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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공주 금성동 공산성 웅진성

by 구석구석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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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을 지나면서 문득 바라보니 금강 건너편 만하루가 바라다보인다. 만하루는 공산성의 북쪽에 있는 전망 좋은 누각이다. 공주 시내로 들어가 오랜만에 공산성을 오르기로 한다.

공주는 문주왕 원년(471) 이후 성왕 16년(538)에 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 동안 백제의 왕도였다. 백제를 멸망시킨 후 당나라는 이곳에다 웅진도독부를 두고 식민 지배를 꾀하기도 했으며 당군이 물러가고 난 후에는 신라가 이곳에다 웅천주를 두어 다스렸다.

백제 멸망 후, 의자왕이 잠시 이곳에 거처하기도 했으며 이곳을 거점으로 삼은 백제 부흥군과 나당 연합군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시대 이괄의 난 때는 인조가 피난처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중환이 쓴 <택리지> '팔도총론' 충청도 편은 공산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고을 북쪽에 작은 산 하나가 강가에 서리고 얽혀서 모양이 공(公)자와 같아 고을 이름을 공주라 하였다. 산세를 따라서 작은 성을 쌓고 (금)강을 해자로 삼아 지역은 좁지만 형세는 견고하다.

내가 공주에 처음 왔던 것은 무령왕릉이 발굴되었던 1971년 가을이었다. 여관에 숙소를 정하고 나서 송산리 고분 옆으로 난 길을 산책했다. 길이 한적한데다 때마침 보름달이라서 달빛마저 어찌나 은은했던지! 막 사춘기를 지나온 소년은 그 달빛이 베푸는 황홀에 빠져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공주는 시골이나 마찬가지로 호젓하고 한가한 풍경이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의 공주는 제법 도시 티가 난다.

공산성의 서문인 금서루. 1993년에 복원한 것이다/안병기

공산성의 서문인 금서루를 통해 공산성을 올라간다. 금서루는 누 없이 유지만이 남아 성내로 진입하는 차도로 쓰이다가 1993년에 복원되었다. 1861년 간행된 공주의 지지(地誌) <공산지>는 금서루의 규모를 동문과 같은 규모인 정면 3칸, 측면 1칸의 2층 건물이었다고 전한다.

쌍수정 사적비(앞)와 쌍수정(뒤)/안병기

 

연못 자리(하얀지붕)와 왕궁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터

금서루에서 오른쪽으로 성벽을 타고 가면 쌍수정에 이른다. 쌍수정은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하여 일시 파천한 곳이다. 쌍수에 기대어 왕도를 걱정하던 인조가 난이 평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이 쌍수에 관직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엔 쌍수정말고도 쌍수정 사적비, 연못 자리와 왕궁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터 등이 있다.

임류각. 1980년 발굴 조사된 임류각으로 추정되는 자리의 구조를 근거로 90년대복원/안병기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성의 남문인 진남루가 나오고 진남루에서 계속 진행하면 성의 동문인 동문루에 이른다. 여기서 몇 걸음 더 가면 건물터가 많은 평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광복루와 명국 삼장비, 장대루 터와 임류각 터 등을 만날 수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동성왕 22년' 조에는 임류각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22년(500) 봄에 임류각을 궁궐 동쪽에 세웠는데 높이가 다섯 장(丈)이었으며, 또 못을 파고 진기한 새를 길렀다. 간언하는 신하(간관)들이 반대하며 상소하였으나 응답을 하지 않았고(不報), 또 간언하는 자가 있을까 하여 궁궐 문을 닫아버렸다. (중략)여름 4월에 우두성에서 사냥하였는데 우박을 만나 그만두었다. 5월에 가물었다. 왕은 근신(左右)들과 더불어 임류각에서 연회를 하였는데 밤새도록 환락을 다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면 아마도 임류각은 '문제적 장소'였던 모양이다. 임류각 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복원된 임류각이 서 있다.

만하루와 공산성 연지, 뒤쪽으로는 새조 때 지은 절로 알려진 영은사가 있다/안병기
금강 건너에서 바라본 금강옛다리 유적과 만하루/안병기

임류각을 나선 뒤 금강을 향해 곤두박질치다시피 낮아지는 성벽을 따라 내려가면 공산성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만하루에 닿게 된다. 만하루 뒤쪽엔 세조 때 지은 절로 알려진 영은사가 있다. 만하루 옆에는 연지가 있는데 성벽엔 이 연지로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수구가 설치돼 있다. 만하루는 난간에 비켜서서는 아름다운 금강의 경치를 바라보고 뒤돌아서서는 연지의 물고기를 바라볼 수도 있는 좋은 자리다.

공주는 예로부터 중부지방의 수로와 내륙 교통의 거점이었다. 근대에 이르면서 서울과 호남을 연결하는 내륙교통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금강에 다리를 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 결과 1910년대 후반에는 자동차의 통행이 가능한 나무다리인 산성교가 가설되었으며 1930년대에는 강물의 수량에 대응할 수 있는 배다리를 놓기도 했다(금강교). 지금 보이는 나무 흔적은 1933년 금강철교가 가설되기 이전 금강을 남북으로 연결했던 금강 옛 다리의 흔적이다.

충남도 유형문화재 제 37호 공북루. 공산성의 북문/안병기

공북루는 선조 36년(1603) 옛 망북루의 터에 새로 지은 것이다. 공북루는 강변에 있어 강남과 강북을 왕래하는 남북통로의 관문 노릇을 했다. <택리지> '팔도총론' 충청도 편은 공북루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성 북쪽에 있는 공북루는 제법 웅장하고 물가에 임하여 경치가 좋다. 선조 때 서경 유근이 감사로 와서 이 누에 올랐다가 시 한 구절을 지었다.
소동파는 적벽강에 놀았으나 나는 창벽에 놀고, 유양은 남루에 올랐지만 나는 여기 북루에 올랐노라(蘇仙赤璧今蒼壁 庾亮南樓是北樓).창벽은 금강 상류에 있는 청벽산 아래에 있는 절벽을 가리킨다.

공산성 북쪽으로는 금강이 흘러가고 있다. 말하자면 금강이 적들이 쉽게 성에 다가설 수 없게 하기 위한 방어수단인 해자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셈이다. 장수왕에게 한강 유역을 빼앗기고 개로왕마저 전사한 후 쫓겨 내려온 곳이 바로 공주 땅이다. 공산성은 그렇게 북쪽의 적 고구려를 대비하려고 쌓은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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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즐거움과 역사의 향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산성

서벽에서 북벽으로 뻗은 성벽 풍경/안병기

해발 110m의 능선에 자리한 공산성은 능선과 계곡을 따라 쌓은 포곡형 토성이었으나 조선시대 중기에 석성으로 다시 쌓은 것이다.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00m 크기의 장방형이며 성곽의 총 길이는 2193m라고 한다.

시계를 보니 공산성을 한 바퀴 도는데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청주의 상당산성은 1시간 반가량 걸린다.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만으로 따지면 크기가 상당산성의 3분의 2의 크기 정도로 보인다.

오늘날 산성은 군사적 용도였던 본래의 쓰임새와 달리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로이 거닐며 소요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의 개념으로 점차 변해 가고 있다. 그렇게 산성이 기능과 쓰임을 달리해갈지라도 산성은 역사를 생각하는 사색의 장소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높은 곳에 자리한 산성은 멀리까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공산성을 떠나기 전 한 번 더 눈을 들어 성벽을 바라본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차근차근 따져 보면 '내 목숨은 몇백 년 전 저 성을 쌓은 사람들에게 빚진 것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사는 이 땅에는 돌 하나 나무 한 포기도 그냥 놓인 것이 없구나.

/ 자료 - 오마이뉴스 안병기

 

2022.10월에 가본 공산성의 야경

해상왕국 대백제의 위상을 첨단 디지털 기술로 선보이는 미디어 아트쇼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주 공산성에서 열린다.

주변국들의 침략에 맞서 당당히 해상항로를 개척한 백제인들의 기상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파사드가 공산성 금서루에서 오후 7시 30분과 8시, 8시 30분 총 3차례 열린다. 

공산성 광장에서 레이져쇼를 저녁에 30분간격으로 3차례한다.

 

공산성 (웅진성) 수문병 근무교대식 

웅진성 수문병 근무교대식은 백제 왕성 성곽을 지키는 수문병들의 모습을 고증을 통해 재현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웅진성 수문병 근무교대식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산성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진행된다. 다만, 6월 둘째 주부터 8월 말까지는 혹서기 무더위를 고려해 일시 중단한다.

이와 함께 매주 주말 오후 2시 진행되는 공산성 앞 무령왕 동상 회전의식에도 수문병들이 직접 참여해 관람객들에게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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