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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장흥 관산면-방촌리 옥당리 천관산

by 구석구석 201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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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천자의 면류관' 쓴 호남의 명산

 

 

▲ 역광을 받은 억새가 황홀하다. 멀리 남해 바다가 아름답다.

새품이 눈송이처럼 하늘로 피어올랐다. 가을바람에 맞춰 즐거운 왈츠를 추었던 억새의 몸에서 이제 자유로이 떠나고 있다. 천관산(天冠山)의 으뜸 봉우리 연대봉(723m)에서 깊은 가을을 만난다. 탁 트인 푸른 남해 바다에 올올이 박힌 섬들이 정겹다. 맑은 날은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고 했다. 얼른 시선을 수평선을 향해 든다.



엷은 해미가 끼어 완도와 신지도 고금도 약산도만 뚜렷하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고흥의 팔영산이다. 해남의 대둔산도 저기 솟아 있다. 영암 월출산도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바위산인 월출산의 그것과 천관산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침없는 시야와 은빛 억새의 물결에 취해 잠시 면류관을 쓴 호탕한 천자가 된 기분이다.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변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관산. 산행은 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장천재~체육공원~선인봉~금강굴~종봉~갈림길~구정봉~환희대~억새 군락~헬기장~천관산 연대봉~정원암~봉황봉~양근암~장안사~주차장 7.6㎞를 돌아 내려오는데 4시간이 걸렸다.



천관산 입구의 광장은 철 따라 열리는 각종 행사를 위해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마침 취재를 간 날은 통합의학박람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국화축제는 이미 열리고 있었다. 10월 중순엔 억새축제를 했고, 해마다 4월이면 진달래제도 열리니 천관산이 열어주는 품이 넉넉하다.

 

2022.5 천관산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들어 얼른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산행을 시작한다. 도립공원 관리사무소를 지나니 연대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과 장천재를 거쳐 환희대로 가는 길로 나뉜다. 장천재로 간다.



장천재(長川齋)는 조선 후기 실학자 존재(存齋) 위백규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라고 한다. 장천재 앞에 내를 건너는 다리가 도화교이다. 장천재 앞의 우람한 소나무는 태고송이라고 부른다. 조선 태종 때부터 소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솔바람 소리로 날씨를 예측했단다.

 

장천재와 태고송. 부산일보

계곡 옆을 조금 올라서니 체육공원이다. 20분이 걸렸다. 이곳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면 금수굴을 지나 억새 군락지 헬기장으로 바로 오르는 등로가 있다. 산행은 선인봉을 가기 위해 우측 능선으로 붙는다.



야생 차나무가 군데군데 하얀 꽃을 피웠다. 향기가 그윽하다. 4분 만에 능선에 올라선다. 이정표가 있다. 산부추가 보랏빛 꽃을 자랑한다. 20분 정도 능선을 따라 완만한 길을 걷는다. 조금 가팔라진다. 바위지대를 올라서며 뒤돌아보았다. 바다가 보인다.

 

뒤가 열린 능선길을 30분 정도 더 걸으니 망부석 같은 바위가 늠름하게 버티고 섰다. 선인봉(선봉)이다. 바야흐로 바위의 열병식이 시작되는가 보다. 천자의 면류관을 닮은 구정봉의 바위들이 올려다 보인다.



천관산은 옛날에는 지제산 천풍산으로 불렸으나 첩첩 쌓인 기암괴석이 천자의 면류관 형상이며 천관보살이 살았다고 하여 천관산이라 부른단다. 불교가 융성할 당시엔 89개 암자가 있어 28명의 고승을 배출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 다음이라고 한다.



산 아래 동네인 관산읍 당동에서는 고려 17대 임금 인종의 왕비 공예태후 임 씨가 태어났단다. 고려시대가 호족이 융성한 사회임을 추정해 보면 장흥의 위세는 왕비를 배출할 만큼 기세 좋고 융성했던 모양이다.

선인봉에서 15분을 더 오르니 금강굴이 있다. 그리 깊지는 않다. 주변에 선 바위가 만든 좁은 통로를 일부러 통과하니 금종암이다. 종봉으로 부른다. 종봉 아래에 금강굴인 것이다.



종봉을 돌아 작은 계단을 올라서니 구정봉이 부쩍 가깝다. 주변의 단풍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다. 천관사 갈림길에서 점심을 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온 몸에 퍼지니 기분이 좋아진다. 겨울이 머지않았다.

 

환희대까지는 40분이 걸렸다.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 억새밭이 사방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환희대는 책 형상의 네모나게 깎인 바위들이 서로 겹쳐 있어 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는 대장봉 정상의 평평한 석대이다. 산에 올라 이곳에서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단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본다. 그러고 보니 관산읍이 바다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차량으로 10분이면 갈 것 같다. 관산읍에 해변시장이 있다고 해서 의아해했는데 궁금증이 풀린다.

 

환희대에서부터는 억새밭. 천관산 억새는 봄철 신록과 여름철 초원을 이룬 후 9월 중순에 녹황색의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10월에 은빛 물결로 절정을 이루고 11월에 열매를 맺으면 낙화한다. 천관산의 정상부는 억새의 공간이다. 억새는 오전 해가 뜬 후 9시 전이나 오후 해가 지기 전 4시 이후에 태양을 마주하고 보는 역광에서 가장 아름답단다. 그래서 오전 산행은 환희대에서 연대봉으로 오후 산행은 연대봉에서 환희대로 가는 편이 좋단다.

 

환희봉에서 헬기장을 지나 연대봉까지는 20분이다. 오후에 접어들어 풍광이 좋은 억새를 보기 위해 자꾸 눈을 돌렸다. 역광에 비친 억새 물결은 황홀함의 극치였다. 산행을 온 앳된 얼굴의 수녀님도 괜히 신이 난 모양이다. 손에 꺾어든 망개 열매가 붉다. 걸음이 가볍다. 금세 저만치 지나간다.

 

연대봉의 봉수대는 고려 의종 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고려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연대봉에서 불영봉을 거쳐 늠름하게 이어진 남쪽 능선이 좋다. 원점회귀만 아니라면 걷고 싶은 길이다.

 

첩첩이 쌓은 바윗돌인 정원암을 지난다. 능선 위에 자리 잡은 모양새가 예쁘다. 내려가는 걸음이 빠르다. 봉황봉을 지나는데 기묘한 바윗돌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양근암이라고 한다. 건너편 능선의 금수굴과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단다. 바위와 굴이 그리 생겨서인지, 호사가들이 억지로 지어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실없는 웃음 한번 지을 수 있다.

 

양근암에서 30분을 더 내려오면 갈림길이다. 능선을 바로 내려가면 장천재와 이어지고 오른쪽 하산로를 택하면 장안사로 간다. 장안사로 내려서니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장안사를 거쳐 가는 등산로는 막아 놓았다. 평일인데도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니 명산임에 틀림없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 이재희 기자

 

장흥공용터미널(061-863-9036)에서 20~45분 간격으로 하루 21차례 운행하는 용산·관산행 군내버스(30분 소요. 요금 2천350원)를 타고 장천재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산행 들머리다.



관산읍까지 가서 산행 들머리인 도립공원 주차장까지 택시(5천원미만)를 이용해도 된다.



자가용 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에서 순천IC로 내린 후 벌교, 보성을 거쳐 장흥으로 간다. 장흥 읍내를 거치지 않고 관산으로 바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천관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음식1번지 남도라 맛난 음식도 많다. 관산읍 옥당리에 있는 머루랑다래랑(061-867-6709)이 꽤 알려져 있다. 집 주위에서 자생하는 취나물 고사리 더덕과 생채 등 산야초를 넣은 비빔밥(8천원)이 별미이다. 고추장에 버무려 재래식 된장과 먹으면 어머니의 맛이 느껴진다. 해물녹차전(1만원)도 이 집만의 특별 메뉴. 더덕전(1만 5천원)과 자체 개발한 한우표고산적(1만5천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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