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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기한강유역

하남 교산동 선법사

by 구석구석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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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서하남로588번길 125 (교산동) / 선법사  031 792 2654

 

 

[경기도의 아름다운 사찰] 약통 든 부처님 '역병의 시대' 마음의 백신…하남 선법사 약사여래상 -

아픈 세상, 힘이 되어주는 약사여래줄여서 약사경이라 부르는 ‘불설약사여래본원경’에는 ‘병을 앓는 중생이 약사불의 이름을 듣고 나면 모든 근(根)이 갖춰지고 몸이 성만(成滿)해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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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세상, 힘이 되어주는 약사여래

줄여서 약사경이라 부르는 ‘불설약사여래본원경’에는 ‘병을 앓는 중생이 약사불의 이름을 듣고 나면 모든 근이 갖춰지고 몸이 성만해 지리라’고 적혀있다. 불교에서 ‘근’은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 강력한 힘을 뜻하고 ‘성만’은 일체를 완성, 성취함을 의미한다. ‘나’는 6개의 근, 즉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육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에서는 약사여래상 앞에서 약사경을 읽으면 부처님의 힘을 빌려 질병을 퇴치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한다.

약사신앙은 전쟁을 치르고 난 삼국통일 직후, 조선 후기 역병 창궐 시기에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노병사로 괴로워하는 인간의 숙명은 오늘날도 다르지 않아서 약사불 앞에 기도하는 마음은 언제나 간절하다. 더구나 의료기술과 보건위생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재,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에 전 세계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어디 신역병 뿐인가. 세 명 중에 한 명이 암이나 치매에 걸려 고통 받는다.

절에서 유독 약사여래불 앞에 앉아 기도하는 신도가 많아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듯하다. 요즘 같은 때엔 무교인 필자도 약합을 들고 있는 부처님이 보이면 바로 기도를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사족이지만 여러 보살상을 구분할 때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부처님이 바로 손에 약통을 든 약사여래다.
 


고운 손에 약단지 들고 천년을 한 자리에

남한산의 북쪽 줄기로, 검단산과 이어진 하남시 객산 자락에는 선법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이곳에 보물 제981호로 지정된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다. 높이 93cm로 사찰 규모에 궤를 맞춘 듯 아담하다. 부러 깎은 듯 각이 살아 있는 삼각 바위에 부조된 좌상으로 같은 바위면에 중수연도가 명시된 명문이 새겨져 있다.

태평 2년은 977년을, 금상황제는 고려 경종을 의미하는데 왕의 만세, 즉 왕의 건강을 기원하며 중수했다고 적혀 있다. 여담이지만 경종은 26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어찌됐든 마애불의 제작시기와 목적이 확실하게 명시된 경우는 드물어 가치가 높은 문화재다. 선법사 마애약사여래좌상은 세상에 나온 지 천년 이상이 흘렀음에도 마멸이 심하지 않고 양감이 풍부하다.

처음 마애불과 마주한 이라면 기도의 시간만큼이나 감상이 길어질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 눈코입이 살짝 가운데로 몰려 있는 얼굴보다도 부처님이 앉아 있는 연화대좌와 상체 뒤의 광배가 시선을 끈다. 대좌는 하대, 중대, 상대로 구성된 3단 연화대좌이고 광배는 두광과 신광으로 구성된 3중원에 그 바깥은 화염문이 얕게 새겨져 있다.

단단한 화강암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된 연꽃과 불꽃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선법사 마애약사여래좌상의 꽃은 더욱 소담스러워 보인다. 왼손에 든 둥근 약단지는 외람되지만 작아서 앙증맞아 보인다.

약사여래좌상 옆에 흐르는 달고 시원한 약수

천년의 돌부처 바로 옆에는 샘이 솟고 물이 흐른다. ‘온조왕 어용샘’이라 팻말을 세워두었는데, 경내에 백제 관련 흔적이 없어 조금은 생뚱맞은 느낌이지만 어찌됐든 백제의 건국왕인 온조왕이 이 샘물을 마셨다는 전설이 있다. 사찰의 유구한 역사와 약수의 영험함을 표현하기 위함이겠지만 아무래도 바로 옆에 있는 약사여래좌상과 연결 짓는 편이 보다 자연스러울 듯싶다.

약사여래불에게 치성을 드린 후 마시는 약수는 그 이름 그대로 약수가 아닐까. 극락보전에 아미타불, 대세지보살과 함께 삼존불로 모셔진 관세음보살이 정병을 기울여 선사해주시는 감로수라고 상상해도 재미있다. 절이 작고 덜 알려져서인지 약수터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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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닥친 이후로 약수터를 폐쇄하거나 물바가지를 치운 절이 대부분인데 선법사 약수터는 여전히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바가지도 가지런히 걸어두었다. 어쩌다 절에 들른 사람들에겐 오랜만에 맛보는 약수일 테다. 설치된 수관을 통해 콸콸콸 쏟아지는 물이 시원하고 달다. 약수터 표지판에는 ‘먹는 물 수질기준 적합’이라 크게 써 붙여 놨다. 그보다는 ‘뱀조심’이라고 써붙인 주의 표시가 눈에 들어오는데, 돌이 쌓여 있어 구멍이 많고 주변에 물이 흐르면 뱀 출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불교에서 뱀은 가장 낮은 곳에서 무지한 인간을 일깨우는 관자재보살의 화신인 한편 애욕과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니다. 무릇 마음을 먹기 나름이라 선법사 약수터에서 만나는 뱀은 관자재보살쯤으로 여기는 편이 좋겠다.

태고종 선법사의 가람은 주법당인 극락보전을 비롯해 삼성각과 요사채로 단출하게 구성되어 있다. 아는 사람만 찾는 아늑한 절집이면서도 약수터 때문인지 폐쇄적인 느낌은 덜하다. 절 마당은 석축을 쌓아 진입로에서 계단을 올라야 하기에 절은 작아도 종교시설다운 엄숙함이 느껴진다.

손님과 신도를 위해 설치한 종무소 옆 파라솔은 사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자리에 있다.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가 감사하다. 이름 난 절들은 무수히 드나드는 객들의 소음과 무례 때문에 금지된 것이 많고 앉을 자리도 없는 경우가 많다. 유명하지 않은 작은 절에 들르면 여유가 있어 좋다. 절 마당의 고요와 스님의 말간 인사도 무명(無名)의 절에서 경험하는 기쁨이다. 관광지로서 사찰이 아니라 불도가 있는 장소로서 절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선법사와 이웃한 유명한 절터들

하남은 고려 불국토의 중심이 되었던 땅이다. 선법사에서 2.8km 떨어진 곳에 동사지(桐寺址)가 있다. 하남에서 역사기행을 할 때 꼭 가야할 곳으로 꼽히는 금암산 기슭의 절터다. 

동사지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기사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절에서 출토된 유물이 많고 신라양식을 계승한 삼층석탑과 오층석탑이 남아 있어 불교 연구의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선법사에서 1.4km 떨어진 경작지에는 천왕사지(天王寺址)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심초석만 남아 있어서 불교 관련 연구자나 순례자만이 어쩌다 들르는 절터다.

천왕사지는 이제껏 발굴조사 된 자료를 토대로 볼 때 경주 황룡사에 비견될 정도로 규모가 컸던 절로 추정된다. 이곳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천왕사지에서 발굴된 보물 제332호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 덕분이다.

고려시대 철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1911년 이왕가박물관(현 덕수궁미술관)으로 옮겨 보수했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절들이 모여 있는 하남 춘궁동 일대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때 불교문화의 꽃을 피웠던 지역이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절 들른 김에 걷는 하남 위례역사길

춘궁동 일원은 불교뿐만 아니라 하남의 역사문화벨트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그 중심에는 사적 제422호 이성산성이 있다. 산성은 선법사에서 3km 떨어진 이성산에 축성되어 있다. 둘레는 약 1.9km로 산 자체의 해발은 208m로 야트막하지만 한강을 포함한 주변 지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위치다.

산성은 백제가 처음 쌓았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쓰인 시기는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6세기 중반 이후로 추정하고 있다. 1986년 발굴 조사 이후 장방형, 8각, 9각, 12각 건물지와 저수지, 성문지 등을 보존하고 있다. 현재는 시민들의 산책 코스이자 휴식 장소로 사랑 받고 있다. 특히 이성산성 동문지는 주변이 탁 트여 서울과 하남 일대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 벤치가 많아 쉬어가기 좋다.

기왕에 선법사에 간다면 선법사-광주향교-동사지-이성산성 순의 ‘위례역사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하남위례길 4개 코스 중 역사유적을 도는 총거리 5.8km의 코스로 반나절 도보 여행으로 좋다. 역사 유적들이 가깝게 모여 있는 편이고 가파른 구간도 없어 걷는 데 부담이 없다. 게다가 하남을 대표하는 백제, 고려, 조선의 시대별 문화유적을 두루 둘러볼 수 있어 역사기행으로 의미가 있다.

위례역사길의 유익한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 곳이 하남역사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선법사에서 4km 떨어진 덕풍동에 위치하며 길을 걷기 전후로 들르면 각 장소들의 역사지식을 얻어갈 수 있다. 박물관에는 연꽃무늬 수막새, 천왕명 토기, 청자병 등 동사지, 천왕사지, 법화사지, 약정사지 등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은 지상 3층 규모로 1층은 기획전시를, 2,3층은 시대별 상설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고려 때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도시답게 고려시대 전시실이 볼만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꾸민 이성산성 특별관 또한 눈길을 끈다.

/ 출처 중부일보 글·사진 여행작가 유승혜

 

하남 춘궁동 이성산성 춘궁리5층석탑 고골낚시터 고골풍경채 광주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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