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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안동 와룡-35번국도-군자리 오천문화재단지 탁청정종택 후조당 침락정

by 구석구석 201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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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종갓집의 아침상에 배인 옛 향기

 

어린 시절을 시골마을에서 보낸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 되면 더욱 고향이 그립고, 나이가 한 살씩 늘어날수록 그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 품 같은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지치고 찌든 심신을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곳은 어디 없을까?

 

뼈대 있는 양반 종갓집에서 전통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 조상들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면 더욱 좋을 텐데, 그리고 우리 가족이 묵고 지내는 공간이 수백 년 동안 조상들의 온기가 스며들어있는 문화재라면, 그 주변에 이름난 답사지가 있다면 더더욱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재단해서 맞추어 놓은 듯이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경북 안동시 와룡면 군자리 오천문화재 단지에 있는 탁청정종택과 그 일대이다.

 

본디 군자리 마을의 오천문화재 단지는, 오천리에서 조금 떨어진 군자리에서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오며 살아오던 광산 김씨 예안파 집성부락이 안동댐 건설로 물에 잠기게 되자 후조당, 침락정, 탁청정종택 등 빼어난 건물 여러 채를 1974년 이곳으로 옮겨 마을을 만든 곳이다.

 

비록 옮겨온 건물들이지만 다들 중요민속자료와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기에 예전의 당당했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서로 개성 있는 건물이지만 모나지 않게 잘 어울려서 훌륭한 전통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건물만 옮겨 온 것이 아니라 가문에서 간직해온, 보물로 지정된 고문서 등도 같이 옮겨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문화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마을을 옮겨 온지 이미 30년이 지나서 그런지, 살던 사람도 함께 옮겨와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살아서 그런지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군자리에서는 학생이나 단체 방문객을 위한 의생활 체험, 전통혼례체험, 서당체험, 민속놀이체험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고, 소규모 가족단위의 방문객을 위해 종갓집 체험을 별도로 준비해두고 있다.

 

가족단위로 방문한다면 종갓집 고택(古宅)에서 여전히 장작으로 군불을 지피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종갓집에서 마련한 정갈한 음식을 대청마루에 앉아서 대접받을 수 있다. 이곳은 상업화된 여느 관광지와는 달리 시골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고 지극히 조용해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낼 수 있으며, 집주인이 손님 접대에 소홀함이 없어 넉넉한 고향의 인심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군자리를 찾아와서, 종갓집에서 하룻밤 보낸 것으로 어찌 만족할 수 있겠는가?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군자리에는 광산 김씨 예안파 문중의 빼어난 건축물을 한 곳에 모아두었기에 과히 전통 건축 박물관이라 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이곳에는 조선시대의 걸출한 고택과 정자 20여 채가 간직되어 있는데, 그 중에 광산 김씨 예안파 종택의 별청인 후조당, 대청마루가 널찍하게 깔린 탁청정, 기둥의 나뭇결이 아름다운 산남정과 침락정이 눈길을 끈다.

 

후조당과 산남정 기둥의 나뭇결을 보면, 아름다운 나이테를 간직한 나무와 이를 다듬은 목수와 오랜 세월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한 폭의 추상화처럼 보인다. 그리고 백 명 이상의 사람이 너끈히 앉을 수 있는 탁청정 대청마루에 앉으면 당시 세도하던 가문의 힘이 느껴지고 정자마루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문중 일을 논의하던 옛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청마루에 앉아 퇴계 이황과 농암 이현보가 시를 짓고 그 시를 편액으로 만들어 걸어두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탁청정 대청마루 난간에 기대어 앉아 있으니 조상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모습의 정자가 한곳에 모여 있어서 서로 비교해 가며 보기에 좋고, 건물마다 각기 다른 건축구조를 가졌기에 그 특징을 찾아보고 창과 문의 위치, 문 창살의 아름다움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축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 어떠하랴. 그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감성만 있으면 족하리라. 이른 아침 안동댐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속에 잠겨있는 고택과 정자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높은 전통문화의 정취에 빠져보는 남다른 경험이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다.

 

군자리에서 종갓집 체험을 하기에 무엇보다 좋은 것은 마을 주변에 가족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문화재와 박물관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군자리 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2-3km 마다 박물관과 문화재가 연이어 자리 잡고 있기에 이곳을 과히 문화답사의 회랑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다.

 

군자리를 나서 도산서원 방향으로 3km 정도 가면 ‘한국 국학 진흥원’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조선 5백년 동안 번성해온 유학을 재정립하고 있고 전시실에는 각종 전통문화와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꾸며두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과 2~3km 떨어진 곳에 ‘경북 산림과학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산림과학 박물관의 널찍한 잔디 광장에는 갖가지 수목과 야생화가 자라고 ,박물관 안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를 마련해두어서 가족 나들이 가기에 딱 좋은 곳이기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림과학 박물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퇴계 이황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이 있고 그곳에서 작은 고개 하나를 넘으면 길가로 퇴계 종택이 보인다. 도산서원은 우리나라 대표 서원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퇴계 종택을 찾아가면 누구든지 반갑게 맞이하려는 듯이 솟을대문이 늘 열려있어 방문객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면 스스럼없이 둘러볼 수가 있다.

 

그 길을 따라 내쳐 가면 항일 시인 이육사 고향마을인 원촌리가 나오고, 그곳에는 ‘육사 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모든 답사지가 군자리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 안에 있기에, 군자리 종갓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천천히 둘러보기에 맞춤 하다.  자료 : 박영오 안동녹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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