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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상주 3번국도-지천동 용흥사 갑장사 갑장산

by 구석구석 201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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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내륙고속도로에서 상주 IC로 빠져나와 25번 국도를 타고 시내방면으로 들어간다. 상주경찰서를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3번국도를 타고 김천방향으로 간다. 양천교를 지나기 전 상주남부초등학교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입구에 이정표가 있는데, 마을과 개울을 끼고 산길을 따라 2.8km미터 올라가면 용흥사에 닿는다.

 

갑장산(甲長山)은 상주의 안산(案山)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상주의 남녘에서 상주를 안은 형상이다. 산 이름은 두 가지 설에서 유래한다. 고려 충렬왕이 이 산을 보고 '영남 제일의 산'이라고 추켜세워서 갑장산이 됐다는 설과 갑장사가 있어 갑장산이 됐다는 설이다.

 

산은 두말할 나위 없는 육산이지만 정상 주변의 암릉과 나옹·백길바위, 시루봉 등 기이한 바위들이 좋다. 너른 들 가운데 있는 독산이라 조망미도 훌륭하다. 만산홍엽의 계절에 찾는다면 눈이 호사할 포인트가 지천이다.

 

등로는 용흥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상산과 문필봉을 지나 갑장사~쉼터 전망대~정상으로 간다. 시루봉을 스쳐 용흥사를 통과해 원점으로 돌아온다. 된비알은 거의 없는 편이다. 숲이 좋아 걷는 재미가 오롯한 길이 많다. 산행거리 약 9.3㎞, 산행시간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

용흥사 주차장에서 연악산식당 쪽으로 간다. 식당 옆문 앞에 있는 등산로가 들머리이다. 이정표가 있다.

▲ 기점 옆에 있는 연악산식당. 연악산은 갑장산의 옛 이름.

쉼터를 지나 30분쯤 가자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오고 이정표를 따라 25분가량 더 오르면 암봉이 나온다. 상산(694m)이다. 별다른 표석은 없다. 북쪽으로 상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론 멀리 백두대간의 두터운 마루금이 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속리산과 청화산, 대야산, 황학산, 희양산이 마루금을 잇고 있다.

▲ 상산까지 이런 숲길이 계속된다. 걷는 재미가 좋다.

상산에서 10분 남짓 가면 문필봉(695m)에 다다른다. 상주의 선비와 문인들에게 정기를 준다는 신성한 봉우리다. 조망은 나무 탓에 좋지 않다.

문필봉에서 130m가량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2분 정도 거리에 용지샘터가 있다. 전설엔 이 샘에서 살던 용이 승천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명당이라며 밀장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상주 전역이 가물어 이 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갑장산은 구룡연이 있었다 해서 연악산으로도 부르는데, 이곳을 구룡연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지금은 샘물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나온다. 마셔도 된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 나와 갑장사 쪽으로 우회전한다. 7분 정도 나무터널을 지나치면 솔 그늘이 넓은 바위가 나온다. 높이 100m가량의 상사바위다. 두 가지 전설이 있다. 젊은 스님이 애인을 두고 갑장산으로 수도하러 들어왔다. 남은 여인은 죽었고 구렁이로 환생했다. 한을 품은 구렁이가 이 산에 찾아와 '같이 살자'며 스님의 몸을 칭칭 감았다. 스님이 불경을 외우자 도망치던 구렁이가 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다른 전설은 갑장사에 한 미남 스님이 있었는데 젊은 비구니가 그를 흠모했다. 세월이 흘러 스님은 절을 떠나야 했고, 이룰 수 없는 연정을 슬퍼하던 비구니가 스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틋함을 바위는 알까?

 

갑장사와 상사바위

 

상사바위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갑장사(지천동 산5번지)가 있다.

고려 말 나옹화상이 창건했다는 절이다. 여러 차례 불이 나서 원래 대웅전은 사라졌다. 나옹화상의 흔적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법당 오른쪽 임시 건물에 약수터가 있다. 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갑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이다. 고려 공민왕 22(1373)년 나옹(懶翁)선사가 창건한 작은 암자이다.

 

상주의 옛 지명은 상산(尙山)이며 상산지(尙山誌), 고적조(古蹟條)에는 상주의 성 밖 사방에 남장, 북장, 갑장, 승장, 4개의 큰절이 있어 4장사(四長寺)라 불렀다. 이 가운데 갑장사는 4장사(四長寺)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절이란 뜻에서 갑장사라 했다고 한다.

또한 상주는 3악(三岳)이 있어 산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남쪽의 연악산(淵嶽山), 서쪽의 노악산(露嶽山), 북쪽의 석악산(石嶽山)이 있다.

 

 이 산들은 모두 속리산의 지맥이며 주봉에서 장장 100리를 뻗어 내려와 있다. 갑장사를 바로 올라 가려면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산길을 1시간을 넘게 한참을 앞만 보고 걸어야 한다. 서로 몸을 기댄 나무들과 하늘을 덮고 있는 울창한 숲에 가려 정상이 자꾸 멀게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산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 갑장사에 올라보면 산 자체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물론 연꽃모양을 이룬 암봉들의 수려한 모습에 오랫동안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갑장사의 아름다움은 비와 안개가 품어 안아 촉촉이 젖어 있는 산이다. 갑장산 최고의 절승인 백길바위, 나옹바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떨어질 것 같은 상사바위는 온몸이 전율이 돋는 천야만야의 아찔함을 실감나게 한다.

 

옛부터 뛰어난 경승을 자랑했던 이곳에는 소도(蘇塗)가 있어 옛 상주사람들은 가뭄이 심하면 갑장산에 와서 기우제를 지냈다. 그 연유는 바로 연악의 형상이 연못처럼 생겨 수신(용)과 통하기 때문이다. 법당 앞 처마에 걸려 있는 도우연악유계 현판은 그간의 일을 잘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절 입구에서 오른쪽 언덕을 돌아 이정표에 닿는다. 5분쯤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잠시 뒤 쉼터 전망대가 나온다. 시멘트로 만든 현대식 누각이다. 유리벽으로 바람을 막았다. 백두대간 덕유산 일대와 수도지맥, 진양기맥의 멧부리들이 어슴푸레하다.

 

전망대에서 4분쯤 가면 갑장산 정상이다. '상주의 영봉'을 새긴 정상 표석이 있다. 정상에선 갑장산 동쪽 조망이 뚜렷하다. 가장 먼저 낙동강이 눈에 밟힌다. 멀리 대구 팔공산과 구미 금오산의 산등성이가 또렷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130여m 내려서면 돌탑이 나온다. 돌탑에서 조금 더 가면 백길바위다. 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끝이 안 보인다는 바위다. 백길바위에서 1분쯤 더 가면 사다리꼴 모양의 나옹바위가 서 있다. 나옹이 좌선했다는 곳이다. 바위 아래에 매달린 밧줄을 타고 내려가거나 우회하면 된다.

 

▲좌 나옹화상이 참선했다는 나옹바위로 밧줄을 타고 올라가게 되어 있다.  ▲우 바람문으로 불리는 석문.

 

잘록이를 지나 5분쯤 오르면 시루봉(777m)이다. 산 아래에서 보면 떡 시루를 포개놓은 모양의 암봉이다. 금정산 금샘처럼 암봉에 홈이 파여 있다.

시루봉에서 내려와 석문(일명 바람문)과 전망대를 지나면 용흥사, 낙동·용포 방향 이정표가 있다. 용흥사 방면으로 하산한다.

 

▲ 시루봉에서 본 나옹바위와 백길바위(가운데에서 오른쪽). 백길바위 위에서는 몰랐는데 여기서 보니 그 높이가 으스스하다.

외길로 40분 정도 가면 용흥사(054-533-7728)에 닿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이다. 용흥사는 갑장산 서편 중턱에 자리잡은 조계종 산하의 전통사찰로서 676년(신라 문무왕 16)에 창건되었다. 극락보전 안에 높이 10.03m, 폭 6.2m짜리의 보물 제1374호인 '삼불회괘불탱'이 보관돼 있고 불상도 조선후기 불상양식을 알려 주는 귀중한 불교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현재 사찰은 비구니스님들이 주석하며 불사를 깔끔하게 이루어 놓았다. 

 

 

나옹화상이 이 절의 극락보전을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 주차장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수상한 화장실

용흥사 주차장 옆의 '연악산식당'(054-533-7184)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우리 밀로 반죽해 끓인 칼국수(5천원)가 맛있다. 밥과 쌈을 공짜로 준다. 도토리묵(7천원), 파전(8천원), 돼지수육(2만원)도 있다. 서너 명 이상이면 닭볶음탕(3만5천원)도 괜찮다. 이 집에서 쓰는 채소는 주인이 직접 기른 것이다.

남부초등교에서 3.8㎞쯤 떨어진 '지천식당'(054-532-1715)도 잘 알려진 맛집이다. 우리 밀 칼국수(5천원)와 돼지 양념 석쇠구이(1만7천~2만원)가 유명하다. 벌꿀의 프로폴리스 성분이 섞인 동동주(3천~5천원)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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