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제사 지낸 성산 '비학산'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기계·기북면에 걸쳐 있는 비학산(飛鶴山·762m)은 형북기맥(일명 비학지맥·성법령~비학산~도음산~소태재~우목리)에 솟은 최고봉이다. 형북기맥은 낙동정맥이 동해안을 따라 뻗어내리면서 포항시로 접어들다가 내륙지역인 영천시로 방향을 바꾸는 성법령 서쪽 헬기장이 있는 709.1m봉에서 가지를 뻗는 또 다른 하나의 산줄기다.
이 산은 이름 그대로 학이 날아오르는 형국의 산이다. 중생대 때 포항지역에서 마지막으로 화산이 터져 우뚝 솟아난 지역인데, 산세가 마치 학이 날아가는 형태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알을 품던 학이 날개를 펴고 신광면 일대의 넓은 벌판 위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다. 더구나 산자락에는 예부터 학이 찾아들어 둥지를 틀고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며, 지금도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특히 비학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학마을 입구의 울창한 노송림에는 왜가리와 백로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학산은 포항의 정기가 뻗쳐나온 명당으로, 포항 사람들의 내면에 신령스러운 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산 동편 능선에는 등잔혈이라는 명당이 있어 이곳에 묘를 쓰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특히 묘를 쓴 다음 가까이 있으면 망하고, 멀리 떠나야 잘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무덤을 쓸 때마다 신광 벌판과 포항 일대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뭄을 참다못해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가보면 필시 누군가 몰래 무덤을 쓴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분노한 사람들은 묘를 파헤치기도 하여 종종 송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학산은 신라시대 국가가 제사를 지낸 산의 하나였고, 여름철 한발이 극심할 때면 관민이 뜻을 모아 기우제를 지낸 터가 있다. 오늘날도 가뭄이 심할 때면 무제등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신성한 산이며, 산록의 신라 고찰 법광사터도 풍수지리가 매우 뛰어난 곳으로 전해진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비학산 전투(8.18~26)가 벌어졌던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비학산은 주봉인 형제봉을 정점으로 산행코스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신광면 소재지를 들머리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는 해가 짧은 겨울철 산행시간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코스는 신광면 소재지~법광사 주차장~무제등 갈림길~동남릉~주능선~정상~오봉~상읍2리~법광사~신광면 소재지로 잡았다.
신광면 소재지에서 상읍리로 오르는 포장도로 입구에는 법광사, 신라 26대 진평대왕 숭안전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다. 정면으로 비학산의 산세를 바라보며 법광사까지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각종 안내판이 서있는 법광사 입구에서 왼편 숲속으로 연결되는 널찍한 산판도로를 따른다. 곧이어 나타나는 조그만 소류지를 왼편에 두고 5분 정도 오르면 첫번째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양쪽 길 모두 경운기가 다닐 정도로 넓다.
산정은 비학산 내력이 적힌 푯말 뒤편에 또 다른 비학산 정상표석이 서있다. 그 뒤로는 널따란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 옆에는 삼각점(기계 22, 2004 재설)이 박혀 있다.
조망은 거침이 없다. 북으로 삿갓봉 내연산 향로봉 천령산으로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침곡산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이, 남서로는 운주산 도덕산 봉좌산이 낙동정맥을 따라 뻗어간다. 동으로는 신광면 너른 벌판 너머로 포항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스라이 펼쳐지는 영일만의 쪽빛 바다가 가물거린다.
하산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오봉(636m)을 거쳐 법광사로 내려선다. 그러니까 학의 오른쪽 날갯죽지를 타고 올라 정수리에 섰다가 왼쪽 날개를 타고 내려서는 것. 헬기장 옆의 국가측량기준점 보호안내판에서 동쪽 능선이다. 능선에 나지막이 솟은 오봉과 그 너머로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다.
처음부터 경사가 만만찮은 내리막이지만 이내 평지처럼 경사가 누그러진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수를 놓는 군락지다.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참나무숲이 이어진다. 은적, 반곡 갈림길에서 능선길로 계속 직진하면 119 구조지점(비학산 9번)을 지나 묘 1기를 만난다. 곧이어 오봉을 왼편에 두고 산허리 우회길은 고도를 낮추면서 기일, 법광사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곧바로 나타나는 갈림길은 반곡, 법광사 갈림길. 법광사를 가리키는 조그만 팻말이 있는 이곳에서 오른편 산자락 지능선으로 내려선다. 계속 능선을 따를 경우 반곡저수지를 거쳐 신광온천에 닿을 수 있다. 이제 법광사까지는 외길로 헷갈릴 만한 곳은 없다. 다만 여기서부터 일부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운 곳이 있어 신경을 써야 한다.
한동안 내리막으로 이어지던 숲길을 빠져 나오면 두륙봉에서 정상을 지나 오봉으로 연결되는 산릉이 뚜렷하게 올려다보인다. 곧장 산자락을 돌아 내려서면 왼편에 소류지가 있고 상읍2리 마을이다. 마을을 지나 법광사까지는 5분이면 닿는다.
법광사(054-243-0178)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건립된 절로, 요남비결이라는 예언록에 얽혀 있는 신라 고찰이다. 1750년대까지 5천여 평의 절터에 2층 대웅전을 비롯한 525칸 규모의 대찰이었으나 조선조 철종 말년(1863) 한 촌부의 방화로 전소되어 폐사됐다고 전한다. 석가불사리탑중수비(法廣寺 釋迦佛舍利塔重修碑) 비문에 의하면, 신라 24대 진흥왕 10년 양나라 무제가 신라에 사신을 파견하여 부처의 사리를 보내오자 왕이 궁으로 맞아들였다. 그 뒤 진흥왕의 손자 진평왕이 원효에게 명하여 법광사를 짓게 했다고 한다.
도기념물 제20호인 법광사지(法廣寺址)에는 석가불사리탑, 연화석불좌대, 쌍거북비대, 석등, 배례석, 석불, 장대, 주초석, 당간지주와 사리탑중수비 등이 있다. 현재 법광사지에는 1952년에 건립한 법광사가 있고, 법광사지 옆에는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위폐를 봉안한 사당인 숭안전이 있다. 월간산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산행길잡이
○신광면 소재지~상읍리~법광사 입구~무제등 갈림길~남동릉~주능선~정상~오봉~상읍2리~법광사~신광면 소재지 <4시간30분 소요>
○기북면 탑정2리 탑골~탑정지~샘터~정상~삼거리~811m봉~780m봉~괘재령~죽장면 상옥리 <6시간 소요>
○신광면 소재지~상읍리~법광사~무제등~주능선~정상~안개바위~선바위~전망대~계곡~법광사~신광면 소재지 <3시간30분 소요>
○신광면 소재지~상읍리~법광사~무제등~주능선~정상~오봉~법광사 갈림길~반곡저수지~신광온천 <4시간30분 소요>
숙식
산행 들머리인 법광사 부근에는 숙박시설이나 식당이 전혀 없고, 신광면 소재지에는 식당은 있으나 숙박할 곳이 마땅찮으므로 교통이 편리한 포항 시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포항은 철강 도시로 호텔을 비롯한 깨끗한 장급 여관이 많다. 특히 열차역에서 가까운 죽도시장에서는 신선도가 좋은 활어회를 싼 값에 맛볼 수 있다. 또 물회를 비롯한 과메기 등 다양한 먹거리 식당이 많다. 즉석에서 삶아주는 문어는 별미로 산꾼들의 술안주로 적당하다.
신광온천(054-262-3232~5)은 천연유황온천으로 수질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 신광온천 입구 만석 삼거리의 가덕한정식(054-261-9098)은 정식(5,000원)과 돼지고기 수육을 맛볼 수 있지만 대중교통 연결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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