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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공주 운암리 산지승원 마곡사

by 구석구석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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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바람이 신록을 가볍게 흔들어준다. 마곡천 느린 물살은 나무둥치 곁을 지난다. 춘마곡(春麻谷)이다. 봄이면 마곡사의 신록이 최고라는 표현은 옛날에 나왔다.

신록의 푸름이 아름드리나무 숲에 솔바람 소리로 일렁인다. 그 청아한 바람과 녹음의 경관에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오래된 건물 곳곳으로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간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퇴색한 단청은 튀지 않고 수수하다. 

논산~천안 고속도로의 정한 톨게이트는 오래된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이 푸른빛 자연이 조잘대는 물소리로 흘러가는 이곳으로 이끌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하면 세상일이란 물그림자의 잔영처럼 흔들리다 사라질 뿐이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갔을 그 길이다. 사람의 흔적은 자연에 스며들어 오래된 문화로 남았다. 

극락교

공주시 유구의 법화산(471m)에서 발원한 물은 태화산 자락 마곡사 응진전 아래서 잠시 머물다 염화당 담장 밑으로 천천히 흐른다. 충청도의 험하지 않은 산세 덕에 느린 유속으로 다시 사십 리를 흘러 공주의 금강으로 합류한다. 

마곡사는 자연 자체에 정원을 둔 형태로 절 주변의 신록이 천년고찰의 향기와 잘 어우러진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신록의 빛은 태화산 가득한 소나무의 향기와 더불어 더욱 산뜻하다. 

마곡사는 건물도 물과 물 사이에 뒀다. 에둘러 길을 돌아 해탈문과 천왕문에 이르게 해 맑은 물소리와 신록의 푸른 기운으로 마음을 가다듬게 했나 보다. 수선사의 담벽을 따라 해탈문, 천왕문에 이르면 아름드리 벚나무 가지 사이 화려하지 않은 작은 초파일 연등들이 이미 저버린 꽃을 대신한다. 연등의 빛이 건물의 빛깔을 닮아 화려하지 않고 작아 주변의 나무와 잘 어울린다. 

마곡사로 이어지는 백범명상길

마곡천을 건너는 극락교를 사이에 두고 천왕문, 홍성루, 영산전, 매화당 등 남쪽 편에 수행하는 공간들이 있고 극락교를 지나 북쪽에는 응진전, 오층석탑, 대웅보전, 대광보전 등 건물들이 배치돼 있다. 

마곡사에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보물 제801호 대웅보전이다. 겉에서 보면 2층 형태로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높은 한 개의 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2층으로 보이는 부분은 하늘의 궁으로 싸리나무로 만든 네 개의 기둥이 지붕을 받들고 있다.

이 싸리나무 기둥은 윤기가 나고 손때가 묻어있다. 아들이 없는 사람이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이 죽어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 가면 ‘그대는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 묻는다고 한다. 마곡사에 가면 한 번이라도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마곡천 징검다리

대웅보전 앞의 대광보전은 보물 제802호다. ‘삿자리를 짠 앉은뱅이’ 전설이 담겨있다. 삿자리는 갈대를 여러 가닥으로 줄지어 매거나 묶어서 만든 바닥에 까는 자리다. 걸을 수 없는 앉은뱅이는 ‘걸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며 삿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드디어 100일이 지나 앉은뱅이는 스스로 걸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당 안에 삿자리가 깔려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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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보전 오른편에는 고구려식 창고인 고방이 있다. 나무의 원형을 살린 이색적인 사다리가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사다리로 티벳이나 네팔 등 산악지역의 가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다리로 통나무에 홈을 파서 만들었다. 1층은 습기 제거를 위해 나무 창살로 개방된 우리나라의 전통 생활양식으로 지금도 여전히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영산전은 현재 남아있는 마곡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과거의 부처인 칠불인 목불 7구가 남아있고 세조의 친필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영산전 옆 매화당은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던 곳이다. 

수양대군(세조)이 단종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계유정난 이후 김시습은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뒤 이곳에 은신하고 있었다. 김시습은 세조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소식에 절을 떠났다. 세조는 “김시습이 나를 버렸으니 가마를 타고 갈 수 없다”며 가마를 두고 갔다. 그 가마가 마곡사에 있다고 한다. 그때도 흐드러진 나무들이 물빛에 곱던 봄날이었을까.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1년간 지내며 기거하던 곳이기도 하다. 1898년 백범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죽인 혐의로 형무소에 투옥된다. 이후 탈옥에 성공한 백범은 일본의 감시를 피해 마곡사로 숨어들었다. 

 

광복 이후, 백범이 임시정부 요원들과 함께 마곡사를 다시 찾아와 심은 향나무 한 그루가 푸른 자태로 서 있다.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백련암과 백범당, 마곡천 옆에는 백범이 머리를 깎았다는 삭발바위와 징검다리, 송림욕장 등을 잇는 ‘백범 명상길’이 조성돼 있다. 계곡이 깊어서 ‘정감록’ 등의 비기에서도 병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의 하나로 이 일대를 꼽고 있다. 

절을 기점으로 솔바람길이 있다. 백범길과 명상 산책길에 들어서면,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사의 숲길은 푸른 바람과 피톤치드가 가슴으로 밀려온다. 마곡사에서는 자연의 기운과 오래된 문화의 유산들로 마음과 육체가 스스로 치유됨을 알 수 있다.

충남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3개의 유산이 있다. 2015년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속한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2018년 등재된 ‘산지승원, 마곡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와 함께 공주 마곡사를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 한국아파트신문 2022 이성영

 

 

공주 사곡-629번지방도-운암리 마곡사 천연송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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