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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진주 에나길 1~2코스

by 구석구석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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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진주시는 지역민들이 1000년 이상 사용한 지역 토박이말을 모은 <진주사투리 사전>을 펴냈다. ‘진짜’‘정말’이란 뜻의 에나는 그 사전에도 나오는 진주의 고유 언어다. 두 코스로 나뉜 진주에나길은 진주성(사적 제118호)을 중심으로 도심 일부 구간과 남강을 따라 걷는 강변길, 시민들의 쉼터인 산까지를 포함한 역사문화, 또 생태탐방로다.

진주에나길

진주에나길 1코스는 진주성(공북문)~중앙시장~진주교회~비봉산(138.5m)~선학산(135.5m)~진주시청~천수교~진주성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총 거리 15km에 휴식 포함 5시간쯤 걸린다. 진양교~새벼리~석류공원~가좌산~망진산(178.6m)~천수교로 이어진 2코스는 12km로 4시간이면 충분한데, 1코스에 비해 조망도 좋고 난이도도 덜한 편이다.

진주성

에나길 1코스는 진주성, 그중에서도 공북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성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여서 출발 전 혹은 출발 후 상관은 없는데, 어쨌든 진주성 코앞에서 진주성을 보지 않고 간다는 건 억울한 일이다. 진주성에선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든 논개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충무공 김시민(1554~1592)과 진주성전투를 빼놓아선 안된다. 유등축제도 이 진주대첩에서 유래했다. 진주성 안엔 의암과 촉석루, 김시민장군전공비, 쌍충사적비, 영남포정사, 북장대, 국립진주박물관, 서장대 등이 있다.

 

 

진주 동성동 진주성 촉석루

진주의 상징이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8호로 등록되어 있는 촉석루 자나깨나 백성들과 함께 한 누각 예서 바로 세상 인심 환하게 드러났네 임진·계사 묵은 함성 나라 지켜 몸바친 뜻 충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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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주변으로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몇 개의 카페와 진주교육지원청, 경찰서, 우체국 등을 차례로 지난다. 교육지원청은 옛 배영초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원래는 일본인들이 다니던 공립심상소학교였는데 2013년 문화재청으로부터 건축물 문화재 제582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원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로 꼽힌다. 진주는 경남 최초의 근대식 공립학교 등이 세워진 곳이고, 전국 최초로 어린이 권익을 위한 소년운동이 일어난 곳, 또 신분제 유습인 백정 차별 철폐와 평등 대우를 주창한 형평운동이 시작된 도시다.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주운석빵.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번화가인 ‘로데오거리’를 지나면 중앙시장이다.

먹는 것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 시장만큼 반가운 곳도 없다. 에나길은 시장을 관통하지 않지만 부러 들어가본다. 꿀빵은 통영에만 있는 게 아니다. 비슷한 모양의 진주꿀빵도 있다. 소분해 얼렸다가 하나씩 꺼내 먹어도 맛있다. 시장 옆 수복빵집은 찐빵을 팥물에 찍어 먹는 집이다. 맛이 제법 좋아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진주 대안동-중앙유등시장

대안동 진양호로547번길 8-1 중앙유등시장  점포가 500개가 넘는 중형재래시장이다. 진주 시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진주중앙시장은 전문 시장가는 물론, 각종 지하상가, 금융기관, 의료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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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것,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하여 별도의 도시락이 필요없다. 도시락이 있어야 할 배낭엔 꿀빵이며 찐빵이 차곡차곡 쌓인다.

비봉산 정상엔 조망이 없지만 등산로 중간엔 약간의 조망이 있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평지를 벗어나 언덕을 올라선다. 비봉산 가는 길이다. 도심은 도심대로 활력에 넘치고 산은 산대로 활기에 넘친다. 산행보단 운동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진주의 산들이다. 그렇다고 쉽다는 건 아니다. 올라서는 동안 등이 젖는다. 계단 옆 수도꼭지를 돌리면 콸콸 시원한 물이 쏟아진다. 이 물길 위가 비봉산 정상이다. 정상엔 아무런 표식도 없고 조망도 없다. 이제부터 봉황교까진 길이 좋다. 중간중간 화장실, 정자, 벤치 등도 많다. 봉황교를 건너면 비봉산을 벗어나 선학산이 된다. 여기서 정상까진 약 1.1km.

봉산사 / 진주시 의병로 149

진주강씨 시조이자 고구려 병마도원수를 지낸 강이식 장군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한 곳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방화로 소실 된뒤 1714년(숙종 40) 비봉산 아래에 중건했지만 이후로도 소실과 중건을 반복했다. 지금의 건물은 1983년에 지은 것이다. 1코스에서 이 봉산사 앞을 지나 비봉산으로 올라간다.

 

 

진주 상봉동 의곡사 비봉산

진주시 의곡길 72 / 의곡사 055-741-4710 진주시 비봉산은 진주시민들의 고향으로, 의곡사 (義谷寺)라는 절을 안고 있다. 단기 3018년(서기 685)에 통일신라 32대 효명왕 5년에 혜통도사가 창건한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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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에서 선학산 가는 길. 주로 운동을 하러 온 어르신들이 많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선학산은 비봉산보다 조망이 좋고 넓다. 때문에 올라온 이들도 많았고 운동을 마치고 내려서는 이들도 많았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시가지 건물은 뿌연 가스층 안에 갇혔다. 산을 내려서면 더이상 오르막은 없다. 진주시청을 지나 진양교를 건너 아래 강변길을 따라 진주성으로 돌아온다. 원점회귀여서 진주성에 주차하면 편하다.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전망대는 19억원을 들여 조망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며 남강과 진주성일원이 훤히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적은비용으로 산림훼손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2층건물의 데크이며 1층은 화장실로 만들어졌다. 북으로는 자굴산 광제산 집현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방어산 월아산 종합경기장 김시민대교가 조망된다.

전망대 서쪽방향에서는 진주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남강변의 진주성이 손에 달듯하며 유등축제도 조마이 가능한 곳이다. 저멀리 지리산천황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에나길 2코스 안내도

2코스는 1코스처럼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가 아니다. 2코스를 걸을 생각이라면 진주역과 진주시외버스터미널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차를 갖고 갈 경우 역시 진주성에 주차한다. 구간 시작점인 진양교와 마지막 지점인 천수교 모두 진주성과 가까워 걸을 만하다. 대신 진주성까지의 거리를 추가해야 한다. 두 곳 다 1코스 때 지났던 곳이라 낯설지 않다.

진양교에서 남강변을 따라가도 되지만 이정표는 도로 위쪽으로 이어졌다. 강변엔 겨울과 봄이 섞인 바람이 불었다. 늦추위에 강은 얼었지만 쩍 쩌억, 얼음은 어김없이 갈라지고 깨졌다. 강 너머 공단에서 피어나는 연기조차 하얀 구름처럼 보이는 강변길이다. 그렇다고 강을 따라 계속 가면 다음 기점인 석류공원을 놓친다. ‘진양교 1.1km, 석류공원 0.9km’이정표가 있는 도로로 올라선 후 안전한 인도를 따라 이동한다.

도로 좌측에 작은 기념비가 있다. “촉석루 지붕 모양과 남강의 물결, 진주성곽”등을 모티브로 새벼리 난간을 제작했다는 내용이다. 절벽인 새벼리는 진주시내로 진입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진주를 떠나고, 진주로 들어오는 시외버스들이 서로의 갈 길을 따라 빠르게 흩어졌다. 도로 너머로 ‘형평운동가 강상호 묘소’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석류공원이다. 강변길을 걷다 MBC 방송국을 지나 석류공원에서 망진산으로 바로 가는 이들도 있다. 대신 진주시 공식 루트에선 벗어난 길이다.

연암공과대학 입구에서 산으로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진다. 도로 소음에 시달렸던 귀가 모처럼 맑은 공기로 정화된 느낌이다. 이 가좌산 대숲은 기대 이상이다. 위로, 옆으로, 빼곡이 자란 대나무는 초록이다 못해 검었다. 와, 와, 감탄이 끊이질 않는다. 온몸에 초록물이 들었다. 겨울에도, 이른 봄에도 대숲은 싱싱하다. 대숲이 끝난 이후론 너른 숲이다. 망진산 직전까진 큰 오르막이 없다. 아직은 앙상한 숲이지만 여전히 좋은 길이다.

당장은 망진산보단 에나길 이정표를 기준으로 움직이되 ‘망진산 3.2km’가 나오면 에나길 이정표를 버리고 망진산 이정표를 따라야 한다. 세종유치원 갈림길에 서면 우측으로 망진산 정상이 보인다. 하지만 길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이어진다. 망진산은 아직 2.1km, 산에서 2km는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대신 정상 코앞만 가파를 뿐 길은 비교적 순하다.

망진산 정상엔 산불감시초소와 방송국 송신탑, 또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시설물이 많아 답답하고 옹색한데 고개를 돌려 방향을 바꾸면 생각이 달라진다. 뺨으로 차가운 바람이 쏟아진다. 북쪽의 지리산에서 불어온 바람이다. 지리산의 기다란 능선이 망진산에 서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남강도 지리산을 따라 길게 드리웠다. 출발이 늦었는지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기운다. 산 정상 옆은 도로다. 5km 이상 열심히 산길을 걸었는데 찻길이 있다고? 허무하긴 하지만 다행이기도 하다. 하산을 서두른다.

망진산 한쪽엔 진주 8경 중 제5경에 속하는 봉수대가 있다.

고종 32년(1895)까지 연기와 불을 피워 적의 침략을 알렸던 통신 수단인데, 지금의 봉수대는 폐지된 지 백여 년만인 1996년, 원래보다 1/3로 크기를 줄여 진주시민들이 새로 조성한 것이다.

산을 내려와 마을을 지나면 다시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다. 진양교에서 시작한 길은 천수교에 닿으면서 끝을 맺는다.

진주시 강변길20번길 20 1층 / 카페 두스두스 055-920-7925

에나길 바로 옆은 아니고 2코스 진양교에서 강변길을 따르다가 주택가로 빠지기 전에 있다. 보존제나 유화제 등의 첨가물 없이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쿠키와 빵류를 만드는 베이커리카페이다. 아메리카노 4000원, 르뱅쿠키 3500원, 에그타르트 3000원.


/ 여행스케치 2022 황소영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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