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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지리산십경 지리산단풍

by 구석구석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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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10경

지리산은 한반도 남쪽 중앙부분에 산하 최대의 산군으로 치솟은 백두대간의 마지막 자락이다. 백두에서 흘러왔다 해서 두류산(頭流山),또는 옛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이름 불렸다. 경남 함양·산청·하동군,전남 구례군,전북 남원시 등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그 면적은 약 484㎢( 1억3천만평),유역의 둘레는 320㎞(850리)에 달한다.

산은 1,915m 높이의 상봉인 천왕봉을 비롯,제2봉인 중봉(1,875m), 그리고 서부지리 최고봉인 반야봉(1,751m) 등 1,000m 이상의 고봉 30여개와 장터목,벽소령,임걸령 등의 준령,그리고 고봉과 준령을 잇는 수많은 능선,계곡들을 거느리고 있다. 고봉준령과 깊고 그윽한 계곡이 많은 지리산은 갖가지 비경들도 즐비하다. 대표적인 비경이 지리10경으로 노고 운해,피아골 단풍 ,반야 낙조,벽소령 명월,불일폭포, 천왕 일출 등이 있다. 품이 넓은 자락엔 명찰과 유적들이 즐비하다. 국보 제47호인 쌍계사 진감선사탑비 등 수많 은 국보와 보물이 자락 곳곳에서 전통의 향기를 내뿜고 있으며 실 상사,화엄사,대원사,천은사,법계사 등 천년고찰의 대가람들이 유장한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성삼재의 설경. 한국일보 권오현기자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민족상잔이 생채기로 남아있는 지리는 이념 갈등의 치열한 현장으로도 이름높다. 6·25전후 2만명의 생명이 희생된 이곳에서의 전투는 세계 유격전 사상 그 가혹함과 가열성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기록 될 정도였다. 지리산은 이 모든 것을 담고 지난 1967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됐다.   

비백(飛白)이라는 것이 있다. 붓글씨의 획에 드러난 흰 자국을 말한다. 두 번째 구간의 출발점인 고기리 삼거리에서 수정봉으로 오르는 초입인 노치마을까지가 바로 대간 등성마루의 비백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구간의 산줄기는 거의 지워져 있다시피 하다. 하지만 대간 마루로서 분수령의 지위는 잃지 않는다. 걷다 보면 길 왼쪽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들고,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은 끝내는 낙동강과 몸을 섞을 것이다.  

/ 조선일보 2005-02-03  

 

제 1 경 천왕일출 

 '이른 새벽 동틀 무렵 해발 1,915m의 지리산 정상인 천안봉에 올라 보라. 끝없이 펼쳐진 회색 구름바다 저멀리 동녘 하늘에 희뿌연 서기 (瑞氣)가 어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잠깐, 동쪽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면서 휘황찬란한 오색 구름 속에서 진홍빛 거대한 태양이 눈부신 햇살을 부챗살 같이 뻗치며 불쑥 솟는다. 이 장엄한 일출의 모습에는 어떤 경탄사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따름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는 법계사 3층석탑. 하늘엔 달이 떠 있다   오마이뉴스 임윤수기자

천왕봉 해돋이를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삼대(三代)에 걸쳐 적선을 헤야 된다는 속설도 있다. 아무래도 까마득히 땅을 누르고 하늘에 닿을 듯이 우뚝 솟은 천왕봉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들로 이루어졌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이나 짙은 구름과 안개에 싸이고 비바람, 또는 눈보라가 몰아치기 때문에 이른 새벽 천왕봉에 올랐다고 하여 누구나 일출의 황홀경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차례나 거푸 일출을 보러 갔지만 끝내 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가을 천왕봉 / 오마이뉴스 임윤수기자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3km 떨어진 장터목 산장이 법계사에서 앞날 저녁에 이단 여장을 풀었다가 새벽 3시, 또는 4시에 랜턴을 밝혀 들고 정상으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더운 여름철에도 해 돋기 전의 천왕봉은 얼음처럼 차다. 운무가 잔뜩 싸고 있거나 강풍이라도 몰아치면 두툼한 방한복을 껴입고도 견뎌내기 어렵다.

천왕봉 오르는 깔딱고래 / 오마이뉴스 임윤수기자

천왕봉은 거대한 암괴(岩塊)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듯이 외로이 서 있다. 이 암괴를 옛날에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란 뜻으로 천주(天柱)라고 불렀는지, 천왕봉 서쪽 암벽에는 천주라는 음각 글자가 있다. 천왕봉에는 지난 82년 진주의 산악인들이 두 번째로 세운 오석 표지석이 있었는데 남명(南冥) 조식(曺植)선생의 '만고천왕봉천명유불명(萬古天王峰天鳴猶不鳴)'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조선일보 2005-01-06

천왕봉에선 일출을 천하 제일로 치지만 아침 운해(雲海)가 하계를 뒤덮고 있을 때의 경관 또한 선경중의 선경이다. 마을도 길도 구름바다에 잠겨 있고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만 섬처럼 떠 있는 것이다. 노고운해(老姑雲海)가 좋다지만 천왕봉에 비견될 수는 결코 없다.  

 

제 2 경 노고운해 

자연의 조화가 이뤄낸 신비의 절경이다.
남쪽으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노고단을 감싸 안을 때 지리산은 홀연히 바다가 돼 버린다. 구름 만리 바다가 되면 높은 산봉우리는 점점 섬이 되어 다도해의 절경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장터목대피소에서 보는 운해 /오마이뉴스 김비아기자

그 구름 아래서 천둥번개가 치고 먹장구름이 비를 몰아 억수같은 비를 쏟아 낼때 구름 위에는 밝은 태양이 산아래 구름을 비춘다. 구름 위는 신선의 세계가 되고 구름 아래는 세속이 되는 기가 막한 장관이 연출된다.

이러한 경관은 오직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자연현상으로 노고단의 운해는 숱한 운해중으뜸으로 인정되고 있다.

천왕봉에서 보는 운해 / 오마이뉴스 김비아기자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구름바다 한가운데 서서 맛보는자연의 신비로움은 속인들을 한층 지리산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리산의 운해 / 박환윤사진작가

 

 제 3 경 반야낙조 

해발 1,751m로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은 노고단에서 바라보면 마치 여인네의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있는 봉우리다. 노고단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3시간 30분 가량의 산행 코스인 반야봉은 사방이 절벽 지대로 고산(高山)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반야봉에 오르는 기쁨은 낙조(落照)의 장관에서 찾는다. 여름 날 해거름에 반야봉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서쪽 하늘의 황홀한 낙조는, 아마도 자연이 인간을 위해 배푸는 시시각각의 축제 중에서도 가장 견건하고, 가장 의미심장한 축제가 아닐까? 때로는 구름 바다를 검붉게 물들이며, 때로는 마지막 정염(情焰)을 불사르듯 선홍(鮮紅)의 알몸으로 서서히 스러지는 태양과 마주하는 순간, 사람들은 아득히 먼 시원(始原)의 날에 시작된 한편의 장엄한 드라마가 끝난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뉘 가는 길이 저토록 눈시리게 아름다우랴.

제석봉의 낙조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일몰도 장관이지만 산 속으로 사라지는 낙조 또한 그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곳이 반야봉의 낙조이다.
한낮 창창하던 햇빛이 그 화려했던 순간들을 뒤로하고 어둠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깊은 산 속으로 사라져 갈때 인간의 모든 번뇌와 마음, 그리고 악의 감정도 사그라들게 하며 세속에 찌든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곳. 그곳이 바로 반야봉이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어둠이 더해 갈 때 지리산도 편히 눕는다. 
지리산 제2의 고봉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여자의 어여쁜 엉덩이 같아 보인다는 반야봉은 전북과 전남의 경계지역이기도 하다.  

제 4 경 직전단풍

 

천왕봉에서 내려다본 만산홍엽 / 오마이뉴스 임윤수기자

직전단풍은 피아골 입구 직전부락 일대의 단풍 절경을 일컬음이다.

피아골은 가을 단풍뿐만 아니라 봄 진달래,여름철 녹음과 계곡물, 겨울의 설화로 어느 한철도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다.

피아골의 단풍은 3홍이라 하여 산이 붉게 타는 산홍,붉은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치는 수홍(水紅),사람이 들어가면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인홍으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표고막터에서 삼홍소 간 1km사이의 빼어난 승경이 피아골 단풍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피아골의 단풍은 연곡천의 상류인 연곡사로부터 주릉을 향해40여리에 이어지지만 그 가운데 표고막터에서 삼홍소 간 1km사이의 구간이 특히 빼어나다. 

하늘아래 첫 산사인 법계사 / 오마이뉴스 임윤수기자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조선 시대 유학자 조식 선생이 한 말이다.  

 

  제 5 경 벽소명월 

반야봉 낙조를 뒤로 하고 잠시 눈길을 돌리면 지리산은 또 한번 사람들을 감탄케 한다.  깊은 산중에 어둠이 찾아들면 세상은 더 없는 적막 빠져들고 풀벌레의 울음만 고요를 깨칠 때 벽소령에는 공산명월이 떠오른다.

태고처럼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벽소령의 밤, 밀림과 고사목위로 떠오르는 달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시인 고은은 "어둑어둑한 숲뒤의 봉우리위에 만월이 떠오르면 그 극한의 달빛이 부스러지는 찬란한 고요는 벽소령이 아니면 볼수가 없다"고 찬탄하였다. 푸른 벽(碧), 저녁소(宵)라고 하여 푸르스름을한 달빛에 취해서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적멸의 경지에까지 침몰된다는 곳, 이곳은 경치에 비해 안타까울 정도로 훼손(군사도로, 산장)되어 있다.  대보름 달구경 명승지는 전국적으로 많다. 하늘의 달, 호수의 달, 바다의 달, 술잔의 달, 님의 눈 속의 달 등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강릉 경포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볼 수 있는 부산 해운대의 달구경, 달이 나온다는 영암의 월출산, 백제 시대부터 이름이 붙여진 부소산성의 송월대 등등이다.  광주 사립중등 교사의 카페(풀꽃.kr)에 “정월대보름(23일)을 벽소령 산장에서 벽소야월(碧宵夜月)하면서 일배 일배 우일배(一杯 一杯 又一杯) 하실 분과 환상적인 지리산 눈꽃 산행을 즐기시려는 분을 찾습니다”는 광고는 망설임과 설렘을 동시에 불어넣어 준다. 

제 6 경 세석철쭉 

봄이면 난만(爛漫)히 피어나는 철쭉으로 온통 꽃사태를 이루는 세석평전은 30리가 넘는드넓은 평원으로 남녘 최대의 고원이다. 이름 그대로 잔돌(細石)이 많고, 시원한 샘물도 콸콸 쏟아지는 세석평전에는 수십만 그루의 철쭉이 5월초부터 6월말까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한바탕 흐트러진 잔치가 벌어진다.  피빛처럼 선연하거나, 처녀의 속살처럼 투명한 분홍빛의 철쭉이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절정기에는 산악인들의 물결로 세석평전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시인 김석(金汐)은 "세석 계곡 가득히 피어있는 철쭉꽃, 그 사이사이로 울고 있는 뻐꾹새 소리, 훈풍이 꽃 사이로 지날 때마다 꽃들의 환상적이고 화사한 흔들림, 그것은 남녘 나라 눈매 고운 처녀들의 완숙한 꿈의 잔치"라고 이곳의 철쭉을 노래하기도 했다. 지리산 철쭉은 조정래의『태백산맥』의 처절하도록 서럽게 그러나 꺾이지 않는 의지의 화신(化身)으로 등장하는 진달래와 더불어, 봄의 지리산을 단장하는 명물로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석평전의 모습/kr.blog.yahoo.com/sangtap183

지리산 넓고 깊은 산자락과 골짜기에 꽃 물결이 출렁이면 지리는 활활 타오른다. 수천, 수만 그루의 철쭉꽃이 붉게 물들면 세석평원은 아고산대 특유의 운치를 자아내며 인간을 유혹한다. 지리의 웅장함과 광활함을 보여주는 곳이며 지리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말해주는 곳이기도 한 세석평원. 세석, 잔돌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뜻으로 불린다. 고원지형을 형성하고 있어 세석고원으로도 지칭되기도 한다.해발 1703m의 촛대봉과 1651m의 영신봉을 좌우로 세우고 둘레 8Km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다. 지리산 가운데 노고단과 함께 아고산대 지형으로 색다른 운치를 풍기는 곳이기도 하다. 아고산대는 남한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으로 고산 특유의 지형으로 알려지고 있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바람과 운무를 동반하고 있는 기후 특성 탓에 이 지대에는 2m 안팎의 나무들만 제대로 자라 일대가 마치 평원을 연상케 하는 특징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아고산대의 희소성을 중시하고 세석일원의 훼손방지를 위해 세석 아고산대 복원 작업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이 일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해발 1600m의 고지 일원에는 매년 5월 하순부터 6월 초순,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진홍빛으로 물들어 철쭉꽃 향연이 베풀어진다. 근년들어 바래봉 일대의 철쭉이 세석보다 훨씬 진한 색깔을 풍기며 아름답다 해 수많은 인파들이 몰리고 자치단체에서는 세석에서의 철쭉제를 모방, 바래봉 철쭉제를 베풀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래봉 철쭉은 결코 세석 철쭉에 견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해발 1100m의 철쭉(바래봉)이 결코 1600m의 세석 철쭉이 갖고 있는 그 무엇을 흉내낼 수 없음이다. 어느 곳의 철쭉이 더 아름답고 장관이냐를 두고 굳이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바래봉의 그것은 그것대로의 운치를 가질 뿐이며 세석의 철쭉은 그대로 색다른 멋을 갖고 있을 뿐이다. 세석의 철쭉에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이 전설은 신비한 샘인 음양수와 얽혀 있다. 음양수는 세석에서 남부능선 방향으로 1Km남짓 내려가면 있는데 자녀를 갖지 못 하는 여인이 산신령께 기도를 하고 음양수 샘물을 마시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신앙의 샘이다.

최대의 철쭉 군락지에는 매년 6월 첫주말마다 철쭉제가 열린다. 이 산상 축제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한때는 수만의 인파가 몰려 세석철쭉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철쭉제는 3회(74년) 때부터 미스 철쭉 선발대회를 시작했으며 5회 때는 지리대상을 수여해 전국의 산꾼들이 몰려든다. 철쭉제행사는 그러나 88년까지 5년간 중단되기도 했다. 이 기간에는 공식행사는 중단하고 진주산악회원들만 올라 산신제를 모셔왔다. 수많은 인파들로 철쭉이 훼손됐기 때문. 5년여 동안 훼손된 세석이 복구된 후 89년 6월 3일 18회 철쭉제를 부활했던 것이다. 이후로 철쭉제 행사는 자연보호경진대회로 성격을 바꾸고 야영은 거림에서 하고 다음날 자연보호대회와 미스철쭉선발대회를 세석등 지리산 일원에서 가지는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세석은 철쭉의 향연 못지 않게 우리에게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전해주는 요소가 많이 있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도의 수련장으로 이용돼 호연지기를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장이었으며 조선말기에는 동학농민들의 전장이었다. 세석은 또한 일제 당시는 징용과 징병을 거부하며 산으로 들어온 이들의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다했으며 6·25를 전후해서는 빨치산의 근거지가 된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세석대피소 / 오마이뉴스 김비아기자

세석평원에는 지금 대피소가 신축되고 있는데 규모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건평이 1백97평에 이른다. 해발1600m 고지대에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대대적으로 벌여지고 있는 공사현장 바로 곁에는 군부대 시설이 수년 전부터 갖춰져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해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다. 뿐만아니라 촛대봉 정상 남쪽에는 군부대에서 참호와 진지를 구축해 촛대봉에서 세석을 내려다 보면 여간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니다. 천혜의 경관과 아고산대 특유의 운치가 차츰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제 7 경 불일현폭 

쌍계사 뒤편 숲길을 거닐다보면 험준한 협곡 속에 천지를 진동하듯 백척단애(百尺斷崖)에서포말로 부서지며 쏟아지는 천하절승 불일폭포는 금강산을 방불케 하는 청학봉과 백학봉이 좌우로 맞서는 험준한 협곡 깊은 골짜기에서 쏟아져 내린다.

 

가을 불일폭포 태고적 비취빛 심연, 천길 낭떠러지에서 곧바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줄기에는 오색의 영롱한 무지개가 펼쳐지고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오싹 해지는 듯한데 천지를 진동시키고도 남는 요란한 폭포 소리에 또 한번 심신은 얼어 붙는다.

마치 한폭의 동향화를 연상케 하는 불일폭포는 비말(飛沫)로 흩어지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일단 학연(鶴淵)에 고이었다가 다시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2단식 폭포인데 온통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주위의 경관이 장관이다. 

불일폭포는 높이 60m, 폭 3m의 상하 2단식 폭포이다.  

 

제 8 경 연하선경 

세석편전과 장터목 사이의 능선을 다라 걷는 3.4Km의 아름다운길로 연하봉과 촛대봉으로 이어지며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홀연히 흘러 가곤하여 연화봉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천왕봉을 향해 힘차게 뻗은 지리산의 크고 작은 산줄기 사이사이에는 온갖 이름 모를 기화요초가 철따라 피어 지나는 이의 마음을 향기롭게 한다.

 이끼낀 기암괴석 사이에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이름 모를 풀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지리산과 어우러져 마치 신선의 세게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산준령 연하봉의 선경은 산중인을 무아의 경지로 몰고 간다.

 

제 9 경 칠선계곡 

가을단풍진 칠선계곡지리산 최대의 계곡미를 자랑한다.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계곡으로 손꼽힌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계곡이면서 험난한 산세와 수려한 경관 그리고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을 끼고 있는 칠선계곡은 7개의 폭포수와 33개의 소(沼)가 펼치는 선경이 마천면 의탕에서 천왕봉까지 장장 16km에 이른다. 들어가면 갈수록 골은 더욱 깊고 날카로워 계곡은 그 험준함으로 인하여 숱한 생명들을 앗아가 "죽음의 골짜기"로 불린다. 그래서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칠선계곡을 등반하고 싶어하지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칠선계곡의 첫번째 소 / kr.blog.yahoo.com/urimahn

칠선계곡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급류가 절벽을 뚫고 장장 20Km에 달하는 깊은 협곡을 이르며 의탄(義灘)의 임천강으로 합류하는 최후의 원시림지대이다. 의탄에서 계류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 버면 용소, 비선담등 10여개의 담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칠선폭포, 3층폭포, 등선폭포등 7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곳도 칠선계곡이다. 이 계곡은 칠선동 에서부터 올라 갈수록 경치가 더더욱 아름다우며 합수골에 이르면 비경은 더욱 깊어진다.

용소

울창한 원시밀림은 하늘을 덮고 깊은 계곡에는 심연과 폭포, 절벽의 연속이다. 물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 정적은 또다른 고독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비선교와 담 / kr.blog.yahoo.com/urimahn

한시간 간격으로 추성동-함양읍간을 운행하는 버스편이 있어 등산로가 4km줄어든 셈이다.

선녀탕 / kr.blog.yahoo.com/urimahn

 

  제 10 경 섬진청류 

 호곡줄나루설경으로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줄나루이며 현존하는 유일한 줄나루이다/오마이뉴스 최성민 전북 진안 마이산에서 발원하여 212.3km의 지리산 자락을 굽이굽이 감돌아 남해 바다로 흐른다. 고려 우왕 11년(1385)에 두꺼비의 울음 소리로 왜구 침입을 악았다 하여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러졌으며, 강변마을의 교통수단은 아직도 나룻배를 이용하고 있다.

청둥오리의 섬진강 겨울나기 / 사진 오마이뉴스 최성민기자

섬진청류는 지리산 10대 비경의 하나로 섬진강이 만들어 놓은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 처럼 아름답다. 특히 새벽 안개에 아련히 감추어져 아침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섬진강은 가히 하늘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


청정하천인 섬진강은 은어, 누치, 잉어 등 각종 담수어가 서식하고 있어 전국의 강태공들은 물론 일본 강태공들까지 찾아와 낚시를 즐기는 곳이며 천연기념물인 수달도 먹이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또한 맑고 깨끗하여 은빛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지리산과 백운산의 협곡으로 흐르고 있어 아름다운 경관과 강변 피서지로 유명하다.

 

가을물결 남하, 단풍 맞을 채비 해볼까

때는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단풍이 들기 전 나뭇잎이 말라버리는 단풍의 조로현상이 일부 일어나 등산객들이나 단풍객들을 다소 실망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지금까지 기다려온 가을 단풍과의 만남을 접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어느 새 우듬지에 달린 나뭇잎은 초록을 잃고 곱고도 화려한 제 빛깔을 내고 있다. 머리를 들어 파란 하늘 끝에 달려 있는 단풍을 보기란 약간의 눈 시림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단풍이 있는 가을이 좋다.

신문을 통해 들려오는 단풍소식은 이미 북한의 금강을 적시고 설악을 적시고 내장산을 적시고 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지리산을 물들일 태세다.

우리고장에서 단풍을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지리산을 꼽을 수 있다. 지리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단풍시기는 10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다.
국립공원 제1호(1967) 지리산은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이산에 머물면 지혜로워 진다고 했다. 그래서 지리산(智異山)산이라 했다. 따로 부르는 방장산이라는 뜻은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일컫는다.



 ◇三紅 넘쳐나는 단풍 명소

지리산 단풍은 웅장한 산세로 인해 남성적이다는 평가다. 가장 유명세를 타는 단풍지는 누가 뭐래도 피아골과 뱀사골. 지리10경에 들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을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주말에는 붐비는 정도가 아니라 혼잡하다는 표현이 맞다.

피아골 단풍은 흔히 3홍에 비유한다. 산에 붙은 붉은 산이 산홍(山紅)이라면 소와 담에 비친 수홍(水紅), 산에 안긴 사람들의 모습이 이른바 인홍(人紅).
누군가 산 꾼이 뱀사골단풍이 피아골 단풍보다 색깔이 연하다고 했지만 이는 오해 일 수도 있다. 같은 지리산이라도 계곡마다 단풍 드는 시기가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는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단풍명소 지리산 뱀사골

지리산 북쪽에 위치한 뱀사골은 골짜기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전국에서도 으뜸이다. 남원시 산내면 반선리 집단시설지구에서 지리산 토끼봉과 삼도봉 사이 화개재까지 12km의 웅장한 계곡이 만들어낸 화려한 소와 담이 끊이질 않는다.
단풍은 반선에서 1시간거리에 있는 오룡대, 진홍빛 단풍과 어우러져 사진작가들에게 인기 높은 탁룡소, 소금장수가 물에 빠져 이름붙은 간장소까지가 절정을 이룬다.
철다리, 나무다리를 건너며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을 바라보는 절경이 일품이다. 특히 붉은색과 노란색의 단풍이 산뜻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등반객들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계곡이 길어 오르는 데만 4~5시간, 계곡 입구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중간은 단풍이 완연하고, 계곡 끝 부분은 단풍이 진다. 계곡 중간부분의 단풍이 완연할 때가 절정이다.
뱀사골산장까지 계곡은 경사의 변화가 거의 없어 완만하므로 구경을 위한 단풍이나 가족산행으로 적합하다.
시기는 뱀사골이 피아골보다 조금 빠르다. 화개재 아래 뱀사골 대피소까지 왕복하는 것도 좋은 코스지만 피아골과 연계하여 산행할 수도 있다.

▲단풍축제의 흥이 있는 곳, 지리산 피아골

뱀사골과 쌍벽을 이루는 피아골은 핏빛단풍으로 지리산 10경의 하나로 꼽힌다. 노고단과 반야봉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피아골의 계곡물은 수림사이를 흐르며 연주담, 삼홍소 등 심연을 만들어 내고, 더불어 집채만한 바위들이 단풍과 어울리면서 절경을 자아낸다.
가을이면 삼홍소란 이름에 걸맞게 온 골짜기를 붉게 물들인 단풍과 붉은빛이 비친 계곡물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직전부락 일대에서부터 삼홍소까지 1시간여 거리구간의 단풍이 빼어나다.
구례군은 토지면 외곡리 기촌솔밭 일대에서 29일부터 사흘간 단풍축제를 연다. 단풍노래자랑, 중국 기예공연, 구례좌도농악공연, 민속극 공연 등 볼거리가 준비된다. 30일 표고막터에서 피아골산장까지의 ‘단풍길 걷기행사’, 31일에는 연곡사에서 임걸령을 지나는 ‘지리산 등반체험하기’ 행사가 열린다.
이밖에도 단풍 기념품 만들기, 구례 전통쑥떡 만들기, 섬진강 민물낚시 대회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가을을 한껏 감상하고, 가족 친구 연인 동료간의 즐거운 시간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적합하다.
 
◇터널 이룬 단풍계곡

한신계곡은 칠선계곡과 함께 폭포와 소가 많고 주위의 경관이 좋은 지리산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한신계곡은 지리산 제석봉~하동바위 능선과 영신봉~덕평봉~오송산 능선 사이의 백무동계곡 중 칠선봉에서 장터목까지의 능선에서 흘러내린 물로 형성됐다.

한신계곡은 백무동에서 1시간여 거리인 가내소 폭포에서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주계곡이며 세석으로 연결돼 있고 하나는 장터목으로 연결된 한신계곡이다.

서쪽에서 칠선봉~영신봉~세석평전~촛대봉~삼신봉~연하봉~제석봉 등 4킬로가 넘는 능선과 봉우리들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 계곡을 형성해 사철 수량이 풍부하다. 한신 계곡의 11월은 단풍이 짙어지기 시작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폭포 소리를 들으며 끝없는 단풍 숲 터널을 걷는 산행이다.
 

◇또 다른 운치 더하는 감나무

단풍제는 없지만 대원사계곡 단풍은 빼놓을 수가 없다. 경남서부지역 등산객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다. 특히 이어진 계곡에는 마을이 몇 있다. 사람냄새 풍기는 감나무가 있어 다른 계곡과 비교해 운치를 더한다. 고즈넉한 가을 단풍을 즐기려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평일을 택하고 시기도 절정기보다 약간 늦은 시기를 택할 필요가 있다. 차량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자칫 시기를 잘못 택하면 꼼짝없이 지체하는 수가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매표소 못 미쳐 대형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것이 좋다. 대원사에 닿기 전 조경용으로 곳곳에 심은 당단풍은 핏빛처럼 붉다. 대원사를 지나면 계곡과 맞닿은 오름길 직선로가 나오는데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은 등산객뿐만 아니라 출사 나온 사진동아리 회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지금은 폐교된 유평초등학교자리 주변에는 마을의 깊이만큼 오래된 감나무가 많다. 시기를 잘 택하면 진홍빛감과 단풍의 절묘한 조화를 볼 수 있어 묘미는 더 있다.

계곡을 끼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조금 더 오르면 양옆으로 사과나무밭이 산재해 있다. 사과나무가 많지만 지명은 밤밭골이다. 고산지 지리산 사과는 일반 사과와 맛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 단풍이 절정일때까지도 사과를 볼 수 있다. 약간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만 무농약과 감칠 맛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구입도 가능하고 운이 좋으면 덤으로 몇 개 더 얹어 준다. 사과밭은 지리산 치밭목으로 향하는 중땀 윗새재 입구까지 산재 해 있다. 마을 못 미쳐 지리산 주능 동쪽 단풍의 조망은 환상이다. 특히 해질 녘 반 역광에 비친 단풍은 가만히, 아주 차분히 바라보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단풍놀이 가기 전 참고하세요

가을철은 날씨 변화가 많은 만큼 미리 단풍 일정과 날씨를 보고 가는 것은 상식이다. 기상청(www.kma.go.kr)홈피에 가고자 하는 지역 지자체에 단풍 일정을 문의하거나 국립공원 홈페이지(www.npa.or.kr)이용하면 된다. 요즘은 전화나 휴대폰 131 날씨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최근 가뭄으로 단풍이 들기전 말라버리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다음 주말이 절정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경남일보 최창민기자 명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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