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면 만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상신마을에 천문체험관개관
상신마을은 청정한 환경에 외부의 불빛이 차단된 자연조건을 활용, 산림청으로부터 5억여원을 지원받아 천문체험관을 개관했다.
천문체험관 / 남원시청
3층 높이에 연 면적 53평 규모인 천문관은 360도 회전하면서 개폐할 수 있는 관측 돔(dome)과 406㎜ 망원경 등 관측기자재 64점을 갖췄다. 1층에는 50명이 머물 멀티미디어실을, 2층에는 가족 숙박시설 5실을 들였다. 천문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밤에 쏟아지는 별빛을 맞으며 별자리판과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천문관은 산림청이 후원하는 산촌종합개발의 일환으로 들어섰다. 마을은 청정 환경과 주변 불빛이 차단된 입지를 활용, 천문관과 함께 산촌체험·휴양 프로그램도 갖췄다.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천문지도사 7명의 도움을 받아 별 구경과 함께 별 자리판 그리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전북 남원의 보절면과 산동면 경계에 걸쳐 있는 만행산(萬行山·909.6m)
'만행'은 만 가지 고행을 몸소 체험해야 비로소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교리를 담은 불교 용어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상에는 이 산의 이름이 왕을 뜻하는 '천황산(天皇山)'으로 돼 있다. 인근 주민들도 보절면에서는 만행산으로, 산동면에서는 천황산으로 더 많이 부른다고 한다. 같은 산을 놓고 세상의 가장 낮고 그늘진 곳에서 부대끼는 '만행'과 가장 높고 화려한 곳에서 군림하는 '천황'이라는 이름을 함께 쓰는 것이 '왕후의 밥, 걸인의 찬' 만큼이나 아이러니하다.
이 산이 두 얼굴의 이름을 같게 된 배경은 대략 이렇다. 이 산 남동쪽 자락에 백제 무왕 때 지어진 귀정사가 있다. 귀정사의 옛 이름은 만행사였고, 자연히 절을 품고 있는 산도 만행산으로 불리었다. 그런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임금이 이 절에 와서 고승의 설법을 듣고 감동해 사흘을 머물며 정사까지 살폈다고 한다. 임금이 돌아간 뒤 절 이름은 귀정사(歸政寺)로, 산 이름은 왕이 머물렀다고 해서 천황산으로 바꿔 불렀다.
사실 산행이라는 것도 낮은 곳의 들머리에서부터 온갖 간난고초를 겪다가 정상에서 세상을 발아래 두면 제왕도 부럽지 않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으니 본디 만행과 천황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하는 것이라 하겠다.
게다가 만행산은 주봉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삼각추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고, 산세가 장엄해 고만고만한 주변 산들 사이에서는 군계일학 같은 산이어서 천황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새해에는 황홀한 일출,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여름은 시원한 계곡과 녹음,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상고대가 산꾼들을 부른다.
답사 코스는 용평지 주차장을 출발해 너적골~작은 천황봉~천황봉(만행산 정상)~상사바위~큰재 갈림길~852봉~835봉~용호계곡~보현사를 거쳐 다시 기점인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총 산행거리 8.1㎞에 순수 이동시간은 3시간 20분쯤 걸린다.
산행은 보절면 용평마을 용평저수지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저수지를 왼편에 끼고 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300m쯤 걸어가다 천황봉 등로 이정표가 보이면 우측 임도를 따라 등로가 열린다. 오른쪽으로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는 너적골 계곡 물소리가 청명하다.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는 가느다란 편이지만, 수통에 물을 채우기에는 충분하다.
15분 뒤 왼편으로 깔끔하게 조림해놓은 편백 숲이 보이고, 임도가 끝나는 곳에 첫 번째 이정표(천황봉 1.8㎞)가 보인다. 5분 뒤 두 번째 이정표를 지나면 숲그늘 속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곧이어 길이 끊기는 막다른 곳에서 바닥이 드러난 계곡을 건넌다. 무성하게 뻗어 있는 나뭇가지 위로 으름 덩굴이 얼기설기 얽혀 있어 원시림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등산로에 나뒹구는 돌마다 파랗게 이끼가 끼었다. 동의나물, 곰취, 우산나물, 삿갓나물 따위의 야생초와 독초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암괴류 지대의 각진 바위들을 기다시피 매달려 올라가면 짙은 단풍 그늘을 뚫고 나온 가느다란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연둣빛으로 빛난다. 가파른 흙비탈을 10분쯤 치고 오르면 묘소가 있는 곳에서 주능선과 합류한다.
왼편으로 밀양 손씨 묘를 우회해 지나간 뒤 S자를 그리며 큰 바위를 굽어들면 하늘이 열리면서 남서쪽으로 보절면 들녘이 발아래 펼쳐진다. 에어컨을 켜 놓은 것처럼 솔바람이 시원하다. 이후로는 암릉과 뒤섞인 포근한 흙길이다. 조망은 한 발 오른 만큼 넓어진다.
25분쯤 걸으면 작은 천황봉(815m)이다. 한 산꾼이 나뭇가지에 작은 이정표를 붙여놓았는데 670m라고 해발 고도를 잘못 표기해 놓았다. 사방 나무에 막혀 조망이 보잘 것 없어서 봉으로서의 매력은 크게 없다. 8분 뒤 유사한 높이의 봉우리를 낙타등처럼 이어 지난다.
바위 능선길을 내쳐 오르면 철쭉 군락 사이로 나무데크 전망대를 조성해 놓은 곳이 만행산 정상인 천황봉이다. 만행산이 뭇 산들 가운데 머리를 내밀고 우뚝하게 보이는 것은 주봉인 천황봉이 바윗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사방이 바위 벼랑이어서 예전에는 마치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지금은 데크 계단이 설치돼 있어 허덕거리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첨탑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만큼 조망도 탁월하다. 동쪽으로는 종석대 노고단 반야봉을 지나 천왕봉까지 지리산 연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다. 북쪽은 상서산과 개동산 너머 팔공산, 서로는 보절 평야, 남쪽으로는 노적봉 풍악산 응봉 문덕봉 삿갓봉 고리봉을 지나온 호남정맥이 섬진강변으로 사그라진다.
▲ 상사바위 위에 올라서면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용호계곡이 용평저수지를 향해 흐른다.
이정표를 따라 상사바위 방면으로 진행한다. 급경사를 내려선 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50여 분간 오르락내리락 넘어야 한다. 벤치가 단출하게 놓여 있는 쉼터와 757봉, 남양 방씨 묘동이라고 각서가 새겨진 큰 바위를 지나면 낙엽 깔린 단풍림이 이어진다. 경주 김씨 묘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840봉을 지나면 상사(賞賜)바위 위에 올라선다. 이정표에는 상서(祥瑞) 바위로 표기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바위 밑을 내려다보니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용호계곡이 용평저수지를 향해 흐른다. 머리끝이 쭈뼛 서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상사바위의 위용은 급비탈을 5분쯤 내려가면 큰재 가기 전 조망바위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70~80m는 됨직한 직벽 벼랑에 자줏빛 철쭉꽃이 피어 있다. '헌화가' 한 대목이 절로 읊조려진다.
▲ 만행산은 철쭉 군락부터 짙은 단풍림, 멋들어진 노송까지 숲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큰재에 이르면 왼쪽은 용호계곡 따라 보현사로 곧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직진해서 철쭉 군락을 지나면 멋들어진 송림으로 변한다. 묘 한 기가 있는 822봉과 852봉을 지나면 계단 식으로 묘 3기가 있는 835봉이다. 35분 소요.
여기서부터 본격 하산구간인데 오른편 헬기장으로 빠지지 말고, 진주 소씨 묘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30분 뒤 계단처럼 길이 푹 꺼지는 능선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면 쏟아지는 급경사 비탈을 내려가야 하니 비교적 평탄한 우측길을 탄다. 20분 뒤 청주 한씨 묘를 지나면 용호계곡에 들어선다. 제법 유량이 풍부한 계곡 물이 얼음처럼 차갑다.
계곡을 건넌 뒤 묘지를 지나면 왼편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를 따라 5분쯤 더 내려가면 보현사가 보이고, 다시 300m쯤 더 가면 기점인 주차장이다.
산행문의: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남원의 별미는 단연 지리산 맑은 계곡에서 자란 미꾸라지에 갖은 채소와 양념을 가미한 추어탕이다. 만행산 자락에 있는 용평마을은 '미꾸라지 마을'로 지정돼 있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평일에는 추어탕 맛보기가 어렵다. 광한루가 있는 천거동을 중심으로 추어탕거리가 형성돼 있다. 새집추어탕(063-625-2443), 남원추어탕(063-625-3009), 이화회관(063-625-8332) 등이 이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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