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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평창 미탄면-한탄리 십자봉 재치산

by 구석구석 2008.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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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 미탄면 창리에서 정선 방면 42번 국도로 2.6km 지점, 정선에서는 미탄 방면 42번 국도 따라 17.6km 지점에서 동강 이정표(문희마을, 동강나루, 문희, 기화, 마하) 방향으로 가면 한탄 버스정류소가 나온다.


미탄에서 마하리 왕복 버스 이용, 한탄에서 하차. 하루 4회(06:00, 10:20, 14:40, 19:00) 운행.
미탄 창리에서 택시요금 한탄 4,000원, 재치 8,000원, 미탄 콜택시(김정진) 전화 017-377-9899.

 

 

 

입술 퍼렇게 오디 따먹으며 오르는 거친 능선길의 십자봉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한탄리 버스승강장(N 37°18′54.7″  E 128°51′06.4″)에 도착하니 매미들의 노랫소리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산으로 병풍을 에두른 하늘은 콧구멍처럼 빠꼼한데 산행을 밥 먹듯 즐기는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산삼도 몇 뿌리 캐고 산야초에 아주 눈이 밝은 이영숙 회원은 재치천을 끼고 가르마 같은 수렛길이 뚫려있는 재치 마을쪽으로 앞장을 선다.

 

 지형도에는 ‘물골’로 표기되어 있는데 계곡에는 물이 없다. 소나무 나뭇가지 늘어진 모퉁이를 한 구비 돌아들자 파란 조립식 건물 한 동 뒤 골짜구니에 끼어 있는 농가. 여전히 매미들은 극성스럽게 귀청을 찢는다. 남서쪽으로 가던 계곡이 남으로 방향을 틀자 근동에서는 제일 크게 보이는 농가 한 채가 그림처럼 산을 등지고 앉았다. 뽕나무에 까맣게 알알이 맺힌 오디를 입술이 퍼렇도록 따먹고 있는데 경운기 한 대 씩씩거리며 올라오고 있다.

 

“이곳 지명이 물골이라고 되어있는데 어째서 물은 보이지 않습니까?”

“이 고라뎅이는 아무 곳에나 물이 없고 저기 보이는 저 골짜구니에만 물이 나기 때문에 저곳을 물골이라 합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저 밑에 있는 집들의 식수는요?”

“물골에 식수탱크를 설치하고 파이프로 각자 집까지 연결해 놨습니다. 여기 한탄리 3반에는 다섯 집이 물골 물을 먹습니다.”

윤덕준씨(61)는 이야기를 끝내고 담배밭에 약치기에 바쁘다. ‘한탄지 27R31' 전봇대 서쪽으로 보이는 계곡이 물골이고 왼쪽이 700m봉이다. 하산지점으로 삼았던 곳이니 눈여겨 보아두고 더덕밭, 담배밭, 은사시나무, 뽕나무, 줄딸기, 산딸기나무, 수리딸기들이 진을 친 수렛길로 오디와 딸기에 입이 팔려 어느새 분교 폐교터가 있는 첩첩산중 재치마을 삼거리다(좌표 N 37°17′49.3″ E 128°30′27.0"·해발 456m).

 

교실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유리 창문으로 까치발을 하고 손짓하는 물 속 같은 영상이 추억처럼 남아있는 학교터다. 1969년 3월1일 기화초교 한탄분실로 인가 받아 개교하여 150명의 학생을 배출하고 24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1994년 3월1일 폐교되었다. 미탄면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살던 마을이라고 하여 재치(財峙)라는 이름을 얻어 한때 떵떵거리던 동네였다. 현재 한탄리 4반에는 5호에 15명 정도가 산다.

 

 ▲ 감자골재로 오르는 길에 중나리가 반긴다.

 

삼거리 오른쪽에 기우뚱한 담배건조장 건물이 보이는 마을길로 든다. 제초기 소리와 뻐꾸기가 합창을 하는 마을길을 지나 재치골 마지막 농가에 이르자 마침 빨간 오토바이를 탄 집배원이 월간山 책을 배달하고 되돌아나간다.

 

농가를 뒤로하고 오목하게 생긴 감자골재를 올려다보며 재치골 도랑 따라 올라간다. 산짐승들의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밭가로 그물막을 설치해 놓은 곳을 돌아가기도 한다.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른 중나리꽃이 기다리는 숲길을 20분쯤 오르자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공터 감자골재다.

 

왼쪽은 붉은봉(724.8m)으로 가는 능선이고, 십자봉(650m)은 오른쪽(서쪽) 능선으로 오른다. 산짐승들만 다닌 길이다. 오소리굴, 노간주나무, 난티잎개암나무, 참나무 종류들 사이를 비집고 간다. 왼편은 절벽이다. 감자골재를 떠난 지 10여 분 소요에 묘처럼 봉긋한 십자봉 정상이다. 인간들이 짓거리해 놓은 표시는 없다. 남쪽 절벽 아래로 감자골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동강의 산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멋진 조망을 선사한다.

 

▲ 왕둥굴레가 군락을 이룬 북릉.

 

하산은 원점회귀 산행계획에 의해 복릉을 타고 박달재~700m봉~물골~한탄 버스승강장으로 택했다. 정상에서 능선이 열십자로 뻗어있어 십자봉이라 했는데,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하산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짐승들이나 다녔음직한 좁은 능선으로 나아가자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옛길 박달재다. 숲이 짙어 어두컴컴한 박달재로 뒤로하고 계속 북릉을 이어간다.

 

줄딸기 덤불이 바지가랑이를 쥐어 물고 뜯고 할퀴어 바지를 못 쓰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길도 없는 암릉이다. 지난밤 비에 젖어 바위가 미끄럽다. 비온 직후에 뱀이 몸을 말리려고 바위로 나오기 때문에 바위에 손도 짚지 못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는데 큼지막한 뱀이 발을 치고 돌 틈으로 숨는다.

 

약 20여 분 동안 암릉 구간을 지나자 다시 줄딸기 덩굴지대다. 700m봉을 올라서서 지금까지 능선산행을 접고 물골로 내려서 수렛길을 따르니 한탄 버스승강장(창리←한탄→기화)이다.

월간산 454호 2007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


 

산행길잡이 한탄 버스승강장~(25분)~물골~(30분)~재치~(35분)~감자골재~(10분)~십자봉~(1시간)~700m봉~(30분)~물골~(25분)~한탄 버스승강장 <3시간30분~4시간 소요


 

숙식 재치 마을의 신윤재씨(033-332-5515), 한탄 버스승강장 앞 수하빌민박(033-334-2176), 미탄의 순흥여관(033-332-3864), 백운쉼터 (033-333-3441) 등 이용.
평창시장의 옛날음식 전문 가고파분식(033-333-5841)의 올챙이국수, 메밀전병, 메밀부침, 메밀칼국수, 만둣국 등이 저렴하고 맛도 좋다.

 

 

비단을 걸친 듯한 산봉들의 웅숭깊은 풍광 '재치산'

자동차를 가지고 재치 마을까지 아니 고마루(고척동) 마을까지 갈 수 있으나 원점회귀산행 계획에 따라 이곳에 차를 두고 재치천이 흐르는 물골로 산행을 시작한다. 아침 일찍부터 밭에서 쟁기질에 바쁜 농부 부부는 울긋불긋 산행하는 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늘만 빠끔히 올려다뵈는  골짜구니 모퉁이를 돌아들자 아직도 선하품을 하고 앉은 농가 한 채. 다시 산자락 한 구비 돌자 또 한 집. 가물에 콩 나듯 있는 농가 4채를 보며 1시간 소요에 재치 마을에 닿았다. 

 ▲ 산행 들머리인 평창군 미탄면 한탄리 마을.

 

재치산(財峙山·750.9m)은 마을 동쪽 깊숙이 틀어박혀 있어 산 정수리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옛날 미탄면 관내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재치 마을에 살았다 하여 이름이 유래된 장자터와 우물이 아직도 이 마을에 남아있다.

 

우묵한 분지에 터를 잡은 자연부락 다섯 농가와 1970년 3월1일 개교하여 1987년경 잘 나갈 때는 31명이나 됐던 학생수가 모두 대처로 빠져나가자 1994년 폐교된 기화초교 한탄분교 폐교터를 착잡한 심정으로 보고는 오얏나무 꽃이 한창 핀 재치 마을 입구 삼거리 첫 번째 농가에서 왼편으로 급히 꺾어 산으로 향하는 고마루 가는 길로 올라선다(분교터 N 37°17′49.3″ E 128°30′27.0″).

 

아름드리 밤나무 아래 길로 고도를 높이자 오른편으로 휭 하니 꺾어가더니 다시 왼편으로 급히 갈지자를 쓰는 꼬부랑길에는 은사시나무가 많고, 봄 산나물을 뜯는 이들도 있다. 고마루 마을로 가는 길은 돌고 돌고 또 돌고 한도 끝도 없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듯하다. 등 굽은 소나무숲도 보고 땅이 내려앉은 지형의 원두막을 지나자 재치 마을을 떠난 지 50여 분쯤에 전봇대(한탄지 27 R73. R67)가 있는 해발 626m 고갯마루다.

 

여기서 큰길을 버리고 뻐꾹채가 솔방울만한 꽃을 피운 왼편 절개지 위 숲으로 들어서자 의외의 농로가 나타난다. 솔밭 사이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산허리를 끼고 돌아 나아가자 돌리네 지형에 외딴 농가 한 채가 멀찌감치 있다. 농가쪽으로 가지 않고 왼편 능선으로 올라선다.

 

동강유역 야생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생태보전 지역이다. 국가에서 매수한 토지이므로 이곳을 경작하는 자(영농행위자)는 원주지방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라. 허가를 받지 않고 경작 등에 사용할 경우 국유재산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는 안내경고판이 있다.

 

길도 없는 두루뭉실한 능선은 낫으로 잘린 음나무들이 많다. 숲을 헤쳐 오르자 소나무 가지가 잘려 있고, 진달래 숲에 가린 삼각점(21 재설, 77.7 건설부)이 있는 재치산 정상이다(좌표 N 37°18′04.0″ E 128°31′11.6″).

 

하산은 곧장 북쪽 능선으로 이어나간다. 신갈나무, 소나무들이 섞여있는 마루금을 따르자 능선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능선으로 20여 분 내려가자 굴참나무들이 서식하는 암봉이 버티고 길을 막는다.

 

이제는 여기서 지금까지 따르던 능선을 접고 왼편 개미골 급경사를 내려간다. 길이 없다. 서로 낙석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주 천천히 위험지대를 벗어난다. 바위에는 온통 이끼가 덮였다. 계곡을 내려선 지 1시간여에 개미골 합수점에 이른다.

 

이제야 숨통 트이는 오른쪽 계곡 숲길로 들어 한동안 내려서자 왼편으로 고추밭을 만나 농로를 따라 성황당을 지나고 재치천의 복사꽃 피는 다리를 건넌다. 개미골 합수점을 떠난 지 20여 분에 산행 출발지인 한탄 버스승강장이다. 월간산 2007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산행길잡이

한탄 버스승강장~(1시간)~재치 마을~(50분)~고갯마루~(50분)~정상~(20분)~암봉~(1시간)~개미골 합수점~(20분)~한탄 버스승강장 <4시간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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