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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관악구 서울대 - 무너미고개 - 안양예술공원

by 구석구석 202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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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계곡과 무너미고개, 안양예술공원 / 8.6km / 4시간내외

서울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걷는 이 길은 내내 계곡을 곁에 두고 걷는다. 덕분에 이 길 주변의 숲은 물을 한껏 머금어 싱싱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수목 사이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닐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숲을 향한 마음을 담아 발길을 옮기면, 길은 생동하는 기쁨의 향연으로 산보객들을 안내할 것이다. 안양 쪽 물길을 막고 들어선 관악수목원 때문에 잠시 거친 숲길을 걸어야 하지만, 이 어려움은 시원한 조망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관악산입구 정류장~관악산호수공원 30분/1.1km

 

무너미고개 고갯마루에서 양갈래로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길을 잡아 가는 코스이다. 무너미고개는 서쪽 삼성산과 동쪽 관악산이 엇물리는 경계 지점이다. 보통 관악산계곡길이라고 부른다. 산 입구는 알고 보면 삼성산과 관악산의 경계인데, 역시 관악산입구라고 불린다. 관악산의 명성에 가려 늘 손해를 보는 듯한 삼성산은 내심 속이 상할 듯도 하다. 하지만 이곳을 뭐라 부르든 그건 사람의 일이지 산(山)의 일은 아닐 것이다.

 

관악산입구 버스정류장,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로 광장이 북적인다. 이리저리 사람이 물결을 이루며 휩쓸려 다닌다. 오글거리던 사람들은 흐름을 만들어 숲으로 흘러들다가 떠밀려 다시 이곳으로 나오거나 맞은편으로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오글오글 모여 있는 사람들에 진저리를 친다. 오히려 비가 내리는 날은 그런대로 한가로워 걷기에 낫다. 그래선지 걷기의 고수들은 비 올 때 걷는 숲길이 진짜 맛나다고 말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조금만 가면 만나는 관악산입구는 딱딱하고 넓은 포장도로다. 휴일의 수많은 인파가 떠밀리며 올라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너비다. 자꾸자꾸 위로 갈수록 길은 곁가지와 중심가지로 갈라지면서 아담해지며 저마다의 개성을 띤다. 그 시작은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밋밋한 길이 오히려 효율적이겠다.

 

15분 정도 평지 같은 길을 가면 왼쪽으로 전광판이 있고, ‘연주대, 호수공원’을 가리키는 푯말이 보일 것이다. 그리로 간다. 곧 관악산호수공원을 맞닥뜨리게 된다. 예전에 있던 콘크리트 수영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세운 호수공원은 한국식 연못 조경(造景) 양식을 따른다.

 

창덕궁 애련정을 모티브로 지은 관악산호수공원의 정자.

호수 가운데 신선이 사는 땅을 상징하는 섬이 박혀 있고 그리로 넘어가는 다리가 놓였다. 상류 쪽으로는 창덕궁 애련정을 모티브 삼아 지은 듯한 아담한 정자(亭子)가 잔잔한 수면에 지나는 사람들과 함께 비쳐 든다.

 

관악산호수공원~무너미고개 1시간/2.4km

 

호수공원부터 길은 물줄기를 놓지 않고 왼쪽과 오른쪽 연안을 건너다니며 거슬러 오른다.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는 느낌은 물줄기를 바라보는 시선으로만 감지될 뿐 몸은 평지 숲길을 걷는 것마냥 가뿐하다. 약간의 출렁임이 느껴지는 짧은 구름다리와 통통 튀는 나무다리를 몇 번 건너고, 몇 개의 갈림길을 지나친다. 길이 가지를 치는 곳마다 이정표는 ‘무너미고개’ 방향을 정확히 알려준다.

 

단, 길을 찾을 때 극히 주의해야 할 곳이 있다. 관악산호수공원을 지난 지 40분 정도 되면 ‘무너미고개 0.4㎞’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이 푯말을 따라 곧장 직진하면 무너미고개 동쪽 능선으로 올라가 버린다. 따라서 ‘무너미고개 0.4㎞’를 지난 지 50m 정도 됐을 때 오른쪽 1시 방향으로 난 길로 간다. 그 길로 5분만 가면 소방재난본부에서 붙여 둔 비상구조 위치푯말에 ‘K42·무너미고개’라고 쓰인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발길과 세월에 깎여 나간 무너미고개는 참 볼품없어 보인다. 그나마 소방재난본부에서 세워 놓은 푯말이 있어 이곳이 그곳이란 걸 알게 할 뿐이다. 하지만 ‘볼품없음’ 역시 사람의 시선일 뿐 숲에서 배제되고 묵살되는 존재란 없다. 우리도 반드시 이곳을 밟아야 다음 길을 열어 갈 수 있다.

 

무너미고개를 넘어가면 길은 무척 한산해진다. 주말에도 찾는 이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 정복의 야심(?)에 거친 숨을 토하면서 산꼭대기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입산(入山)의 느긋함을 기슭과 골짜기에서 즐긴다. 무너미고개 언저리로부터 비롯되는 작은 물줄기를 이리저리 그어대며 길은 이어진다. 인적 드문 곳이어서 물을 건널 때는 징검다리에 몸을 맡겨야 한다. 물줄기는 맑고 얕고 시원하다.

 

관악산계곡을 따라 걷는 완만한 숲길이다.

관악수목원~안양예술공원 2시간/5.1km

 

무너미고개를 넘어 안양의 작은 물줄기를 따라 걷기 시작한 지 40~50분이 지나면 꼭꼭 닫힌 관악수목원 뒷문이 나타난다. 물줄기를 따라 난 편안한 숲길은 이 문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오른쪽 산의 중턱과 능선으로 돌아가는 조금 거친 우회로로 돌아가야 한다. 관악수목원 우회로만 아니었다면 이 코스는 입문자 코스로 적극적으로 추천되었을 것이다.

 

어딘가 있는 수목원 울타리 틈바구니를 비집고 월담하는 사람도 간혹 눈에 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전체 수목원 부지 중 1.7%에 해당하는 면적이 ‘서울대학교 농대(農大)의 연구와 교육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출입이 제한된다. 1.7%에 막혀 편한 물길을 버리고 돌아가는 아쉬움이 크다.

 

이제부터는 ‘예술공원(수목원정문)’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만남의다리’란 이름표가 걸린 붉은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계곡이 무척 서정적이다. 길은 자꾸자꾸 위로 올라만 가는 듯하더니 시원한 전망을 냉큼 안긴다. 발아래로 관악수목원 조절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눈을 가늘게 뜨면 멀리 아파트들 사이로 평촌신시가지의 쌍둥이빌딩이 보인다. 이제는 서서히 내리막길이다. 관악수목원 우회로는 번듯하게 지어진 공중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곳은 곧 안양예술공원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왼쪽으로 가면 평일에 미리 신청해야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는 관악수목원 정문이다. 우리는 오른쪽 안양예술공원길을 따라간다. 여전히 길은 물줄기와 함께한다. 길켠으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설치된 조각 작품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미국의 비토 아콘치의 <웜홀>이라는 초대형 설치미술 작품이다.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난 통로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안양예술공원길은 안양역까지 운행하는 2번 마을버스가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진다. 비토 아콘치의 작품이 있던 길 초입을 지나 25~30분 정도 지나면 오른쪽 다리 건너 보이는 주차장에 안양역까지 가는 2번 마을버스 회차장이 있다.

/ 월간조선 윤문기 걷기 칼럼니스트ㆍ도보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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