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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당진의 포구기행-한진포구 성구미포구

by 구석구석 200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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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로 빠진다. 서울 남부시외터미널~당진 버스 하루 20여 차례. 당진~도비도 버스 하루 10여 차례. 당진버스터미널 (041)355-3434

 

굽은 뱃길엔 희망이 가득, 포구에는 별미가 듬뿍

 

 

마음이 울적할 때는 포구로 한번 가봄이 어떤가. 정지된 듯하지만 꿈틀대는 것들로 넘쳐나는 곳, 고깃배의 엔진이 심장소리처럼 팔팔하게 울리고 자유로운 휴식과 낭만, 바다 별미가 넘쳐나는 그곳으로 가 보자. 어민들의 거친 스타카토 발음이 있고, 굽은 뱃길에서 희망이 보이는 그곳은 언제나 만만하게 기댈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해가 진 포구는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이다. 비릿한 바람마저 잦아들고 갯것이 푸덕이던 부두에 달빛이 흘러내리면 파도 소리도 더 크게 들려온다. 어촌의 전등불 아래서는 희망이 가득하다. 수백억 가진 사장이나, 낙지구멍 파고 조개 줍느라 평생 뻘밭을 긁어온 갯마을 아낙이나 웃음은 같다. 눈물 타서 마신 술도 추억이 된다. 울적함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연탄불에 얹힌 명주조개, 키조개의 구수한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정겨운 광경. 이런 기쁨이 있기에 포구는 늘 그립다.

 

이런 곳이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충남 당진군의 포구들이다. 서울에서 웅장한 서해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틀면 한진포구를 필두로 간재미회로 유명한 성구미 포구, 서해안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마을, 봄철 실치회로 유명한 장고항 등의 포구가 차례로 나타난다.

 

수도권에서 가깝거니와 어촌들이 작아서 아늑하고 계절 따라 별미도 다양해서 계절 가리지 않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하루 갔다 오기에 좋다. 일출이나 일몰을 본다면 그 감동은 훨씬 클 것이다. 특히 한진포구에서 보는 서해대교의 해돋이와 대호방조제에서 보는 낙조는 황홀한 감동이다.

 

 

당진의 별미 중에서도 첫손가락은 성구미의 간재미회다. 간재미는 가자미의 사투리다. 가자미를 뼈째 썰어 풋고추 양파 등 양념과 배 따위를 넣고 초고추장에 새콤달콤하게 무친 것이 가자미회이다. 그런데 이런 회를 새꼬시라고 부르니 슬프다. 새꼬시(원래 ‘세고시’)는 ‘내장을 버리고 뼈째 썰어 놓은 생선’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겨울날의 성구미포구는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정겹고 훈훈하고 때로는 질펀하다. 길에 좌판이 늘어서 있고 새우 조개, 꽃게, 돌게, 꼴뚜기, 준치, 광어, 우럭, 가자미 등이 파닥이는 곳이다. 새우젓과 젓갈이 많아 김장철에는 북적인다. 그물 속에 든 게들이 꿈틀거리고 아줌마가 하얀 새끼 꼴뚜기를 초고추장에 찍어 주며 맛보라고 건네주며 노점상의 찌개 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숭어회와 새조개 데침(샤브샤브), 굴구이는 이 즈음에 싸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성구미에는 전통 수차를 이용해 소금을 만드는 곳도 있다. 여름에 아이들과 함께 가서 소금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지난 50년대에 문을 연 염전으로 충청권에서 보기 드문 천일염전이다.

 

가자미는 장고항에서도 먹을 수 있다. 어느 여름날, 그곳 회가 하도 맛있어 다음 날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또 먹은 적이 있다. 깨꽃이 핀 어촌마을에서 갯벌을 바라보며 들깨잎에 싸 먹던 그 맛의 여운은 내내 입안에서 맴돈다. 가자미 회는 사철 먹을 수 있으며 한 접시에 2만원 정도로 싼 편이다. 실치는 3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만 회로 먹을 수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5월 중순부터는 실치가 뻣뻣해져 건조된 뱅어포의 원료로 쓰인다.

 

 

성구미는 옛 지명이며, 지금은 당진구 송산면 가곡리이다. 서해대교 건너 송악IC에서 5km거리에 한진포구가 있고 4차선으로 뚫린 38번 국도를 따라 약 12km 더 가면 한보철강이 나오고 그 오른쪽 멀리에 성구미 포구가 보인다.

 

성구미 포구를 나와 가슴을 활짝 열고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석문방조제(10.6km), 장고항, 왜목마을, 당진화력발전소, 대호방조제를 차례로 지나 대호암반해수탕이 있는 대호농어복지센터(흔히 ‘도비도 휴양단지’라고도 함)까지 포구와 제방이 이어져 있다. 송악IC에서 도비도까지 약 40km이다. 도비도는 섬이 육지가 된 곳이며,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리이다.

 

잠깐, 석문방조제를 지날 때는 풀밭을 유심히 관찰하자. 일년 내내 풀밭에서 사는 양들이 있다. 곧은 벌판과 갈대밭을 배경으로 양이 무리 지어 풀을 뜯는 광경은 매우 이채롭다. 도비도에도 넓은 갯벌 체험장과 숙박시설 등이 있다.

 

음식 - 성구미포구, 장고항에 횟집 즐비. 도비도에 횟집 다수. ‘해변회센터(041-353-3832)’의 박속밀국낙지탕은 담백한 별미. ‘대호회관(041-353-4311)’의 굴밥과 조개밥. 장고항리 ‘등대횟집(041-353-0261)’의 간재미회 등.

 

숙박 - 도비도의 대규모 숙박동 (041)351-9200: 7~8편(2인 기준) 주말 4만5000원. 주중 3만5000원. 왜목마을에도 여관이 다수 있다.

 

주변명소 - 필경사: 성구미포구 인근의 부곡리에 있다. 소설가 심훈이 집필실로 쓰기 위해 지은 집. ‘상록수’ 등을 쓴 곳, 난지도 해수욕장: 도비도에서 가는 여객선 있음.

 

당진구청 (041)350-3224, www.dangjin.go.kr
가곡리 어촌계 (041)353-6104, 대호암반해수탕 (041)351-9300

 

[조선일보 생활미디어(주) 이두영의 살아 생전에 가봐야할 우리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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