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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포항 북구-문성리 봉좌산

by 구석구석 201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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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걷고 싶은 힐링 솔숲길

 

경북 포항시 기계면과 경주시 안강읍의 경계에 위치한 봉좌산(鳳座山)은 산정에 봉좌암(鳳座岩)이라는 봉황새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는 먼 옛날 천지가 개벽할 즈음 이 지역에 물이 차 버리자 봉황이 봉좌암 바위에 앉아서 물난리를 피했다 하여 봉좌산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포항의 기계천 쪽에서 바라보면 바위의 모양이 마치 선비들이 쓰는 탕건같이 생겼다 하여 탕건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좌산의 좌우측에는 어래산과 운주산이 기계면 전체를 품고 있으며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에서 보면 봉황이 날개를 쫙 펴고 힘차게 비상하는 형상이다. 정상은 낙동정맥이 운주산 옆을 지나 이리재로 내려선 후 도덕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상에서 0.7㎞ 정도 벗어난 지점에 있다.

 

지금까지의 등산 들머리는 안강읍 옥산리 세심마을이었으나 근래에 접근성이 용이한 포항시 북구 문성리와 온갖 설화와 유적이 산재한 기계면 봉계리는 그동안 제대로 조명이 되지 못했다.

 

이 두 코스는 등산의 목적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진다. 두 군데의 탈출로가 있어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한 봉계리와 조금은 길지만 봉좌산의 진면목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문성리 새마을운동발상기념관이다. 전국에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는 많지만 문헌과 서류, 사진이 검증된 곳으로 제대로 둘러보려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기념관 우측 길을 따르면 잠시 후 갈림길 우측에 무학사 이정표가 보인다. 곧이어 좌측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이정표가 보인다. 기계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새마을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고 산길을 오르면 옛 성터 우물이다. 성터에서부터는 내림 길이다. 바둑바위와 간들바위를 지나면 넓은 등산로를 만나는 성산네거리다. 우측 사면에서 올라오는 길은 무학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계단을 올라 우측으로 내려서는 길은 분옥정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이다.

 

 

여기서부터 명품 소나무 숲길이 쭉 이어진다. 숲은 오지를 방불케 한다. 발바닥으로 푹신푹신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 하루 종일 걸어도 무방할 것처럼 활력이 차오른다. 명품소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은 지게재로 사각형 정자와 새마을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길은 세 갈래로 좌측이 어래산, 오름길이 봉좌산이다.

 

보기 드문 연리목을 지나면 어깨봉, 봉좌암으로 불리는 상봉 탕건바위가 보인다. 날씨가 흐려 조망은 아쉽지만 운해가 몰려와 신비로움을 더한다. 정상에 오르기 전 잠시 바위벼랑 아래 등산로로 내려선다. 기우제를 지내는 무제 제단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비가 오지 않으면 3명을 뽑아 새벽에 목욕재계시키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제를 올린 후에는 꽹과리를 치며 술병에 맑은 물을 담아 솔잎을 꽂아 막고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거꾸로 들고 물을 흘리며 마을로 내려갔다고 한다.

 

암봉으로 형성된 정상에는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가운데는 사과 형상의 3개의 기둥으로 된 철제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한가운데 종이 매달려 있으며 그 뒤로 새마을 기가 펄럭인다. 각종 지도와 예전의 정상표지석에는 해발 600m라 적혀 있었으나 최근에 포항시에서 실측한 결과 해발 626m로 판명되어 새로 세운 정상석에는 바로 적혀 있다. 오늘은 흐려 있지만 맑은 날에는 조망이 일망무제, 남쪽 좌측 전방에서부터 어래산 도덕산·자옥산·천장산·기룡산·운주산·침곡산·비학산·내연산·향로봉 등이 시계방향으로 차례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400여m를 내려서면 심복골 삼거리. 직진하는 길은 정자전망대를 지나 낙동정맥의 도덕산과 자옥산 또는 이리재를 지나 운주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우측 아랫길이 봉계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정자전망대를 왕복했지만 시원한 조망은 언감생심 요원하다.

 

직진하는 지능선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내려선다. ‘참으로 좋은 샘’이라는 ‘참샘이샘’이 나타난다. 땔감나무와 풀을 베어 농사를 짓던 시절에 나무꾼들이 쉬던 장소에 한여름에도 얼음이 서려 있어 그곳을 파보니 찬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간이 우물을 만들었는데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흘러 나왔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이었던지라 모두들 이곳에서 물을 마시며 허기를 채웠다고 한다.

 

샘에서부터 또 한 번 명품 소나무가 이어진 숲길이다. 걷는 것만으로 병든 몸이 치유될 것만 같다. 하봉골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서 조금 걸으면 박목월의 시비가 있는 나뭇재, 천석꾼의 전설이 있는 말(斗)바위와 보리수군락지를 지나면 하산지점인 봉계마을이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멋진 숲과 플라타너스 숲이 있는 기남초등학교까지는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하다.

 

최근에 나무꾼들의 이야기가 흐르는 봉좌산 숲길 조성사업이 끝났다. 국비 3억9천만원, 도비 5억원, 시비 2억원 등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2015년까지 이 일대에 57억원을 투자해 농촌체험센터, 승마체험장, 마을쉼터, 주민정보교육센터, 마을숲과 산책로 정비 등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다.

 

문성리 새마을기념관에서 등산을 시작, 성터·간들바위·봉좌산·참샘이샘·나뭇재·봉계리 옛 기남초교로 내려서는데 9.5㎞의 거리에 식사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전후의 시간이 소요된다. 두 군데의 탈출로가 있어 초보자도 도전할 만한 코스다. 좀 더 긴 등산을 원한다면 안강읍 옥산리에서 시작, 자옥산·도덕산·봉좌산을 잇고 봉계리나 문성리로 하산할 수도 있다. 소요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린다.

 

하산지점 봉계리에는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가 산재하다. 파평 윤씨의 시조 윤신달 장군 묘소와 재실이 있는 봉강재, 신라 때 말을 사육하던 마봉산, 아들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버린 할머니의 전설이 깃든 선돌뫼바위, 돈옹공 김계영의 덕업을 찬양하기 위해 후손인 김종한 선생이 지은 정자 분옥정, 청석 돌바닥에 음각으로 새겨진 분옥정의 세이탄, 400년 노송 등 유적이 산재한다. 등산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테마유적탐방으로도 하루를 충분히 보낼 만하다.

 

[매일신문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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