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의 폭포와 계곡들
금선계곡은 연장2.2㎞. 신선봉과 까치봉에서 발원한 골짜기로서 하늘을 덮는 울창한 수목이 경관이나 수량이 부족한게 아쉽다. 숲속에서 아름다운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여름에 더위를 잊는 피서지로서 많은 각광을 받는다.
금선계곡은 신선봉 골짜기로서 내장산 중에서 가장 깊고 험준한 지형을 하고 있으며 층암절벽과 암굴,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이 가운데 금선폭포와 사적(史蹟)으로 유명한 용굴암, 은봉암, 비래암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금선계곡은 금선암(金仙庵)이란 암자가 있어서 불러진 칭호이다.
금선암은 이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용굴암을 100m쯤 앞두고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하며, 선조(宣祖) 25년(1592년) 임진란에 왕조실록을 피난시킨 은봉암으로 추정되는데 언제 금선암으로 일컫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금선계곡내 기름바위 못미쳐 오른쪽 절벽위 까치봉으로 오르는 산벽위에 암굴이 있으니 이곳에 용굴암이 있었다.(넓이8.5m, 길이8m, 높이2∼2.5m).
안의 (安義)의 난중일기에 의하면 선조25년(1592년) 7월 1일 전주 경기전의 태조 어용과 전주사고 전적을 맨 처음 피난시킨 곳이 용굴암이며 안의 손홍록(孫弘祿) 혹은 경기전 참봉 오희길(吳希吉)이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서 9월 28일 더욱 안전한 곳을 골라 보다 험준한 비래암(飛來庵)으로 옮겼던 것이다.
금선골의 용굴에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 가다가 암반으로 이루어진 기름바위를 지나면 좌편 산벽에 암굴동문인 신선문에 이르른다. 기름바위는 선녀들이 신선봉에서 내려와 금선폭포에서 목욕을 하는데 속인들이 넘겨다 볼까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바위에 기름을 발라 아직까지 미끄럽다는 전설이 있다.
신선문에서 조금 올라가면 골짜기가 다하는 궁곡(窮谷)의 폭포에 이르니 바로 금선폭포이다.
금선계곡의 말단에 위치하고 신선봉에서 내리는 높이 18m의 폭포로서 주변에 신선 문, 용굴, 기름바위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 일대는 험지로서 내장산의 비경(秘境) 을 이루고 있으며 4개의 폭포가 첫 폭포위에 연달아 있지만 밑에서는 하나밖에 보 이지 않고, 수원(水源)이 짧아 가물면 물이 거의 말라버리는 것이 흠이다. 승려들 이 이곳에서 목욕재계하고 1,000일 기도를 드려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도덕폭포는 추령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골짜기에 있으며 높이는 20m이다. 전설에 이조 중종34년(1539년) 내장산 영은사의 승려들이 작당하여 승적(僧賊)으로 둔갑, 민가에 돌아다니며 약탈을 일삼고 부녀자를 희롱하며 분묘를 발굴하는 등 탁란을 자행, 승적들의 행패가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몇 사람의 승적들은 이를 후회하고 이곳에서 목욕재계 하면서 지성으로 기도를 드려 그중에서 도인이 나왔다고 하여 도덕폭포라 이름지었다 한다. 승적 주변의 경치가 은밀하며 매우 아름답고, 장마철에 물이 불어 매표소 주변에서도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도덕폭포 상단으로 아슬아슬 올라가면 5단 폭포가 있고 상단폭포는 높이 45m로 내장산에서 제일 큰 폭포인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몽계폭포는 백암산 상왕봉으로부터 이어지는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하곡동 계곡의 울창한 숲속에 깔려있는 우람한 바위덩어리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에 정신이 팔려 한창 오르다 보면 계곡 양편에 깍아지른 바위가 마치 문과 같이 박혀있고 이 석문에 들어서면 갑자기 앞을 막는 폭포를 말한다.
풍부한 수량과 부근의 경관이 빼어나서 여름철에 피서객들의 각광을 받는 곳이며, 산속 깊숙이 자리잡아 일명 숨은 폭포라고도 불린다.
원적계곡은 연장3.2㎞. 연지봉과 망해봉이 형성하는 계곡으로서 일명 먹방이골로 불리어 지고 있으며, 계곡수(溪谷水)에 비치는 단풍들의 그림자가 특히 아름답다. 원적계곡은 연지봉에서 시작되는 골짜기로 금선계곡에 비하여 지형이 완만하고 암벽이 없어 예부터 교통로가 되었다.
옛날에는 내장사 내에서 정읍 고을로 통하는 길이 불출재를 넘어 솔티를 거쳐 왕래하였고 또 먹방이골을 거쳐서 연지봉 북쪽의 속칭 이조암재를 넘어서 조령(鳥嶺)으로 통했던 것이다. 원적골에는 금선골처럼 불적(佛跡)이 많지가 않다.
원적암과 불출암이 있고 깊숙이 먹방이골을 거슬러 올라가서 진묵대사의 유적이라는 속칭 진묵(震默)스님 토굴이 전해지고 있다. 원적골이란 황반상(湟槃像)을 봉안하고 있는 원적암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정혜루기(定慧樓記)에서 성임(成任)은 두 골짜기의 물을 조계(曺溪)와 팔공덕수(八功德水)에 견주어 산수(山水)의 신비를 칭찬했다.
내장산, 내장 8봉 종주 12km
내장산국립공원은 내장산 이외에 백암산(741m)과 입암산(687m)을 합쳐서 일컫는다.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북한산과 도봉산이 있는 것과 같다. 어떤 이들은 내장산보다 백암산 단풍이 더 좋다고도 하지만 ‘국민 단풍’은 누가 뭐래도 내장산임을 생전 산에 안 가는 사람도 안다. 이토록 내장산이 단풍의 대명사로 통하는 까닭은 다양한 색깔로 물드는 활엽수가 밀집해 있고 단풍이 선명히 물들기 좋은 지리·기후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말발굽형으로 내장사를 집중력 있게 둘러싼 수려한 산세 역시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내장산은 단풍철, 10월 말부터 11월 초면 인산인해가 된다. 이 보름 동안 드는 입장객이 1년 중 나머지 기간 동안 찾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다.
▲ 1 연지봉에서 까치봉으로 이어진 능선길. 새파란 가을 하늘과 정읍 곡창지대의 풍경이 잘 어울린다. 2 서래봉 암릉 위를 걷는다. 서래봉은 내장산 아홉 봉우리 중에서 가장 훤칠한 산세와 조망을 지닌 바위봉이다. 3 서래봉 꼭대기의 억새. 칼날처럼 솟은 능선 뒤로 불출봉이 보인다.
산행을 위해 일주문에서 만난 이는 광주에서 온 김용재(56)씨다. 그는 교직에 몸 담다 교감으로 명예퇴직하여 지금은 여가생활을 즐기며 아내와 녹차밭을 하고 있다. 본지를 30년간 구독한 독자이며 지난 창간 40주년 기념 알프스 트레킹에 당첨되어 기자와 함께 트레킹을 다녀온 것이 인연이 되었다.
벽련암을 지난 오름길, 큰 바위가 떡 버틴다. 양쪽으로 다 길이 나 있다. 만나는 길이겠지 싶어 오른쪽으로 갔으나 점점 돌부리가 늘어나고 길이 희미하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해 오기로 그냥 간다. 정규등산로는 이렇지 않았는데 여긴 바싹 섰다.
헉헉대며 능선에 닿자 공룡 등껍질처럼 거칠게 솟은 바위가 반긴다. 서래1봉이다. 서래봉은 내장산에서 가장 암봉다운 암봉이며 여러 개의 암봉이 솟은 것을 통틀어 부른다. 원래 정규등산로로 올라오면 암봉 사이 안부에 닿아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1봉부터 시작하는 골수 산꾼들의 코스로 온 게다. 바위가 가파르게 솟구쳐 안전한 길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서래봉의 초대에 응한다.
우회로는 없으나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다. 암봉 위는 탁 트인 풍경이 고도의 두려움을 잊게 한다. 바위를 내려서는 길에는 쇠사슬이 고정되어 있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내려선다. 다시 오르자 서래봉 주봉이다. 1봉에서는 지능선에 가려져 안 보이던 내장사가 차분히 터를 잡은 게 눈에 든다. 그나마 가까운 백련암도 장난감처럼 작다. 고개를 들어 눈을 먼 데 두면 능선을 이룬 여덟 봉우리가 늠름하다. 가을이 깊어지면 서래봉 조망은 더 달콤해질 테다.
서래봉의 남은 암봉들은 워낙 뾰족하게 솟은 통에 철계단은 우회하도록 길이 나 있다. 계단이 좁고 가팔라 난간을 잡고 왼발, 오른발 하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내려간다. 이렇게 급경사 바위 구간을 대신하는 철계단이 연이어 나온다. 계단을 오르내릴 땐 얼른 끝났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다. 서래약수는 물이 약간 고여 있으나 양이 적고 빛이 안 좋다. 옆에 ‘음용수로 부적합하니 음용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다.
불출봉이 가까워지자 다시 암릉이 나타난다. 그나마 나무데크로 계단을 깔아 편하다. 서래봉보다는 경사가 덜하다는 뜻이다.
불출봉 정상은 바위 위에 나무데크를 깔아 놓았다. 이쁘장하게 패인 원적계곡이 발아래에 있고 북동쪽으로는 산등성이가 겹쳐 있어 첩첩산중인 듯 경치가 새롭다. 내장사를 중심으로 둘러싼 능선의 결을 자세히 보면 위에서부터 색이 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능선의 단풍은 금방 져 버리거나 말라 비틀어져 내장의 단풍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 1 내장로의 단풍나무 숲길.<사진 조선일보DB> 2 서래봉에서 본 벽련암. 가파르게 솟은 산세 때문에 오름길에 거쳤던 암자가 발아래다. 3 불출봉에서 본 망해봉 줄기. 서래~불출~망해봉은 바위산이라 계단을 설치한 곳이 많다. 4 유군치에서 동구리로 내려서는 숲의 노거수. 5 서래봉 암릉길. 서래봉은 여러 개의 바위 봉우리가 붙어 있다.
불출봉보다 60m 더 높은 망해봉에 닿자 하늘이 코발트빛으로 싱싱해져 있다. 자연히 주변 풍경은 더 빛난다. 앞선 봉우리에선 보지 못했던 마이산이 토끼 귀처럼 귀엽게 솟은 것을 눈이 찾아냈다. 놀랍다. 마이산은 항상 사람을 감탄케 하는 생김새라 가까운 곳으로 산행할 때 마이산을 찾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서해는 안개가 끼어 분명치 않지만 사이에 놓인 황금색 들판은 희미한 바다보다 더 곱다. 띄엄띄엄 솟은 구릉성 야산이 황금빛 바다를 헤엄쳐 가는 거북이 등같다.
동쪽 풍경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지리산을 가늠하는 것이다. 주능이 뻗은 게 희미하게 잡히지만 어디가 천왕봉이고 반야봉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동서남북으로 버릴 게 전혀 없는 화려한 전망대다.
이후 숲속으로 이어진 흙길이다. 연지봉은 억새가 있는 헬기장이다. 육산이라 전 봉우리들에 비해 시원한 맛은 없지만 억새 사이로 보이는 은은한 산경이 매력적이며, 연지봉이란 이름처럼 여성스럽고 부드럽다.
산 너머 산이다. 한참 오르다 봉우리에서 땀을 식히면 다시 젖고 하는 반복이다. 색다른 매력의 봉우리를 차례로 만나는 것도 내장 8봉 종주만의 큰 즐거움이자 보람이다. 특히 지나온 봉우리를 되돌아보면 마치 산을 저축이라도 해둔 것처럼 든든해진다. 지나온 봉우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서래봉으로 일반인 사이에 연예인 한 명이 낀 것처럼 훤칠한 산세로 다른 봉우리들을 압도한다.
까치봉 정상 서쪽은 나무에 막혔으나 지나온 북쪽 능선과 신선봉이 보인다. 풍경은 제법 균형미를 갖춘 것이, 까치봉은 말발굽 능선의 가운데이며 백암산으로 연결된 능선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신선봉 사면에는 제법 큰 암릉이 갑옷처럼 돋아 있다. 주봉답게 덩치는 가장 크다. 절벽 아래는 골짜기와 새끼 능선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날개가 있다면 휙 떠올라 활강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절벽에 서면 패러글라이딩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면서 확 뛰어내리고픈 충동이 불끈 솟구친다. 산 정상에서 낙하산 같은 비행기구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면 큰 카타르시스가 될 텐데……. 생각만 하늘 위로 날려 보낸다.
내내 주인 행세 하던 조릿대는 신선봉 오름길에는 그나마 적다. 대신 단정한 신갈나무숲이 햇살을 투영해 초록색 조명을 비춰준다. 은은하고 맑은 빛깔에 오름의 지루함이 가신다.
신선봉은 너른 헬기장이다. 특이하게 표지석을 눕혀 놓았다. 서래~불출~망해 능선도 똑바로 누워 있다. 정면에서 보니 새롭고 보람차다. 저 잘생긴 능선을 땀방울로 걸어왔다는 보람.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금선대 곁을 지나 가파르게 내려서자 안부 삼거리다. 제법 널찍한 안부라 쉬었다 가기 좋은 장소다. 앞에는 연자봉 오름길이 바싹 서 있어 금선계곡으로 내려가고픈 욕구가 은근히 발목을 잡는다. 두 개 봉우리만 넘으면 되는데 하며 산꼭대기로 돌격이다.
연자봉은 정상 터가 가장 좁은 편이다. 나무랑 풀이 솟아 경치도 시원하진 않으나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뵈는 서래봉 암릉이 눈에 든다. 연자봉에서 내장사로 뻗은 지능선에는 케이블카 정류소와 전망대가 있다. 장군봉 가는 길의 암릉이 칼날처럼 솟은 능선에서 잘 보인다. 트여 있어 연자봉보다 훨씬 시원한 경치다. 일곱 봉우리를 넘느라 땀에 젖은 몸을 식히는 효자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북쪽에서 골을 타고 올라와 몸을 확 휘감고선 산을 넘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상쾌하다. 케이블카 정류소는 흰 페인트를 칠한 게 숲속의 섬처럼 확연히 구분된다.
장군봉은 멀리서 봤을 때 바위 갑옷을 두른 장수처럼 거친 몸사위였으나 막상 오르는 길은 험하지 않다. 정상 역시 나무를 두른 좁은 헬기장으로 조망은 없으나 아늑하다. 오로지 내리막만 눈에 드는 지루한 길을 내려서자 추령 갈림길이 있는 유군치다. 추령길은 호남정맥길이지만 비법정로인 탓에 이정표 대신 산꾼들의 표지기만이 걸려 있다.
날머리인 동구리가 가까워지자 경사가 편안해지며 숲이 깊어진다. 노거수가 원시림처럼 우거져 지금껏 걸어 온 숲과는 다른 분위기다. 바람이 불자 숲에서 쏴 하는 소리가 난다.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어두컴컴한 숲이 씨익하고 낯선 소리를 내며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일행은 앞서 가고 혼자 남아 숲을 둘러본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소리가 진동하지만 숲이 높고 짙어 피부에는 바람이 닿지 않는다. 묘한 기운이 텅 빈 계곡 숲을 가득 채운다. 여러 개의 시선이 쳐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 서둘러 내려간다.
저녁 숲이 끝나는 곳에는 침착한 침엽수들이 정돈된 매무새로 곧게 뻗어 있다. 이들을 본받아 땀에 절어 흐트러진 복장을 바로잡고 동구리로 나간다. 내장로는 여전히 고요하다. 망해봉 너머로 해 지는 모습은 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곱다. 산을 떠나는 길, 내장의 초록색 가을이 곧 사랑에 빠질 것 같다며 희미하게 잎을 붉히며 고백해온다.
여덟 가지 맛이 나는 단풍 전망대
정읍에서도 내장산 마니아로 손꼽히는 사람이 이기영(74)씨다. 치과의사인 그는 1950년대부터 내장산을 안방 드나들 듯 다녀 지금까지 내장산 산행만 5000번이 넘는다. 이곳 사람들에게도 ‘내장산 산신령’이라 불리는 그는 샘을 찾아내 사비를 들여 정비했고, 여기저기의 쓰레기를 치우고 산 곳곳의 풍경을 다 사진으로 남겨 보관할 정도로 내장산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래서 “아홉 봉우리 다 좋다”며 9봉 종주를 추천한다. 다만 월영봉은 비법정로이므로 8봉 종주가 가능하다.
정읍 토박이이자 내장산사무소에서 25년을 근무하고 은퇴해 지킴이로 있는 정철수(63)씨는 “봉우리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며 그 중에서도 “서래봉과 불출봉이 백미이며 까치봉에서 보면 첩첩산중 산 풍경이 좋고 골짜기마다 단풍이 기가 막힌다”고 한다. 내장 8봉을 하루에 종주하려고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것보다 자기 체력에 맞게 적당히 도는 것이 낫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얘기다.
산행 길잡이 넉넉히 단풍 음미하려면 서래봉~불출봉~원적계곡 코스가 알맞아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내장산 여덟 봉우리를 하루에 도는 것은 ‘명산명품’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다. 내장의 봉우리를 다 둘러 능선을 모두 맛볼 순 있으나 11월 초가 절정인 내장산 단풍을 즐기는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내장산은 능선보다 계곡의 단풍이 훨씬 아름답고 11월이면 능선의 잎이 진 뒤다. 또 단풍은 멀리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나무 아래를 직접 걸으며 봐야 제대로 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단풍철의 능선 종주는 고지식한 산행법이다.
내장산 단풍을 대표하는 비경은 내장사의 108나무 단풍터널과 내장사 단풍, 우화정과 진입로 단풍, 원적계곡과 금선계곡 단풍까지다. 능선 전망도 북릉의 서래·불출·망해까지가 빼어나고 이후 봉우리의 풍경은 육산이라 단조롭고 비슷비슷하다. 그러므로 단풍철인 11월만큼은 서래봉으로 올라 불출봉을 거쳐 원적계곡으로 내려오며 계곡의 단풍을 마음껏 즐기는 코스가 진정한 단풍명산의 명품 코스라 할 수 있다. 또 서래봉과 불출봉이 8봉 중에서 가장 조망이 탁월한 봉우리들이므로 굳이 8봉을 완주하지 않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
그러나 하루 꽉 찬 당일 산행을 즐기는 등산인이라면 내장 8봉 종주는 부족하지 않으면서 산 타는 재미는 고루 다 포함된 황금코스다. 다만 오르내림이 많아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해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으며, 물과 먹거리를 다 지고 가야 하기에 하루에 8봉을 다 도는 것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곳곳에 하산 갈림길이 있어 시간과 컨디션에 따라 산행을 조절할 수 있다.
능선이라 전반적으로 길 찾기는 쉽고 샘터는 갈수기인 요즘 말랐거나 식수로 쓰기에는 부적합한 상태다. 8봉 종주는 일주문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이 좋다. 북쪽 능선의 경관이 더 뛰어나기에 남쪽 능선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시간이 늦어 북릉을 못 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 단풍철의 내장산은 주말이나 평일 가릴 것 없이 차량 정체가 심하므로 미리 감안해야 한다. 가민 오레곤300 GPS로 확인한 실주행거리는 12.5km, 8시간 정도 걸린다.
>>숙식 (지역번호 063)
내장산 입구의 집단시설지구에는 저마다 TV에 나왔다고 자랑하는 비슷한 간판과 비슷한 상호의 식당이 많다. 그 중 내장산 맛집의 원조격 식당은 23년을 이어온 한일관(538-8981)이다. 입구에서 좌회전해서 골목으로 들어가야 있으며 바로 옆에 한일회관이라는 비슷한 상호의 식당이 있음을 알고 가야 한다. 산채한정식 전문이며 1인분 1만5,000원. 30가지 이상의 밑반찬과 4가지 이상의 메인요리가 나온다. 김정희 사장은 맛의 비결로 “옛날 친정어머니가 담그던 전라도 방식 그대로의 된장과 간장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일관은 여관 한일장을 겸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주식당1호점(538-9448), 원조전주식당1호점(538-7929), 원조전주식당본점(538-8078), 원조전주식당(538-1232), 호텔세르빌(538-9487), 리베라모텔(538-4193), 파라다이스모텔(538-2546) 등이 있다.
>>명소
▲ 추령에 위치한 전북산림박물관. 산림 관련 볼거리가 많다. / 추령 장승촌. 개성 넘치는 장승과 목공예품이 널렸다.
전북산림박물관 2002년에 문을 연 산림박물관이다. 너른 터에 현대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다섯 개의 전시실과 로비 전시장, 기획전시장이 있고 정원을 정갈하게 꾸며 놓았다. 특히 산림에 대한 이해가 빠르도록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전시장이 많아 아이들 교육에 좋으며 등산객이 봐도 나무에 대한 이해가 쉽도록 꾸며져 있어 어른에게도 흥미로운 박물관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들렀다 가길 권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11~2월은 17시까지, 나머지는 18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추령 장승촌 내장산에서 백암산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추령에 있다. 각기 다른 모양새의 수많은 장승이 있다. 수십 년간 목공예를 해온 촌장 윤흥관(53)씨가 만든 것으로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아 순창군과 함께 추령장승축제를 이어왔다. 올해로 15회째이며 매년 10~11월 사이에 열린다. 마당 뒤로 들어가야 다양한 장승을 볼 수 있으며 비닐하우스 안에는 기념품을 비롯한 각종 목공예 작품이 있다. 장승촌은 솟대마을민박(010-2871-5363)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단체도 이용 가능하다.
[월간산 글 신준범 기자 / 사진 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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