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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아산 봉농리 세계꽃식물원

by 구석구석 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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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꽃 세상, 봉농리 '세계꽃식물원'

1000여 종류의 꽃 1000만 송이가 1년 내내 피고 지는 세계꽃식물원. / 주간동아

온양에서 21번 국도를 따라 도고온천을 지나 도고면에 도착하면 ‘세계꽃식물원’ 이정표가 나온다. 이것을 따라 마을을 지나면 들판 가운데 서 있는 대형 유리온실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세계꽃식물원. 처음에는 ‘이런 곳에 뭐 볼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량한 외관에 놀라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보면 꽃구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산의 세계꽃식물원은 꽃과 나무가 함께 있는 여느 식물원과 달리 1천여 품종, 1천만 송이의 꽃으로만 이루어진 식물원이다. 10여 년 전부터 화훼수출단지를 만들어 운영하던 열세 농가가 화훼산업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외관은 화려하지만 일상생활 공간에 두면 쉽게 죽어버리는 아열대성 식물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집안에서도 잘 자라 아이들 정서 함양에도 좋은 역할을 하는 꽃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름은 익숙하지만 흔히 볼 수 없었던 아네모네와 같은 꽃들도 볼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꽃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꽃에 얽힌 이야기와 독성이 있는 꽃들, 공기를 정화시키는 식물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요즘 실내 공기 정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그 효과가 으뜸으로 꼽히는 ‘보스톤고사리’ 외에도 고무나무나 벤자민고무나무, 셀렘, 스킨답사스 등 넓고 얇은 잎들이 무성한 식물들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계꽃식물원은 동백관, 초화관, 구근관, 모형화단전시관, 수생관 등 주제별로 전시관이 나뉘어 있는 것이 특징. 허브들이 가득한 허브식물관의 원형 화단에 도착하면 안내자가 이파리들을 만져보라고 권한다. 식물원에서 식물을 만지지 않는 것에 익숙한 어른들은 어리둥절해하지만 아이들은 앞다투어 화단으로 뛰어든다. 아이들이 한바탕 화단을 휘젓으면 파인애플향, 사과향 등 각종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른다.

각양각색의 꽃들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식물원의 마지막 코스인 식용식물관에 도착한다. 꽃에는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특히 꽃가루에 좋은 영양분이 많다고 한다. 꽃가루가 많은 꽃을 골라 따넣어 비벼먹는 ‘꽃비빔밥’을 먹으면 눈도 즐겁고 몸도 즐거운 일석이조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주의할 점은 관람객은 꽃을 함부로 딸 수 없다는 것. 꽃도 따는 시기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신 꽃염색과 압화체험 등 꽃을 활용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흰 면 손수건에 꽃을 올려놓고 그 천을 접어 숟가락으로 두드리면 신기하게도 꽃 모양과 색이 그대로 천으로 옮아온다. 꽃물이 옮아온 흰색 천을 국화를 삶아 만든 염료에 담가 바탕에 노란 빛깔을 넣은 다음 식초물에 담가 색을 고정시킨 후 다시 맑은 물에 빨아서 말리면 멋진 꽃이 염색된 손수건을 만들 수 있다. 또 고무줄로 헝겊 중간중간을 묶은 다음 염색하면 그부분만 물이 들지 않아 여러 가지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야! 내 것은 태양이다, 누나 것은 바퀴 모양이 되었네!”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세계꽃식물원은 2개월에 한 번씩, 1년에 6번은 방문해야 이곳에 있는 모든 꽃을 볼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와 다양한 품종의 꽃들을 자랑한다. 4월에는 튤립과 수선화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유럽동백 여러 종을 만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다.

문의 041-544-0746~8, www.asangarden. com

 

오뚜기 정신으로 피운 3000여 종의 꽃

1991년 호주에서 돌아온 원장은 12명의 농가와 힘을 합해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1994년 48억 5000만원을 쏟아 부어 지금의 식물원 자리에 대규모 화훼농원을 조성했다. 당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진행 되던 때였다.

그래서 정부에서 투자금의 절반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곧 IMF가 닥쳤다. 꽃은 '사치품'으로 전락되었고,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한때 36명에 달했던 조합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투자금을 찾아서 조합을 떠났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가 '총대'를 멨다. 집안의 모든 물건에는 차압딱지가 붙었다. 농원 땅도 경매에 넘어갔다. 두번째 실패였다. 채권자들 찾아가 사정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돈 갚을 기회 달라고 말이다.

지난 2002년, 채권자들은 그에게 기회를 줬다. 건물 철거비용 등을 제외하고 따져본 땅값이 원금에 어림없이 못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벌어 원금이라도 갚으라는 소리였을 게다. 지난 2002년 부터 농원을 리모델링해 식물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 식물원이 탄생했다.

유리 온실에 3개월 만에 꽃과 식물이 가득 찼다. 그는 "국내 식물원 중 이렇게 빠른 시간에  개관한 예는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란다. 어느 할머니는 17년 동안 키우던 선인장을 가지고 왔다. 여기에 두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말이다. 또 어느 아저씨는 자신이 키우던 50여 종의 귤나무를 가지고 왔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국 그는 꿈을 이뤘다. 대학 다닐 때 보았던 책에 나온 300여 종의 씨앗을 식물원 개원과 함께 다 뿌린 것이다. 지난 2005년에는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됐다. 또 대학에서 강의도 맡게 됐다. 농사 짓다 망해 농사가 챙피했는데, 농사 지어 삶을 복구 시켜 놓아 다행이다.

"아직 철이 안들어서 그렇지. 철 들었으면 30년 동안 이 짓 했겠어요?"  앞으로 그는 식물원에 얼음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아름다운 꽃을 영원히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고안해 낸 생각이다. 마음도 꽃을 닮은 것일까. 참으로 천진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얼음속에 든 꽃을 감상할 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로 나와 삽교천 방조제, 아산현대자동차출고장, 도고온천역을 차례로 지나 예산방향으로 약 2km직진하면 세계꽃식물원이다. 튤립, 백합, 수선화, 국화 등 유럽의 화려한 꽃들을 계절별로 전시하는 테마정원, 실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식물들을 전시한 에코 정원, 먹는 꽃을 전시한 웰빙정원 등 10여 개의 정원이 마련 돼 있다. 20명 이상 단체 관람객에 한해 예약할 경우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연중 꽃 축제가 개최된다.

 

/ 자료 - 여성동아 한은희가족여행전문가 / 주간동아 / 일간스포츠 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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