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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칠곡 4번국도 남계리 조선왕조태실 선석산

by 구석구석 201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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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과 성주군을 가르는 경계에 미끈한 마루금을 자랑하는 선석산(742m)이 있다. 구미의 진산 금오산에서 불거진 지맥의 산줄기이다. 산세도 뛰어나지만, 이 산이 주목받는 건 조선왕조의 태실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의 왕자 15명과 단종의 태가 태실에 묻혀 있다. 원래 이곳은 성주 이씨 중시조인 이장경의 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왕조가 왕실의 태를 한 곳에 봉안하려고 태실 자리를 찾은 끝에 이곳으로 최종 낙점했다. 왕가가 탐낸 명당인 셈이다. 육관대사 손석우 씨도 우리나라의 30대 명당으로 선석산 자락을 손꼽기도 했다.


금오산과 낙동강, 구미시, 성주군 전역을 뚫어보는 조망미가 일품이다. 날머리에서 만나는 조선 후기의 신유 장군 유적지도 들러볼 만하다.

코스는 신유 장군 유적지 주차장을 출발, 시묘산을 지나 정자~전망대를 밟고 선석산에 오른다. 용바위, 태봉바위, 557봉을 거쳐 두만 마을로 떨어져 신유 장군 유적지로 돌아온다. 원점회귀 코스다.

왕자 15명과 단종의 태 봉안 금오산 마루금이 한눈에
누진산으로 잘못 불리기도 신유 장군 묘와 유적지도 위치

주차장 부근에 신유 장군 유적지 관리사무소가 있고 그 옆에 선석산 산행 안내 간판이 있다.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20m가량 내려와 산자락으로 붙는다. 산딸기나무가 우거진 소로를 따라 5분가량 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헬기장 방향으로 간다. 이슬을 머금은 솔숲에서 나는 향이 그윽하다.

무난한 경사다. 숨이 차지 않고, 또박또박 걷는다. 8분쯤 가면 처음 만나는 전망대가 있다. 솔가지에 가렸지만 구미 시내가 그 사이로 드러난다. 잔뜩 흐린 날씨에다 안개까지 껴 조망이 좋지 않다.

조금씩 경사가 시작된다. 15분 정도 더 갔다. 나무 이정표가 헬기장과 시묘산 정상을 가리킨다. 정상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시묘산 능선에 막 올라섰다. 오르막을 오를 때보다 바람 사정이 좋다. 볕이 없는 날씨에 골에서 올라 치는 바람까지 불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7분 정도 느슨한 능선을 올랐더니 벌써 시묘산(侍墓山)이다. 첫 포인트를 거저먹은 것 같다. 한데 그 흔한 표석 하나 없다. 삼각점만 외롭게 서 있다. 사방이 나무로 막혔다. 조망미는 '제로'에 가깝다. 시묘는 말 그대로 '부모 묘 옆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것'이다. 시묘산은 태실에서 보면 오른쪽에 있다. 아마 단종과 왕자들의 태를 보위한다는 뜻에서 붙은 산 이름으로 추정된다.

시묘산에서 3분 거리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은 경사가 있고, 오른쪽으로 약한 내리막인 듯하다. 눈대중으로 보면 왼쪽이 맞는 것 같은데 선석산 정상은 오른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지도를 따져 봐도 확연한 봉우리가 없어 헷갈리기 쉽다. 이정표가 아쉬운 지점이다. 산행리본을 충분히 달아두었다. 반드시 참고하자.

▲ 시묘산에서 왼쪽으로 400m쯤 내려오면 신유 장군의 묘가 있다.

약한 비탈을 밟고 364봉에 올랐다. 여기서 툭 떨어지는 내리막을 만난다. 내리막 끝에서 왼쪽으로 돌아 4분가량 가면 정자가 나온다. 체육시설과 쉼터가 있다. 날다람쥐 한 마리가 산행팀 앞을 지나가 깜짝 놀랐다.

정자에서 다음 이정표까지 8분 거리. 오롯이 내리막이다. 이정표에 '선석산 정상까지 3㎞'라고 쓰여 있다. 여기에서 7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을 탄다. 경치 좋은 바위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까마귀 모습과 사람 얼굴 모습을 동시에 닮았다는 금오산 정상은 안개에 싸여 있다. 대신 학처럼 펼쳐진 마루금이 구미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알록달록한 공장 지붕과 레고 블록처럼 반듯반듯 자리 잡은 공단이 마루금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서 나와 송전탑을 통과하면 30분 정도 오르막과 내리막 안부가 번갈아 나온다. 이름 없는 봉우리를 몇 개를 밟고 나서야 비로소 탁 트인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반갑다. 꽤 너른 바위다. 앞서 봤던 전망대보다 더 좋은 자리다. 하지만 날씨 사정이 아까보다 더 나빠져 조금 쉬다가 철수했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급속도로 가팔라진다. 듬성듬성 바위가 박힌 길이다. 선석산 정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날씨마저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칠 것 같지 않다. 20분 정도 된비알과 씨름하며 정상에 도착한다. 비에 가려 시야가 좋지 않다.

특이하게 표석이 2개가 있다. 하나는 선석산(禪石山), 또 하나는 누진산(樓鎭山) 표석이다. '선석'은 이 산 서쪽 자락에 있는 선석사(성주군 인촌리)에서 따왔다.

 

선석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했는데, 고려 공민왕 때 절을 현재 위치로 옮겼다. 당시 큰 바위가 나와 선석사가 됐다. 선석산 이전에는 '금오산 호랑이가 포수들을 피해 이 산으로 피난했다'고 해서 서진산(棲鎭山)으로 불렀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이 한자 '서(棲)'를 '누(樓)'로 잘못 읽어 '누진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2010년 8월 성주군과 민간단체들이 '산의 명칭을 바르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2m짜리 선석산 표석을 세웠다. 하지만 기존의 누진산 표석을 그대로 놔두면서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 이러다 보니 같은 산을 두고 성주군은 서진산으로, 칠곡군은 누진산으로 부르고 있다. 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조마조마한 날씨는 결국 정상적인 산행을 막았다.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길이 미끄럽고, 전방 시야는 앞사람 등만 겨우 허락했다. '산&산' 팀은 비룡산 구간을 버리고 두만리 쪽으로 하산길을 열기로 했다.

정상에서 5분 정도 내려오면 가야산이 한눈에 보인다는 용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서 기도하고 돌탑을 쌓으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다. 용바위에서 얼마 못 가 태봉바위가 나온다. 여기에서 지관들이 태실 자리를 살폈다고 해서 태봉바위다. 날이 좋으면 가야산과 성주 참외 비닐하우스 단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전망대다.

태봉바위에서 3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선석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왼쪽으로 틀어 하산길을 열었다.

557봉을 지나 비룡산 쪽으로 5분 정도 가자 왼쪽으로 꺾었다. 이후부터 내리막이지만 묵은 길이라 걷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20분 정도 내려가자 임도가 나왔다. 10분쯤 더 내려가 두만리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포장된 길이다. 길만 따라가면 별 무리가 없겠다.


두만리에서 30분 정도 걸어내려 오면 신유(申瀏:1619~1680년) 장군 유적지가 있다.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신유 장군은 조선 효종 때의 무장이다. 효종 9년(1658) 청의 요청으로 조선군 265명을 이끌고 만주로 원정을 갔다. 헤이룽 강에서 스테파노프 장군의 러시아군과 함대를 전멸시켰다.

 

교과서에 나오는 '나선정벌(羅禪征伐)'이다. 신유 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와 포도대장을 지냈다. 장군의 묘가 유적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다.

신유 장군 유적지를 지나 3분가량 걸어 내려와 종점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거리 약 10㎞, 넉넉잡아 4시 30분 남짓 걸렸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부산일보 전대식 기자

 

약목역 부근에 '용가마 순대'(054-974-3563)가 있다. 국산 사골을 24시간 고아낸 육수로 만든 명품순대국(6천원)이 유명하다. 돼지 냄새가 전혀 안 나고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인원이 3~4명 정도라면 순대곱창전골(2만원)도 괜찮겠다. 별미로 파는 묵사발(5천 원)도 간단한 요깃거리로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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