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약수·운두령 자락·용평 스키장의 먹거리집들
해발 1,577.4m인 계방산은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우리가 특별한 절차를 밟지 않고 오를 수 있는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다. 이토록 높은 산인데도 정상을 오르는 데는 크게 힘들지도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정상 가까운 들머리가 찻길이 닿는 해발 1,088m의 운두령이기 때문이다.
운두령은 국도 상의 고개 중 제일 높고(차가 다니는 도로 상 제일 높은 고개는 만항재), 계방산의 겨울은 적설량이 많아 눈길 산행을 즐기는 산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1번 국도가 닿는 운두령 정상까지는 영동고속도로 속사 나들목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중앙고속도로 홍천 나들목에서 5번 국도와 44번 국도를 타면 홍천 연봉 삼거리~신내 사거리~56번 국도~서석~내면을 경유해 운두령으로 올 수도 있다. 양양에서는 56번 국도를 타고 구룡령을 넘어서면 내면 창촌에서 31번 국도와 만난다.
■ 계방산 먹거리 센터 - 선비촌
계방산은 평창과 홍천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있다. 평창쪽은 용평리 노동리다. 운두령 가는 길, 속사 삼거리로 들어서서 얼마를 달리면 가리골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방아다리약수와 운두령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데, 이 일대에는 45개나 되는 먹거리집이 몰려 먹거리촌을 형성하고 있다. 주변의 높은 산자락에서 자생하는 산나물들을 듬뿍 넣은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을 차려내고, 평창의 명성인 송어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집만도 14개 업소나 된다.
이 먹거리촌의 가운데 지점에 한옥으로 잔뜩 멋을 부린 ‘선비촌’(033-332-2525)이 눈에 띈다. 안주인 이주련씨는 여느 집들과 별 다름없는 음식을 차려낸다고는 했지만, 막상 음식을 먹어 보니 맛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됐다. 동행한 '대양이 식구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으니 말이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강남의 번화가에서 외식업소 경력을 가진 대양이 식구들은 좀처럼 음식 칭찬을 하지 않는 성품인데 이 집에서만은 예외였다. 강원도가 ‘고품격 관광음식점 육성업소’로 지정한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산채정식 1인분 8천원(2인분 이상 주문), 송어 1kg 23,000원.
‘천하의 멋쟁이’라는 별명의 바깥주인 임성훈 선비는 동네 궂은 일은 도맡아 앞장선다는 소문의 이장직을 맡고 있었다.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오리고기 없어서 못 먹지” - 쉼바위
운두령은 워낙 높은 고개라 누군들 쉬지 않고는 넘을 수가 없었겠다. 그래서 ‘쉬었다 넘는 고개’라고 했다는데, ‘쉼바위’(033-333-1222) 역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식당’으로 추천한 사람의 참뜻은 여러 가지였다. 차려낸 오리구이 맛이야 언급이 필요치 않는 기본이고, 산속의 음식점 치고는 놀라울 만큼 깨끗하고 깔끔하다.
식구들끼리 종사하고 있는 주인들 또한 친절미가 넘쳤다. 뒷받침이라도 하듯 안주인 김순봉(59)씨의 말은 한번 찾아온 손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주어 손님들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오리고기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데도 손님들은 송어와 오리고기를 7대3의 비율로 주문한다고 한다. 그만큼 송어요리 솜씨도 크게 알려져 있다는 뜻이겠다. 특히 서울을 위시한 전국 각지의 단골들이 조류독감으로 영업에 지장이 없는지 걱정해 주는 전화를 해주어 크게 용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찾아온 손님들은 “송어보다는 오리를 먹자”, “오리 없어서 못 먹지”라는 말로 격려해주어 가슴이 찡해진다고도 했다.
밥은 돌솥에 앉혀서 짓고 따끈한 숭늉을 내놓는다. 평소 집에서 먹는 맛, 토속적인 맛을 낸다는 것이 이 집의 성공비결이겠다. 오리 1마리 30,000원. 송어회 1kg 25,000원.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아름다운 부부가 사는 모습 - 운두령마을
도시에 사는 중년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미래의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해답을 알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185번지 ‘운두령마을’(033-332-9114·Natural Town)을 찾아가서 박영덕(56)-김형수(55)씨 내외가 사는 모습을 보고 오기를 권유한다.
운두령으로 가는 31번 국도 계곡 건너편으로 길게 장독들이 놓여 있다. 1,000개도 더 되어 보이는 독들이 하얀 모자처럼 흰 눈을 쓰고 있다. 카메라 렌즈를 갖다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풍경이다. 서울, 그것도 강남의 압구정동에서 오랫동안 불편함 없이 살던 부부가 과감하게 깊은 산속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좋은 물과 인근에서 재배한 콩으로 재래된장과 고추장을 담근다. 3~4년 장기간 숙성한 된장 고추장에 무우 오이 고추 콩잎 깻잎 도마도 산나물들을 넣고 장아찌를 만든다.
안주인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상차림을 한다. 오랜 친구들이 수시로 찾아오고 자고 가기도 한다. 주인 내외는 도시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던 것이 스스로에게도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누구라도 찾아가서 먹고 자고 올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았다.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양식장 위 식탁에서 싱싱한 송어회 한 쟁반 - 남우수산
계방산 먹거리촌은 송어회 천국이다. 이 천국에서 ‘남우수산’(033-332-4521)은 조금은 별난 횟집이다. 식탁이 있는 건물 아래로 계곡물이 흐르고, 이 물은 송어 양식장이다. 싱싱한 송어회가 냉동된 돌판 위에 얹혀서 식탁에 오른다. 송어회의 신선도를 계속 유지토록 한 조치다. 각종 야채를 초고추장으로 비비고, 식탁에 놓인 콩가루와 깨 가루까지 섞는다. 이렇게 비빈 야채와 회를 상추나 깻잎으로 싸서 먹는다.
넓은 주차 공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차들로 들어찼다. 이 집의 유명도를 알 만 했다. 화가인 안주인 반기남씨가 그린 남편 신종근(38)씨의 서글서글한 모습의 그림이 벽면에 걸려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송어는 회와 구이, 튀김으로 해 먹는데 1kg에 23,000원.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안녕하세요! 왕앵순이 입니다” - 한국앵무새학교
계방산에는 참으로 이채로운 ‘한국앵무새학교’(033-333-8249)가 있다. 규모는 학생인 앵무새 5마리와 교직원 3명이 전부다. 왕민식 교장과 사모님 류은미씨, 그리고 세 살짜리 따님 세진양 세 사람이 '왕씨' 성(姓)을 부여 받은 다섯 마리의 앵무새를 기르고 가르친다.
다섯 마리 학생 중 15세 숫놈 왕앵도리가 반장이고, 8세인 왕건이가 부반장이다. 왕두한이가 7세, 왕갑순이가 6세다. 막내인 왕앵순이는 5세인데 시샘이 심한 편이고 자기도 장(長) 한 자리는 할 수 있다고 보챈다고 해서 ‘부녀반장’ 직함을 주었다고 한다.
이들 다섯 마리의 앵무새들은 짜여진 학습시간에 따라 공부를 한다. 국어시간에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의 인사말을 배우고, 체육시간에는 자전거타기나 태권도, 농구공 넣기 등을 배운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실력들을 공연시간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손님들은 앵무새들의 신기한 각종 묘기에 박수를 보내고 어떤 손님들은 ‘해바라기씨’ 값을 팁으로 내놓기도 한다. 해바라기씨는 앵무새들의 주식이자 기호식이다.
앵무새와의 특별한 만남과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는 왕민식씨(43)는 이 일을 시작한 것이 20년이나 됐다. 1997년에 문을 연 이 학교의 앵무새 공연은 1일 1회로 하고 있는데, 1회 공연시간은 약 40분.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어린이 3,000원을 받는다.
조조(早朝) 할인제는 없지만 단체 할인제는 있다고 했다. 손님들이 많을 때는 연속공연도 한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이 학교에 딸린 황토방에서 민박하면서 앵무새의 재롱을 즐기기도 한다. 황토방에는 방마다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www.한국앵무새학교.co.kr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MTB 마니아의 산악캠프 - 운두령산장
운두령 정상 가까운 곳에 잘 지어 놓았다는 민박집 ‘운두령산장’(033-332-1089)을 찾아갔다. 운두령 정상을 3km 남겨 놓은 해발 800m 지점 계곡가에 산장이 나타났다. 운두령산장을 찾은 늦은 시간, 밝은 달이 중천에 떠 있었는데 달빛을 받으며 다가선 씩씩한(?) 사나이가 오랜 지기를 만난 듯 손을 내밀며 반갑게 객을 맞는다.
그러고는 “권대선 두령입니다”하고 명함을 건넨다. ‘두령’이라? 우두머리라는 뜻이렷다. 그래서 별난 호기심까지 생겼는데 자신은 10년 전 월간山에 기고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서로는 특별한 친밀감을 느꼈다.
산이 좋아 깊은 산으로 들어와서 살고 있다는 권 두령은 서울에서 해태전자 디자인실장을 역임한 분이다. 1995년에는 한국산악자전거협회 회장직을 맡은 바 있는 MTB의 선구자이자 마니아임을 밝혔다. 야외활동의 여러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두령님과 하룻밤 밤을 세워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 시간 산장은 이미 만원사례였다.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아름다운 추억 간직해 가세요 - 허브세상농원
평창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산채의 고장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곳밖에 없는 산채시험장이 평창에 있다는 것도 산채의 고장임을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그러한 배경 덕일까. 평창에는 허브농장 한 곳이 지금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02년 11월에는 이승복기념관과 멀지 않은 곳, 기념관 맞은편에도 ‘향기의 세상 허브세상농원’(033-332-7100)이라는 이름의 허브농장이 문을 열었다. 허브(herb)는 향기 나는 식물을 이르는 말이다.
허브세상은 5,000여 평 부지에 콘도 방식의 방갈로와 느티나무 가족식당, 여러 가지 허브용품과 허브차를 구입할 수 있는 선물의 집이 들어서 있다. 허브와 야생화가 가득한 자연학습장도 꾸며 놓았다. 독채로 된 원룸 형태의 방갈로에서 잠을 잘 수 있는데, 허브를 테마로 한 허브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8개동의 방은 5평 8평 10평의 크기로 그 규모를 달리 해 놓았다.
용평스키장과 보광스키장이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고, 월정사도 가까운 곳이라 숙박시설로도 이용해 봄직하다. 지척의 거리인 방아다리약수도 마셔보고, 밤에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하얗게 지은 건물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담아올 만한 분위기의 농원이다.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강원도라 감자에 ‘감자술’인가 - 오대서주
강원도 하면 감자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감자는 강원 지역의 특산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구황식물로 우리 민족의 중요한 먹거리가 되어 온 감자. 강원도의 청정기후는 감자 재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가졌다. 특히 대관령 지역 고원지대는 감자 병충해가 적어 재배의 적지가 되어왔다.
감자술은 화전민들이 담가 마시던 술이라 제조법이 문헌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없었다. 더욱이 일제 때는 밀주 단속으로 그나마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제조방법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가운데 평창군 진부면 홍성일(洪性一·66)씨의 끈질긴 집념은 주맥(酒脈)을 찾는 데 성공했고, 상품으로 개발해 놓은 것이 감자술 ‘오대서주’다.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오대서주는 담백하면서도 감미로운 와인 같다. 마신 후 뒤끝이 아주 깨끗하다. 감자에는 비타민C 뿐만 아니라 칼륨과 인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감자의 인산 함량은 근채류 중에서는 가장 높다.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인 바 감자술 역시 알칼리성 술이다. 알칼리성 술은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어 주는 효험도 높다.
전국 유일의 감자술인 오대서주는 600m 고랭지 청정지역 암반에서 뽑아 올린 물로 빚었다. 알콜도수 13도에 375ml 유리병으로 출시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6,000원으로 마실 수 있고, 택배로 집에서도 받을 수 있다(033-335-7609).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 용평리조트의 먹거리집 - 한식당 대관령
발왕산(1,458m) 기슭에 자리한 용평리조트는 연평균 250cm의 적설량에 4월 초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하얀 눈의 나라다.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국제스키연맹(FIS)으로부터 국제 수준의 스키장으로 공인 받았고, 레인보에서 옐로까지 총 28면의 다양한 슬로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스키장에 있는 편의시설 드래곤프라자로 들어가 보면 ‘한식당 대관령’(033-330-7311)이 눈에 띈다. 메뉴는 다양하고 스키를 마치고 체력소모를 보완키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로 식당 안은 활기가 넘친다. 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오징어와 삼겹살을 양념에 섞어서 구워 먹는 오삼불고기(10,000원)가 단연 인기 품목이라고 한다.
실내이면서도 사리 담장을 해놓고 설경을 연출해 놓은 분위기가 만점이다. 집주인인 젊은 내외 함봉호-이영희씨가 같은 또래의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해 시중을 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월간산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
'방방곡곡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주 학성동-문화극장주변 남경막국수 (0) | 2009.01.10 |
---|---|
원주 매호리 매화마을 (0) | 2009.01.10 |
철원 서면-자등리 상해봉 (0) | 2009.01.08 |
삼척 416번지방도로 오저리 학아산 보림사 가곡천 (0) | 2009.01.03 |
영월 흥원리 달돋이봉 (0) | 2008.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