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 드라이브’ 14번 국도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거치면 통영과 거제의 관문 충무IC까지 단번에 이어진다. 교통체증이 없는 평일 기준으로 4시간쯤 걸린다.
금강산도 식후경. 도다리쑥국과 멍게젓비빔밥, ‘봄멸’로 입이 만족했다면 이제 눈이 포식할 차례다. 우선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14번 국도를 따라가는 드라이브.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지나 거제로 들어가는 구간은 섬의 북쪽과 서쪽 해안을 따라가는데, 양식장만 많고 볼거리는 덜하다.
14번 국도를 따라가는 해안 드라이브의 즐거움은 거제 장승포에서부터 시작한다. 장승포를 지나 남쪽으로, 지세포를 지나 와현, 구조라에 접어들 무렵이면 다도해 절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와현바다는 동그랗게 땅으로 둘러싸여 아늑하다. 와현 바로 다음에 있는 구조라 해수욕장 앞바다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로 뒤덮여 사시사철 푸른 윤돌도가 떠 있다. 물이 빠지면 거제도와 연결된다.
통영에서는 미륵도 산양일주도로가 드라이브가 짜릿하다. 통영은 본래 충무라 불리던 육지와 두 개 다리로 연결된 미륵도, 그리고 150여개 섬으로 이뤄졌다. 미륵도를 한 바퀴 도는 22㎞ 일주도로를 통영사람들은 ‘꿈길 드라이브 60리’라 부른다. 미륵도의 관능적인 ‘S’라인을 감아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충무마리나콘도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꺽어진다.
달아공원 부근 5㎞ 구간이 백미. 점점이 흩뿌려진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왜 다도해(多島海)라 불리는 지 알 만하다. ‘달아’ (達牙)는 이곳 생김이 상아(象牙)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다. 공원 입구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관해정(觀海亭)이 관람 포인트.
미륵산 정상에는 다음날 새벽 해 뜨는 모습을 보러 올라간다. 잠이 모자라다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발 461m. 통영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섬과 섬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풍광에 숨이 막힌다. 미륵산 중턱 용화사까지 차가 올라간다. 주차장에서 1시간30분쯤 걸어 올라가면 정상이다.
서호시장이 식당 주인이나 상인들이 들리는 곳이라면, 중앙시장은 통영 주민들이 찬거리를 사러 오후에 들리는 소매시장이다. 멍게를 먹겠다고 하면 껍데기를 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싱싱한 멍게가 선명한 주황색이 홍시 같다. 후루룩 입에 넣으면 야들야들 부드러운 육질은 곶감 같다. 첫 입에는 찝찔하면서 달큼한데, 끝 맛은 씁쓸하면서도 신선하다. 서울 멍게와는 선도(鮮度)가 다르다. 껍질이 붉을수록 신선하단 증거.
시장통에 앉아 멍게를 씹는 맛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식당이 편하다. 시장 골목 안에 주로 회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멍게나 생선 등을 사면 시장 상인이 자신과 안면 있는 식당으로 데려다준다. 생선을 사다가 먹는 손님을 ‘초장손님’이라고 하는데, 1인당 3000원만 내면 간장과 초고추장, 쌈장, 쌈용 채소와 밑반찬 서너 가지를 챙겨준다. 매운탕은 5000원(4인 기준) 내면 끓여준다. 공기밥 1000원. 가격은 시장 내 모든 식당에서 똑같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멍게는 1만원어치만 사면 둘이서 소주 한 병 비우기에 충분하다.
경남 통영시 ‘한산섬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자 허름한 식당 안은 봄 냄새로 가득했다. 대단히 귀하고 값비싼 별미라도 대접 받는 양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은 커다란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국물을 퍼먹는 중이었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투명한 국물 속에서 생선살이 하얗게 빛나고, 쑥 향이 향긋하게 피어 오른다. 따뜻한 봄 바다가 국그릇에 그대로 담긴 듯하다.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쑥국에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냄비에 물과 납작하게 썬 무를 몇 조각 넣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남자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 한 마리와 파, 마늘, 풋고추를 조금 넣는다. 극상에 오른 도다리 자체의 맛을 살릴 정도로만 간을 할 뿐이다. 도다리가 슬쩍 익을 즈음 쑥을 손으로 뚝뚝 뜯어서 넣고 숨이 죽으면 그릇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광어와 거의 똑같이 생긴 도다리는 남해안이 아니면 통 보기 힘든 생선이다. 양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영 서호시장 상인들은 “아직까지 통영에서 양식 도다리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통영도촌동수협공판장에 만난 한 거래인은 “도다리가 다 자라려면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도다리는 맛이 워낙 좋은 생선. 생선에 대해선 누구보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통영 사람들이 잡히는 족족 먼저 먹어 치운다.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 앞 ‘터미널회식당(055-641-0711)’ ‘통영회식당(055-641-3500)’ ‘분소식당(055-644-0495)’도 도다리쑥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통영 바로 옆 거제에서도 도다리쑥국을 즐겨 먹는다.
거제에서는 맹물 대신 쌀뜨물에 된장을 조금 풀어 맛을 내는 집이 많다. 하지만 역시 슴슴하게, 도다리와 쑥의 맛과 향을 살리는 정도로만 자제한다. ‘평화횟집(055-632-5124)’ ‘웅아횟집(055-632-7659)’ 등이 유명하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 8000원~1만원 받는다.
통영은 옛날부터 멸치로 유명했다. 봄에 산란하려고 통영 가까운 바다로 들어오는 멸치를 잡았다. 이 멸치가 ‘봄멸’이다. 크기가 남자어른 손가락 정도. 요즘은 배와 장비가 좋아져 1년 내내 먼 바다에 나가 멸치를 잡아들이지만, 여전히 통영사람들은 ‘봄멸’을 최고로 꼽는다.
‘봄멸’은 주로 회로 먹는다. 머리를 떼내고 뼈와 내장을 발라낸 다음 초고추장과 참기름, 참깨, 고추, 상추, 당근, 미나리, 배 등을 넣고 버무려 멸치회를 만든다. 멸치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기름진 감칠맛이 진하다. 매콤새콤달콤하다. 살짝 씹기만 해도 뭉그러질만큼 살이 부드럽다.
‘봄멸’로 만드는 멸치쌈도 별미다. ‘봄멸’을 깨끗하게 다듬어 냄비에 깔고 물과 고춧가루 진간장, 다진 마늘 조금을 넣고 졸여서 상추에 쌈 싸 먹는다. 멸치가 쉬 부서지니 졸이는 과정에서 젓가락으로 뒤적이면 안 된다.
통영에서는 봄이면 웬만한 식당에서 ‘봄멸’을 버무린 멸치회를 내놓는다. 워낙 흔하게 먹는 멸치여서인지 멸치만을 따로 내는 식당이 통영에 딱 하나 있다. 식당 이름이 ‘멸치마을(055-645-6729)’이다.
사랑하는 멸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2005년 통영 정량동에 식당을 냈다. 봄멸은 아니지만, 멸치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이 나온다. ‘멸치회(2만원)’는 기본. 멸치튀김, 멸치전, 멸치젓갈, 멸치조림, 멸치쌈, 멸치시락국(시래기국의 사투리), 멸치젓을 넣어 담근 김치…. 상이 온통 멸치로 만든 요리이고 밑반찬이다. 멸치전은 파전과 비슷한데 잔 멸치가 군데군데 들었다. 멸치튀김은 튀김 옷을 입혀 미리 튀겨둔 멸치를 생선구이용 오븐에 한 번 더 구워낸다. “멸치에 워낙 기름이 많아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느끼합니다.” 조선일보 김성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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