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방골목
서울에서 먹어본 돼지국밥은 솔직히 그리 맛나진 않았다. 대체로 돼지 특유의 누린내와 묘하게 퀴퀴한 냄새가 더해진 국물은 일부러 찾아서 먹고 싶진 않은 음식이었다. 그런 돼지국밥을 부산과 마산에서는 유별나게 즐긴다니. 이 지역 사람들은 미각이 마비됐단 말인가?
부산에서 맛 본 돼지국밥은 달랐다. 제대로 끓인 돼지국밥 국물은 설렁탕처럼 뽀얗게 우러났지만, 설렁탕보다 훨씬 가볍고 발랄한 감칠맛이 돌았다. 불유쾌한 냄새도 별로 없었다. 부산과 마산 사람들 입맛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부산·마산 돼지국밥은 맛있고, 서울 돼지국밥은 맛이 없었던 것이다.
돼지국밥에 대한 선입견은 일명 ‘조방골목’에 있는 마산식당 (051-631-6906)에서 깨졌다. 조방골목은 부산 진구 범천1동 평화시장과 종합시장, 자유시장 사이에 있다. 과거 자유시장 자리에 조선방직회사가 있었다고 해 붙은 ‘조방’이란 이름이 굳어서 지금까지 이어진다. 마산식당을 포함 ‘합천’, ‘하동’, ‘조방’, ‘진주’, 기사’ 등 7집 정도가 몰려있다.
문 연 지 30년쯤 됐다는 마산식당 입구에는 커다란 양은 솥 2개가 있다. 돼지 뼈, 고기, 각종 부속이 듬뿍 담긴 채 펄펄 끓고 있다. 종업원은 “돼지 뼈는 오래 끓이면 불쾌한 양잿물 냄새가 난다”며 “국물이 대충 우러나면 뼈를 건져내고 나머지 재료를 다른 솥으로 옮겨 푹 끓인다”고 했다. 이것이 맛의 비결일까.
돼지국밥(4000원)을 주문하면 뚝배기에 밥을 담고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과정을 두 번쯤 반복한다. 뜨거운 밥을 뜨거운 국물에 후딱 말아내기보다, 번거롭지만 이렇게 식은 밥을 국물에 불리며 데워야 훨씬 맛있다. 여기에 된장양념을 조금 얹어 새우젓, 풋고추, 마늘, 양파, 배추김치, 깍두기 등과 함께 양은쟁반에 담아 낸다. 경상도에서 ‘정구지’라고 하는 부추무침과 된장양념을 밥과 함께 국물에 풀어 푹푹 퍼 먹는다. 싱겁다면 따로 나오는 된장양념이나 새우젓을 더해 간을 맞춘다. 해장국밥 4000원, 따로국밥 5000원, 수육·내장수육 1만2000·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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