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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남 섬

신안 흑산군도 가거도 소흑산도 국흘도

by 구석구석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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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

가거도 출장소앞에 세워진 표지석 / 오마이뉴스

 

목포항에서 남서쪽으로 145km 떨어진 가거도는 쾌속선으로 4시간을 넘게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배는 비금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를 거쳐 가거도에 도착하는데 뱃길로는 233km에 이른다. 하태도까지 이어지는 뱃길은 다도해의 비경을 쾌속선 양 옆으로 나란히 마주하면서 가는 길이라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하지만 하태도를 벗어나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가거도일출 /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자리한 가거도는 일제시대 이후 한동안 소흑산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가가도'(嘉佳島, 可佳島)로 불리다가, 1896년부터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로 불리게 되었다.

흑산면에 속한 가거도는 불과 100년 전에서야 사람이 살 만 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얼마나 외진 섬인가를 짐작케 한다.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등 3개 마을에 289가구 약 54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제법 큰섬이다. 가거도는 중국과의 직선거리가 435km로 서울보다 중국이 더 가깝다. 그래서 중국에서 새벽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개소리가 전해온다.

가거도행 여객선이 목포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그 전날은 목포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가거도 1구 앞 대리항에 대한 첫인상은 울릉도의 도동항이나 홍도 선착장보다 훨씬 안락해 보였는데, 마을을 품고 있는 회룡산(269m)과 독실산(639m) 덕택이다. 산 정상에 기암괴석이 우뚝 솟은 회룡산과 짙은 상록수림이 밀림을 이룬 독실산은 지독하게도 외딴 섬 가거도에 신비의 벨벳을 덮어씌운다.

2022.5 독실산에서 바라보는 대리항

가거도는 그렇게 먼 뱃길조차도 기꺼울 만큼 매력적인 섬이다. 숲이 울창하고 해안마다 절경을 이루고 있어 ‘다도해 최고의 관광지’ 홍도 못지않다. 홍도가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보여준다면, 가거도는 굵고 힘찬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신안군 최고봉(639m)인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 등의 ‘가거도 8경’은 홍도 33경에 비견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거기에다 가거도 사람들과 자연은 아직까지도 외딴섬 특유의 순박한 인심과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회룡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싼 가거도항. 오른쪽 뒤로 독실산/조선영상미디어

화산섬처럼 가거도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사방팔방으로 줄기를 뻗치고 있는 독실산은 1004개로 이뤄진 "섬 공화국"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제로에서 600m까지 뻗은 산이 이런 외진 섬에 솟아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독실산 가는 길은 두 갈래다. 마을 뒤편 동쪽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서쪽으로 난 콘크리트 길이다. 아쉽게도 울창한 상록수림을 헤쳐 들어가는 등산로는 수풀이 우거져 길을 찾지 못할 거라고 동네 사람들이 한사코 말린다. 아쉽지만 군부대 보급로로 이용되는 서쪽 능선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콘크리트로 임시 포장된 산길이지만, 안개에 휩싸인 동백나무, 굴거리나무, 그 밖의 잡목과 수풀이 삭막한 콘트리트 길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꿔 놓는다. 가거도는 특히 후박나무가 많은데, 예전 이 나무가 약재로 쓰일 때는 전국 생산량의 70%에 달했다고 한다.

독실산 능선

독실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 해발 250m 갈림길에서 남쪽 길을 택하면 해안가에 우뚝 솟은 회룡산에 이른다. 마을에서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다. 회룡산 정상에 오르니 안개가 걷히고 초록빛 산과 코발트빛 바다, 아담한 어촌 마을과 800m 길이의 방파제 그리고 잿빛 백사장까지 광각 렌즈 안에 쏙 들어온다.

홀로, 외딴 섬의 높은 바위에 올라 발 아래를 굽어보니 술에 취해 물에 취해 호수로 뛰어들었다는 이태백의 풍류가 아니 부럽다. 만물의 조화가 빚어지는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풍광만 따지면 항리가 단연 으뜸이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항리마을의 풍경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게다가 넓은 풀밭과 바위가 어우러진 섬등반도는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겨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가거도에서 하룻밤 묵기에도 항리가 가장 좋다. 이곳 선착장에서는 초보 낚시꾼들에게도 팔뚝만한 우럭이나 노래미가 곧잘 걸려든다. 요즘에는 주민들의 정치망 날치잡이를 구경하면서 직접 그물을 당기거나 그물에 걸린 날치를 떼어내는 일일 어부체험도 할 수 있다. 

1907년 건립된 가거도등대

가거도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해상관광이다. 어선이나 낚시배를 빌려타고 섬을 한바퀴 돌다 보면 가거도 8경과 두루 만나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빨려든다. 적정 승선인원(6~10명 내외)이 모이면 1인당 2~3만원 선에 배를 빌릴 수 있다. 가거도항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돌다보면 녹섬, 돛단바위, 기둥바위, 망부석, 국흘도, 망향바위, 남문과 해상터널 등 수석전시장을 방불케하는 멋진 바위들과 해상동굴 등을 만나게 된다.    

향리마을의 섬등반도

 가거도항 입구에 자리한 녹섬에서 서쪽으로 약 500m를 올라가면 높이 20m, 너비 10m의 직사각형 바위인 돛단바위가 보인다. 돛단바위에서 500m를 더 올라가면 40m 높이의 멋진 기암인 기둥바위와 만난다. 하늘을 찌를듯 솟아오른 기둥 모양의 바위가 해안절벽과 어우러지며 황홀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기둥바위를 지나면 이내 해상동굴과 만난다. 20명이 탈 수 있는 제법 큰 낚시배가 이 동굴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다. 위쪽으로도 약간 뚫려있어 그 틈새로 하늘도 보인다. 거제해금강의 십자동굴 못지 않게 매력적인 곳이다.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보인다. 공룡등뼈를 닮은 섬등반도 중간 지점에서 약 20m 떨어진 바다 위에 망부석이 자리잡았다. 망부석은 마치 한 아낙네가 아기를 안고 먼 바다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등대로 가는 길목에는 선사시대 유적인 가거도패총(도지정 기념물 130호)이 보인다. 가거도 북단인 대풍리의 가거도등대 서측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는데 20m x 10m 규모이다. 이곳에서 흘각색 즐문토기, 명갈색 무문토기, 마제석부, 골침, 융기문, 압입문토기편 등 신석기시대 유적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다고 한다.

패총을 지나 가파른 고개길을 10여 분 더 가자 하얀색의 등대가 보인다. 가거도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인 1907년에 세워졌으니 올해로 꼭 100년동안 고깃배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등대는 일제시대 이름인 '소흑산도 항로표지관리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가거도등대 앞에는 국흘도라는 무인도가 자리하고 있다. 대국흘도, 소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검은여 등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개린여가 가장 인상적이다. 해발 50m의 작은 섬에 올라서면 1,000평방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석광장이 나온다. 섬사람들은 이 광장을 ‘논산훈련소’라고 부른다. 이곳은 섬주민들의 소풍장소로 널리 애용되는 곳이라 한다.

국흘도는 해조류번식지로 천연기념물 341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데 훌륭한 낚시포인트이기도 하다.

국흘도 개린여 / 오마이뉴스

 가거도 관광(觀光)은 보통의 여행자에겐 여의치 않은 곳이다. 아직까지 섬 안에 유람선이 한 척도 없어 섬 일주에 나서려면 15만~20만원을 주고 배를 빌려야만 한다. 아쉽게도 울릉도처럼 섬을 여행할 수 있는 일주도로가 아직 없다. 가히 살만한 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여행하기에는 여간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혼자 이 섬을 찾는다면 더욱 그렇다. 

 

숙식

목포시내의 하당 신도시와 북항 일대에는 시설 좋고 깔끔한 숙박업소가 많다. 그래도 아침식사를 한 뒤 목포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려면 북항 쪽의 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뿐인 가거도에서는 1구에서 걸어서 1시간 걸리는 2구(항리)에 가면 전망좋은 민박집이 많다. 항리(가거도2구)의 섬누리리조트(061-246-3418)가 권할 만하다.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어 창문만 열면 항리 부근의 쪽빛바다와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상쾌하다. 미리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주는데 날치회덮밥, 우럭찜, 전복회, 노래미탕 등의 진귀하고 값비싼 해물요리가 끼니때마다 밥상에 오른다. 

그 밖에 항리마을의 다희네민박(061-246-5513), 가거도항을 끼고 있는 대리마을의 미로장(061-246-4468), 남해관광리조트(061-246-5446), 혜인관광리조트(061-246-1638), 까치슈퍼민박(061-246-3430) 등도 권할 만한 숙박업소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손님이 원할 경우 식사도 차려준다.

 

맛집

섬누리쉼터(061-246-3418)에서는 우럭찜, 전복회, 노래미탕, 홍합양파볶음과 같이 진귀하고 값비싼 해물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손맛도 좋아서 음식이 맛깔스럽고 간이 잘 맞는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배우와 스태프도 이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대리에는 해인식당(061-246-1522), 둥구횟집(010-2929-4989) 등의 음식점이 있으나 비수기에는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

 

가는 길  매일 1회 동양고속(061-243-2111,www.ihongdo.co.kr)과 남해고속(061-244-9915)이 번갈아 쾌속선을 운항한다.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1구(대리)에 모텔이 10여 곳 있다. 
  

자료 오마이뉴스 김정수기자 / 주간동아[가족맞춤여행] / 일간스포츠 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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