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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산청 오부-1026번국지도-왕촌리 중촌리 바랑산 소룡산

by 구석구석 201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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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바랑산~소룡산 원점회귀 산행

 

오휴마을에 대형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신촌마을 노인정에서 시작, 진양기맥~절재~바랑산~큰재~새이덤~소룡산~망바위로 이어져 오휴마을에서 맺는다. 전체 산행거리는 10.7㎞. 5시간이면 넉넉하다.


남덕유에서 뻗어내린 진양기맥(남강기맥)에 우뚝 솟은 산. 산자락에는 거창 예동, 신원, 소룡 산청 오휴, 왕촌, 신촌, 대현 등 대표적 오지마을이 있다. 400여년 전 왜적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는 오휴마을. 동네는 고즈넉했고 당산나무는 우람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여기가 피안일까. 이곳에 살면 세월도 비켜 가겠다.

 

바랑산(796.4m)은 2만5천분의 1 지형도에는 바람산으로 기재 돼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나 산꾼들은 모두 바랑산으로 안다. 바랑은 '배낭'이 변한 말로 스님들이 지고 다니는 볼록한 주머니다. 산청 바랑산은 원래 마고할미의 주머니였다고 한다. 인근 소룡산의 새이덤은 마고할미가 바랑에 넣고 가다 흘린 돌무더기. 옆에 있는 월여산은 딸. 보록산은 아들이라고 한다.

'마고할미 설화'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뼈대'가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동네의 명산에는 대부분 전해져 오는 전설이 있다. 소룡산(761m)은 용의 보금자리. 그렇다면 용은 누굴까?

신촌마을에는 간이화장실과 주차장이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내 비포장 농로가 나타난다. 인근 왕촌과 신촌 사이에 바랑산으로 바로 오르는 2.5㎞ 거리의 직등로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진양기맥을 넉넉하게 밟아보고 싶어 예동마을 쪽으로 향한다.

기존에는 절재로 오르는 임도 겸 등산로가 있었으나 도로 포장으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출발한 지 20분이 지나자 최근에 개간한 듯한 도라지밭 끝에 계곡이다. 계곡에서 길은 희미해진다. 부산일보 산&산 표지를 촘촘히 달아 놓았다. 길은 아쉽게도 예동마을을 가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하얀 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포장도로는 싫지만 예동마을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탓하고 싶지 않았다. 겨울이라 걸을 만했다. 한 시간 만에 진양기맥에 다달았다. 예동마을이 눈앞이다. 기맥 너머 거창 쪽은 해발 540m의 고원 구릉지다. 거창군 신원면 중유리 예동마을은 산 속에 있어 역골이라 하다가 후에 어느 지리학자가 마을명을 예동으로 바꿔 부르면 좋을 것이라 하여 예동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바랑산으로 향한다. 기맥 주변은 약초밭 과수원 등으로 마루금이 파헤쳐져 있다. 바랑산 기슭에 다다를 때까지 길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하늘길이었다. 군데군데 개발의 생채기가 있지만 좌우를 내려다보며 공중을 걷는 기분이다. 30분이 걸렸다.

이제부터 사실상 본격 산행이다. 빽빽한 솔숲이다. 숲을 가꾸느라 간벌을 해 놓았다. 좋은 나무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지만 밑동이 잘려나간 나무를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바랑산 정상까지는 30분이면 족했다. 특이하게도 바랑산이나 소룡산은 정상부가 두 개이다. 바랑산은 거창 쪽으로 발달한 능선에 같은 높이가 있고, 소룡산은 새이덤 바로 위에서부터 정상부까지가 길게 이어진다.

바랑산에서 소룡산으로 가기 위해 큰재까지 한참 내려서야 한다. 쉬엄쉬엄 한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우측으로 천지사·왕촌으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있다. 독촉주차장까지 임도가 올라붙어 능선에서 불과 600m만 내려서면 되는 곳도 있어 급할 때 이용하기 편하겠다.

큰재에 붙은 이정표에는 바랑산과 소룡산의 중간지점이라고 표시해 놓았으나 실은 소룡산 쪽이 조금 가까웠다. 큰재를 지나자 삼림욕장이라는 녹색 간판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할 즈음 신촌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산청군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목욕을 하러 나가는 중이었다. 일 주일에 한 번 그렇게 하신다고 한다. 여름철엔 이곳 산림욕장에서 산림욕을 하면 더욱 건강해지시겠다.

돌무더기가 우뚝한 새이덤은 소룡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다. 큰재에서 가파른 오름길을 20분쯤 오르면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온다. 거창군 신원면 일대가 펼쳐진다. 새이덤과 더불어 이번 코스 최고의 조망이다.

신원리는 현대사의 아픔이 밴 곳이다. 6·25 전쟁 중인 1951년 2월 9일에서 11일까지 일부 국군에 의해 양민 663명이 집단적으로 희생 당한 것. 지금은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조성된 추모공원이 있다.

 

새이덤에 오르니 좁은 틈에 묘지를 조성해 놓았다. 후손들의 정성이 대단하다. 신원면 우측에 월여산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상 아래쪽 송곳처럼 날카로운 바위는 마고할미가 가죽옷을 기울 때 쓰던 바늘이었다고 한다. 새이덤에서 잠시 올라서니 또 다른 무덤이 있다. 10분을 능선을 걸으니 소룡산이다. 황매산이 짓궂은 표정을 하고 쳐다본다. 거창 무심산악회가 세운 표지석이 새로 만든 표지석과 나란하다.

하산길은 그동안 걷던 진양기맥을 버리고 오휴마을로 향한다. 기우제를 지내던 무제봉을 거쳐 20분이 지나자 강씨굴이다. 임란 때 진양 강씨가 피해 있던 곳이란다. 그 아래 베틀을 둘 만큼 넉넉한 홍씨굴도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왜적을 동태를 살폈을 망바위로 가는 도중에 진귀암 하산로가 새로 생겼다.

강씨굴에서 산행 날머리 임도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오휴마을은 임진왜란 때 피란가던 중 흰 까마귀가 막대기를 물고 가는 곳을 보고 뒤따라가니 홍굴 앞 바위에 쉬므로 그 아래에 자리를 잡아 산 것이 마을을 이루어 오휴(烏休)라고 했다 한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먹거리

오휴인근에는 워낙 오지라 식당이 없다. 오부면사무소 앞에 흑돼지를 내놓는 녹색흑돼지식당(055-972-9005)이 있다. 김치찌개 5천원. 흑돼지는 1인분(150g) 7천원. 한약재를 넣은 보양식 오리용봉탕(1인분 1만원)은 하루 전에 주문해야 한다.

산청 읍내에는 맛집이 많지만 지역 사람들은 춘산식당(055-972-4991)을 추천한다. 인근에서 채취한 산나물 등을 넣은 비빔밥(6천원)이 있고, 반찬이 서른 가지 정도 나오는 한정식(3인 이상 1인분 1만5천원, 2인용은 4만원)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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