. 참가 비용은 해당 코스 내에 있는 궁궐의 입장료만 부담하면 되므로 더욱 좋다.
주말 중 하루 정도 주요 궁궐과 명소의 역사적 의의와 기능을 직접 듣고 걸어본다면 그동안 모르고 지나친 서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될 것. 아이들과 함께라면 살아 있는 역사 체험의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참가방법
관광 희망 하루 전까지만 예약(www.seoul.go.kr)→문화관광→서울탐방→도보관광을 하면 된다. 해설사가 동행하므로 3인 이상 신청이 가능하다. 코스별 1일 3회(10:00, 14:00. 15:00). 해설을 무료로 제공되며 코스별 해당 궁궐의 입장료만 본이 부담하면 된다. (문의 02-3707-9458∼9)
>> 코스 소개
1. 덕수궁·정동 코스(1.4km, 2시간 소요)
덕수궁(대한문∼금천교∼중화전∼석어당∼덕홍전∼전관헌∼즉조당∼준명당∼석조전)∼중명전∼(구)러시아공사관∼경희궁∼역사박물관
중구 정동에 있는 옛날 러시아 공사관 건물이다. 이 건물은 러시아인 사바틴이 지었으며, 탑은 3층의 벽돌 구조이다. 공사관 건물은 한국전쟁 때 탑 부분과 지하 2층이 남았는데, 1973년 지금의 모습대로 복원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전망탑은 회색 벽돌로 되있으며, 탑 외부를 단장할 때 흰 회반죽 칠로 하였다. 러시아 공사관 건물은 조로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뒤 1885년 고종 22년에 착공되어 1890년 준공되었다.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고종이 1896년 2월 1일 세자와 함께 옮겨가 이듬해 경운궁으로 환궁할 때까지 피신했던 곳이다. 현재는 탑부만 남아 있다. 탑의 동북쪽으로 지하실이 있는데 덕수궁까지 연결되어 있다.
경복궁(광화문∼흥례문∼근정문∼근정전∼사정전∼경회루∼강녕전∼교태전∼자경전∼향원정∼국립민속박물관 쪽)∼청와대 앞길(신무문)∼효자동 사랑방
[Tips] 가장 웅장한 궁궐인 경복궁을 세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 가로수가 멋스러운 청와대 앞길과 역대 대통령들이 외국 원수들에게 받은 선물을 진열해 놓은 효자동 사랑방도 볼 수 있다.
3. 종묘·창경궁 코스 (2.7km, 2시간 소요)
종묘(외삼문∼망묘루∼공민왕신당∼향대청∼어숙실∼전사청∼정전∼영녕전)∼창경궁(홍화문∼옥천교∼명정전∼문정전∼숭문당∼빈양문∼함인정∼황경전∼경춘전∼통명전)∼창덕궁
[Tips] 세계문화유상 '종묘'와 아름다운 정원과 건축물이 많은 창덕궁 등 아름드리 나무숲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보는 코스.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editor 임우석 기사제공 : 위클리 프라이데이 (http://wfriday.patzzi.com)
역사와 문화의 향기 따라~ 아이와 함께 가을에 걷기 좋은 서울길
여성동아 기획·송화선 기자 / 글·김아영‘사단법인 ‘문화우리’ 연구개발 1팀장’ / 사진·문화우리 제공,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아이와 함께 운동화를 신고 서울 거리로 나서는 건 어떨까. 6백년 도읍지 서울 곳곳에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여름 동안 더위에 지쳐 있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추천 코스를 끝까지 다 걸으려고 욕심내기보다는 즐거운 나들이로 생각하는게 좋다.
북악산 자락 굽이굽이 살아 있는 낭만의 향기,‘창덕궁 돈화문에서 동십자각까지’
창덕궁 돈화문 매표소 앞에서 궁궐 담장을 따라 북촌 방향으로 걸어보자. 왼쪽으로 작은 공원이 하나 보이고, 공원을 지나 더 걸으면 현대 사옥에 맞붙어 있는 또 다른 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탁 트인 시야 속으로 창덕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진 길을 따라 원서동 골목까지 걸어가면 이내 한옥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궁중음식연구원처럼 전통 양식에 현대미가 더해진 조화로운 한옥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원서동 골목 서쪽으로 난 계동 언덕을 넘으면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으로 등장한 중앙고등학교를 볼 수 있다. 이곳은 학교 앞 문구점에서 ‘겨울연가’ 관련 기념품을 팔 정도로 일본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류 관광 코스 가운데 하나.
계속해서 서쪽으로 5분쯤 걷다 보면 소나무 가로수가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는 가회로 너머 가회동 31번지 한옥보존지구에 이른다. 이곳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이 촬영된 곳으로, 종로 일대와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기가 막힌다.
북촌길은 걷는 내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그래서 처음엔 다소 걷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걷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애써 올라간 오르막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풍경은 힘겨움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가회동 31번지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 골목의 끝이 높다란 담벼락이 쳐진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되면 서쪽 방향으로 꺾어 내려오자.
▲우리 전통 가옥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북촌길.
5분 정도 걸으면 언덕이 끝나는 지점에서 삼청동을 조망할 수 있도록 개방된 건물의 옥상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ㅁ자 또는 ㄴ자 모양으로 지붕을 얹은 한옥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탁 트인 길 맞은편으로 삼청동사무소가 보인다. 삼청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외길이기 때문에 주변에 잔골목이 있어도 헷갈릴 염려가 없다. 삼청동사무소에서 개성 있는 삼청동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10~15분 정도 걸으면 사간동과 경복궁 담장을 지나 동십자각이 나온다.
걸리는 시간 2시간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창덕궁 방향으로 도보 5분
답사 포인트 창덕궁 돈화문, 원서동 골목, 중앙고등학교, 가회동 31번지, 삼청동 문화지구
서울 도심 곳곳에 있는 근대화 유적답사~ ‘서울역에서 서대문형무소까지’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가면 지난 1925년 건축된 르네상스 양식의 옛 서울역사와 새로 지은 현대식 고속철도역사가 나란히 서 있다. 과거와 현재의 서울역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이곳이 이번 걷기 여행의 출발점. 서울역 광장을 뒤로하고 옛 역사 오른쪽 터널을 통해 뒤로 이어지는 염천교를 건너 내려오면 맞은편이 중림동이다. 중림동을 향해 길을 건너 ‘중림동성당’ 이정표를 따라 언덕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약현성당’이라고도 불리는 유서 깊은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지난 1892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 빨간 벽돌 건물이 경건한 느낌을 풍기는 성당 뒤뜰을 돌아 내려와 남대문이 보이는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서소문공원이 나온다.
약현성당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조선시대 신유(1801)·기해(1839)·병인(1866) 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곳으로 한국 최대의 천주교 순교지다. 공원 곳곳에는 순교 기념비를 비롯해 많은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어 역사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넓지는 않지만 분수대를 중심으로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서소문공원 북서쪽 출구로 나와 철길을 건너 독립문 방향으로 걸으면 서소문아파트를 지나 서대문 사거리로 이어진다. 이곳의 강북삼성병원 앞은 서울 성곽의 4대문 가운데 서쪽 큰 문이던 돈의문이 있던 자리. 지난 1915년 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됐지만, 아직도 병원 앞에는 터의 표식이 남아 있다.
여기서 꼭 들를 곳은 강북삼성병원 안에 있는 경교장. 지난 1949년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곳으로, 당시 상황을 보여주듯 암살 직전 백범이 책을 읽고 있던 나무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는 방 유리창에는 총알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공간은 지난 2005년 재현해 만든 것으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경교장을 나온 뒤 걸어온 방향대로 걸으며 독립문 이정표를 따라가면 지난 1897년 건립된 독립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독립문 왼쪽 독립공원 안에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투사가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가 원형대로 남아 있어 우리의 험난했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관과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지하감옥 등을 둘러볼 수 있으므로, 걷기 여행을 마치며 아이와 함께 내부 전시실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며 입장료는 어른 1천5백원, 어린이 5백원이다. 여성동아 2008.10
걸리는 시간 2시간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1번 출구
답사 포인트 서울역, 약현성당, 서소문공원, 경교장, 영천시장, 독립문, 서대문형무소
고즈넉한 궁궐 숲, 시끌벅적 시장길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대학로까지’
광화문에서 왕십리로 이어지는 청계천이 서울의 가로축이라면, 남산부터 북악산 아래 종묘까지 이어지는 길은 세로축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의 세로축을 가로지르는 걷기 여행의 출발점은 남산골 한옥마을. 지난 98년 조성된 이 마을에서는 서울의 팔대가(八大家) 가운데 하나였던 박영효 가옥부터 일반 평민의 집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옥 다섯 채를 둘러볼 수 있다.
한옥 안에는 집의 규모와 살았던 사람의 신분에 맞는 생활도구들도 배치돼 있어 우리 조상의 삶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한옥마을에서 오른쪽으로 200m쯤 걸어 대한극장 앞까지 오면 맞은편에 ‘진양상가’라는 이름이 크게 적힌 꽃상가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세운상가 탐방이 시작된다.
퇴계로에서 을지로, 청계천로를 거쳐 종묘 앞에 이르기까지 1km 길이로 길게 뻗어 있는 세운상가는 진양상가·삼풍상가·대림상가 등을 통칭하는 이름. 지난 67년 완공된 후 40년간 한자리를 지켜오면서 대부분의 어른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공간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상가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고 옛이야기도 나눠보자. 진양상가 안은 그야말로 꽃 천지. 2층 테라스를 따라 걸으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꽃향기와 함께 도시의 가을 향도 느낄 수 있다. 깨끗하게 리모델링돼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삼풍상가를 지나면 60~70년대 전자·전기·의류·잡화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판매하며 번성했던 대림상가가 나온다. 30·40대라면 누구나 학창시절 이곳에서 음반·비디오·헌책 등을 구하던 옛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1 3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과 종로 세운상가길. 2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옛스런 정취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많다.
세운상가를 빠져나오면 길은 종묘로 이어진다.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유교 사당. 종묘 안에 들어서면 세운상가에서 느낀 시끌벅적함이 순식간에 잊힐 만큼 평온하게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다. 종묘를 돌아보고 나면 들어온 입구 말고 북쪽으로 난 후문으로 나가자. 후문 밖 육교를 건너면 바로 창경궁이다. 이곳에서는 종묘의 엄숙함과 또 다른 따뜻한 고요함을 만날 수 있다. 지친 걸음 잠시 쉬며 창경궁을 둘러본 뒤 출구로 나오면 길은 대학로로 이어진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걷기 여행은 이곳에서 끝난다. 대학로에서 아이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2시간 남짓한 여행을 마무리지어도 좋겠다. 여성동아 2008.10
걸리는 시간 2시간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3번 출구, 중앙대병원과 매일경제신문사 사잇길로 200m
답사 포인트 남산골 한옥마을, 세운상가, 종묘, 창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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