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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청도 운문-운문령 수리덤계곡 문복산

by 구석구석 2008.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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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최북단의 1,000m급 순한 능선 '문복산'

 

문복산(文福山·1,013.5m)은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는 1,000m급 산으로 경북 경주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을 가르며 솟아있다. 특히 낙동정맥이 남쪽으로 뻗다가 경북과 경남의 접경지대를 이루는 길목에 해당하는 고헌산에서 가지산으로 접어드는 주능선에서 다소 벗어난 위치다.

 

그러나 동편 정맥의 주능선에 솟은 백운산과 함께 남북으로 뻗은 능선이 평형을 이루고 있어 흡사 서로 손을 맞잡고 고헌산을 마중하는 형태의 산세를 이룬다.

 

이 산의 유래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없으나 한국땅이름사전에는 ‘문복(文福)이라는 도사가 살았다 하여 유래한 이름’이라고 간략하게 기록돼 있다. 한자대로 풀이하면 ‘글(文)공부하는 복(福) 많은 선비들이 찾은 산(山)’이 아닌가 싶다. 한편 이 산에서 멀지 않는 경주시 산내면에 있는 문산(文山)이라는 마을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본래 ‘글뫼’라 불렀다는 이 마을은 옛날 서당이 많아 글공부하는 선비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고 한다.

 

오지처럼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삼계리와 신원리 일대는 깊은 골짜기가 많다. 삼계리(三溪里)는 개살피, 생금비리, 배넘이 등 3개 계곡이 합치는 곳이라 해서 붙은 지명이다. 여름이면 글공부에 지친 선비들이 이 골짜기를 찾아 탁족(濯足)을 즐기며 등물을 하고 시를 읊으며 무더위를 피한 것은 아닐까?

 

그동안 문복산은 영남알프스 산군에서도 최북단에 떨어져 있어 사람의 발길이 뜸했었다. 게다가 영남알프스의 맹주인 가지산(1,240m)이 이웃한 관계로 그 명성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여기에다 대중교통편의 불편함이 한 몫을 더한 것도 사실이다.

 

 산행은 운문령에서 시작, 낙동정맥의 분기점인 894.8m봉, 정상을 거쳐 수리덤계곡을 지나 삼계리를 날머리로 잡았다. 운문령은 낙동정맥이 지나는 640여m 고개로, 가지산 상운산 문복산 등으로 이어지는 분기점이다. 이런 관계로 문복산보다는 사실 자가용을 이용해 상운산이나 가지산을 오를 때 기점으로 삼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러다 보니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간이음식점들이 고개를 중심으로 길가에 많이 늘어서 있어 번잡하다.

 

버스에서 내리면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도로표지판이 서있고, 그 아래 언덕배기의 간이음식점 옆으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산행은 이 길을 따라 곧장 숲속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당하게 뒤섞여 숲을 이루는 능선길은 부드러우면서 뚜렷하다. 894.8m봉까지는 외길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길이다.

 

3개 시군의 경계점이 되는 894.8m봉에서 남동쪽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이다. 문복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을 중심으로 북서쪽은 경북 청도군, 북동쪽은 경주시가 된다. 낙동정맥이라 새긴 화강석 표석이 있고, 동쪽에는 고헌산이 속살까지 드러낸 채 우뚝 솟아 있다. 고헌산에서 소호령을 넘어 북으로 백운산을 지나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산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뒤돌아보면 상운산과 가지산이 운문령을 지나 한 줄기를 이루고, 영남알프스 산봉우리들이 서로 겹치면서 산주름 사이사이로 골짜기를 이룬다.

 

 ▲ 962.8m봉에 올라서면 정면으로 문복산 고스락이 확연하게 다가온다

 

오른편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정맥길을 버리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문복산 주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등산로는 왼편으로 살짝 꺾어진다.

 

962.8m봉까지 산릉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숲길이다. 조망을 즐기기에도 미흡할 뿐더러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실바람이 아니라면 무미건조한 산길일 뿐이다. 그나마 시원하게 울어주는 매미소리 덕분에 산행의 운치만은 느낄 수 있어 좋다.

 

20분쯤이면 평탄하던 산길이 갑자기 각을 세운다. 곧이어 올라서게 되는 962.8m봉은 예상외로 평평한 암반으로 이뤄진 바위봉이다. 갑갑하던 숲길을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며 주변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문복산 고스락이 확연하게 다가오고, 그 너머로 옹강산이 솟아 있다. 낮은 산릉 사이로 운문댐도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짧은 암릉이 얼마간 계속된다. 겨울철 눈이 내렸다면 다소 까다로울 수도 있겠지만 평상시에는 크게 염려할 만큼 위험하진 않다. 암릉이 끝날 무렵이면 갈림길을 만나지만 왼편 길로 돌아가면 다시 평탄한 능선으로 연결된다. 정상까지는 서너 번 오르내림이 반복되는데 그렇게 힘든 구간은 없다.

 

사실 문복산 등로는 정맥길이 나눠지는 894.8m봉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가 100여m로 큰 오르막이 없다. 또 중간 중간에 갈림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능선길만 따른다면 크게 헷갈릴 곳도 없다.

 

 

▲ 산비탈에 혹처럼 붙어있는 드린바위. 아래로 경주 산내면 대현리의 마을들이 오목조목 터를 잡고, 그 너머로 낙동정맥 능선의 백운산이 보인다.
 

암릉을 벗어나 다시 숲길을 따라 40여 분. 하늘이 열리고 주변 전망이 트이면서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오르막이 나타난다. 봉우리에 올라서기 전, 오른편 산내쪽 8부 능선쯤의  산비탈에 혹처럼 붙어있는 바위를 볼 수 있다. 산자락에 드리워졌다하여 드린바위, 또는 코끼리바위라 불리는 이 바위에는 암벽등반 코스가 개척돼 있다.

 

곧장 올라선 봉우리는 조그만 케언(돌무더기)이 있는 전위봉이다. 동편의 대현리 마을들이 오목조목하게 터를 잡고 붙어 있다. 북쪽으로 내려서면 헬기장을 만나고, 오솔길로 접어들어 잠시 후면 정상석이 서있는 문복산정에 이른다. 1989년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석이 반기고, 옆에는 삼각점(언양 301, 82 재설)이 정상임을 확인케 한다. 주변 조망은 전위봉에 미치지 못하지만 동쪽의 낙동정맥 산릉과 산내면 일대가 훤하게 펼쳐진다.

 

 하산길은 표석 뒤편에서 두 갈래다. 왼편은 개살피계곡, 오른편(북쪽)은 살미등을 거쳐 옹강산(834.2m)으로 이어진다. 사실 늦더위 탓에 계곡으로 빠져 발이라도 담가볼 요량으로 개살피계곡을 생각했으나, 이 계곡은 아랫마을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간이상수원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수리덤계곡(삼계리계곡)을 따라 하산할 생각에 오른편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능선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낙엽이 푹신하게 깔려 있고, 진달래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내리막이다. 4분쯤 후면 오른편 중말 마을로 연결되는 갈림길이다. 왼편으로 방향을 꺾어 내려서면 길 왼편에 전망대 바위가 있다. 정면으로 옹강산이 우뚝 솟아 버티고 있으며, 왼편으로 수리덤계곡의 전모를 내려다볼 수 있다.

정상을 떠난 지 20분 정도 지나면 암릉이 나타나고 뒤이어 바위절벽이다. 가느다란 밧줄이 걸려 있지만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할 위험지역이다. 벽 왼편으로 내려서면 산길은 다시 바위 아래를 돌아 오른편 능선으로 연결된다. 작은 바위를 우회하여 오르막을 지나 산등성이에 올라 뒤돌아보면 문복산 북릉은 암릉으로 이뤄져 있다. 이 능선 위로 산정이 보이고, 산릉은 남쪽으로 뻗어간다.

 

곧이어 갈림길이 있는 잘록이에 이른다(정면의 능선을 2분쯤 올라서면 철탑 철거 잔해가 있는 곳임). 수리덤계곡은 여기서 능선길을 버리고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접어든다. 간간이 리본이 붙어 있고 길은 뚜렷하다.

 

15분 가량 내려가면 계곡을 건너게 되는데 고로쇠 수액채취용 호스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이 흠이다. 이곳서부터 길은 제법 널찍한 산판길이다. 계곡과는 떨어진 길이지만 중간에 발을 담글 수 있을 정도의 장소는 있다. 등에 물을 끼얹고 발을 담그는 여유를 부리다가 하산을 서두른다.

 

 ▲ 수리덤계곡

 

길은 계속 널찍한 산판도로가 이어진다. 이 길은 무슨 용도로 누가 언제 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곳곳이 끊어져 폐도의 흔적만 남기고 있다. 능선 갈림길에서 1시간 정도면 다시 시원한 계곡을 만나고 숲이 우거진 자갈길을 지나 염소방목지에 닿는다.

 

주변 물가에는 늦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계곡을 끼고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30분 가량 더 내려가면 67번 지방도에 이른다. 근처에는 민박과 펜션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도로에서 왼편으로 삼계1, 2교를 지나면 삼계리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삼계리 일대는 신라시대 사찰인 가슬갑사지(嘉瑟岬寺址)로 추정하고 있다. 원광법사가 이 절에 주석할 때 화랑 귀산과 추항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하여 화랑정신의 근본으로 하고, 후일 통일신라를 이루는 데 원동력으로 삼게 했다는 곳이다. 월간산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산행길잡이

○운문령~894.8m봉~정상~수리덤계곡~염소 방목지~67번 지방도~삼계리 버스정류장 <5시간30분 소요>
○산내(정원숯불갈비)~드린바위~정상~전위봉~개살피계곡~삼계리 버스정류장 <4시간 소요>
○삼계리 버스정류장~계곡 입구 벽돌집 우회전~904m봉~헬기장~962.8m봉~정상~개살피계곡~삼계리 버스정류장 <5시간 소요>
○운문령~894.8m봉~정상~서담골봉~삼계리재~염소 방목지~67번 지방도~삼계리 버스정류장 <6시간30분 소요>

 

숙박  언양읍에 하이트모텔(052-262-0182~5), 동일장여관(052-263-0789), 에쿠스모텔(052-263-0173~4) 등이 있고, 운문령을 넘으면 운문산 자연휴양림(054-371-1323)이 있다. 주말에 휴양림을 이용하려면 예약을 서둘러야 된다.
언양읍내에 있는 언양할매곰탕(052-262-5752)은 부담 없는 먹거리집이다. 석남사와 운문령으로 갈라지는 궁근정에는 용마루(052-264-5665)라는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있다. 민물장어구이나 메기매운탕도 먹을 만하지만 중태기 매운탕은 담백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날머리인 삼계리에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지만 특히 여름에는 바가지가 심해 기분을 상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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