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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제주 선홀리 부대오름 임춘배

by 구석구석 202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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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배 선홀작업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노출 콘크리트 마감의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 두 채. 선흘리 선인분교 옆에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서 있다. 집이라 하지 않고 굳이 '건물'이라고 쓰는 이유는 얼핏 봐서는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아서이다. 아무리 봐도 그 집은 지지고 볶고 복닥거리는 사람살이에 어울릴 것 같지가 않다. 

집 입구에 마두상(馬頭象)이 서 있는 까닭에 동네에서 '말대가리 집'으로 통하는 이 집의 주인이자 설계자인 조각가 임춘배 교수(제주교육대학)의 의도가 그러했다니 100% 효과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겠다. 외관이 멋스럽게 장식된 집은 처음에는 눈에 딱 들어왔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식상해지기 쉽지만 단순한 집은 처음에는 별로였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단순하고 진득한 멋이 배어나온다는 것이 임교수의 부연설명이다. 

지금의 작업실 자리에 원룸 형태의 작업실을 겸한 조립식 주택을 앉힌 것이 90년대 중반, 제주교육대학에 자리를 잡은 뒤였다.

서귀포신문 조선희프리랜서

 

 자연림이 울창한 부대오름 (부대악)

부대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03번지에 있으며, 표고 468.8m, 비고 109m, 둘레 3,002m의 말굽형 분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부대오름은 굼부리에서 일제시대 일본군 부대가 주둔했다는 이유로 부대악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대오름은 삼나무와 자연림이 무성하여 오름을 탐사하는 맛을 느낀다. 동백나무와 진보랏빛 제비꽃, 섬점나도나물이 서식한다.

제주는 장마가 끝나야 비로소 더위가 시작된다. 여름의 초입을 알리는 장마는 자칫 사람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곳은 없을까?

# 바짓가랑이 풀잎이슬 적시며 숲길 걷다

제주시에서 번영로(동부관광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선흘리 입구 목장주변에 봉긋봉긋 솟아 있는 오름들을 발견하게 된다. 푸른 초원위에 누워 있는 오름들은 주로 자연림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대표적인 오름이 부대오름과 거문오름.

지난 7월 1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9명과 함께 자연림 울창한 부대오름과 세계자연유산등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거문오름을 탐방했다.

아침 8시, 둘레 3002m인 거대한 부대오름 굼부리에는 안개가 걸쳐있었다. 빼곡히 들어선 삼나무 숲과 인적 드문 등산로 역시 밤새내린 장맛비에 촉촉이 적셔 있었다. 오르미들의 바짓가랑이도 어느새 풀잎이슬에 젖었다.

# 안개 자욱한 숲길을 걸어 보셨습니까?

날씨가 맑은 날, 숲길은 산림욕을 제공하지만, 비오는 날 걷는 숲길은 또 다른 운치를 가져다준다. 안개 자욱한 숲길의 운치, 장마에 떠난 부대오름 숲 소고는 어떤 색깔일까?

부대오름은 입구부터 정상까지 삼나무 숲과 자연림이 무성했다. 때문에 시원한 조망권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감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대오름의 특별함은 자연그대로 를 간직한 살아있는 숲을 만날 수 있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형형색색의 야생화까지 자연 생태계의 꿈틀거림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부대오름 등반로는 여느 오름처럼 훤히 뚫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상에서 하늘 바다, 수평선을 조망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자연림과 야생화 어우러진 숲길을 헤치며 탐방하는 재미가 부대오름 최고의 매력이다.

촉촉이 젖은 화산터를 걷다보니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자꾸만 뒤돌아본다. 이렇듯 숲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게 한다.

표고 468m, 정상 길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에는 급경사를 타야만 했다. 삼나무 사이를 숨바꼭질 하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능선이 펼쳐진다. 하지만 어디서부터가 능선 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사방이 숲이기 때문.

# 숲에서도 계절이 익어간다

가시덤불과 자연림이 어우러진 능선을 걸었다. 앞장선 오르미는 연신 허리를 굽혀가며 빨갛게 익은 산딸기 유혹에 빠져 있었다. 보랏빛 산수국, 야생화들이 밀림지역의 주인공들이다.

부대오름은 동쪽으로 향한 U자모양의 말굽형분화구를 가졌음에도 오름 속에서는 분화구를 구분하지 못한다. 능선을 따라 걷는 시간만 해도 20여분 정도. 굽부리 능선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수풀 속에서 어미를 찾아다니는 노루새끼 4마리를 발견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나 카메라에 담지 못함이 아쉬웠다.

"오름의 매력은 살아있는 생태계지요!"

무성한 자연림을 헤치며 걷던 지인 한분은 풍경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보다 무성하게 우거진 숲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그의 바짓가랑이도 허벅지까지 흠뻑 적셔 있었다.

부대오름에서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길에 홀로선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숲에서도 계절은 익어간다.

고층건물 조망권과 높은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 바다와 수평선을 꿈꾸는 자는 부대오름 정상에 설 자격이 없다. 다만 숲을 좋아하고 제주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부대오름 정상에 설수 있으니까 말이다.

부대오름 화구를 돌며 우리는 일본군이 주둔했다는 굼부리에서 동굴 2개를 발견했다. 동굴 주변에는 산수국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역사를 덮고 있는 고사리과의 식물들이 시대의 산 증인처럼 동굴을 지켰다.

하산 후 번영로(동부관광도로) 옆 목장에 섰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걸었던 숲길을 볼 수 있었다. 푸르다 못해 검푸른 부대오름 숲. 부대오름 말굽형 분화구는 마치 초원에 쳐 놓은 병풍처럼 장엄함을 드러냈다. 굼부리를 에워싸고 있는 숲은 안개를 껴안고 있었다.

☞ 찾아가는 길 : 제주시-97번 번영로(동부산업도로)-선흘입구-대천동(400m)-부대오름 표지판(오른쪽)으로 40분정도가 걸린다. 부대오름을 오르는 데는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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