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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영덕 블루로드 해맞이길 덕곡리~고불봉~해맞이봉~강구항

by 구석구석 201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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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엔 낙동정맥, 왼쪽엔 푸른 동해 … 블루로드 '영덕 고불봉'

 

 

 

 산행 내내 푸른 동해 바다와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었다. 오른쪽 어깨동무는 태백산에서 다대포로 힘차게 달려가는 낙동정맥과 했다. 걷다가 곰솔 숲 짙은 그늘에서 다리를 쉬었다. 대게와 일출의 고장 경북 영덕 고불봉(235m)은 연인과 가족과 함께 걷기에 딱 좋다. 영덕군에서는 '블루로드'라는 산뜻한 이름도 지어줬다.

 

8.2㎞를 3시간 남짓 걸어 가볍게 산행을 마치면 등대가 예쁜 강구항에 닿아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주인공처럼 동해 바다를 향해 너털웃음 한 번 지을 수 있다. 청정해역에서 마련해 준 영덕대게와 물가자미는 회나 탕 찌개 등 어떻게 먹어도 맛깔난다. 그래서 이번 산행을 맛기행이라고 해도 좋다.

블루로드 홈페이지



영덕 강구는 바다로 향한 강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바다의 것들은 또 강구로 모여든다. 그래서 옛부터 사람들이 살기에 알맞았다. 강구 재래시장에서 만난 할머니도 기운차다. "괴기만 사고 사진은 찍지 마소"한다. 칠보산 팔각산 굽이굽이에서 모인 물 50줄기가 모여 강을 이뤘다는 오십천에는 황금은어가 산다. 바다와 강이 어우러지는 덕분에 물산이 풍부한 강구에는 대게 요리를 하는 식당이 100여 곳이나 성업 중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는 고장이지만 군 전체의 인구는 부산의 큰 동 한 개에도 못 미치는 4만2천여 명이다.

▲ 영덕 고불봉 '블루로드'를 걷다보면 아름드리 곰솔 군락을 자주 만난다. 솔숲 쉼터 직전의 잘 닦아놓은 등산로를 걷고 있는 산꾼들.

 

영덕터미널에서 내려 산행 들머리인 못골까지는 1㎞ 남짓. 7번 국도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현대가스 앞에 고불봉 이정표가 나왔다. 가지치기가 잘 된 복숭아밭을 끼고 작은 계곡 입구에 서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벌목한 나무 사이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까만 눈동자가 귀여운 청설모다. 흔히 다람쥐는 토종, 청설모는 외래종으로 오인하여 청설모는 미움을 받기도 한다. 잣을 좋아해 임업을 하는 사람들이 유해조수로 규정해 놓아 수난을 당한다. 그러나 청설모는 담비나 족제비 등 천적이 줄어 이제는 흔해진 야생동물일 뿐이다.

목재로 만든 계단을 휘돌아 올라가니 이내 능선길이다. 어린 잣나무가 잘 조림돼 있다. 겨울에도 푸른 기운을 잃지 않고 열병하듯 서 있다. 10분을 올라가니 매립장 이정표가 보이고 이내 바다였다. 동해다. 15분을 더 걸었을까. 고불봉이 있었다. 읍내에서 올라온 어르신 몇 분이 평행봉을 하고 있다. 지긋해보이는 연세에도 몸놀림이 재니 운동에 이력이 붙은 게다.

 

강구까지 걸으면 좋다고 한다. 강구에 간다고 했더니 "그라믄 부산서 일찍 왔겠네" 하며 좋은말을 해 주셨다. 고불봉에서 영덕 읍내가 한눈에 보였다. 멀리 정맥이 병풍처럼 시내를 두르고 있다. 남으로부터 내연산 향로봉 동대봉 바데산 팔각산 주왕산 왕거암 갓바위산이 겹겹하다. 반대로 동해 쪽은 일망무제. 고불봉에 서니 몸이 동쪽 끝에 와 있는 줄 알겠다.

길은 능선길. 남으로 이어진다. 2분을 걷자 풍력발전단지 이정표가 나온다. 강구에서 시작하는 동해안 트레일 '블루로드'는 이곳을 통해 고래불 해수욕장까지 관내 50㎞를 이어진다고 한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동해 트레일'의 영덕 구간인 셈이다. 영덕군에서 동해의 특성을 살려 블루로드라고 이름지었다고 강영화 문화관광계장이 일러 주었다.

능선으로 요리조리 이어지는 길을 15분 걷자 산림녹화탑을 지난다. 이곳에도 철봉이 갖춰져 있다. 일행 한 명이 철봉에 매달린다. 예전에는 수십 개를 했는데 하나도 못하겠다며 엄살이다. 왼편으로 보이는 풍력발전단지는 24개의 바람개비를 통해 연간 9만6천680㎿의 전력을 생산한다. 2만 가구인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능선을 내려서면 숭덕사 갈림길이 있고 강구항까지 6.5㎞가 남았다. 여기서 길은 크게 유턴한다. 자칫 잘 발달된 능선으로 가면 오십천변으로 내려서는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되돌아가는 느낌으로 잘 닦인 길을 걷는다. 15분을 걸으니 금진도로 이정표가 있다. 금진도로는 영덕 시내를 통과하는 7번 국도와 달리 해안길을 잇는 지방도이다. 가장 환상적인 동해안 도로로 명성이 자자하다.

콧노래가 나온다. 길은 널찍해 두 사람이 함께 걸어도 좋다. 연인과 손잡고 걸어도 넉넉한 길이다. 20분이 넘으니 해맞이가 좋은 봉우리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이번 산행은 능선 어디서든 자리만 잡으면 동해 일출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는 늘 지척에 있었다.

15분을 걸어 하금호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강구로 간다. 20분이나 걸었을까. 울창하게 잘 자란 곰솔숲이다. 평상도 2개나 있다. 솔숲은 평안함과 달리 한국전쟁의 상처을 보듬고 있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명의의 안내문이 비닐봉지판에 싸여 있었다. 전사자의 유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이니 훼손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나무의 키가 훌쩍 커졌다. 한여름에도 시원하겠다. 솔내음이 짙다. 기분좋은 솔향을 맡으며 20분을 걷자 튼튼하게 잘 생긴 구름다리가 나온다.

보통 이 정도 걷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금진도로로 내려서 강구항으로 미리 가 식당에 좌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짧게 걷겠다면 구름다리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도 한단다. 탈출로는 산길 곳곳에 있어 어린이들과 함께 와도 아무 문제없이 걸을 수 있겠다.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느긋한 자세로 걷는데 고래머리 형상의 바위가 우뚝하다. 동해 고래를 보는 것 같아 반갑다. 20분 만에 수준점이 있는 봉화산이다. 이제 가벼운 내리막길이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축구장을 만들고 있다. 공사 중이어서 강구항으로 바로 내려서지는 못하고 강구교회로 마침표를 찍는다. 30분 만에 도착했다. 추위 속에서도 바다는 봄기운을 드러내고 있다. 물비늘에 싸인 등대가 아련하다.

 

산행 문의: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강구는 동해안의 물산이 모이는 곳이라 식당 어딜 들어가더라도 맛나겠지만, 강구재래시장(3일, 8일장) 입구 건너편에 있는 강구항대게식당(054-733-5158)의 물가자미(미주구리) 물회(7천원)는 꼭 먹어봐야 한다.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물가자미와 미나리, 양파, 어슷 썬 고추를 집에서 만든 재래 초장으로 버무려 맛이 기가 막힌다. 강구 출신의 부부가 20년 이상 식당을 경영한 덕에 손맛이 탄탄하다. 속풀이용 대게탕(중 3만원)이나 도루묵찌개(7천원)도 잊지 못할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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