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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서대문구 백련산숲길 - 안산산책로

by 구석구석 202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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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산 숲길과 안산 산책로 / 10.1km / 4시간30분

백련산(白蓮山)을 걷는 날은 눈이 호강을 한다. 낮은 능선 위에 살짝 올라서기만 했을 뿐인데 온 세상이 발밑에 깔리고 북한산(北漢山)과 인왕산(仁王山), 안산(鞍山)이 같은 눈높이로 다가온다. 기개 높게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 백련산 능선의 첫머리 조망은 종이에 바짝 엎드린 2차원 지도의 등고선(等高線)으로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입체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어 걷는 서대문구의 안산은 연못공원과 메타세콰이어 산림욕장이 들어선 서대문구의 자랑이다. 남쪽 능선 조망명소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와 인왕산 풍경도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가 그대로 살아난 듯 인상적이다.

홍제역~백련산 산책로 1시간20분/3.3km

백련산과 안산 숲길 산책로는 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의 자연 놀이터요 쉼터가 된다.

백련산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홍제역 4번 출입구를 나선다. 황량한 도심을 5분 정도 걷다가 지상과 고가도로가 두 겹으로 겹치는 홍은사거리에서 그대로 건널목을 건넌 후 왼쪽으로 간다. 몇 걸음 떼지 않고 만나는 손동현내과 건물을 끼고 돌면 곧바로 백련산으로 올라가는 돌계단(2)이 나온다. 돌계단을 올라선 후 곧바로 오른쪽 오솔길로 돌아서면 우리가 걸어야 할 능선길이다.

15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도심의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가 차츰 잦아들고, 향기로운 솔향이 코끝까지 차오른다. 하늘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조금씩 자리를 넓히더니 곧 새파란 하늘을 이고 선 능선 들머리가 거대한 암반 위로 열린다. 이 능선의 끝자락에는 오래전부터 태극기가 휘날린다. 얼마 전부터는 사각형 정자가 단단하게 기둥을 박고 쉬어 가는 길손을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백련산 전망대.

백련산의 조망은 10여분 뒤에 만나는 북한산 조망점에서 극에 달한다. ‘북한산’이라는 입체영화가 상영되는 이름 없는 이 봉우리에는 웬만한 산에는 하나씩 있는 ‘조망명소’라는 안내판조차 없다. 그러나 이 풍광 하나만으로도 백련산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큰 길만 따라가면 자칫 이 풍광을 볼 수 없을 수도 있으므로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 가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북한산 조망점을 지난 이후로 능선의 가지런한 숲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백련산 정상 팔각정이다. 팔각정 앞을 지나 숲길을 15분 정도 더 걸으면 오른쪽 내리막 계단으로 ‘백련사 200m’라는 푯말이 보인다. 그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백련사~안산 연못공원 55분/2.4km

백련산 숲길의 종착구간인 계단을 내려오면 차도(車道)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백련사(白蓮寺)를 보고 돌아와야 할 것이다. 백련사는 신라 경덕왕(景德王) 때 정토사(淨土寺)란 이름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삼각산정토백련사(三角山淨土白蓮寺)’란 편액이 달린 일주문(一柱門)을 지나 조금만 들어가면 무량수전을 비롯한 8개의 전각으로 이루어진 백련사 경내다. 붉은 배롱나무꽃이 등불을 켠 듯 환하게 피어난 백련사 앞마당에는 고즈넉한 천년 고찰의 향기가 배어 있다.
 
 백련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안산으로 향한다. 찻길 옆으로 차단막이 설치된 인도(人道)를 따라 서대문구청 4별관까지 간다. 별관 건물을 왼쪽에 두고 끼고 돌아 홍제천 윗길로 간다. 홍제천 윗길을 따라가다 홍연교를 건너 서대문구청 본관까지 간다. 구청 본관 주차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안산으로 향하는 넓은 길이다. 찻길 오르막을 따라가면 서울시립서대문청소년수련관 맞은편으로 안산 공원길이 시작된다.   

봄이면 하얀 면사포 같은 벚꽃길을 만들어 내는 이 공원길은 열 명이 횡대(橫隊)로 걸어도 될 정도로 폭이 넓다. 이 널찍한 산책로가 바로 말안장을 닮아 안장 안(鞍)자를 이름으로 얻은 이 산의 흙길 들머리가 된다. 사람 손이 많이 간 이 산책로는 봄부터 가을까지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는 벚나무가 호위한다. 청계천 개발 이후로 유행처럼 번지는 인공(人工)계곡의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발길을 따라붙는다.

안산 산책로는 벚나무가 반기는 넓은 길로 시작된다.

안산산림욕장~독립공원 1시간50분/4.4km

작은 물길이 시작되는 안산생태연못은 갖가지 수생(水生)식물과 산새들이 노니는 수변(水邊)공원이다. 뭍에는 흰머리를 풀어헤친 조팝나무가 햇볕을 쪼이고, 조경석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영산홍 한 움큼은 철쭉과 함께 연못 조경의 붉은 포인트를 찍어댄다. 이것이 안산 연못공원의 6월 풍경이다. 여름이면 물을 양껏 빨아들인 수초들의 짙푸른 녹음이 연못을 뒤덮다시피 한다.  

길을 잇기 위해서는 안산 연못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생뚱맞게 나타나는 차도를 건너 바른편으로 간다. 100m 정도 간 후 산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다시 또 얼마 가지 않아 심상치 않은 선선한 기운이 감지될 것이다.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같은 침엽수들이 뿜어내는 이 청량감은 안산 산림욕장(山林浴場)의 시작을 알리는 메타세콰이어나무에서 나오는 것이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산림욕에 그만인 안산 산림욕장.

산림욕장 입구 갈림길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곧바로 정상(頂上) 봉수대(烽燧臺)로 가는 가파른 길이니, 오늘 우리는 오른쪽으로 꺾는다. 그러면 침엽수의 빽빽한 수직과 길의 평탄한 수평이 엇물려 직각을 이루는 가지런한 산림욕장길을 걷게 된다. 맘껏 피톤치드의 바닷속으로 휘적휘적 걸어가 보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림욕장 벤치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가길 권한다.  

산림욕장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 ‘봉화봉약수터 450m’ 방향과 ‘무악정’ 이정표를 따른다. 무엇보다 중턱으로 난 길을 찾아 걷는다는 느낌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없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은 오늘 소개하는 길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무악정 정자 앞에 도착했으면 잠시 쉬었다가 ‘안산천약수터250m’ 푯말이 가리키는 중턱길을 찾아 걷는다.  

운동시설이 많이 있는 안산천약수터 쉼터 옆을 지나면 길은 어느새 능선으로 이어진다. 안산이 말안장처럼 편안하게 생긴 것은 지금부터 걷게 되는 능선 때문이다. 남쪽을 향해 엎드린 이 능선길은 15분 정도 이어지다가 인왕산과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명소를 만들어 낸다. 이곳에선 아까 백련산에서 보았던 위엄 넘치는 풍광이 아닌 사람 사는 세상의 복잡한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말안장을 닮은 안산의 능선길.

능선길은 여기서 10여 분을 더 가다 작은 사각정자를 만나며 멈춰 선다. 이 정자 왼쪽으로 보면 좁은 내리막 오솔길이 보일 것이다. 약간 가파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이리로 내려가면 서대문독립공원까지 이어지는 포장 산책로를 만난다. 이 산책로에서 왼쪽으로 향한다.  

이 포장 산책로는 왼쪽에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군부대 방향 샛길로 빠져나오며 20여분 만에 마무리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의 독립공원이 나온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공원 일대를 둘러보고 나면 곧바로 지하철 독립문역을 통해 귀가할 수 있다.

/ 월간조선 윤문기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ㆍ도보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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