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는 감 말고 다른 매력도 은근히 많다. 봄에는 꽃길이 화려하고, 초여름에는 복숭아가 탐스럽다. 매년 3월 열리는 소싸움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내세울만한 음식이 없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이마저 바뀌고 있다. 청도에 갔다면 우선 ‘버섯 자장’부터 맛보시라. 청도 용천휴게소 버섯자장은 지극한 불심으로 탄생했다. 장기철·신순식씨 부부는 16년 전인 1991년 경북 청도군 금천면 동곡리에 중국음식점 ‘강남반점(054-373-1569)'을 차렸다.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가게를 찾은 스님들에게 대접하려고 만든 자장면이 ‘버섯자장’의 시작이었다. 10여 년 전, 유홍준 문화재청장(당시 영남대 교수)이 저서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하면서 ‘스님자장면’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스님자장이라 하지 말고 꼭 버섯자장으로 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스님들에게 괜한 피해가 갈까 봐서다.
면과 자장이 간자장처럼 따로 나온다. 녹차를 넣어 반죽한 국수는 초록색이다. 고기는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표고, 새송이 등 다섯 가지 버섯이 들어간다. 잘게 다진 당근, 양배추, 감자 등을 넣어 씹는 맛을 더했다. 인공조미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신순식씨는 “스님들께서 대번에 알아차리셔서…”라 했다. 자장면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한 그릇 4500원으로 싸지는 않다. 재료비가 일반 자장면보다 많이 들어가니 어쩔 수 없다.고기 대신 버섯을 튀겨 만든 ‘스님탕수유’(1만5000원), 해물과 자극적 양념을 뺀 ‘스님짬뽕’(4500원)도 있다.
버섯자장이 유명해지면서 과거 ‘강남반점’ 자리에서 현재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대구에서 경산 자인을 지나 청도군 금천면 방면으로 가다 동곡리 입구에 있는 용천휴게소에 있다. 조선일보 김성윤기자
태백산맥이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남행하다 영남 알프스를 형성한 1,000m급의 7개 산 중 하나가 운문산(1,118m)이다. 운문산은 보면 볼수록 두텁고 후덕스러운 산이다. 동으로는 가지산과 이어져 있다. 운문산은 산세가 웅장하며 나무들이 울창하여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이다.
▲독수리바위정상에서의 전망은 남쪽 건너편으로 천황산의 억새밭이 황금빛으로 물결치고, 동쪽으로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용틀임하는 듯 보인다. 이곳에는 운문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절과 암자가 있고 주변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상운암으로 올라가는 계곡
운문산 북쪽 기슭에 자리한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18년(557년) 신승이 창건하여 원광법사, 보양국사, 원응국사, 일연선사가 차례로 중창하였다. 임진왜란 때 일부 건물은 불탔으나 17전각 중 오백나한전, 관음전 등이 옛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경내의 처진소나무(반송盤松, 천연기념물 제180호)와 내원암의 약수가 명하고, 사찰 주변에 사리암, 청신암, 북대암 등 암자가 있으며, 주위의 소나무와 전나무의 울창한 숲이 이곳의 경관을 돋보이게 한다. 이곳에는 보물193호인 금당앞 석등을 비롯해 7점을 보관하고 있는데, 모두 신라, 고려시대 것으로 유서깊은 곳이다. 현재는 학승들이 경학을 공부하는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운문사 여행의 첫 번째 즐거움은 1㎞ 남짓한 진입로에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의 행렬이다. 아리따운 홍송의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아쉽게도 간혹 이 아름다운 길을 승용차로 휘익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운문사 기행의 큰 즐거움을 놓치는 셈이다.
아름다운 솔숲을 지나 당도한 운문사. 옆으로 운문천 맑은 개울을 끼고 산속 평지에 안온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연이 이곳의 주지로 있을 때 삼국유사가 집필되었으며 원광법사가 화랑의 세속오계를 지은 곳도 운문사라는 사실은 과거 불교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해준다. 이 때문에 삼층석탑 석가여래좌상 사천왕석주 등 볼거리가 풍부해 1년내내 관광객이 몰려온다.
운문사에서 놓치면 안될 또 하나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하루 두 번 어김없이 행해지는 비구니들의 예불의식이다. 오후 5시45분. 북적거리던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간. 경내는 침묵만이 존재한다. 그 고요함을 뚫고 200여명의 비구니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조용히 빠르게 움직이던 그 행렬은 운문사 정문 법고 앞에서 멈춰선다.
'둥~ 둥~ 둥~.'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조용한 운문사를 깨우는 법고 소리. 산을 울리고 개울을 지나 마음으로 들어온다. 세 명의 비구니가 돌아가며 두드리는 이 소리는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여리게 끊어질 듯 이어진다. 여자의 몸이지만 그를 통해 나오는 북소리는 인간의 고뇌에 답하는 부처의 힘찬 목소리처럼 강렬하게 들린다. 속세의 찌든 때를 벗고 부처를 만날 시간을 알려주는 이 신호는 10여분간 계속된다.
새벽 3시와 오후 5시45분, 하루에 2번 운문사 예불은 늘 이렇듯 법고소리로 시작된다. 모두 일반 관광객의 관람이 가능하다. 법고 소리가 잦아들면 스님들은 대웅전으로 이동한다. 스님들이 이동하는 순간에도 범종 운판 목어가 울어대며 운문사의 소리 세계를 지탱해 준다. 운문사 소리의 향연은 대웅전에서 절정에 달한다. 법당 안 큰 마루에 빽빽이 앉은 200여명의 비구니들이 염불을 합송하는 것이다. 대웅전을 휘감고 경내로 퍼지는 이 소리는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온다.
병풍처럼 운문사를 싸고 있는 산자락도 그 소리에 취해 얼굴을 가리고,좀전까지 떠들던 오백전 나한들까지 조용히 묵상한다. 침묵의 세계에서 출발,소리의 향연이 춤추던 운문사 경내는 다시 청아한 염불소리만이 가득할 뿐이다.
하늘에는 희뿌연 달빛이 수줍게 나오고 법당에서 흘러나오는 전등 불빛이 염불소리와 어우러져 사찰 전체가 저녁 하늘 높이 천천히 떠 오른다. 마음을 모아 손을 모아 부처께 향한 거룩한 예식은 30여분만에 끝난다. 법당을 가득 채웠던 비구니들은 처음처럼 줄을 서서 조용히 사라진다.
보고 즐기는 여행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운문사 예불은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운문사 답사는 반드시 예불에 참배하는 음악 기행으로 엮어져야 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종소리는 운문효종이라하여 청도8경의 하나로 듣는이로 하여금 걱정과 근심을 벗어 던지게 한다.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 가르치는 자연의 스승 '운문사 처진소나무'
▲ 서설을 이고 있는 운문사 처진소나무. 운문사 스님들이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눈을 털어내는 일을 잠시 보류해 특별히 배려한 덕분에 이 희귀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운문사는 240명의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공부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승가대학과 승가대학원이 있는 곳이다. 교육을 마친 꽃 같은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막걸리 열두 말에 물 열두 말을 섞어 이 노송(老松)에 드시게 한다. 처진소나무를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겉에서 본 전체 수관의 모양은 부드럽고 편안한 곡선으로 마치 우리 옛 초가 지붕을 연상케 한다.
나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두 아름쯤 되는 둥치에서 조금 올라가 여러 갈래의 가지가 용틀임하면서 사방으로 뻗어 기(氣)가 넘친다. 가지들이 상하좌우로 가다가 다시 안쪽으로 굽고 그러다가 다시 위로 솟구치고, 솟구치는가 하면 아래로 기묘하게 처져 별천지(別天地)를 이루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루 다 형언하기조차 어렵다.
막걸리 공양은 30여 년 전, 쇠약해진 이 소나무를 살리고자 선대 스님들이 고안한 지혜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모든 절집이 불탔지만 이곳 처진소나무만은 피했다고 한다. 지난 600여 년 동안 천년 고찰 운문사의 역사를 목격한 것도 처진소나무뿐이라라.
이곳 260여 명의 스님들은 이 처진소나무를 스승으로 섬긴다. 다른 나무들은 자랄수록 가지를 위로 펼치는데 이 노송은 자랄수록 가지를 아래로 낮춘다.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의 겸허한 자세를 본받는 것이다. 이 노송은 이 하심의 모양새로 무한한 진리를 말없이 설하고 있다고 여긴다. 선정(禪定)에 든 소나무라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이곳에서 경학(經學)을 수학하고 계율(戒律)을 지키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 청규를 실천하고 있다. 공부도 하고 농사도 지어 자급자족하고 있다.
겨울에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처진소나무의 가지가 부러질까 하여 스님들은 밤낮없이 눈을 털어 내린다. 스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30m나 뻗어난 긴 가지들이 부러지거나 죽은 가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렇게 관리하니 눈 덮인 소나무를 사진 찍기란 불가능하다.
나도 15년 가까이 스님들에게 공을 들였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학인스님들이 눈을 털지 않고 그냥 두어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이다. 사진 찍는 동안 스님들이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기다려 준 고마움 덕분에 눈 덮인 처진소나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월간산 2009.4 고송 장국현]
1년에 3일만 개방하는 운문사 은행나무
사전에 인터넷으로 개방일자를 공지한다.
운문사 뒷뜰 은행나무 / 문태준
비구니 스님들 사는 청도 운문사 뒤뜰 천 년은 살았을 법한 은행나무 있더라
그늘이 내려앉을 그늘자리에 노란 은행잎들이 쌓이고 있더라
은행잎들이 지극히 느리게 느리게 내려 제 몸 그늘에 쌓이고 있더라
오직 한 움직임
나무는 잎들을 내려놓고 있더라
흘러내린다는 것은 저런 것이더라 흘러내려도 저리 고와서
나무가 황금사원 같더라 나무 아래가 황금연못 같더라
황금빛 잉어 비늘이 물속으로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있더라
이 세상 떠날 때 저렇게 숨결이 빠져나갔으면 싶더라
바람 타지 않고 죽어도 뒤가 순결하게 제 몸 안에 다 부려놓고 가고 싶더라
내 죽을 때 눈 먼저 감고 몸이 무너지는 소릴 다 듣다 가고 싶더라
운문승가대학 마당에 우뚝서 있는 이 나무는 수령 408년, 수고 27.1m, 흉고둘레 4.1m 및 수령 수고는 같고 흉고둘레 3.5m의 암수나무 2그루가 모여서 하나의 나무처럼 수형을 이룬다.
북대암
운문산휴양림www.huyang.go.kr 054-371-1323 입구에는 옛 운문성을 재현한 특이한 정문 조형물과 시설지구내에 20m 높이에 은막의 물을 쏟아 붓고 있는 용미폭포와 모래흙이 없는 완전 암반바위를 구슬같이 흘러내리는 벽계수와 계곡에 자생하는 노각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울창한 천연활엽수림 지역으로 여름에는 울창한 숲으로 더위를 잊게하고 가을에는 기암괴석과 조화된 형형색색의 단풍과 겨울에는 심산계곡의 고요한 자연속에서 포근한 설경과 얼음동산, 용미폭포의 빙벽은 절경이며 동쪽 2km지점에 위치한 운문령에서는 동해의 해돋이 관광도 즐길 수 있는 특색있는 지역이다.
운문산 자연휴양림은 운문산과 가지산을 지나는 운문령에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깊고 깊은 산중의 고요함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접근성이 나쁜것은 아니다. 경부선 서울산과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보니 부산 대구 울산 등 인근 대도시 사람들이 숲속에서 휴식하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 든다.
휴양림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에 숲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조릿대 군락이 있는 숲길을 산택하며 휴양림내에서 자라는 70여종의 수목을 관찰하고 옛날 숯가마터도 돌아볼 수 있다.
운문댐
하늘과 구름, 초목을 품에 안은 운문댐은 굽은 길가 어디쯤에서 선을 멈추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니 한시도 눈을 떼어 놓을 틈이 없다. 운문댐 입구에서 갈라지는 두 갈래 길은 경주로 가는 길과 울산으로 가는 길로 나뉘어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댐 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경주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댐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 길로 들어가면 정상약수터가 있다. 옛날 구룡산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면서 지상과의 이별이 아쉬워 흘린 눈물이 떨어져 약수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이곳 용천 약수물은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 만성위장병에 효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문사 가는 길에 잘 생긴 민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 건물들은 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지역인 순지마을에서 물난리를 피해 이사를 온 경주김씨 종택과 재실로써 오고가는 길손들과 친구가 된지 오래이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동창천은 여름철 피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운문댐 바로 밑에 있는 하류보는 노천수영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하천 어디든지 앉으면 유원지가 되는 것이 동창천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삼족대가 있는 당호숲이나 지전숲은 해마다 늘어나는 피서객들로 진풍경을 연출한다.
지척에 운문사와 명산들을 끼고 있는 덕분에 방음산은 그동안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 그저 억산이나 까치산 등 인근 산의 종주팀들이 잠깐 스쳐지나는 정도였다. 그런 점이 오히려 이 산의 매력이다. 산악회 리본 하나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발길이 뜸했던 이곳에는 사람 때가 묻지 않은 소박한 자연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방음산으로 가는 길은 멋진 산세를 보여주는 전시장 같다. 옹강산 지룡산 쌍두봉 등 병풍처럼 펼쳐진 주변 산들이 환영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 이곳을 지나 신원교를 건너면 산행기점인 염창마을에 도착한다.
방음산은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몸을 풀 기회도 주지 않고 운동경기에 나가는 것 같아 당황한다. 그러나 10분 정도 땀을 흘리면 나지막한 언덕이 나와 잠깐 쉬어갈 수 있다. 주변이 트이면서 마지막 남은 단풍의 손짓이 시작된다.
왼쪽에 등장하기 시작한 산의 정경들은 정상에 오를 때까지 든든한 벗이 된다. 좀 힘들다 싶을 때 옆의 정경을 보면 힘이 솟는 기분이 들 것이다. 발끝에 깨진 돌부스러기들이 많으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면 발끝을 주의시켜야 한다.
마을을 출발한지 20분이 지나면서 등산로가 넓어진다. 마치 공원 속으로 나 있는 산책로처럼 느껴진다. 사뿐사뿐 5분 정도만 흙길을 밟아가면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아담하게 자리잡은 아랫마을과 가을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운문천이 눈에 쏙 들어온다.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30분 정도 더 땀을 낸다. 차가워진 날씨에 중무장을 하고 온 것이 후회가 된다. 겉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하고 매섭게 느껴졌던 바람이 반가운 손님으로 다가온다. 사람 발길이 드문 곳이라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아직은 남아있는 가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동행했던 테마산행팀도 저마다 가을기분에 취해버렸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노래 한 소절이 흥겹기만 하다.
나무 잔가지들이 많아 앞으로 나가는 데 방해가 되는 게 흠이다. 조심스럽게 전진하면 어느새 방음산 정상에 도착한다. 빠른 걸음이면 1시간이 채 못 될 것 같다. 방음산은 따로 정상석이 없어 부산일보 테마산행팀이 정상을 알리는 안내판을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 정상에 서면 운문댐이 멀리 보이고 우측으로 길게 뻗은 까치산도 지척으로 느껴진다. 녹조현상이 심해 에메랄드색으로 보이는 운문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상에서 잠깐 쉬고 올라오던 방향으로 계속 전진하면 호거대로 갈 수 있다. 우거진 소나무숲이 나오며 솔향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호흡을 크게 하며 솔숲의 청량한 공기를 힘껏 빨아들여보자.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계속 소나무숲이 이어진다. 너무 평탄하고 길이 넓어서 산악인들은 재미없다는 푸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20분 정도 내려오니 저 멀리 호거대가 나타난다. 큰 바위들이 이리저리 모여서 호랑이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금 걸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은 까치산으로 빠지는 길이며 직진하면 호거대에 오를 수 있다.
큰 무덤이 하나 나오면 호거대 바로 아래까지 왔다는 증거이다. 좀 가파른 오르막에 5분 정도 힘을 빼면 호거대로 오르는 자일이 있다. 줄을 잡고 한걸음씩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보여지는 전망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방음산 아래 계곡에선 붉은 단풍이 춤을 추고 주변 산들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능선따라 달려가고 있다. 수확이 시작된 황금평야에선 풍성한 가을 '내음'이 넘쳐난다.
호거대를 맘껏 즐기고 다시 자일을 타고 내려온 후 왼쪽 길로 빠진다. 40여분 정도 걸으면 돌탑이 나오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황점마을로 하산할 수 있다.
자료 부산일보 김효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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