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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계룡 엄사면 향한리 무상사 향적산

by 구석구석 2008.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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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외국인 스님들이 많기로 유명한 '무상사(無上寺)'

계룡시 엄사면 향적산길 129 / T: 042 841 6084

 

무상사는 10여년 전인 1998년 향적산 자락에 터를 잡고 공사를 시작하여 2000년 3월에 창건된 절로, 이 절이 특히 유명한 것은 무상사 주지인 '대진(전에는 무심이라고 불림) 스님'을 비롯해 외국인 스님들이 10여분 기거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많은 사찰들이 그러했듯이 대게 사찰은 목조건물로 지어져 있어 과거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많은 사찰이 불에 타 없어지는 등의 수난을 겪기도 했다. 사찰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누가 보아도 목조건물로 보였다.

 무상사 건물 세 채가 모두 철골구조로 되어 있고, 특히나 지붕 밑으로 뻗어 나와 있는 둥근 모양의 틀도 나무가 아닌 주물로 만든 콘크리트 틀이다.

 

계룡산 천왕봉 남쪽 줄기에 솟은 향적산

 

 

계룡산 천왕봉에서 한 가닥 산줄기가 남으로 뻗친다. 거의 일직선으로 연산까지 뻗은 이 산줄기의 중간쯤에 향적산이 자리 잡고 있다. 향적산은 동서 비탈이 급경사로 거의 절벽에 가깝다. 특히 주봉 일대의 서면과 농바위 일대의 양면이 깎아지른 바위 벼랑으로 장관이다.

 

향적산에는 거북 모양의 기묘한 바위가 두 군데 있다. 산제당과 귀룡선원에 있는 거북바위의 위는 거북이 등처럼 판판하고 아래는 5~6평의 굴처럼 되어 있으며 거기에서 약수가 나온다. 산제당 아래에는 용바위라는 신기하게 생긴 긴 바위도 있다. 맨재저수지 바로 위에는 규모가 큰 국제선원 무상사가 있다. 숭산 큰스님이 “이곳은 국가에 크게 쓰일 스승이 날 곳”이라며 세운 선원이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유명한 미국인 현각 스님이 여기에서 수도한 바 있고 지금도 여러 나라 외국 스님들이 상주하며 수도에 정진하고 있다 한다.

 

고스락(정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천지창운비와 오행비가 있다. 천지창운비(天地創運碑)는 한 변이 약 3m쯤 되는 정사각형의 얕은(20cm 정도) 담 안의 돌비석으로, 높이는 2m이며 머리에 판석을 얹은 모양새다. 비의 동쪽 면에는 천계황지(天鷄黃池), 서쪽 면에는 불(佛), 남쪽 면에는 남두육성(南斗六星), 북쪽 면에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담을 이루는 네 귀퉁이의 기둥 돌에도 ‘원·형·이·정(元·亨·利·貞)’이 한 자씩 새겨져 있다.

 


천지창운비와는 별도로 그 옆에 오행비(五行碑)도 있다. 이 오행비는 높이 약 1.6m의 사각 돌기둥으로 서면에 화(火), 남면에 취(聚:모이다, 무리의 뜻), 북면에 일(一), 동면에 오(五)자가 새겨져 있다. 북한에 살았던 조미양 할머니가 구월산에 있는 단군 성조의 얼을 이곳으로 옮겨 모시고 단군 성조를 받드는 활동을 펼치다 1948년에 작고하자 며느리 손씨 부인이 시어머니의 공덕을 기리고 그 정신을 받들기 위해 여기에 비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천지창운비와 오행비의 글과 글자의 뜻을 정확하게 풀이한 사람은 없다.

 

천지창운비와 오행비와는 별도로 산제당에서 정역(正易)을 창시, 연구한 일부(一夫) 김항(金恒) 선생은 세계의 중심지는 한국이며 한국의 중심지는 계룡산이라 주장했다. 일부 선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제당에 있는 거북바위가 주역의 ‘하도(河圖)’이며 용바위는 주역의 ‘낙서(洛書)’로 여기가 계룡산의 중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거북바위와 용바위가 계룡산의 중심이며 한국의 중심이고 더 나아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도낙서는 주역의 기본 원리이다.

 

마을 위 골짜기 들머리에 맨재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지나 느티나무가 있는 무상사 들머리를 거치면 길은 맨재를 향해 숲 속 계곡을 따라 오른다.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신당과 굿당이 있는 약수터에 이른다. 약수터에서 5~6분이면 맨재에 올라선다. 맨재에 오르면 우선 계룡산 천왕봉이 바로 앞에 올려다 보인다.

맨재부터는 길도 넓고 나무계단 손잡이 밧줄 안내표지 등 시설도 좋다. 맨재에서 서쪽으로 조금 오르면 갈림길이 있다. 이 갈림길에서 곧장 오르면 가파르게 513m봉으로 올라 주릉을 타고 헬기장을 거쳐 주봉으로 가게 되지만 좀 멀다. 왼편 길로 들어서면 비탈을 평탄하게 가로질러 기도터를 지나 헬기장을 거쳐 고스락으로 오르게 된다.

우리는 왼편 기도터 길을 골랐다. 이 길은 산의 동편 비탈을 가로지르는 길로 평탄한 편이다. 주릉에서 동쪽으로 뻗은 작은 등성이를 두 개 넘으면 기도터에 이른다. 기도터 곁에 크나큰 바위가 있고 바위 아래에 천막을 치고 촛불을 켜놓고 있다. 기도꾼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도터에서는 곧바로 등성이로 오르게 되어 있고 그 등성이 잘록이에 헬기장이 있다. 여기서도 계룡산 주봉이 올려다 보이고 서쪽 아래에는 규모가 큰 금강불교대학이 내려다보인다.

 

이 헬기장에서 고스락으로 오르는 길도 두 갈래다. 가파른 등성이를 고집하는 길과 왼편 비탈을 돌아 작은 산등으로 오른 다음 고스락으로 오르는 길이다. 어느 길로 가든 10분이면 고스락에 오를 수 있다.

 

 

고스락은 서편으로 천길 바위 벼랑을 이루고 있으며 시원하고 조망이 좋다. 삼각점이 있고 예의 천지창운비와 오행비가 있다. 서대산·진악산·대둔산·운장산·칠갑산을 볼 수 있었다. 날이 맑으면 덕유산과 오서산도 보인다. 고스락에서 농바위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등성이를 걸으며 좌우를 조망하는 맛도 좋지만 농바위 일대의 경관이 뛰어나 향적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농바위 일대는 동서가 깎아지른 바위 벼랑으로 되어 있고 여러 개의 기암과 괴봉이 솟아 있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동쪽과 서쪽이 천길 벼랑으로 되어 있어 양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없다. 우리는 다시 주봉으로 돌아가 올라왔던 길로 기도터에 내려간 다음 산제당으로 내려갔다. 산제당 위쪽 들머리에 일부 선생이 ‘하도’로 지목한 거북바위가 있고 오른편 아래쪽에 ‘낙서’라 했던 용바위가 있다.

산제당에서 5분쯤 내려가니 이번엔 왼편에 양옥으로 커다랗게 잘 지은 귀룡정사가 있었다. 입구에는 ‘국조선원 아산학회 정신수련도장’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여기에도 산제당 것과 비슷한 거북바위가 있고 용바위도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귀룡정사 아래에서부터 길은 개울을 따라간다. 길은 무상사 뒤를 지나 큰 길로 이어지고 이어 맨재저수지 둑에 이르게 된다. 월간산 2009 김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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