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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강원도

양양 44번국도-설악산 가을꽃산행

by 구석구석 2008.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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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양양을 잇는 44번 국도가 원통까지 4차선으로 확장됐고, 원통에서 용대리를 거쳐 속초로 이어지는 미시령터널이 완공되어 접근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서울에서 원통까지 2시간30분, 속초까지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산악인 출신 식물학자가 추천하는 가을꽃산행

봄꽃은 습기가 많은 계곡 주변에 많지만 가을꽃은 높은 산 능선에 많다. 이 말을 증명해 보이는 곳이 바로 설악산(1,708m·강원 속초-인제-양양)이다. 높은 산 능선이라고 가을꽃이 다 많은 것은 아니다. 높은 산 능선 가운데서도 숲을 이룬 곳이 아니라 초원과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곳에서 많은 가을꽃이 핀다. 설악산은 높은 산 능선에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많기 때문에 귀한 가을꽃이 많다.

 

공룡릉으로 유명한 북주릉, 서북릉, 화채릉 등 설악의 뼈대 구실을 하는 능선들에는 어김없이 바위지대가 발달해 있고, 이들 바위지대에는 소규모의 초원들이 형성되어 있다. 바로 이런 곳에 북방계 식물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들 북방계 식물들은 여름철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가장 많은 종류가 꽃을 피운다.

 

▲ 설악산 서북릉에 핀 솔체꽃. 바위능선에 자라는 가을꽃이 많은 설악산에서는 광각렌즈를 이용하여 풍경과 어우러진 가을꽃을 촬영하기에 좋다.

 

설악산 고지대 능선은 남한에서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가을꽃 탐사지로서 중요한 곳이다. 특히, 종류로만 따진다면 다른 곳의 고산 초원에 사는 가을꽃이 설악산 고지대 능선보다 더 많을지 모르지만, 식물 각각의 중요성으로 따진다면 설악산에 견줄 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한라산에도 귀한 가을꽃이 많지만, 그곳의 것들은 한라산 특산이 많은 게 특징인 반면에 설악산은 북쪽에서 내려와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 많다는 특징을 보인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장이나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으며, 1박2일 일정으로 설악산의 가을꽃을 찾아 나서면 가장 좋다. 이런 경우라면 한계령에서 백두대간을 타고 대청에 오른 후 중청대피소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공룡릉을 타고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제격이다. 설악산 가을 꽃산행의 황금코스라 할 만하다.

 

  귀때기청봉

이런 여유가 없을 때에는 차선책으로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끝청, 중청,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한계령에서 시작해서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승령에 이르는 서북릉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서북릉 꽃산행 코스는 12시간쯤을 잡아야 하므로 새벽에 서둘러 출발해야 하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설악산에는 1,0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것은 1,800여 가지 식물이 자라는 제주도 한라산이나 1,500여 종류의 지리산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고, 오대산이나 치악산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숫자다. 하지만 희귀식물의 숫자로 말한다면 설악산은 한라산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설악산에는 그만큼 귀중한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는 것인데, 그 원인은 여러 가지다.

 

▲ 1)금강초롱꽃. 경기도와 강원도 북쪽의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2)눈잣나무. 잣나무와 닮았으나 줄기가 땅에 납작 엎드려서 자라는 북방계 식물로서 남한에서는 설악산 대청봉까지만 내려와 자란다. 3)네귀쓴풀. 고산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용담과의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꽃은 7월~9월에 피며, 4갈래로 깊게 갈라진 꽃부리에 검푸른 보라색 반점이 있다.

 

첫째, 북한에서 자라는 식물이 설악산까지 내려와 자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북방계 식물이라 부르는 이 식물들은 백두산, 금강산 등 북한 지방에 주로 자라는 것으로서 남한에서는 오직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다. 빙하기 때 대간을 따라 남하했다가 기온이 따뜻해지자 설악산 같은 높은 산의 꼭대기에서만 살아남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식물로는 눈잣나무, 두메오리나무, 가는다리장구채, 숲개별꽃, 바람꽃, 흰인가목, 홍월귤, 금강봄맞이, 만주송이풀, 봉래꼬리풀, 난장이붓꽃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설악산은 이들 분포의 남방한계선이 되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가을 꽃산행에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는 열매를 달고 있는 눈잣나무, 두메오리나무, 흰인가목 등의 나무와 한국 특산의 봉래꼬리풀 등이 있다.

 

설악산에 희귀식물이 많은 또 하나의 이유는 높은 바위봉우리와 능선이 희귀한 고산식물들이 자라기에 알맞은 자연조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청봉 일대를 비롯해서 북주릉, 서북릉, 화채릉, 가리봉 능선 등이 높은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 능선에는 바위가 드러난 곳이 많고, 어떤 곳은 고산 풀밭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 많은 고산식물이 자라고 있다.

 

▲ [좌]백당나무. 전국의 산에 자라는 인동과의 떨기나무로 가을에 익는 열매가 아름답다. 5월~6월에 흰 색으로 피는 꽃도 관상가치가 높다. [우]송이풀. 전국의 산에 자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붉은 보라색 꽃이 흔하지만 고산지대에서는 흰 꽃을 피운 개체도 많다.

 

설악산에는 고산식물 80여 가지가 자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눈향나무, 사스레나무, 참바위취, 산오이풀, 들쭉나무, 만병초, 기생꽃, 등대시호, 한라송이풀, 댕댕이나무, 배암나무, 땃두릅나무, 분홍바늘꽃, 두메잔대, 솔체꽃, 다북떡쑥, 산솜다리, 자주솜대, 금강애기나리 등이 설악산을 대표하는 고산식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눈향나무, 사스레나무, 참바위취, 산오이풀, 배암나무, 땃두릅나무, 솔체꽃, 다북떡쑥 등을 가을철에 볼 수 있다.

 

설악산 식물의 중요성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 많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은 400여 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설악산에는 이 중 65가지가 자라고 있다. 설악산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 중 몇몇을 꼽아보면 금강소나무, 설악눈주목, 매화말발도리, 모데미풀, 요강나물, 갈퀴현호색, 금강제비꽃, 터리풀, 노랑갈퀴, 산앵도나무, 금강봄맞이, 참배암차즈기, 만리화, 털댕강나무, 금마타리, 금강초롱꽃, 국화방망이, 정령엉겅퀴 등이며, 이들 가운데 금강초롱꽃과 정령엉겅퀴는 가을에 꽃을 피운다.

 

 

추천코스 한계령~끝청~중청~대청봉~오색 <꽃산행 소요시간 11시간>

 

관찰 포인트

초원이나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능선에 가을꽃이 많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갈림목까지의 백두대간 능선에 이런 곳이 3~4곳 있다. 또한 숲을 이루지 않고 있는 끝청, 중청봉, 대청봉 등에서 많은 가을꽃을 볼 수 있다. 숲속에서는 금강초롱꽃, 투구꽃, 흰진교, 큰용담 등을 만날 수 있다. 중청봉과 대청봉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식물을 관찰하는 게 좋다. 이 일대에 자라는 눈잣나무와 두메오리나무의 열매, 사스레나무의 수형과 수피를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 끝청 부근에서 열매가 빨갛게 익은 이노리나무를 만날 수 있다.

 

관찰대상 눈잣나무(열매), 사스레나무(수피), 두메오리나무(열매), 투구꽃, 흰진교, 참바위취, 바위떡풀, 백당나무(열매), 네귀쓴풀, 큰용담, 금강초롱꽃, 참산부추

 

숙박 속초시내, 설악동(이상 천불동계곡, 공룡릉), 한계리(장수대, 한계령), 양양 및 오색(대청봉, 점봉산), 용대리(백담계곡) 등에서 호텔, 여관, 펜션, 민박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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