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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청송 31번국도-진안리 청송옹기

by 구석구석 2009.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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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옹기체험 054-874-3362

 “흙은 자체에 힘이 있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흙을 밟고 만지고 할 기회가 드물죠. 그래서 잔병이 많은 겁니다.”  청송옹기장(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5호) 이무송(70) 선생의 첫마디는 흙의 기운에 관한 것이었다. 장인은 흙을 빚어내는 기술보다 현대인에게 흙이 필요한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청송 옹기가 왜 유명하냐 하면 그건 백·흑·황·적·청의 5색 점토 때문이지요. 5색 점토는 높은 온도에 잘 견뎌내고 잿물도 잘 흡수해 여느 옹기보다 뛰어나답니다. 지금부터 본인이 평소 만들고 싶었던 것을 빚어 보세요.”  

 ▲ (좌)옹기를 빚는 데 몰두하고 있는 어린이. 차근차근 자신이 원하는 그릇의 틀을 만들어나간다. (우)옹기를 빚고 있는 손들.

 

찰흙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오랜만이다. 얼마 만에 만져보는 흙인가. 어릴 적 뒷동산에서 파온 찰흙으로 이런저런 물건을 만들며 장난치던 추억이 떠올랐다. 흙을 주물럭거리며 찻사발 모양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틀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전통 옹기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거니와 정성도 많이 들여야 한다. 먼저 찰흙에 물을 알맞게 뿌려가며 메와 께끼로 고른 뒤 판장질로 넓적하게 해서 물레에 올려 밑판과 그릇벽에 붙여 기본형을 만든다. 그 다음 물레를 회전시키면서 옹기를 빚는다.

 

옹기 모양이 완성되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사나흘쯤 말리고 나무 태운 재와 약토를 넣은 잿물탕에서 잿물을 입힌다. 다시 사나흘 뒤 물기가 다 마른 옹기를 가마에 넣고 불을 지핀다. 처음엔 작은 불을 사흘간 피워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그 다음 본격적인 돋김불을 지피는데 가마 속 온도가 1200~1300℃가 될 때까지 일주일간 밤낮으로 불을 지핀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물레 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반죽한 진흙을 매만져 가며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그릇을 만드는 수준이다. 얼마나 만지작거렸을까. 그릇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물컵을, 어떤 이는 수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 (좌)다 빚은 옹기는 그늘에 사나흘 두고 물기를 뺀 뒤 이렇게 가마에 넣고 일주일간 굽는다.(우)옹기 체험한 이들의 작품들이 체험장 밖에 전시돼 있다.

 

전통 방식 고집하며 평생 외길 걸어와

청송옹기장 이무남 선생은 어릴 때 부친에게서 옹기 굽는 일을 처음 배운 이래 칠순에 이른 지금까지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있다. 평생 한 가지 일을, 그것도 소신을 갖고 몰두해온 이들에겐 독특한 눈빛이 존재한다. 장인의 눈빛도 그랬다. 햇살 반사된 장독의 그것처럼 강하지만 부드러운 눈빛. 칠순에도 이런 눈빛을 갖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생활이 어려워 옹기공장에서 일을 했지요. 생활도 어렵지만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았어요. 그러다 열아홉 살 때인 1959년 옹기공장을 인수했지요. 그때는 잘 나갈 때지요. 당시 청송에만 옹기공장이 13군데나 있었는데도 모두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어요.”

 

당시는 옹기의 전성시대였다. 큼직한 장독부터 약탕기는 물론이요 자그마한 종지까지. 구워내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플라스틱과 세라믹을 재료로 한 그릇이 생산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웬만한 옹기장이는 모두 가마를 헐고 도시로 떠났다. 장인은 버텼다. 옹기를 지게에 지고 진보장과 청송장 등을 다니며 쌀, 보리 등 필요한 식량들과 물물교환했다.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무렵, 발효식품이 발달한 우리 민족이 음식을 보관하고 알맞게 익혀 담아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그릇이 바로 옹기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진짜 옹기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야 해요. 요즘 옹기 인기가 높으니까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간 유약을 쓴 옹기를 만들기도 해요. 안타까운 일이죠.”

 

장인은 아직도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흙은 당연히 청송 5색 점토요, 유약은 참나무·소나무·과일나무 등을 태운 재와 산에서 채취한 약토(고운 흙이나 부엽토)를 섞은 천연 잿물이다. 구울 때도 전통적인 장작 불가마를 이용한다. 옹기의 재료인 진흙과 옹기에 바르는 유약엔 미세한 모래알갱이가 섞여 있는데, 고열로 굽는 동안 생긴 숨구멍으로 옹기 안과 밖의 공기가 순환하기 때문에 물이나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청송 옹기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한국 전통 옹기의 제작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청송옹기를 방문하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

 

“그렇지만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젊은 사람들은 배우러 왔다가 가고, 생활이 어렵고 힘드니까 자꾸 떠나지요. 일할 사람이 많이 부족해요.”
어느새 찻사발이 완성됐다. 이 찻사발은 장인의 전통 옹기 제작 방식과 똑같은 과정을 겪는다. 그늘에서 물기를 빼고, 약한 불로 남은 수분을 말리고, 천연 유약을 입히고, 가마에 넣어 장작불을 피우면 드디어 완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배달된다. 한 달쯤 지난 후에.

 

청송옹기에서는 학생이나 가족, 각종단체를 상대로 옹기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체험시간은 만드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시간 정도 걸린다. 자신이 빚은 옹기가 완성돼 집으로 배송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린다. 체험을 하려면 전화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체험 비용은 어른 1인당 1만 원, 어린이는 7,000원. 배송료는 착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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