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강원도

화천 간동-방천리 운수골

by 구석구석 2009. 7. 5.
728x90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 방향으로 향한다. 추곡터널을 지나자마자 운수골 팻말이 보이고 구불구불 언덕길을 따라가면 마을 입구가 보인다. 대중교통은 춘천에서 18번 시내버스 오항리행을 탄다. 상추곡에서 내리면 운수골 팻말이 보인다. 여기부터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구불구불 언덕길을 따라 꼬박 1시간 20분을 걸어야 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어랏! 휴대폰이 안 터지잖아.” 별일이다. 굽이굽이 언덕을 넘어 겨우 마을 어귀에 들어섰는데 휴대폰은 여전히 먹통이다. 아무리 산골이어도 요즘 휴대폰이 안 터지는 마을이 있을까. 마을에 들어서면 이장 집인 ‘꽁지네’ 표지판을 무작정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집 마당에 들어서자 정말 꽁지머리를 한 이장님이 나온다. 휴대폰이 안 터진다고 볼멘소리를 하자 “일부러 기지국을 안 설치했어요”하며 되레 큰소리다.

 

운수골은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2리에 속한다. 행정구역상 화천이지만 파로호를 끼고 차로 40여분을 더 가야 하는 산골이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경사 40도 이상의 사명산 능선을 넘어야 한다. 눈이라도 내려 길이 얼어붙는 날엔 1시간을 넘게 걸어야 마을에 갈 수 있다.

 

 

마을은 죽엽산과 사명산에 둘러싸여 있다. 고개를 들면 하늘은 온통 산이 가리고 섰다. 마을 어디에나 사명산에서 굽이친 계곡이 흐른다. 계곡 옆으로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았다. 마을에는 겨우 47가구가 산다. 그나마 주말만 운수골에서 지내는 도시민이 많다. 그러다 아예 귀농한 가정도 꽤 된다. 도시에서 왔지만 생활방식은 완전히 산골 전통을 따른다.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해다 아궁이를 지핀다.

 

 

마을에는 그 흔한 구멍가게조차 없다. 도시에서 손님이 오면 시골집에서 함께 지낸다. 식당이 없으니 밥도 주민과 함께 먹는다. 술이며 안주며 먹을 게 모자라면 옆집에서 얻어먹는다. 운수골에 오면 진짜(?) 민박을 하는 셈이다. 오는 이마다 운수대통 하라는 운수대통길에는 약복숭아가 심어졌다. 무릉도원 운수골을 꿈꿔서다.

 

 

마을 계곡에는 모터를 달아 놓은 ‘자가 수력 발전기’ 물레방아가 있다. 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닌 생태화장실로 개조 중이다. 유기농법 농산물만 취급하고 자연에 거스르는 것은 최대한 자제한다. 꽁지머리 민경구 이장은 “농촌마다 펜션 짓고 획일화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운수골은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는 역발상 친환경주의 마을이 될 겁니다”라며 자신 있게 말한다.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 사는 맛을 즐기는 꽁지머리 이장님의 카리스마는 운수골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른다.

 

 

마을을 나서며 울룩불룩 제멋대로 생긴 장승 앞에 섰다. “그 장승 만지면 부부 금슬이 좋아져요”라며 꽁지머리 이장이 너스레를 떤다. 남성과 여성을 노골적으로 상징하는 장승의 모양 때문이다. 먹통이 된 휴대폰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기자에게 “휴대폰 족쇄를 끊고 푹 쉬라고 기지국을 거부한 거예요”라며 최종변론(?)을 한다.

 

 

산 좋고 물 좋고 거기다 사람까지 좋은 운수골. 휴대폰 따위 안 되면 어떠한가. 불편함을 넘어서는 운수대통 운치가 이곳에 서려 있는데 말이다. 

/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마을에 들어오면, 어디서든 사명산을 타고 굽이쳐 내려오는 계곡이 있다. 이 계곡의 끝자락에는 파로호가 있다. 이 파로호가 생기면서 남쪽의 골방천, 석정동 자연부락이 운수골의 중심마을과 분리되었는데, 이 곳에는 현재 3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방천2리 마을주민들은 약복숭아, 토종꿀, 고로쇠 수액, 자연산 버섯, 산나물 등 자연의 선물을 지역 특산품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운수골은 85%정도는 임야이기 때문에 실제로 농사를 짓는 공간은 넓지 않다. 농경지 총면적은 34ha 정도로, 밭이 30ha, 논이 4ha 정도다.

 

대부분 농가는 콩, 옥수수, 고추, 잡곡 등의 밭농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콩, 옥수수 등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작목으로 현재 오음리와 함께 친환경작목반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운수골 사람들은 설부터 석달 동안 맹물을 마시는 법이 없다. 고로쇠나무, 그리고 박달나무, 이어서 자작나무 물이 이들 밥짓는 물이다.

 

텃밭에 씨뿌렸던 더덕은 지들끼리 자라서 언제나 밥상에 오른다. 가을이면 잘생긴 자연산 버섯은 비싸게 팔고 못생기되 향은 더 진한 하품은 마당에서 숯불로 구워 먹는다. 쏘가리도 심심찮아 손님 밥상은 늘 풍성하다. 그런 연유로 서울사람들은 ‘꽉 막혔다’하면서도 세 시간씩이나 걸려 일부러 운수골을 찾는다.

 

이상철 방천2리 노인회장은 “겨울에는 눈이 조금만 많이 와도 마을로 들어올 수도 또 나갈 수도 없는 오지마을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동물, 식물 그리고 사람 이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무위자연, 도원경이 따로 없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는 생각을 자주한다”고 말했다.

 

운수골 마을주민들은 2002년부터 생계수단을 마련하고 무릉도원을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투자하여 약복숭아를 키우고 있다. 이미 5만주의 약복숭아를 심어 마을 전체를 봄철이면 도화 꽃 만발 한곳으로 만들었고 약복숭아 가공제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또 지난 5월부터 태양에너지, 생태화장실, 바이오셔틀버스 등 에너지 자립마을 시범지역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해 가고 있다.

 

마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운수골 주민들은 올해부터 전문가들을 초청한 토론회를 통해 마을 발전을 모색했다. 특히 새농어촌건설운동에 참여하기로 하고 마을 주민 5∼6명이 한 그룹이 되어 생태자원, 문화자원, 사람자원 등등 여러 각도에서 마을의 숨은 자원들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은 역발상의 느림이다. 새농어촌건설운동도 기존의 복제화된 생산성 지향주의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눈으로 귀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심신이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기로 했다.

 

운수골 마을 주민들은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고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계곡을 걷을 수 있는 곳과 토속음식의 맛과 향의 재발견, 환경 보전 등을 추구하는 사람 냄새하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민경구 방천2리 이장은“느림이야말로 가장 우아한 삶의 방식이고, 길 위에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꿈이 있다”며“아침에 느긋하게 밭일 나갈 준비를 하는 농부의 삶과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도시 샐러리맨의 삶이 다를 수밖에 없듯 모두가 동경하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강원일보 박영창기자

 





 큰바위가든  마을 안에는 식당이 없다. 마을을 나와 46번 국도를 타고 화천 쪽으로 가다 보면 큰바위가든이 보인다. 오리, 토종닭, 막국수 요리를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 033-442-6805

 

꽁지네 마을에는 따로 숙박시설이 없다. 이장에게 전화하면 마을 주민 민박을 소개시켜 준다. / 033-442-7077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