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돋이봉
충절의 고장 영월의 진산 태화산(1,027.4m)에서 서쪽으로 약 4km 거리, 국지산(625.6m) 남쪽 능선으로 약 2km에 해발 606.8m로 영월읍과 남면 경계에 솟은 산이 달돋이봉(606.8m)이다. 영월군 남면 조전리 하촌에서는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 때 이 산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달맞이 행사를 하였기에 달돋이봉, 월출봉, 월망등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산세는 유순하나 그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숲이 우거져 길 찾기가 수월치 않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옛 고개도 인적이 끊겨 고개로서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 됐다. 이 산에 등을 기대고 사는 마을에는 마을을 지키는 고목, 성황당, 연자방아 등도 있고, 흙으로 쌓은 담배 건조장들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는 오지 중의 오지다.
‘금강수는 양이고 태화산은 음인데 / 월휴촌은 옛부터 수려하고 깊구나.’ 이조 순조 때 학자 신범(辛汎)이 읊은 시 일부다.
산행은 영월읍 흥월리 장선 마을을 들머리로 택했다. 충북 영춘, 단양으로 가는 옛길이 있던 여기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장승이 서있던 곳이라 하여 장승께, 장승개, 장선이라 부른다. 장선 버스승강장에는 고석균공덕비와 기와집도 있고, 낡은 담배 건조장, 주인 잃은 폐가가 기우뚱 산객을 반긴다.
이제는 장승이 없는 장선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훵하니 뚫린 장승개골로 들어선다. 작년에 포장하였다는 시멘트 농로 옆 더덕밭 두렁에는 대추나무에 대추가 총총이 영글어 가고 있다. 들머리에서 7~8분쯤 걸었는데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옛날 농기구 등을 벼름질하던 대장간(점터)이 있던 골짜기라고 하여 점골이라 했다. 점골로 들면 문고개에 닿아 국지산으로 갈 수 있다.
그대로 뒷뒤실(뒷실) 가는 길로 직진한다. 길섶에는 물봉선이 흐드러졌다. 옛날에는 여러 가구가 살았다는데, 현재는 몇 집밖에 보이지 않는 뒷뒤실을 지난다. 오른쪽 언덕 아래 붉은 벽돌집을 내려다보며 산모퉁이를 돌아 나간다. 돌마타리, 마타리, 뚝깔, 까실쑥부쟁이, 염아자 등이 꽃을 피워 아름다운데 석회암릉 위에 철 늦은 솔체꽃이 군락을 이뤄 이채롭다.
산모퉁이를 벗어 버리자 태화산 버섯농장이 나타난다. 농장을 뒤로하자 뒷뒤실의 마지막 농가 유환조씨 마당을 밟고 지나게 된다. 장승개골로 들어선 지 25분쯤 걸렸다. 농가 수수밭옆에는 유씨 제실과 효자각이 있다.
유용식 효자문은 조상을 섬기고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였던 효자의 효행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것이다. 유 효자는 조상을 숭배하는 사상이 남달라 부친인 유용복의 유풍을 받들고 유씨 조상의 훌륭하였던 한 폐공 유비 등 영예로운 조상의 위폐를 모신 흥현각을 세워 매년 10월15일에 봉제해 왔었다. 영월 유림에서는 성균관에 올려 표창케 하였다.
가을의 전령사 개미취, 개쑥부쟁이 꽃들이 하늘거리는 숲길을 잠시 걷다가 왼쪽은 댕댕이골, 오른쪽은 뒷실골 사이의 능선으로 올라선다. 희미한 옛길을 따라 가보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았다. 덩굴을 헤쳐 나간다.
사방 멧돼지 들이 땅을 파헤친 자국들, 댕댕이덩굴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하여 댕댕이골 이름이 붙은 능선을 구구단 외우는 멧비둘기 소리를 들으며 25분쯤 오름짓을 하여 마루턱에 올라서니 넓은 분지가 나타난다. 굼밭, 또는 긴밭이라 불리는 곳이다, 옛날에는 황소 한 마리가 꼬박 7일동안 쟁기질을 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넓어졌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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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곶 마을을 지키고 있는 성황당 |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어두컴컴한 터널을 허리를 굽혀 빠져나간다. 더덕도 보인다. 굼밭 삼거리를 떠나 시나브로 50분쯤에 산딸기나무들에 허리까지 빠지는 헬기장 중앙에 깃대가 있는 정상이다. 사방 숲에 가려 조망은 없으나 동쪽으로 웅장한 태화산이 불끈 솟아 방향 감각을 일깨워준다.
삼거리에서 안달골~달곶으로 내려간다. 마을로 이어지는 경운기 농로에는 시멘트가 깔렸다. 묘지들도 보이고 밭둑에는 누런 호박이 탐스럽게 열렸다. 으름덩굴도 유난히 많다. 약 15분쯤에 달곶 마을 농가가 나타나며 아름드리 고사목과 수령 550년, 수고 25m, 둘레 370cm 되는 굴참나무 보호수 아래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성황당이 앉아있다. 안달골을 빠져나오자 흥월2리 경로당과 흥월 버스종점이다. 월간산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장선 버스승강장~(25분)~뒷들~(25분)~굼밭~(50분)~정상~(25분)~굼밭 삼거리~(15분)~달곶 <2시간20분~3시간 소요>
달곶마을에는 식당과 숙소가 없고 영월시내로 가야한다. 부근에 폐교된 흥월초교 자리에 동강캠프(010-3127-0330), 동아파크(373-4248), 낙원장(373-9193), 가든장(373-5794), 대흥식당(373-1776), 우성식당(373-903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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