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거류면 은황길 82-91 (은월리) / 만화방초(萬花芳草)’ 010-3870-1041
반려동물반입불가 / 09 ~ 18시 / 6월말 수국축제, 단풍명소 / 산길이고 진입로가 좁아 교통체증있음
거류면 벽방산에 조성한 약 27만㎡ 남짓의 개인농원 만화방초는 고성이 고향인 정종조(72) 대표가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40대 때부터 30여 년을 가꾼 농원이다. 농원은 임업을 하던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땅에다 주변 땅을 더 사들여 조성했다. 사업을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정 대표는 스스로 휴식과 위안을 위해 농원을 가꿨다. 농원에다 벚나무와 차나무를 심었다. 봄이면 햇차를 앞에 놓고, 벚꽃을 보며 꽃놀이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농원의 차밭이 무성해지고 벚나무가 굵어지면서 하나둘 다녀간 이들이 소문을 냈고, 급기야 고성이 고향인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인 고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로부터 ‘만화방초’란 이름까지 받게 됐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농원이 아니어서 2007년 처음 개방한 이래 10년 동안 만화방초는 한 푼의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해마다 관람객이 늘면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에 비용이 발생했고 고심 끝에 2018년부터는 관람객으로부터 자율요금 3000원을 받고 있다.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2년 전부터 만화방초는 수국 개화 시기에 맞춰 수국축제를 시작했다.
만화방초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연스러움이다.
농원에는 200종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제 색깔로 자라고 있다. 수국은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분홍빛으로, 산성이 강하면 남색으로 피어나니 대부분 수목원이 이런 특성을 활용해 비료를 줘가며 색색의 꽃을 피워낸다. 하지만 만화방초의 정 대표는 땅이 본래 가진 물성(物性)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정 대표는 또 해마다 수국 개화 시기에 소란스러운 관람객으로부터 수국 덤불 안에 둥지를 트는 박새와 동박새를 지키기에 여념 없다. 수국이 지고 나면 내년의 개화를 위해 꽃대를 모두 잘라줘야 하는데, 정 대표는 그때마다 꽃대 안쪽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손수 나무로 만든 새집을 농원 곳곳에 설치하고 있는 건 그 미안함 때문이다.
만화방초는 그레이스 정원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래 가꿔온 곳이니만큼 식생도 다양하고 공간도 다채롭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작은 연못이 있는가 하면, 계곡 옆으로 울창한 편백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공간도 있다. 정 대표의 꿈은 농원 위쪽에 있는 벽방산 턱밑의 수년 전 만들어놓은 전망대까지 수국을 심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다고 무슨 커다란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닐 테지만,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꽃밭을 가꿔내는 게 ‘참으로 쓸모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쯤에서 평생 묘목을 길러 정부에 납품하던, 작고한 정 대표 부친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 평생 나무를 길러 파는 임업에 종사했다는 정 대표 부친은 정부 납품 과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편백나무 묘목을 줄잡아 수십 년 동안 아무 대가 없이 고성군에 무상 기증했고, 고성군은 그 나무를 갈모봉 자락에 심었다. 아름드리 편백나무로 빽빽한 ‘갈모봉산림욕장’의 숲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 글 문화일보 박경일 전임기자
벽방산(碧芳山)은 '푸른 밥그릇' 산이다. 원래의 이름도 그랬고, 지금도 벽방산에 있는 사찰에 가면 벽발산(碧鉢山)이라 쓰고 있다. 벽발 보다 발음하기 쉬운 벽방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푸를 벽, 바리때 발. 바리때는 전통사찰에서 사용하던 그릇으로 발우(鉢盂)라고도 한다.
누가 언제 지은 이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의 뿌리는 2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쓰던 바리때를 제자 가섭존자에게 전하니 이를 들고서 미래에 올 미륵부처(彌勒佛)를 기다린다는 불교 설화에 기인한다. 불교에서 가사와 발우(의발衣鉢, 옷과 그릇)는 진리의 가르침을 전하는 상징으로 통한다.
통영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가장 먼저 도래한 가야에 속했던 땅으로, 전통적으로 불심이 깊은 곳이다. 그러니 불교 설화에서 따온 지명이 참 많다(최광수의 통영 이야기 제297화~제302화, "통영의 불교 지명 이야기 1~4" 2021년 8월~10월). 벽방산은 푸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눈 푸른 수행자가 세상을 구제할 부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벽방산은 통영, 거제, 고성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650.3m). 산이 높은 만큼 정상에 서면 시선이 멀리까지 가 닿는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벽방산 정상을 찾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은 시선이 좁아서였을까.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이야기 또한 많기 마련이다. 벽방8경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만난 깨우침이자 낭만이라 무척 기다려진다.
제8경 한산무송(寒山舞松)은 안정사 입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안정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이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푸르디푸른 기운이 가득하여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기에 좋다. 이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조선 왕실이 발행한 금송패(禁松牌)가 안정사에 3개 있다고 한다. 소나무 벌목을 단속하고 감시하는 권한을 부여한 일종의 신분증이다.
안정사는 삼국통일 전쟁이 한창이던 654년 원효대사가 지어 한때 전국 굴지의 사찰 규모를 가졌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조선 영조 27년(1751)에 다시 지었다. 그 후 대웅전은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으며, 철종 3년(1852)에 다시 지은 것이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안정사에는 유물이 무척 많다. 대웅전에는 고려 공민왕 때 조성한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누각 만세루는 경남문화재자료 제145호로 지정되어 있다. 임란 직전인 1580년 만들어진 범종과 숙종 28년에 조성한 높이 10m가량의 괘불이 있고, 큰 행사 때 불상과 경전 등을 옮기는 데 쓰는 채여(彩輿)가 있다. 하지만 괘불과 채여는 1993년 도난당하였다.
안정사 주변에는 가섭암, 의상암, 은봉암 등의 암자가 있다. 가섭암은 안정사와 같은 해에 원효스님이 지었다고 하는데, 큰절인 안정사보다 먼저 지어진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부처님의 으뜸 제자였던 가섭존자가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669년 원래의 자리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지어졌다.
/ 자료 - 글 : 한산신문 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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