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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서울 부암동-무계정사 백석동천 백사실계곡 환기미술관 인왕산

by 구석구석 200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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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도심 속 시골’ 정도로만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멋스러운 갤러리와 레스토랑 등이 속속 터를 잡고, TV드라마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부암동의 ‘속살’이 알려지면서 부암동 거리에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디지털 카메라를 목에 걸고 풍경을 담는 이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효자동을 지나 청운중학교 담을 끼고 산허리로 난 길을 넘으면 부암동의 관문격인 환기미술관이 나온다. 눈에 보이는 건물들은 아무리 높아봤자 2층이다. 철물점·구멍가게와 이웃하고 있는 가게들은 빨강, 노랑, 혹은 나무색을 내걸었지만 정작 가게 이름은 꼭꼭 숨겨뒀다. 액세서리와 그림, 커피와 먹거리를 파는 이 가게들은 쇼윈도 근처까지 가야 ‘Life is suddenly’, ‘반’, ‘Shortcake’ 등의 자그마한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동네 명물로 자리 잡은 손바닥만한 무인(無人) 갤러리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에서는 이혜전 박불똥의 설치 미술전시 ‘Love house’가 통유리를 통해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기슭 경사를 따라 살포시 내려앉은 화강암 건물. “서구적인 수단으로 동양의 정신을 표현한다”는 김환기의 작품세계처럼 건물 역시 전통미와 현대미가 교묘히 녹아들어 있다. 직사각형 몸체를 둥글게 마무리한 쌍둥이 철재 지붕의 모던함, 경복궁 후원 담장과 비슷한 전통적 돌담장. 

 

이 건물은 김환기와 생전에 교우했던 우규승이 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지은 건물이다. 한국 건축가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세계적인 미술관을 소개한 저스틴 헨더슨Justin Henderson의 에 실리기도 해 미술학도들만큼이나 건축학도들의 가슴도 설레게 한다. 전시실에는 늘 은은하고 따뜻한 햇살이 들어온다. 인공조명의 딱딱함을 보완하기 위해 천장과 벽면 곳곳에 자연채광 창을 냈기 때문이다.

 

연중 4~5차례의 전시를 통해 김환기 선생과 관련한 기획전 뿐 아니라 현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 기획전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시에 따라 세미나,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함께한다. CONTACT 02-391-5801 WEB www.whankimuseum.org

        

 

안평대군, 흥선대원군이 꿈을 키우던 마을

하루가 다르게 집을 허물고 다시 올리는 서울에서 종로구 부암동은 색다른 곳이다. 몇 십 년 전 지은 집들과 조선시대 고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오를 땐 힘들지만, 오른 뒤엔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상명대 쪽에서 청와대쪽을 보고 자하문 고개를 올랐다. 흥선대원군 별장 사랑채와 손재형 저택이 있는 궁중요리집 '석파랑', 흥선대원군 별장인 '석파정'을 지났다. 지금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석파정은 개인 소유인 탓에 일반인이 드나들 수는 없다.

석파정 길에서 곧장 가면 자하문터널이고, 오른쪽으로 비키면 자하문고개길이다. 꽤 경사진 곳이라 자전거를 타면 겨울에도 땀이 난다. 몇 분 페달을 저으면 부암동사무소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오른쪽 '무계정사길'로 가면 안평대군 별장터를 만날 수 있다.


길은 무계정사1길과 2길로 나눠진다. 1길로 가면 골목길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한다. 2길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도로다. 단 경사가 가팔라 오르막길을 싫어하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가능하면 부암동사무소 앞쪽에 자전거를 묶고 걸어서 올라가면 편하게 동네 구경을 할 수 있다.

 

공터 끝에 있는 기와집이 무계정사(武溪精舍, 서울시 유형문화재 22호)다.
무계정사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1418-1453)이 살던 별장으로,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을 찾아서 지은 곳이다. 1452년 단종 즉위 후 무계정사에서 군사훈련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사람들이 흥룡지지(興龍之地)라 말하면서 역모의 땅으로 간주했다.


안평대군은 자신의 친형인 수양대군(세조, 1417-1468)에 맞서다 패한 뒤,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 패한 자의 집터라서 그런가, 무계정사는 쓸쓸하기 그지없다. 대문은 허술한 철문이고, 마당은 무릎까지 자란 풀이 덮고 있다. 안평대군은 무릉도원이 이곳이라면서 터를 잡았다지만, 지금 이곳에서 낙원의 흔적을 찾기란 힘들다.


무계정사 입구쪽엔 <B사감과 러브레터><운수 좋은 날>과 같은 작품을 남긴 현진건의 집터 표지석이 있다. 집은 온데간데없이 표지석만 남아 있어 쓸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무계정사를 나와 다시 오르막을 타면 오래지 않아 반계 윤웅렬 별서(서울시 유형문화재 12호)가 나온다. 어느 곳엔 1800년대 말에 지어졌다고 나오지만, 이 곳 안내판엔 1930년대 지어졌다고 돼 있다. 아무튼 조선 후기 한옥 형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백사실계곡입구와 김삼순촬영지

오르막 끝까지 올라가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김선아 역)이 살던 집을 볼 수 있다. 드라마방영후에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부암동엔 하림각이라고 하는 아주 유명한 중화요리집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중국집'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 지난 7월 3천여명이 모인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 캠프 해단식이 열린 곳이 바로 하림각이다.

 

백석동천 유적지/조정래

하림각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빌라촌 사이에 있는 조석고개길로 쭉 걸어가면 신영동(법정동은 부암동)이라는 아주 조용한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조석고개

라는 이름은 창덕궁 궁녀들이 아침저녁(조석)으로 이 곳 홍제천에 와서 빨래를 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석고개를 넘으면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엔 자하슈퍼가 있다. 가게 모양이나 주변 분위기가 꼭 영화 <라디오스타>에 나오면 어울릴 만한 곳이다.

 

이 곳 삼거리에서 오르막을 보고 산을 타기 시작해서, 10분쯤 올라가면 백석동천(白石洞天, 사적 제462호)을 만날 수 있다. 백사 이항복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라고 해서 백사실 계곡, 또는 백사동천이라고도 불린다.


흔히 북악산 하면 자동차 데이트길로 유명한 '북악스카이웨이'만 생각하기 쉽다. 그래선지 백석동천은 주말에도 아주 한적하다. 도심인데도 불구하고 도롱뇽, 버들치, 가재 등 1급수 어종이 산다. 사람 때를 적게 탔으니 아마 이렇게 맑은 기운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산을 타기 시작했다. 골목이 정겹다. 시멘트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벽이나 쇠창살로 모양을 낸 창문은 한때 골목에서 흔히 보았던 것들이다. 기와를 얹은 집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이런 골목은 왠지 사람들을 푸근하게 만든다. 느릿느릿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생각마저 든다.


절을 지나서 조금 더 산길을 타자 백석동천이 나타난다. 계곡 옆에 동그랗게 비어 있는 공터가 있는데, 여기가 백석동천유적지다. 바닥에 잔뜩 깔린 낙엽들이 발길을 뗄 떼마다 바스락거린다. 유적지 주변은 공터인데다, 주위로 나무들이 호위하듯 서 있어 북악산 품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백사실 지역 내 있는 16개 민가촌을 만날 수 있다. 민가에선 대부분 배추와 무 농사를 짓고 있다.

 

 부암동에 숨어있는 비밀 정원 '백사실터'의 연못. 봄·여름·가을에도 근사하지만, 겨울에는 적막하고 쓸쓸해서 더욱 운치 있다/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부암동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커피프린스1호점>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부촌이라는 점만 부각된 감이 있는데, 그것은 일부분이다. 아파트와 거대한 빌라로 상징되는 서울에서 부암동은 개인주택이 대세다.

 

그리고 그 개인주택은 고급주택과 서민주택이 섞여 있다. 더불어 자연도 품고 있다. 서울에서 어르신이 갑자기 불러 세운 뒤 동네 자랑을 하고, "인사 안 하냐"고 훈계할 수 있는 곳이 과연 몇 곳이나 있을까. 부암동은, 그런 곳이다. 

/ ⓒ 2007 OhmyNews 조정래

 

 

 TV드라마‘커피 프린스 1호점’의 배경으로 나온 카페‘산모퉁이’. /이태경 객원기자

 

 

최근 소리소문 없이 늘어나는 ‘부암동 순례객’들의 걸음이 닿는 코스는 환기미술관 앞 버스정류장 주변의 예쁜 가게들과 카페, 그리고 창의문 등이었다. 지금은 경사진 곳을 따라 미로처럼 나있는 주택가 골목을 올라 숲이 우거진 북악산까지 ‘속살’을 파고드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와 산이 맞닿은 곳에 안데르센 동화에나 나올법한 모습으로 서 있는 카페 ‘산모퉁이’는 지난 가을 MBC TV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완소남’ 남자 캐릭터 최한성(이선균 배역)의 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림내몽고맥반석
아무리 뜨끈한 찜질이 좋다지만 펄펄 끓는 불가마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눈으로는 '시원한' 풍경이 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서울 부암동의 '하림내몽고맥반석'을 찾으면 후끈한 온기와 시원한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섭씨 7백20도 불가마의 열기가 쏟아지는 방사실에 들어서면 맨처음 눈에 띄는 것이 쏟아지는 물줄기다.

 

인공폭포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대형 유리창을 통해 눈에 들어온다. 맥반석방.황토방.참숯방 등 다양한 부대 시설도 즐길거리.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1만원이다. 옷을 빌리려면 별도로 2천원을 내야 한다. 마사지와 피부.손톱관리 등도 받을 수 있다. 실을 꼬아서 얼굴의 솜털을 제거하는 '실면도'가 1만원, 발.전신.경락 마사지가 4만5천원씩이다. 02-396-8080.

 

벽난로가 있는 풍경 '클럽 에스프레소'자동차 소리보다 새 소리가 가깝게 들리는 부암동 언덕. 구식 난로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에 시린 겨울 바람도 사뿐히 비껴갑니다. 직접 생두를 볶아 커피를 뽑는 정성으로 주인은 매일 아침 난로에 불을 지핍니다. 마른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에 맞춰 불길이 활활 타오릅니다.

 
난로 위에는 바닥이 새까맣게 그을린 놋쇠 주전자만 소리 없이 끓고 있습니다. 따뜻한 난로를 옆에 두고 마시는 에스프레소의 맛이 각별합니다. 가게 안은 장작 타는 냄새와 커피 향이 반반입니다. 구수한 냄새가 처음 찾은 사람에게도 정을 붙여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늘이 보이는 통창과 주인이 직접 만든 가구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숲 속 산장 카페’라고도 부릅니다. 커피 향에 취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깊어갑니다.
▒ Information
☎02-764-8719 / 10:00~23:00 / 주차가능 / 하와이안 밀크커피·모카디저트 각 5500원 / 자하문터널 위 부암동사무소 지나 50m 맞은편  
  editor 신정희 photographer 전은정, 곽은정, 하유미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

 

 서대문구의 홍제동과 종로구의 무악동, 누상동, 옥인동, 부암동에 걸쳐있는 인왕산(仁王山)은 정상의 높이가 338.2미터이다. 북한산에서 볼 때, 북악산을 중심으로 좌측에 낙산, 우측에 인왕산이 있어 좌청룡 우백호를 이룬다. 특이한 형태의 암석과 암벽의 웅대함이 등산객의 감탄을 자아내며, 정상에 서면 서울 중심가의 빌딩들과 청와대 부근의 녹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날은 등산진입이 통제된다.

 

 

등산로

* 사직공원 옆 인왕산길 (황학정 부근)
* 독립공원 맞은 편 (국사당 올라가는 골목, 무악동 동사무소 부근)
* 구 서울여상
* 문화촌 (동성교회 부근)
* 누상동 (인왕천 약수터 쪽)
* 옥인동 (버드나무 약수터 쪽)
* 청운동 (청운약수터 쪽)
* 부암동 사무소 부근
* 세검정 천주교회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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