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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경남 남해고현-19번국도-덕신리 남치리 대사리 금음산종주코스 대국산성

by 구석구석 201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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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빛 바다 위 초록의 편백 숲을 걷다 금음산

낙남정맥의 하동 옥산에서 갈래쳐 나와서 금오산에서 마무리됐던 산줄기가 남해대교를 건넜다. 육지로 연결된 다리가 있으니 섬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한 남해. 남해군의 굵은 뼈대를 형성하는 남해지맥을 가 보기로 했다. 남해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 가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큰 섬이다.

▲ 전망바위에 올라 지나온 길을 되짚어 남해대교를 바라본다. 왼편에 보이는 큰 건물은 삼천포화력발전소이다. 그 왼쪽은 전남 광양이다.


금산(681m) 망운산(786m) 등 남해에는 이름난 산이 많으니 산꾼들에게는 좋다. 남해군청은 남해지맥을 5구간으로 나눠 4박 5일형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남해대교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미조항까지 총 40㎞구간으로 남해지맥 1구간은 금음산(金音山·481m) 구간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백두대간과 정맥은 낯이 익지만 기맥이나 지맥은 좀 생소할 수도 있겠다. 통일되거나 꼭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기맥은 대간이나 정맥에서 뻗어 나와 강이나 바다에서 끝나며 지리적 경계가 되는 산줄기다. 그 보다 더 작은 물길을 경계 짓는 산줄기는 지맥, 그냥 골짜기 하나 정도 만드는 것은 지릉으로 세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산줄기 차례는 대간(大幹)-정맥(正脈)-기맥(基脈)-지맥(支脈)-지릉(支稜)의 다섯 단계가 된다.

 


남해지맥 1구간은 금음산을 정점으로 하는데 남해대교~산성산~노량공원~구들뫼~구두산~용강고개~전망바위~금음산~약치곡산~약치현~대국산성~관당마을까지 10.5㎞를 6시간 가량 걸었다. 마을로도 지나가기 때문에 힘들면 어디서든 하산하면 된다.

빨간 남해대교를 건너자마자 산행이 시작된다. 검문소 옆으로 산행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올라서면 묘지가 나오고 능선을 따라 오르면 산성산으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남해대교는 1973년 6월에 놓여 하동군과 육로로 연결되었다. 1980년에는 창선교가 생겼고, 2003년 4월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되면서 남해는 육지와 사통팔달의 교통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산성산엔 20분 만에 올랐다. 정상에서 왼쪽 직각으로 꺾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하산로가 지맥이다. 바다선녀상이 있는 노량공원까지도 20분이 걸렸다. 이제부터 구들뫼를 향해 임도를 오른다. 포장된 도로를 20분쯤 오르니 갈림길이다. 리본은 오른쪽에 많이 달려 있지만, 왼쪽길이 지맥이다. 금방 임도와 다시 만난다.

 

▲ 편백나무 숲이 울울 창창하다. 숲의 기운을 흠뻑 마시며 걸었다. 구두산을 지나는 길은 편백나무가 많았다.

임도는 산허리의 낮은 부분을 향해 평탄하게 이어지지만, 또 다시 지맥을 잇겠다는 일념으로 된비알을 오른다. 남해산악회의 리본이 붙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도를 택해 올라갔다. 희미한 길을 정비해가며 오른다. 40분을 발품을 팔아 구들뫼에 도착했다. 임도에서 이어지는 편한 등산로를 보니 괜한 고생을 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감이 불쑥 든다. 하지만 지맥을 고집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구들뫼에서 구두산까지는 편백나무 숲이 울창하다. 숲의 기운이 충만하다. 오름길에서의 수고로움이 상큼한 숲바람에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10분을 기분좋게 걸었다. 구두산은 말 그대로 거북의 머리라는 말인데 귀두산이라고 하지 않고 구두산으로 불렀다.

구두산에서 3분 정도 걸으면 송전철탑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설천면 용강과 덕신을 잇는 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벌써 3개의 산을 지나왔다. 25분이 걸렸다. 목장용 초지로 조성된 밭을 가로질러 산 아래에 다다른다.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길은 선명하게 잘 나 있다.

진달래가 지난 밤 꽃 시샘 추위에 살짝 얼었다. 4월에 눈발이 날렸으니 견뎌낼 재간이 없었겠다. 동백꽃처럼 후두두 떨어진 진달래꽃을 보니 처연한 아름다움이 묻어났다. 그 주위에 봄 새싹들이 힘차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래도 봄이라서 짧은 추위로는 이 역동하는 기운을 어찌해도 막지 못 한다.

 

지나온 길이 훤하게 보이는 전망바위까지 20분 남짓 걸렸다. 남해대교가 유독 돋보이고 하동 금오산의 우람한 모습이 든든한 뒷배가 된다. 왼쪽으로는 삼천포화력발전소와 광양만이 한눈에 보인다. 탁 트인 조망을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지금부터 금음산을 거쳐 대국산성까지 2시간가량은 남해 바다를 좌우로 굽어보며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어디를 봐도 푸른 남해 바다다. 우리나라 섬 중 산지 비율이 68%로 가장 높은 남해의 사람들은 다랑논을 일구며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 정말 외적을 방비라도 하듯이 성벽을 높이 쌓아놓았다. 성벽 옆에는 산딸기 나무가 많았다. 가시도 있다.

남해군청 홈페이지엔 지석묘가 있는 것으로 봐서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산 흔적이 있다고 해 놓았다. 다만, 공룡은 몇 마리가 살았는지 알 수 없다는 현황 소개를 해 놓았다. 지자체 홈페이지의 고장 소개 글을 부드럽고 재미있게 써 놓아 미소가 절로 나왔다.

금음산은 나무 팻말 하나와 삼각점이 정상임을 말해주고 있다. 인근 금음리의 뒷산이라 금음산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옛날 어떤 도인이 산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쇳소리가 나서 금음산이란다. 인근에 대국산성은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한 산성이니 병장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약치곡산을 지나 대국산성에 이르는 길은 신록길이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 덕분인지 나무들이 벌써 연녹색 옷을 갈아입었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주능선의 오른쪽은 남치리인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하다. 마을의 규모가 제법 크다.

대국산성은 최근 정비를 마쳤는지 산성의 위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 여자를 사랑한 형제가 내기를 해서 뚝딱 성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산성을 가로질러 갔으나 마루금은 이을 수 없다. 성벽이 너무 높아 입구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지금에야 외적이 침입할 리 없으니 마루금을 잇도록 계단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국산성을 내려오면서 이내 왼쪽 능선길을 찾아야 지맥을 제대로 잇는 데 초입이 희미해 그만 관당마을로 하산하고 말았다. 40분이 걸렸다. 남해산악회에 문의하니 정태마을과 가천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아직 정비가 안 돼 길 찾기가 어렵단다. 관당마을에서 버스가 서는 고현면 소재지까지는 20분 남짓 걸으면 된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설천면 진목리 진목마을 대국산성

 

 

 

▲ 대곡산성 제일 높은 성벽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본다. 마루금을 잇기 위해서는 온 길을 돌아 산성 입구로 가야 한다.

대국산성은 현성(縣城)이었던 성산성에서 동북방향으로 설천면과 고현면의 경계지점, 해발376m의 대국산 정상에 있다. 산성으로 가려면 고현면 남치, 관당마을에서 가는 길과 설천면 정태, 내곡, 동비, 진목마을에서 가는 길이 있다. 이 산성은 머리만한 자연석를 사용하여 겹겹히 쌓아 올리고 내부에 흙과 자갈로 메워 토루를 만들어 직선형 성곽을 이룬 타원형 성곽이다.

형태나 지형적으로 보아 현소재지 가까이 있어 현성의 외곽성 역할을 한 것 같다. 평상시에는 성 아래에서 거주하다 왜구의 침입을 받으면 산성으로 들어가 방어하고 공격을 하였을 것이다. 산성 성곽 위의 망루와 봉수는 외적이 침입할 때 감시와 경계구역으로, 중앙에 있는 건물지와 연못지는 지휘소와 식수를 해결하기 위한 곳으로 쓰인 자리이다. 축성방법과 성의 형태로는 삼국시대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 안에는 지금도 여러 종류의 기와조각과 토기(土器), 자기(磁器) 조각들이 발굴되고 있다.

 

 

대국산성에는 '천 장군과 일곱 시녀'의 전설이 전해온다. 조선 경종 때, 천씨 성을 가진 뛰어난 장수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하루는 천 장군이 일곱 시녀와 성 쌓기 내기를 했다. "너희들 일곱이서 저녁밥을 짓는 일과 내가 성을 쌓는데 누가 빨리 끝내는지 내기를 하자"

마침내 내기가 시작되자 일곱 시녀가 팔을 걷고 밥을 짓는 동안, 천 장군은 부채 하나를 들고 산 허리에 올라서서 바다 쪽을 향하여 천천히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내기에서 이길 생각이 없나 보지?"

일곱 시녀가 내기에 이겼다고 좋아할 때 쯤, 이게 웬 일인가? 바다 속에 있던 커다란 바위들이 새까맣게 날아 와 소낙비처럼 산꼭대기에 떨어져 저절로 성이 쌓이는게 아닌가? 일곱 시녀가 짓는 밥은 아직 채 김이 오르기 전인데... 이 전설이 사실이라 믿고 심은 사람에게 더 말해 주어야 할 것이 있다. 대국산성의 성돌에는 아직도 굴껍질이나 조개 껍질이 붙은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바다 속에서 날아온 돌이니까 그렇겠지.

-ⓒ 마운틴월드

 

 

가천고개

유정가든

(055-863-5116)의 돌솥밥도 좋다. 각종 나물을 넣은 돌솥밥(7천 원)과 밤 대추 등 약재를 추가한 영양돌솥밥(8천 원)이 있다. 된장찌개(6천 원)와 화천한우(120g 2만 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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