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평화롭다, 산골의 가을
비나리마을(마을정보센터 054-673-1927)은 봉화읍내에서도 거리상으로 꽤 떨어져 있다. 지금처럼 도로가 발달되기 전에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던 곳이다. 접근성이 떨어져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지만 이런 조건이 오히려 마을을 청정 지역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35번 국도는 줄곧 낙동강의 상류인 운곡천을 끼고 달리는데, 풍광이 아름다워 곳곳에서 차를 멈추게 된다. 하천은 한참 상류임에도 폭이 제법 넓다. 물은 맑아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바위틈 사이로 들락날락 거리는 붕어나 꺽지, 피라미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수량이 많고 물살이 급해 여름철이면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비나리마을이라는 이름은 마을 입구 나루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앞을 흐르는 낙동강에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영양 지방으로 가는 나룻배를 띄우는 나루터와 오고가는 길손이 머물던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서 보이는 건 전부 산과 물뿐이다. 마을 뒤로는 풍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강 건너 편에서 불끈 솟아오른 청량산 자락이 막아선다. 그래서 비나리마을은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마치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논농사는 거의 짓지 않고 밭농사가 대부분이다. 고구마 캐고 물고기 잡고비나리마을 앞을 흐르는 운곡천에는 1급수에 사는 온갖 종류의 민물고기가 산다. 꺽지, 피라미가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어른 손바닥 크기의 쏘가리도 잡을 수 있다. 민박을 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부탁을 하면 뜰채를 빌려준다. 얕은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 주민들은 이런 방식의 고기잡이를 ’가잽이’라고 불렀다.
좀 더 큰 고기를 잡고 싶다면 낚시를 하면 된다. 동네 슈퍼에서 간단한 낚싯대를 파는데 한나절에 붕어나 쏘가리를 20∼30마리씩 잡을 수 있어 손맛이 쏠쏠하다. 입질이 부진하면 동네 주민들이 닭사료를 한 바가지씩 물에 뿌려 주는데 고기가 연방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낚시가 싫증난다면 밭으로 나가 감자나 고구마 캐기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손님들의 농촌체험을 위해 밭을 내어주고 호미와 손 삽도 빌려준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퇴비만으로 키운 고구마는 어린아이 머리통만큼 큰 것도 있다. 직접 손으로 캔 고구마나 감자는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민박집에 부탁해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송이나 산나물, 약초 트레킹도 비나리마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체험이다. 경험 많은 주민의 도움을 받아 심산유곡에서 직접 송이와 약초를 캐는 심마니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송이는 채취시기에만 가능하다.
비나리마을의 또 다른 자랑은 산골 미술관이다. 10년 전 도시생활을 접고 남편과 함께 귀촌한 서양화가 류준화(45)씨가 만든 미술관인데, 나뭇잎, 나무토막으로 장승, 솟대 등을 만들 수 있다.
청량산 단풍길
비나리 마을에서 35번 국도를 다라 안동 방면으로 10분가량만 달리면 연이어 솟은 바위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나온다. 청량산이다. 청량산은 ’입 벌리고 들어갔다가 입 다물고 나온다’는 산이다. 신선의 풍모를 닮은 비경에 놀라 쩍 벌어진 입은 산을 나온 뒤에는 혹여 남에게 알려질까 꼭 다문다는 것이다.
청량산은 금탑봉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봉우리 12개가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 연꽃의 꽃술 자리에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세운 청량사가 있다. 청량사는 가람의 모양이 아름다워 유명하기도 하지만 한국 절 집 중 최초로 산사음악회를 개최해 유행시킴으로써 더욱 이름을 떨쳤다.
청량산 입구에는 청량산을 배경으로 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지역특산물을 모아 전시한 박물관이 있다. ’신필사현’ 중 한 사람인 김생이 썼다는 집자비도 거의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다. 입장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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