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홍어전문점 '맛나집' 02-745-0546
1997년 이 자리에서 가게 문을 연 이후 10년간 지켜온 원칙이 둘 있다. 하나는 따로 일하는 사람을 써 본 적이 없다는 것. 또 하나는 밑반찬은 물론, 고춧가루·된장도 직접 만든 것으로 쓴다는 것이다. 테이블 3개(그나마 하나는 큼직한 화분이 냉큼 올라앉아 손님 노릇을 하고 있다)짜리 허름한 식당에 별도로 사람 필요할 일도 없겠지만, 음식 맛이 혹시 달라질 지도 모른다는 전라도 진도 출신 주인 내외의 고집 때문이다.
2만원(小) 짜리 홍어 삼합을 시켰더니, 열댓 점 정도 올려놓은 삭힌 홍어 한 접시가 먼저 나왔다. 10분 정도 뒤에 따라 나온 삶은 돼지고기에선 허연 김이 펄펄 올라온다. 주문을 받으면 그 때부터 찐다. 역시 직접 담근 지난 해 김장 김치와 함께, 삼합이 완성됐다.
물론 칠레산이지만, 삭힌 지 나흘(홍어마니아에게는 일주일 된 놈을 추천한다)됐다는 녀석에게서는 씹을수록 은은한 향이 배어나온다. 동행은 “암모니아의 강력한 어택(attack)”이라며 호들갑이지만, 특유의 톡 쏘는 맛이 감미롭기만 하다.
취향에 따라 찍어먹으라고 된장·고추냉이·초장 종지를 골고루 내놓는데, 홍어 고유의 맛을 즐기려면 역시 고춧가루 넣은 왕소금에 찍어 먹는 게 제격이다. 서비스로 준 홍어애(홍어간 혹은 홍어 내장)는 씹을 새도 없이 입에서 녹는다. 바깥 주인이 “그건 처녀·총각에겐 안 주는 건데… 힘이 쓸데없이 넘쳐 난다니까”라며 의뭉을 떤다. 얼마 전 고향 들에서 직접 뜯은 놈으로 만들었다는 갓김치도 일품.
가게 구석 한 켠에는 홍두깨가 늠름하다. 손으로 빚은 칼국수(1인분 4000원)는 홍어로 흥분한 위장을 “눌러” 주는 데도 제격이지만, 자극적 맛이 아직 버거운 식도락가에게도 훌륭한 한 끼 식사다. 멸치로 국물을 냈는데, 면발은 탱탱하고 국물은 깔끔하다. 식사로는 또 북어해장국(4000원)이 있고, 홍어는 회(무침), 탁(삭힌 홍어), 탕을 고루 갖췄다. 각각 소(小) 1만원, 대(大) 2만원.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 3번 출구(대학로 방향)으로 나오자 마자 참치하우스 집을 끼고 우회전.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힐 만큼 좁은 골목길을 100m 가량 끈기 있게 거슬러 올라갈 것. 세탁소 한일사 옆집이다. 주차 안되고, 현금만 받는다. 일요일은 쉰다. 낮 12시쯤 열어 밤 12시쯤 닫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 어수웅기자
'방방곡곡 > 서울 한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용산구-삼각지에서 이촌역까지 걷기 (0) | 2014.10.09 |
---|---|
서울 종로-광화문 역사박물관 성곡미술관 (0) | 2014.10.05 |
서울 종로-안국동 별궁 천예명호 (0) | 2014.10.05 |
서울의 이름난 기사식당 (0) | 2014.10.05 |
강북-미아동 숭인시장 북서울꿈의숲 오패산 (0) | 2014.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