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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창녕 창녕읍-5번국도-여초리 쌍교산 구현산 재련골

by 구석구석 201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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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울창창 소나무 숲 … 호젓한 산행 끝엔 재련골의 비경 창녕 구현산(鳩峴山·579m)

쌍교산(雙轎山·469m)에서 구현산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은 기묘한 암봉과 주변 조망이 뛰어나 꼭 권하고 싶은 코스이다. 구현산을 지나 화왕지맥에 접어들면 화왕산의 줄기답게 암릉이 빼어난 풍광을 선사한다. 구현고개에서 재련골로 접어들면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산행 내내 즐겁다.

창녕읍 여초리 법성불원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그리 많지 않아 등산로가 희미하다. 하지만, 길을 잃거나 헤맬 구간은 없으니 오히려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법성불원~쌍교산~전망바위~486봉~구현산~비들재~헬기장~전망대~723봉~구현고개~재련골~신곡사~말흘저수지까지 9.3㎞를 6시간40분 걸었다.

민가를 법당으로 만든 법성불원으로 올라서는 시멘트 포장길을 오르다 마을 농로에 다시 내려선다. 처음부터 농로로 올라도 좋을 뻔 했다. 콩밭에 반짝이 비닐로 만든 허수아비가 펄럭인다. '곰돌이 푸'를 닮았다. 참새가 무서워할지 의문이다. 농로는 계속 우측으로 이어지지만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 조망 바위를 지나면 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완만한 능선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길이다.

소나무숲에 풀이 깊지만, 길은 찾기 쉽다. 쌍교산으로 오른다. 쌍교산은 옛날 큰 홍수가 졌을 때 산봉우리가 쌍가마 형상으로 남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어딜 가든 대홍수와 관련된 전설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자연재해 앞에 무력한 인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쌍교산으로 가는 길은 한 시간 동안 지긋한 오름길이다. 소나무를 제외한 나무들을 모두 솎아낸 뒤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아 등산로가 많이 지워졌지만, 산행이 힘들 정도는 아니다. 지속적으로 정상을 향해 오르면 어느새 삼각점이 나타난다.

뒤돌아보니 창녕평야가 펼쳐져 있고 낙동강이 아련하게 굽이쳐 흐른다. 한숨 크게 돌린다. 이제부터 완만한 능선길이어서 어렵지 않다. 15분을 더 가니 큰 바위 봉우리가 나온다. 오른편으로 우회한 흔적이 있지만, 그냥 오른다. 바위에 올라서니 석대산과 구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녕 시가지도 훤히 보인다. 최고의 조망처다.

전망바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곧바로 능선을 따라 진행을 할 수 있다. 너럭바위 위에 자주달개비가 군락을 이뤘다. 보랏빛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꼭 이맘때라야만 만날 수 있는 귀한 풍경이다.

▲ 구현산에서 화왕지맥을 따라 구현고개로 가는 길은 내내 조망이 좋다. 오른편은 관룡사가 있는 옥천골이고 왼쪽으로는 창녕 시가지가 보인다.

486봉까지 소나무 군락 사이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바위가 우뚝 솟았다. 연인이 서로 안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품고 있는 듯도 한 형상의 모자상을 지난다. 486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서 구현산을 바라본다.

구현산은 비슬산이라고도 부르는데 닭의 벼슬을 닮아서 그런다고 한다. 안부에서 본 형상이 마침 뾰족한 삼각형이니 '닭벼슬산'으로 불러도 되겠다.

오르기가 만만찮다. 전망바위에서 구현산 정상까지는 53분 정도 걸렸다. 막판 된비알 오르막은 송이밭 경계선인 듯한 붉은색 비닐끈을 따라 길이 나 있다. 구현산 정상을 알리는 나무 팻말이 소나무에 덩그러니 걸렸다. 이곳에서 석대산으로 갈라진다. 짧은 산행을 즐길 사람들은 구현산에서 석대산을 거쳐 지경골과 감태골 가운데 능선으로 하산하면 된다.

구현산에서 비들재를 거쳐 구현고개까지는 화왕지맥을 따른다. 이 길은 산행 내내 옥천골과 창녕 읍내를 굽어보며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실은 화왕산 정상으로 접근하면서 봉우리가 점점 높아지지만, 화왕산의 그늘에 가려 특별히 제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없다.

비들재를 향한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바위 지대를 내려온 뒤 잘 발달된 우측 지릉으로 곧장 가기 쉬우나 지맥은 왼편으로 급회전 하니 잘 살펴야 한다. 여기서 비들재까지는 15분만 더 가면 된다. 비들재는 옥천리에서 창녕읍으로 이어지는 옛길이다. 비포장이지만, 입구를 차단하지 않았다면 4륜구동차 정도는 다닐 수 있을 상태이다.

비들재에서 약간의 된비알을 올라서면 이후부터 길은 생각보다 완만하다. 차근차근 전망대를 향해 나아간다.

바람도 넘나드는 길목이 있다. 아침나절에 소나기가 내린 뒤 해가 뜨면서 숲은 후끈 달아올랐다. 어느 지점에선가 바람이 골을 타고 넘는다. 한참을 갈 줄을 모르고 바람을 쐰다.

땀이 흐르고 마르길 여러 차례 반복한 끝에 앞이 툭 트이는 헬기장. 비들재에서 꼭 한 시간이 더 걸렸다. 해발 700고지인 전망대까지는 불과 3분 거리이다. 한 뼘 그늘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사방이 탁 트인 곳이다. 멀리 관룡사와 용선대 부처님이 보인다. 관룡사는 고려말 승려 신돈의 탄생지로 전하는데 신돈의 이미지가 '요승'으로 굳어진지라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723봉을 지나 재련골 입구인 구현고개까지는 30분이면 도착한다. 재련골은 곳곳에 반석과 폭포가 있음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재련골 서쪽 골짜기에는 높이 60m의 재련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가보지 못했다.

▲ 능선에서 재련골을 바라보았다. 재련골은 멀리서 보기에도 울창하지만, 막상 계곡에 들어가도 원시의 냄새가 물씬 날 정도로 때묻지 않았다.

구현고개에서 내려서면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끊어질 듯 이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쯤 내려서면 석축으로 사방댐을 쌓아 놓았다. 이곳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이끼가 많이 낀 바위를 지나 길이 이어진다. 20분을 더 내려서면 지릉에서 내려온 물길을 건넌다. 세수를 해서 더위를 쫓는다.

▲ 구현산 산행 도중 만나는 온갖 형상의 바위들은 산행의 즐거움을 한껏 높여준다. 구현산에서 구현고개로 가는 길에 만난 커다란 비석 같은 바위 뒤로 하늘이 푸르다.


잠시 후 칡밭을 가로지른 길은 계곡과 멀리 떨어진다. 한층 깊어진 계곡에 감히 내려설 엄두를 못 낸 것이다. 멀리서 쳐다보니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깎아지른 단애가 황홀하다. 15분을 더 걸어 신곡사에 다다랐다. 신곡사 앞 공터까지 차로가 나 있다.

 

▲ 신곡사 앞 계곡에 사람들이 돌탑을 가지런하게 쌓아 올렸다. 이 계곡을 한참 따라 올라가면 재련폭포도 만날 수 있다.

산행 문의: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창녕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메밀국수 한 가지로만 승부를 하는 대중분식당(055-533-3455)이 있다. 23년 넘도록 오직 메밀물국수(5천원)만 내놓는다.

식당에 들어서면 바로 사람 수 대로 주문이 들어가기에 따로 시킬 필요도 없다. 미리 얘기하면 충분히 먹을 만큼 메밀을 넉넉하게 삶아 준다. 추가 비용 없으니 곱빼기 체질인 분 강추. 반찬은 창녕 고추와, 창녕 양파, 창녕 오이에 고소하고 콩이 살아 있는 막장 오직 한가지뿐.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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