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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진안 주천-55번국도-와룡암 무릉마을 명도봉 구봉산

by 구석구석 2008.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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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면 주양리 135-2 와룡암(臥龍庵) 문화재자료 제18호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와룡암은 본래 조선 효종 5년(1654)에 긍구당 김중정의 개인 서당으로 건립되어 그 후 250 여년 동안에 많은 문인 학사들을 배출한 학당이었다. 김중정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벼슬을 버리고, 조부 김충립과 함께 생장지인 서울을 떠나 1637년 36살 때에 주천에 들어와 은거하였고, 53세에 와룡암을 세워 후진의 교육에 힘썼는데 와룡암이 천변에 있는 까닭에 여러 차례의 수해로 많은 저서는 대부분 유실되었다고 한다. 한편 그가 세운 원래의 와룡암은 내 건너편에 있었는데 물 때문에 내왕하기가 불편하였으므로 순조27년(1827)에 김상원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

 

무릉리 무릉마을 063-432-5445, 432-7277, 432-6757

주천초교 삼거리에서 지방도로732번 - 운일암, 반일암 삼거리에서 우회전 - 무릉마을

 

무릉마을은 중국 송대의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유래했다는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마을이다. 

 

무릉도원은 본래 세상과 따로 떨어진 별천지, 이상세계, 유토피아를 일컫는 말인데 무릉리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세상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주민들의 순수함과 넉넉한 인심은 별천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무릉마을은 백제시대에 마을이 형성되었을 정도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해발 450m 이상의 고원지대에 위치하여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이땅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는 마을이다.

 

* 봄 - 오리입식, 산채채취, 하천생태체험
* 여름 - 하계수련회, 반딧불이체험, 감자캐기, 옥수수/고추따기
* 가을 - 하천생태체험, 고구마캐기, 허수아비축제, 메뚜기잡기
* 겨울 - 새끼꼬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썰매타기
* 연중 - 두부/된장/효소만들기, 흑염소 농장체험, 산행, 모닥불

 

 

 명경지수가 흐르는 운일암 반일암 품은 명도봉

 

진안팔경의 하나인 운일암반일암(雲日岩半日岩)을 들어서면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여 공명정대한 덕행을 쌓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듯 ‘쌍고도덕 대명일월’의 글씨가 새겨진 대불바위와 명도봉(867m), 명덕봉(846m)이 산사의 일주문처럼 산객을 맞는다.


또한 ‘먼저 이치를 알고 행하라’는 성리학의 선구자 주희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듯 주자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특히 진안군 주천면과 정천면, 안천면 주변과 운장산, 명도봉 일대에는 성리학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예컨대 운일암반일암이 있는 협곡을 주자천, 이웃 정천면을 흐르는 계곡은 정자천, 안천면을 흐르는 냇물은 안자천이라 불러서 주희, 정호·정이, 안희 등 유학 대가들의 성을 이름으로 땄다.

 

기암절벽에 옥수청산 천지산수가 조화를 이루는 28경 선경을 이루는 운일암반일암은 70년 전만 해도 깎아지른 절벽계곡에 길이 있어 구름과 해님만 있었다는 기록이 진안군지에 보인다. 또한 기암괴석과 이를 감싸고돌아 벽계청수와 춘하추동 사계절 옷을 바뀌어 입는 초목들이 볼거리라고 예찬했다.

 

명도봉에서 복두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아직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며, 진안 북서쪽에 마치 울타리를 친 듯이 연석산, 운장산, 복두봉, 구봉산 능선이 전북의 알프스처럼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복두봉에서 남동쪽 정천면 갈용리 방향으로 깊고 길게 뻗어 내려간 7km의 갈거계곡은 원시림이 울창하고 유수량이 풍부해 운장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섰으며,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금남정맥의 최고봉 운장산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시원한 명경지수가 명도봉과 명덕봉 사이를 휘감아 흐르다가 운일암반일암 협곡을 이루며 주자천을 잉태하며, 늑막골과 물탕골이 있어 어느 방향에서 오르내려도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줄기는 완주 주화산에서 분기된 금남정맥 산줄기가 남으로 호남정맥을 보내고, 북으로 뻗어가며 입봉, 보룡고개, 연석산, 운장산 서봉에서 동쪽으로 운장산 줄기를 나뉘어 놓고 피암목재를 지나 장군봉으로 뻗어 나간다. 이 지맥은 금강 지류인 북쪽 주자천, 남쪽 정자천을 가르며 운장산~복두봉을 지나면 북쪽으로 명도봉 줄기를 내려놓고 동쪽으로 2.5km를 뻗어내리며 구봉산 장군봉과 기암괴석의 아홉 봉우리를 솟구쳐 놓고 금강 상류로 숨어든다.

명도봉의 물줄기는 서쪽은 칠은동계곡, 동쪽은 다박골계곡을 통하여 주자천에 합수되어 금강 상류에 살을 섞고 서해에 골인한다. 주자천, 정자천, 안천이 운장산 북쪽에서 북으로 흐르다 동쪽으로 주천과 용담을 거쳐 월계리에서 금강 상류와 합수한다. 행정구역은 진안군 주천면이다.

이번 산행은 전북산악연맹 군산시연맹(회장 김성수) 회원 200명과 장맛비를 맞으며 제1코스를 답사하고, 호남지리탐사회(회장 필자) 회원들이 제2코스를 답사했다. 군산은 주변에 산이 없는 도시인데도 회원이 3천을 웃돌 정도로 전북산악연맹 14개 시군지부에서 가장 운영이 잘 되고, 다섯째 일요일이 있는 달이면 합동산행을 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있다.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심술을 부리는데도 임진왜란 때 현인 7명이 숨어 지냈다는 전설을 간직한 칠은주차장을 장영조 부회장과 신이섭 전무의 안내를 받아 출발했다. 비를 머금은 산죽이 고개를 잔뜩 숙인 채 자꾸만 길을 막는다. 장사진을 이루며 산행하는 회원들 모습을 보니 마치 한국동란 때 피난 행렬 같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이번에는 너덜길이 발걸음을 잡으며 쉬어가라고 유혹한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즉석음악회를 열어 산꾼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산새들이 고맙다. 어느덧 복두봉에서 오는 길을 만나고 북으로 향하면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안개가 자욱해서 오리무중인 능선을 10분쯤 걸으면 돌탑과 명도봉 표석이 반겨 맞는다(칠은 주차장에서 1시간 소요). 특이한 것은 운장산 서봉과 같이 이곳에도 정상 남쪽에 묘소 1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 (왼쪽)날머리 무지개다리.(오른쪽)운일암반일암(주자천).

산줄기는 완주 주화산에서 분기된 금남정맥 산줄기가 남으로 호남정맥을 보내고, 북으로 뻗어가며 입봉, 보룡고개, 연석산, 운장산 서봉에서 동쪽으로 운장산 줄기를 나뉘어 놓고 피암목재를 지나 장군봉으로 뻗어 나간다. 이 지맥은 금강 지류인 북쪽 주자천, 남쪽 정자천을 가르며 운장산~복두봉을 지나면 북쪽으로 명도봉 줄기를 내려놓고 동쪽으로 2.5km를 뻗어내리며 구봉산 장군봉과 기암괴석의 아홉 봉우리를 솟구쳐 놓고 금강 상류로 숨어든다.

계곡의 물소리가 마치 천둥소리를 방불케 하는 무지개다리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제법 많다. 여느 때 같으면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을 것이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로 간식을 먹고 관리사무소에 닿으니 김성수 회장과 이덕우 명예회장이 반겨줬다(명도봉에서 1시간20분 소요).

▲ (왼쪽)암벽 오름길.(오른쪽)산딸기 따먹기.

다행히 비가 그친 명도봉과 명덕봉 사이로 해님이 얼굴을 내밀고, 관리사무소에서 올려다본 명도봉 산자락은 머리에 구름을 이고 신선과 선녀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멋진 풍광을 연출했다. 워낙 회원이 많다보니 선두와 후미의 산행시간이 1시간도 넘었다. 관리사무소 옆 공터에서 회원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진안 더덕막걸리로 산행 뒤풀이를 하고 귀가를 서둘렀다.

호남지리탐사회가 양흥식 대장의 안내로 답사한 제2코스는 이렇다. 725번 지방도인 갈용리 삼거리 못미처에서 매표소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면 약 2.5km를 걷지 않을 수 있다. 갈거마을에서 서쪽 계곡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수백 년 전부터 매년 정월 초하루면 마을에서 행실이 가장 깨끗한 사람을 선발해서 제주로 삼아 산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산제당이 나온다. 그곳에서 왼쪽 계류를 건너 북서쪽으로 산길을 1.5km쯤 걸으면 휴양림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휴양림 계곡 안으로 30분을 걷거나 승합차로 구봉교까지 가면 오른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마당바위가 있는데 마치 마당 가운데로 물이 흐르는 모습이고, 움푹움푹 패인 곳을 가리키며 김영범 관리소장이 공룡발자국이라고 설명해 줬다. 마당바위와 공룡발자국을 둘러보고 구봉교를 지나 임도로 걸어가면 어두침침한 큰 맞바위골이다. 그 계곡에서 30년 전 멧돼지 올무에 호랑이가 걸려서 생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맞바위골 입구에서  500m쯤 가면 왼쪽으로 해기소를 만난다. 40평쯤 되는 이 소(沼)는 상류쪽은 너럭바위 위로 단풍나무 숲터널을 이룬다. 해기소를 지나면 산세가 부드러워지고 계곡이 넓게 트여서 시원스럽다. 하류에는 계곡이 좁고 숲이 울창하나 상류쪽은 시야가 탁 트이고, 물이 차갑고 맑아서 알려지지 않은 여름철 피서지로 손꼽힌다.

왼쪽 능선 위로 쌀가마를 쌓아놓은 듯한 섬바위를 올려다보며 다리품을 팔면 녹슨 양철지붕의 폐가 한 채가 수풀 속에 묻혀 있다(구봉교에서 25분 소요). 하늘과 계곡만 보이는 곳에 피서객들이 붐비고 복두봉까지 등산을 다녀오는 산객을 가끔 만난다.

 

복분자가 탐스럽게 익어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바위마다 석청이 매달려 있다. 교량 몇 개를 지나 굽이굽이 임도를 돌아서 오르면 폐허 건물 한 채가 잡초에 묻혀 있는데,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농장 건물로 사용됐다고 한다(구봉교에서 1시간10분 소요).

비탈길을 돌아서 민듬분지에 이르면 헛개나무 재배지를 만나고 잣나무가 마중 나온다. 화전민들은 간곳없고 휴경지에는 나무를 식재했다. 가을이면 이 분지에 억새가 만발해 은빛 물결을 친다. 임도를 타고 오르면 운장산과 복두봉에서 뻗어오는 주능선을 만난다(구봉교에서 1시간45분 소요). 임도가 정천면 갈거에서 휴양림을 지나 주천면 운일암반일암까지 이어지는데 산림이 훼손돼 볼썽사납다. 복두봉 0.6km, 운장산 5.8km, 휴양림 7.5km 이정표가 쉬어가라 유혹한다.

▲ 암벽구간 밧줄코스.

 

복분자가 탐스럽게 익어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바위마다 석청이 매달려 있다. 교량 몇 개를 지나 굽이굽이 임도를 돌아서 오르면 폐허 건물 한 채가 잡초에 묻혀 있는데,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농장 건물로 사용됐다고 한다(구봉교에서 1시간10분 소요).

하산은 동쪽의 구봉산, 서쪽의 운장산과 연석산, 북쪽의 명도봉 코스가 있다. 명도봉 코스는 운장산 방향으로 50m쯤 내려와서 북으로 들어서면 바위 사이로 능선이 뚝 떨어진다. 초입은 시누대와 씨름해야하고 잡목구간이다. 전망바위에서 가장 멋지게 다가오는 구봉산과 복두봉을 조망하며 오찬을 즐겼다(복두봉에서 30분 소요). 산줄기가 뚝 떨어지면 서쪽은 임도가 바로 옆이고, 동쪽은 구암 가는 사거리다(복두봉에서 2시간 소요).

 

노란 원추리가 향연을 펼치는 능선을 걷다가 뒤를 바라보면 지나온 능선과 산허리를 따라 임도가 나 있고, 흰 구름이 산허리를 휘어 감는다. 바윗길을 지나면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명도봉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헬리포트에서 산줄기는 북쪽으로 꺾여 가다가 부처손과 석이버섯이 있는 암릉을 오른다. 제1봉을 올라서면 아이가 엄마품에 안겨 있듯 큰 소나무가 어린 소나무를 품었다.

 

고스락은 생각과 달리 육산이다. 제2봉은 뾰족한 칼바위이고, 제3봉은 또 다시 육산이다. 바로 명도봉을 오를 것 같지만 또 다시 오름길과 씨름해야만 경주이씨 묘소를 지나 돌탑과 표석이 반기는 명도봉에 닿는다(복두봉에서 2시간40분 소요). 이곳에서 서쪽은 칠은교, 북쪽은 용소를 거쳐 무지개다리로 하산할 수 있다.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지독한 너덜길과 산죽을 헤치고 40분쯤 걸어 내려오면 살롬기도원을 지나 칠은 주차장에 닿는다.

 

산행길잡이

○제1코스
칠은 주차장~살롬기도원~산죽길~너덜길~능선 삼거리~(1.5km)~명도봉~안부~암릉~(2km)~무지개다리 <3.5km, 2시간20분 소요>
○제2코스
갈거 삼거리~(2.2km)~운장산 휴양림 주차장~갈거계곡 임도~(5km)~복두봉 사거리~(0.6km)~복두봉~북릉~(4.5km)~명도봉~(1.5km)~칠은 주차장 <13.8km, 7시간 소요>
○제3코스
동상면 연동~(2.7km)~연석산~(2.5km)~운장산~(5.2km)~복두봉 사거리~(0.6km)~복두봉~(4.5km)~명도봉~(1.5km)~칠은 주차장 <17km, 8시간 소요>
○제4코스
윗양명~(2.3km)~구봉산~(2.7km)~복두봉~(4.5km)~명도봉~(1.5km)~칠은 주차장<11.0km, 6시간30분 소요>

드라이브코스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금산 나들목~금산~725번 지방도~남이면 흑암리~주천면 용덕리~주천초교~운일암반일암(주천~갈용리 삼거리~운장산 휴양림) /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전주~26번 국도~소양~화심~진안군 부귀면 거석리~49번 지방도~정천~725번 지방도~주천~대불리(진안~795번 지방도~정천~725번 지방도~운장산휴양림 / 갈용리~주천~732번 지방도~운일암반일암)


 

숙식
기 마을민박촌 : 안재인 063-432-7152(15실), 강동철 063-432-0206(27실), 명천식당 1인당 10,000원. 명천식당(이귀숙·063-432-7216)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이 식당에서는 쏘가리탕 50,000원, 표고전골 30,000원, 빠가사리탕 45,000원, 도토리묵 10,000원.

 

월간산 466호 2008.8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산근부회장·호남지리탐사회 회장

수필가·향토지리연구가·전북산사랑회 회장. 전북산악연맹 기획정보이사·호남지리탐사회 회장.

저서 <전북 100대 명산을 가다> 등.

 


구봉산 / 봉우리 하나 오를 때마다 절경으로 환희심

 

진안 구봉산은 주위 산릉들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선을 가진 암봉 9개로 이루어진 바위 명산이다. 여러 개 기암봉이 서로 어깨를 붙이듯 하며 밀집한 형상이 독특하고 산에 올라 보는 경치가 좋아 전국적으로 탐승객들이 찾아든다.

 

가장 일반적인 기점은 산 동편의 윗양명 마을.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산행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기점이기도 하다. 윗양명 마을 도로변 널찍한 주차장에 서면 황갈색 낙엽송림 위로 우선 제1봉이 뵌다. 다른 여덟 개 봉은 그 뒤에 숨어 있다. 짤막한 콘크리트다리인 양명교 건너 윗양명 마을 북쪽의 골짜기로 다가들다가 곧 구봉산 등산로로 접어들면 된다. ‘구봉 2km, 구봉산(천왕봉) 3.3km’란 자그마한 팻말이 등산로 입구에 서 있다.


널찍하나 가파른 돌계단, 통나무계단 길을 따라 지능선에서 좀더 굵은 능선으로 숨가쁜 걸음을 40여 분 이으면 세 개의 벤치가 놓인 조망처에 올라선다. 동쪽 저편으로 붉은 기운이 감도는 갈색 산릉들이 수많은 주름으로 펼쳐진 장대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든다.

 

주능선에 올라서서는 우선 제1봉 구경부터 한다. 밧줄 난간을 잡고 오른쪽 잘록이를 지나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곧 제1봉 정상이다. 표고 650m의 오똑한 제1봉 정상 좁은 곳엔 헐벗은 무덤이 누워 있다. 이 무덤 옆 절벽 위로 나서면 흡사 기구를 타고 허공에 떠오른 듯 광대한 조망이 펼쳐진다. 동편 멀리 주름진 산릉 사이로 숨은 듯 엎드린 용담호수도 뵌다. 남녘으로는 태양광을 등에 업은 수많은 산릉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농담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겹무늬를 이루고 있다. 이 풍경만으로도 산행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제2, 제3봉으로도 밧줄 길이 이어진다. 봉우리를 거듭할수록 고도도 점차 높아진다. 평평한 암반을 이룬 좋은 쉼터인 표고 850m의 제4봉 정상에서는 구봉산의 주봉인 천왕봉의 발치까지 남김없이 드러난다. 동쪽 저 멀리 별다른 기복 없이 길고 길게 뻗은 덕유산릉도 눈에 든다.

 

제5, 제6봉으로 가노라면 청동의 묵직한 쇳조각 같은 질감으로 구봉산릉 북쪽 계곡 중간에 들어박힌 연화저수지와 그 주변의 밝은 갈색 산비탈이 이룬 조화도 아름답다. 저 앞의 천왕봉은 뜻밖으로 가파르고 높아 보인다.

 

제7봉과 제8봉 사이는 깊은 절벽으로 갈라져 있다.‘천왕봉 1km’ 팻말이 선 안부를 지나 회색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나서면 왼쪽 암벽 밑으로 길이 우회한다. 그후 올라서게 되는 제9봉은 넓고 평평하여 여러 등산객들이 앉아 점심 도시락을 펴기에 안성마춤이다.

 

제9봉 바로 다음 안부에서 왼쪽으로는 출발점인 상양명 마을로 빠지는 샛길이 있다. 정상 구경을 마치고 이 안부로 되내려와 하산하기도 한다.

▲ 구봉산 제1봉과 진안고원의 산봉우리들. 제1봉 머리엔 사람들이 섰고, 우측 옆으로는 용담호수가 바라뵌다.

산죽밭 안부를 지난 뒤 길은 오른쪽으로 슬며시 우회하여 수직을 넘는 위협적 각도로 치솟은 거대한 암벽 아래의, 서늘한 냉기가 감도는 협곡으로 이어진다. 작은 석축을 쌓고 파이프를 박아 만든 샘터 위쪽으로는 겨울이면 커다란 얼음기둥이 맺힌다.

 

검게 흙물이 든 굵은 동앗줄이 길게 이어진 가파른 협곡 지대를 지나 햇볕이 드는 천왕봉 동사면의 중턱으로 붙는다. 여기서 주의한다. 우측 길은 복두봉으로 하여 운장산으로 가는 종주로이며, 왼쪽으로 가야 천왕봉 정상이다.

 

왕봉 정상 오름길은 조망점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갑절로 커진 환희심을 선사한다.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들로 산길 곳곳이 정체가 일어나야 마땅할 것 같은 조망의 연속이다. 저 아래 제1봉에선 푸르스름한 얼룩 같던 용담호는 어느 결에 호수다운 모습으로 산줄기들 가운데에 떠오른다. 호수에 걸쳐진 긴 교량도 뵌다.

 

산 정상엔 ‘구봉산 정상 1002m’ 표지석과 더불어 벤치가 놓여 있어 또한 쉬기에 좋다. 구봉산행은 여기까지가 절반이다. 이후 구봉산 남릉 서쪽으로는 천왕봉 정상에 오를 때까지의 동쪽과는 전혀 다르나 뛰어나다는 점에서는 한 치 다를 바 없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제1봉~천왕봉은 광대한 평원으로 펼쳐진 진안고원 특유의 풍광이 특징이라면 서쪽은 큼직하고 단순한 산릉들이 제각각 다른 윤곽선으로 멋을 부린다. 숲이 우거졌어도 양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암부가 연이어 나타난다. 왼쪽 뒤 저편으로는 구봉산 아홉 봉이 오후 햇살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며 오전보다 한결 강렬한 톤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구봉산정에서 600m 남쪽 ‘천황사 2.7km’ 팻말이 선 곳에서 왼쪽으로 급경사 갈림길이 한 가닥 나온다. 저수지 옆을 지나 윗양명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도중에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하는 급경사지대가 있으므로 노약자는 곧장 능선을 따라 천황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윗양명~제9봉~천왕봉~남릉상 갈림지점~저수지~윗양명 마을로 도는 코스는 도상 거리가 고작 6km 정도지만 기복이 심하여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넉넉히 6~7시간 잡도록 한다. 윗양명 마을 주차장 등산로 입구 안내팻말엔 ‘2/1~5/15, 11/1~12/5은 산불 방지를 위해 입산을 금한다’고 돼 있지만, 사전에 진안군 산림축산과(063-430-2423)로 신고하면 극심한 건조기 이외엔 산행을 허용한다. 가파른 만큼 겨울철로 아이젠은 필수인 산이다.

 

 

상전면 갈현리 695-1 갈보리건강원펜션 063-432-5998

 용담호반 30번국도변 경치 좋은 곳에 위치. 30평형 객실 4개(1, 2층에 각 2실), 호숫가 마당에 캠프파이어장, 식탁, 드럼통을 반 자른 구이틀 등을 갖추었다. 땔감 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매식은 되지 않으며, 진안읍내에서 10분 거리다.

 

 

 

 

 

구봉산 남동쪽 도로변 주천면 운봉리801-3 구봉관광농원 063-432-5110

황토방갈로, 찜질방 등을 갖추었다. 방갈로 앞에서 모닥불 놀이가 가능하다. 20명이 단체 숙박 가능한 방도 있으며, 한방열황토찜질방이 자랑이다. 매식 가능. 모닥불용 땔감은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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