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령 야생화 트레킹
- 야생화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당번을 서듯 화려하게 핀다. 천연색 들꽃들이 벌이는 향연을 보면 스트레스가 없어짐은 물론이고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 온갖 야생화가 철따라 피고, 침엽수림이 하늘을 찌를 듯하며, 운무 속에서 새와 나비와 벌이 노래하는 곳이 있다. 꽃잎들이 고원의 바람을 맞으며 비발디의 선율처럼 경쾌하게 흔들리고 시리도록 차가운 태초의 물줄기가 생명을 발산하는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태백의 분주령 트레킹 코스다.
- 분주령은 산부추가 많아 생긴 이름이며 강원도 태백시 대덕산(1307m) 아래의 산속 고개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1418m), 분주령, 검룡소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흔히 이 길을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 코스라고 한다.
- 이 숲길은 인제 진동리의 곰배령에 뒤지지 않는 천혜의 들꽃 감상 코스다. 대덕산은 금대봉 일대와 함께 생태보전지구로 지정돼 있고, 태백시의 허락을 얻어야 들어갈 수 있다. 훼손이 적어 숲이 매우 건강하다.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한 점도 숲에게는 오히려 다행이다.
산행은 두문동재에서 시작된다. 고개 하나를 두고 정선쪽에서는 두문동재, 태백쪽에서는 싸리재라고 부른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분지, 고목나무샘, 분주령, 검룡소로 연결되는 약 8.5km의 숲길을 걷는 데 넉넉잡아 3시간 30분 걸린다. 말이 등산이지 실제로는 하산코스다.
출발 지점인 두무동재가 금대봉의 9부 능선인 해발 1268m이고 분주령은 해발 1080m이며, 분주령 이후의 길은 완전히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야생화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당번을 서듯 화려하게 핀다. 천연색 들꽃들이 벌이는 향연을 보면 스트레스가 없어짐은 물론이고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대한민국은 숲이 매우 아름다운 나라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유렴의 알프스는 험악한 바위에 눈이 얹혀 있을 뿐 짙은 숲과 계곡이 그리 많지 않다.
동남아 볼네오섬의 코타키나발루산은 입장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도 등산객 1인당 짐꾼 2명이 붙고 입장료도 비싸 일반인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그런 점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는 복 받은 나라다. 숲과 계곡이 많고 계곡마다 맑은 물줄기가 흐르며 어느 산이든 쉽게 허락을 얻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두문동재에서 약 20분 만에 나타나는 금대봉 분지는 그야말로 야생화의 천국이다. 탁 트인 풀밭이 총천연색으로 바람에 일렁인다. 일부러 씨를 뿌려 놓은 듯 들꽃들이 많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마타리, 둥근이질풀, 물봉선, 투구꽃, 동자꽃, 짚신나물, 새며느리풀, 진범, 오이풀, 미나리아재비, 달맞이꽃 등 꽃의 이름을 열거하기도 벅차다. 인진쑥 싸리꽃 등 키 큰 식물도 널려 있다.
분지에서 5분쯤 넘어가면 고목나무샘이 나온다. 이 물이 스며들었다가 검룡소로 쏟아져 나온다. 태백, 정선 일대는 석회암 지대이다. 석회암이 빗물 따위에 녹아 땅이 꺼지거나 땅속에 동굴, 개울 따위에 형성하는 지형을 카르스트라고 한다. 대덕산과 금대봉도 마찬가지이다.
고목나무샘 같은 작은 물줄기가 땅속에 큰 계류를 형성해 금대봉 낮은 중턱의 검룡소에 이르러 하루 약 2000톤의 물을 뿜어낸다. 엄동이건 한여름이건 용출 온도는 항상 섭씨 9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깊은 땅속에 계곡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금대봉 분지에서 산마루를 따라 약 2시간 가면 분주령에 이른다. 푯말이 없지만 그냥 알 수 있다. 싸리 인진쑥 등이 빽빽이 들어찬 오솔길의 끝에 나오는 환히 트인 공간이 분주령이다. 인진쑥이 하도 많아 야외 한약방을 방불케 한다.
분주령부터는 환상적인 침엽수림 길이 열린다. 산부추 등 산나물이 많고 한여름에는 군락을 이룬 하늘말나리가 주황빛 정염을 토한다. 주렁주렁 열린 산뽕 열매는 혀가 까맣게 물들도록 따 먹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잣숲은 최고의 산소공장이다. 멸균력이 솔숲보다 10배나 많은 피톤치드를 무한정으로 내뿜는다.
침엽수가 잔뜩 깔린 숲에 드러누워 새소리를 들므며 쉬다 10여분 더 내려가면 검룡소 푯말이 있는 개울에 이른다.
검룡소의 물은 정선 아우라지, 도앙, 여강, 충주호, 양수리 등을 거치며 500km 넘게 흐른다. '떼돈 벌다'란 말을 잉태시킨 조선시대의 뗏목 수로가 바로 이 거대한 남한강 줄기이다.
한강의 발원지에서 생명수를 실컷 마시고 싸리꽃이 무성한 숲길을 내려 오면 행복한 트레이킹이 바야흐로 끝난다.
조선일보 생활미디어(주) 이두영의 살아생전 꼭 가봐야할 우리땅
교통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제천IC에서 빠진다. 38번 국도로 제천, 영월, 신동읍으로 가서 421번도로를 타고 자미원, 증산 등을 지나 다시 38번국도에 진입해 사북, 고한을 지나면 두문동재에 이른다. 두문동재와 검룡소는 대중교통이 전혀 없음. 자가용으로 갔을 경우 산행 후 태백시나 고한읍의 택시 이용. 청량리~고한역, 태백역 열차 하루 6차례, 주말에는 8차례.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까지 버스 6차례.
귀경길 알짜 정보 서울로 돌아올 때 제천IC(중앙고속도로)로 올라가지 말고, 계속 38번 국도로 직진. 원주, 충주 이정표를 보고 제천 외곽도로를 탄다. 감곡I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 다음 여주까지 가서 영동고속도로에 오른다. 주말 체증구간인 문막~여주를 피하는 코스.
음식&숙박
음식 '정원광장(033-378-5100)'은 곤드레 나물밭의 원조. 곤드레는 고려 엉겅퀴의 사투리. 봄철 딱 2주 동안 순한 잎을 따 뒀다가 기름에 볶아 쌀과 함께 가마솥에 안쳐 익힌 것이 곤드레나물밥. 부추나 파를 송송 썰어 넣은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두문동재 가는 도중인 영월군 신동읍 예미리 38번 국도에 있다. 1시간 전 예약 필수. 태백시 '너와집 식당(033-553-4669)' 음식도 토속적이다. 태백역 앞에 괜찮은 한정식집이 다수 있다.
숙박 '태백산 민박촌(033-553-7460)' : 태백산 공원 안에 위치. 방 많고 시설 깔끔. 이외에도 태백역 부근에 여관 다수.
여행정보
주변명소 황지연못 : 낙동간 발원지. 태백시내. 용연동굴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석순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 있다. 함백산 양생활 트레킹 : 두문동재에서 만항재까지 약 3시간 40분 소요. 함백산 드라이브(해발 1573 정상까지 포장돼 있음).
1박2일 자가용 추천코스 서울출발~정원광장 곤드레나물밥 점심~고목나무샘까지 양생화 트레킹~두문동재로 내려와 차를 타고 가서 검룡소 구경~태백역 부근이나 태백산민박촌에서 숙박~새벽에 일어나 화방재 만항재를 지나 함백산 정상까지 드라이브 일출 감상~석탄박물관, 황지연못 등을 보고 다시 만항재 드라이브(해발 133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개)~정암사에 들러 수마노탑과 적멸보궁, 열목어 서식지 등을 둘러본다~영월의 청령포 선돌 장릉 등을 보고 귀경.
분주령 트레킹 요령 |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므로 손수운전자는 고목나무샘까지 갔다 두문동재로 되돌아온다. 약 2시간 소요. 가장 쉬운 전체 트레킹은 이 코스는 개발한 생태전문 여행사 '승우여행사(02-720-8311 www.swtour.co.kr)'의 1일 상품을 이용한 것.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2063 www,taebaek.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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