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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사천 용강동-도암재 와룡골 덕룡사 청룡사 와룡산

by 구석구석 201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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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 아래엔 용들도 많다. 백룡 벌룡 좌룡 청룡 백룡…. 용은 전설의 동물이지만, 사천시에 가면 어딘가에 꼭 있을 것 같다. 누운 용 한 마리가 바다를 보고 웅크렸다. 사천 와룡산(臥龍山·801m)이다. 와룡산은 새 단장을 했다. 최고봉 역할을 하던 민재봉(798m)이 새섬봉에 자리를 넘겨주었다. 지난해 국립지리원이 해발고도를 정정했고, 최근에 표지석이 섰다. 와룡산이 바야흐로 800m가 넘는 산이 된 것이다.

 

새삼, 더 높아졌다고 호들갑을 떨 일은 없다. 원래부터 새섬봉이 최고봉이었을 테고, 그렇든 그렇지 않든 산꾼들은 와룡산을 오르고 아껴왔다. 다도해의 황홀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 중의 명당. 철쭉과 야생화가 철따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산. 육산이면서도 희고 우뚝 솟은 빼어난 암봉을 수없이 품고 있는 와룡산.

 

 

갑룡사 입구나 백천사에서 민재봉을 돌아오는 산행을 주로 하지만, 이번 산행은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용두봉에서 시작해 등과 허리, 꼬리 부근까지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용강정수장~용두봉~장고개~거북바위~사자바위~기차바위~674봉~민재봉~헬기장~수정굴 갈림길~와룡산(새섬봉)~도암재~와룡마을까지 이어지는 11㎞를 6시간 남짓 걸었다.

 

용두마을 정수장 뒤편으로 돌아가면 이정표가 잘 서 있고 곧장 용두봉으로 오르는 산행이 시작된다. 20여 분 만에 용두봉이다.

 

용두봉에서 장고개로 가는 능선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활공장 바람맞이 자리에 서니 사천 시내와 삼천포항이 그득 시야에 담긴다. 원래 삼천포시였던 이곳은 지난 1995년 사천군과 통합하면서 사천시로 이름이 바뀌었다. 비록 행정지명은 사라졌지만, 터미널과 항구 등 곳곳에 옛 지명이 남아 있다.

 

활공장부터 임도가 있지만, 우측에 희미한 산길이 남아 있어 그 길을 따른다. 풀이 웃자라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차라리 임도로 갔으면 했다. 활공장에서 한참을 쉬고도 장고개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민재봉을 향해 걷는 능선의 왼편으로 우뚝 솟은 새섬봉과 민재봉(우측 높은 봉우리)이 보인다. 와룡골이 깊다.

 

좌우로 임도가 있는 장고개에서 446봉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된다. 왼편을 보니 와룡마을에서 민재봉 턱밑까지 이어진 와룡골이 뚜렷하다. 건너편 능선엔 와룡산 최고봉의 자격을 부여받은 새섬봉이 늠름하다.

 

이 골짜기에 와룡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 칠불암에서 득도를 한 김해 가락국 수로왕의 넷째아들부터 열째아들까지 일곱 왕자가 와룡사를 거쳐 갔다. 고려 8대 현종(992~1031)이 임금이 되기 전 이곳에 은거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태조의 여덟째아들인 왕욱과 경종의 제4비 헌정왕후 사이에서 아들 순이 태어나고, 순이 어릴 적 귀양 온 아버지 왕욱과 함께 산 곳이 바로 이곳 와룡골 어디였던 모양이다. 훗날 순이 고려 8대왕 현종이 되었으니 '용'이 은거했다는 전설과 딱 맞아떨어진다.

 

역사와 전설의 장면들을 상상하며 와룡의 목덜미를 지나 어깨에 올라선다. 고도는 점점 높아져 501봉이다. 멀리 사자 모양의 바위가 있다. 501봉을 지나 거북바위를 오른다. 잠시 안부로 내려서니 덕룡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장고개에서 1시간45분 정도 걸렸다.

 

다리에 힘을 주고 훌쩍 뛰면 단번에 건널 것 같은 새섬봉을 지척에 두고 휘휘 돌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최고봉 자리를 내 준 민재봉에도 위로의 인사를 건네야 하기에 할 수 없다.

 

 

사자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오르다가 배가 고팠다. 도시락을 먹고 기차바위가 있는 623봉에 도착한다. 한 시간이 더 걸렸다.

▲ 청룡사로 하산하는 지점에 있는 이정표. 도암재를 올라 이곳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자주 애용된다.

기차바위에서 민재봉까지는 고도가 100m 이상 높아지지만 크게 오르막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만하다. 기차바위에서 내려서니 청룡사 갈림길이다. 산행 계획을 짧게 세운다면 와룡마을에서 이 길을 통해 올라와 민재봉과 새섬봉을 돌아 내려가면 딱 알맞겠다. 다만 이 오르막길은 가파르고 작은 돌들이 많아 성가시다.

 

민재봉까지는 50분이면 충분했다. 민재봉은 완만한 정상부가 푸근하다. 구름이 낮게 깔린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몽환적이다. 좌우에 길게 뻗은 용허리가 있으니 지금껏 정상의 자리를 지킨 이유가 충분했다.

 

▲민재봉 정상이다. 오랫동안 와룡산 최고봉으로 여겨져 사랑받았던 곳. 하지만 국립지리원의 지형 측정 결과 새섬봉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나 최고봉의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백천재에서 올라온 아주머니 몇 분이 더 이상 못 가겠다며 주저주저 하면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을꽃들이 벌써 피어 시원한 바람에 도무지 흥을 주체 못하겠다는 듯이 제 몸을 흔들어댄다. 오이풀과 노란 돌마타리가 샛별처럼 반짝인다. 군데군데 피어난 억새도 파티에 동참했다. 가을이 온 것이다.

 

민재봉을 뒤로 하고 푸근한 흙길을 걸어 헬기장으로 간다. 10분 동안의 이 길은 천상의 화원이다. 구절초도 한껏 피었다. 헬기장에는 대구에서 온 단체 산악회원들이 옹기종기 점심을 먹고 있다. 쉬어가기 참 좋은 곳이다. 평지에 가까운 능선길이어서 행복감마저 든다. 헬기장에서 10분을 더 가니 수정굴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 새섬봉 바로 아래에서 새섬봉과 남해바다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새섬봉은 날카롭고, 길이 험해 예전에는 수정굴을 지나 산의 9푼 능선을 질러 도암재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새섬봉의 가치가 새롭게 확인된 이상 수정굴로 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20분 만에 상투처럼 우뚝 솟은 새섬봉 턱밑에 도착했다. 푸근하고 넉넉한 인상을 주는 민재봉과 달리 새섬봉은 강한 남성의 형상이다. 사내다움이 물씬 느껴진다. 꼭대기에 올라서니 새로 만든 정상석이 아담하다.

 

용의 등비늘에 선 느낌. 남해 바다를 향해 꼬리를 쭉 뻗은 와룡이 등비늘을 세우고 막 잠을 깨려 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저무는 해가 만든 후광이 비친다.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더 많아질 가을이면 좋겠다.

 

도암재로 하산을 서두른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해가 많이 짧아졌다. 앞으로는 조금 일찍 산행을 마쳐야 한다. 암릉을 지나 작은 돌탑이 있는 곳까지 10분이 더 걸렸다. 큰 바위에 뒤로 나무계단을 지나면 본격적인 하산로이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박석이 거칠다.

 

 

▲ 새섬봉을 지나 도암재로 가는 길에 문득 뒤돌아보았다. 왼편 우뚝 솟은 새섬봉 정상을 즐기려는 산꾼들이 여태 남아 떠날 줄 모른다. 오른편에 와룡산 최고봉 자리를 양보한 민재봉이 보인다.

 

▲ 와룡산 새섬봉을 지나 도암재로 가는 길에 있는 암릉 구간. 빼어나 조망과 풍광을 자랑한다. 공룡능선이 부럽지 않다.
▲ 상투바위를 돌아서면 거대한 슬랩 구간에 목재 계단을 설치해 놓아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다.
▲ 도암재는 널찍한 장소에 목재데크까지 만들어 놓아 인근 산악회에서 시산제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갑룡사로 향하고, 왼편으로 내려가면 와룡마을에 닿는다. 왼쪽 코스를 택한다.

 

지나온길

도암재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완만한 왼편 하산로로 납골묘를 지나 와룡마을까지도 25분 정도면 충분했다. 와룡마을에서 산행 출발지 용강정수장까지는 쉬엄쉬엄 40분 더 가야 한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부산일보 이재희 기자

 

사천시 동동에 있는 한식 전문 청호식당(055-832-6496)의 한정식(1인분 9천 원)이 이 고장 맛을 제대로 내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해산물과 잘 무친 나물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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