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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평창군 회동리 청옥산 육백마지기 깨비마을

by 구석구석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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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1-58 /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 일원이 짙은 녹음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무더위를 잊게 하고 있다. / 사진 전창현

코로나 시대에 급부상한 산이 많다. 강원도 평창 청옥산(1255m)이 대표적이다. 한데 SNS를 보면 청옥산은 정상석 인증사진을 찾아보기 힘들다. 톡톡 튀는 등산복 빼입은 MZ세대 등산객도 안 보인다. ‘육백마지기’라 불리는 정상부까지 포장도로가 깔려 차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난 도로 덕분에 청옥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차박(차에서 하는 캠핑)’ 성지로 거듭났다. 

청옥산은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정선읍에 걸친 산이다. 평창에는 국립공원인 오대산을 비롯해 산림청 100대 명산에 꼽힌 가리왕산·계방산·백덕산 등 크고 높은 산이 많다. 청옥산이 이들 명산처럼 인기 있는 산은 아니었다. 과거엔 화전민이 터를 잡았던 곳이고, 화전이 금지된 뒤에는 정상부 너른 밭이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명성을 떨쳤다. 600마지기 농사를 지을 만큼 넓은 땅이어서 예부터 ‘육백마지기’로 불렸다.

청옥산이 관광명소로 부상한 건 최근 들어서다. 2018년 평창군이 육백마지기 9000여㎡를 야생화 생태단지로 꾸민 게 결정적이었다. 곧 ‘차박 성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대면 여행 명소로도 주목받았다. 육백마지기에서 취사, 야영은 금지이지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만 자는 ‘얌전한 차박’까지 막진 않는다.

육백마지기 / 평창군

중앙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진행한 ‘제8회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 및 환경부분에서 청옥산 깨비마을(010-8648-4154)이 우수농촌마을로 선정되었다. 

청옥산 깨비마을은 2021년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 부문 입선을 차지했다. 해발 600m 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을 단정하게 가꾸고 청정한 자연을 내세워 야영객, 체험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현재 마을에는 45가구, 97명이 산다. 왜 깨비마을일까. 다소 썰렁한 전설이 전해온다. 먼 옛날 마을 일대에 부자가 많았는데 이들의 심보가 고약해 도깨비가 혼쭐을 내고 망하게 했다고 한다. 그 뒤 주민들이 오손도손 살게 됐단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화전민의 후손이다. 2010년 홍양미(51) 사무장을 중심으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2011년 ‘깨비마을’이란 이름을 내걸고 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생업으로 하면서도 마을 일에 팔 걷고 나섰다. ‘친환경 마을’이란 이미지에 걸맞게 경관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민 각자가 집 앞과 도로를 치우고 꽃을 심었다. 폐교된 미탄초등학교 청옥 분교를 야영장으로 만들었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카라반 5대를 장만하고, 11개 데크를 설치하자 청정한 오지 캠핑장(dokkebi.campingt.me)으로 입소문이 났다. 육백마지기에서 눈치 보고 불편하게 차박하느니 깨비마을에서 마음 편히 야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창 청옥산 깨비마을 안쪽에는 용수골로 가는 산책로가 있다. 청아한 계곡물소리 들으며 걷기 좋다.

청옥산은 예부터 산나물이 유명했다. 그 이미지를 활용해 깨비마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산나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을 주민이 어린이와 함께 곤드레나물을 무친다. 마을 상징인 도깨비 모양 방향제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석고로 도깨비 모양 본을 뜨고 자유롭게 색을 칠한 뒤 방향제를 발라 자동차에서 쓰도록 한다. 홍양미 사무장은 “학교나 어린이집 학생은 물론이고 가족 야영객도 체험하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평창시티투어 봄 테마로 '산나물 도시락 코스' 투어 중에 깨비마을에서 산나물비빔밥을 점심으로 제공받는다. / 평창군

깨비마을에 간다면 마을 뒤편 산책로를 걸어봐야 한다. 울창한 원시림을 걷다 보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청옥산에서 발원한 용수골이다. 물놀이를 안 하고 소리만 들었는데도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번졌다.

/ 중앙일보 평창=글·사진 최승표 기자

깨비마을 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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