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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제주 한경-금등리 판포리 팽나무

by 구석구석 201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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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그대로 보존한 마을 돌담길은 나그네 발길 묶어
밀물 때 잠겼다 썰물에 드러내는 '용다리물' 최고 맛

섬을 제외하면 인구수로 볼 때 제주시에서 두번째로 작은 마을.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다. 주민 중 초등학생수 4명인데 2명은 사촌이고, 나머지 2명은 형제다. 초미니 마을인지라 위치를 알려줄 때도 판포리와 두모리 사이에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게 존재감이 미약한 마을이지만 색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유일한 여성이장을 배출할 정도로 주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은 그곳을 찾았다.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팽나무의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금등리는 옛 중국의 초나라와 제나라 사이의 조그마한 등나라 (騰)자를 따서 금등리라 이름붙었다고 한다. 한경면 북서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형세가 마치 지네 등과 같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가옥은 지네 발과 같이 비교적 저지대에 산재해 지네골이라고도 했다.

 

금등리 명소 중에서도 명물은 바닷가에 자리잡은 용다리물. 옛날엔 인근 용천수 중에 제일 깨끗하고 맛도 좋다고 소문이 났었다. "집안에 특이한 일이 있으면 무사안일제를 지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용다리물을 길어다 쓰곤 했어요." 용다리물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큰 바위 밑에서 분출되는데 고이지 않고 조금씩 흘러나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밀물 때면 바다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신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금등리 용천수.

용다리물 인근에는 손도수와 비래수라 불리는 용천수도 있다. 손도수(巽道水)는 동쪽에서 온 물이라고 해서 동남방을 뜻하는 '손'자를 썼다고 한다. 마을 서쪽에 있지만 그 근원이 동쪽이어서 그렇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비래수(飛來水)는 어디에서 흘러온지 몰라 날아왔다는 뜻의 '비'자를 붙였다. "제주도 참 이상한 곳이에요. 예전에 용천수 근원을 찾으려고 물줄기를 따라갔다가 금등리 몰왓-수장동-조수리 신동-조수리 한양동-저지 수동-명이동-금악 문도지오름 인근 연못으로 이어진 것을 확인했으니까." 과거 가뭄이 들면 인근 청수와 저지, 낙천, 조수사람들은 물론이고 멀리 한림읍 월림과 상명에서도 소 등에 물통을 지우고 와서 손도수와 비래수물을 길어갔다고 한다.

금등리에서는 마을안길을 유유자적하며 예전 그대로의 돌담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택과 밭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유기농산물 재배농가도 많다. 고춘희 금등리장(57·여) 역시 남상진씨에게 유기농법을 배워 양파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마을에선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려 심장병·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고, 간의 해독작용을 하고, 뛰어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고 금등리 양파를 홍보한다. 작은 마을 금등리가 품고 있는 것들이다.   한라일보 2011. 03.12 표선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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