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농소면에서 남쪽으로 도로번호도 없는 구불구불 좁은 길을 한참 달려서 성주 벽진면으로 들어서면 ‘달창마을’이 있다. 혐오와 비하로 얼룩진 일베식 용어로 오해하지 마시길…. 300년 전쯤 지금으로 치면 도지사격인 목사 김치온이 달밭(月田)마을에다 세금으로 받은 곡식 등을 보관하는 창고를 지었다고 해서 달밭마을의 창고라 해서 ‘달창’이라 불렀는데, 그걸 발음 그대로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하늘의 달(月)이 아니라 ‘통달할 달(達)’ 자를 쓰는 ‘달창(達倉)’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여담. ‘달창’이란 지명은 대구와 경남 창녕의 경계쯤에도 있다. 두 지역의 경계에 저수지가 있는데 절반은 대구 달성에 속하고, 나머지 절반은 창녕이어서 저수지 이름을 달성과 창녕에서 한 자씩을 따서 ‘달창(達昌)’으로 쓴 곳이다.
아무튼, 성주 달창마을에는 하늘목장이 있다. 본래 소를 기르던 드넓은 목장이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개념의 복합 나들이 공간이 됐다. 18년 전 문을 닫아 버려진 목장을,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농업회사 법인을 세우고 힘을 합쳐 3년 전 지금의 공간으로 조성했다. 새로 내건 간판은 ‘팜0311’. ‘3월부터 11월까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다는 게 여국현(38) 농업법인 우리동네 대표의 설명이다.
# 캠핑도 피크닉도 아닌 ‘캠프닉’
목장은 사실 별다른 게 없다. 번듯한 새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련되거나 화려한 시설을 들여놓은 것도 아니다. 주변 풍경도 ‘와’ 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그런대로 드문드문 민가가 있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고, 목장은 낡았지만 구석구석 손이 여러 번 간 게 느껴질 만큼 단정하다.
이곳에서 즐기는 건 ‘캠프닉’이다. 캠프닉이란 ‘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 멀리 떠나지 않고 소풍하듯 도시 인근에서 가볍게 즐기는 당일치기 캠핑이라 이해하면 된다. 돗자리만 들고 가볍게 떠나는 피크닉은 간편하지만 왠지 좀 아쉬운 듯하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캠핑을 하자니 복잡하고 번거롭다. 캠프닉은 이 둘의 장점을 합쳐서 누리는 것이다.
캠프닉을 위해 팜0311은, 목장의 소를 먹이기 위해 청보리를 키우던 4만여 평의 드넓은 초지에다 앉은뱅이 밀을 심었다. 그 초지를 내려다보는 자리에는 튼튼한 붙박이 텐트를 넣고 그 앞에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들였다. 여름에는 텐트 한 동 한 동 옆에다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튜브로 만든 개인 풀을 설치한다. 목장 살림집은 레트로 분위기의 커피숍으로 변신했고, 피자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됐다. 목장에는 닭과 염소, 토끼를 키우면서 먹이주기 체험을 진행한다.
/ 문화일보 2022.5 박경일기자
'방방곡곡 > 경상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도 운문-69번지방도-신원리 삼계리 문복산 운문령 (0) | 2022.05.25 |
---|---|
성주 도남리 도남재 의병창의마을 (0) | 2022.05.23 |
성주 영천리 무흘구곡 (0) | 2022.05.20 |
경주 구황동 황룡사터 (0) | 2022.05.17 |
상주 남성동 봄철여행 (0) | 202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