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추천 테마여행

한옥에서 하룻밤 즐기기-선교장 농암고택 양우당 수애당 송소고택 윤증고택 안용당 송광재

by 구석구석 2008. 9. 16.
728x90

 

바람도 쉬어가는 집… 마음도 따라 쉬어 가네

  

해질녘 하늘을 가리는 밥 짓는 연기… 바람이 스며들며 덜컹거리는 문풍지 소리까지…조금은 허술하고 낡은 곳이지만 갈라진 벽 틈새로 옛 이야기 피어오르는 곳…
고택에 갈 때 챙겨야 할 단 한 가지… 유유자적의 마음가짐뿐입니다

 

 

경북 안동의 눈부신 절경을 품은 농암고택. 사랑채 금구당의 고아한 멋은 이 그림같은 풍경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한 치 두 치의 꼼꼼한 계산으로는 이룰 수 없는 생의 심연,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무를 깎는 정밀한 대패소리보다 밤의 문풍지 소리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어령의 ‘우리 문화박물지’는 우리 전통 가옥의 ‘문’(門)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옛날 집, 고택(古宅)에서 하룻밤을 묵어 보면 그의 문장을 수긍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들고 나는 누마루, 반들반들한 섬돌과 해질녘 하늘을 가리는 밥 짓는 연기, 바람이 스며들며 덜컹거리는 문풍지 소리까지…. 조금은 허술하고 낡은 곳, 갈라진 벽의 틈새를 바라보며 상상력으로 옛 이야기를 떠올려 하는 수고로운 즐거움이 ‘고택’엔 있습니다. ‘고택 체험’을 떠날 때 챙겨야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유유자적(悠悠自適)의 마음가짐뿐입니다.

 

달궈진 아랫목에 몸을 뉘인 초가을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선잠을 깼다 한들 다시 잠 들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요. 찬물로 세수를 하고, 소박한 밥상을 안에 들여놓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고택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도 좋답니다.

 

외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택(古宅)은 고택(孤宅)이 아니니까요.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한옥은 3~4년이면 삭지만, 사람 손을 꾸준히 타는 전통 가옥은 수십 년이 지나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족 또는 그리운 누군가의 손을 잡고 고택을 찾아가는 것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다 지친 오래된 집에게도, 도심의 단단한 현대 건물에 지친 당신에게도 모두 위안과 휴식을 주는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뿌리 내린 오래된 옛 집들이 지금 당신을 위해 덜컹거리는 장지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섬돌에 당신의 흙 묻은 운동화를 올려놓는다 한들 그 누구도 탓하지 않으니, 옛 집의 흙 마당을 기웃거려 보고 싶다면 이제 D2~D3면을 들춰보세요. 경북 안동의 ‘농암고택(聾巖古宅)’과 강원도 강릉의 ‘선교장(船橋莊)’을 중심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고택들을 소개합니다. 스포츠조선 2007.10 송혜진기자

 

 

신선이 거처하는 그윽한 집이라는 뜻의 전통 가옥.
족제비가 터를 잡아줬다는 영동 제일의 부잣집이다. 효령대군의 11세손인 무경 이내번(茂卿 李乃蕃·1703~1781) 선생이 한 떼의 족제비가 무리를 지어 서북쪽으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겨 그 숲에 자리를 잡고 정착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10개 동의 방 125칸, 행랑채만 23칸이나 되는 규모가 감탄을 자아낸다.

 

강릉 선교장의 정자 '활래정' 내부

 

 

 

 

활래정에 앉아 다도 배우기 대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정자가 ‘활래정(活來亭)’이다. 흙을 전혀 바르지 않고 문으로만 벽을 연결해 만든 독특한 건축 형태,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연꽃 연못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 정자 중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다. 연꽃이 무성할 때도 아름답지만, 꽃이 진 초가을의 연못도 쓸쓸한 맛이 있다. 창을 활짝 열고, 고택을 내려다 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이 감미롭다. 매년 8월엔 전국 다인(茶人)들이 모여 다회(茶會)를 연다. 단체 손님이 미리 예약을 하면 이 곳에서 다도를 배울 수도 있다. 

 

행랑채에서 묵기

 

행랑채와 연지당, 중사랑에서 묵을 수 있다. 방이 넓어 가족 단위보다는 10명 이상의 단체 손님이 묵기에 더 낫다. 정해진 가격은 없고, 방 하나에 10만~20만원 정도로 1인당 약 2만원을 예상하면 된다. 절절 끓는 아랫목에 누워 혼곤히 자다가 아침 새 소리에 잠을 깨고 나오면, 오가는 아주머니들이 일제히 “잘 잤냐”고 묻는다. 식사를 따로 제공 받을 수 없고, 샤워시설이 밖에 있어 방까지 오가는데 불편하다. 따로 신청하면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내년 5월부터는 안채인 동별당과 열화당을 개방하고, 가족 단위의 손님도 받을 예정이다.스포츠조선 2007.10 송혜진기자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 속초·동해를 따라 가다 고가도로를 타고 동해고속도로로 넘어간다. 동해고속도로 속초 방향으로 올라가다, 7번 국도에서 만나는 사거리에서 경포대 방향으로 직진하면 선교장이 나온다. 문의 (033)646-3270, www.knsgj.net

 

새소리에 눈 떠… 흘러가는 구름 좇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 안동 농암고택



농암이 오랜 벼슬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 지었다는 ‘농암 바위에 올라와 보니 늙은 눈이 오히려 더 밝아진다’는 시조 구절을 가슴에 절로 와 닿게 하는 집이다. 청량산과 건지산, 강 모래톱을 끼고 선 이 우아한 옛 집의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봤다.


농암종택 '긍구당'에서 산수화를 그리는 화가

 

:: 긍구당(肯構堂)에서 물결 굽어보다

고택을 지키는 농암 17대손 이성원씨는 까칠한 주인이다. “내 집 좋다고 자랑하는 짓은 별로 안 하고 싶다”며 손님들 앞에서 입을 다문다. 그래도 “집이 원래는 도산면 분천리에 있었는데, 안동댐을 지으면서 집이 수몰될 위기에 놓여서 3년 전 이 곳으로 옮겼다. 아직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만은 들려줬다.

농암고택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대문 정면에 서 있는 별채 ‘긍구당(肯構堂)’. 고려시대 때 농암 선생의 고조부가 지은 건물이다. 화백이나 문인들이 종종 찾아와 묵는 곳이다. 조선시대 명필 신잠(申潛)이 글씨를 쓴 현판이 우아하다. 누마루에 올라서면 퇴계 이황이 오가며 ‘도산십이곡’을 지었다는 ‘예던 길’(시조에선 ‘녀던 길’로 표기됨. 진리의 길이라는 의미로 쓰였다)과 강물이 아련하게 내려다 보인다. 주인 이씨가 “이 곳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 곳 누마루에 앉아 하루 종일 아무 생각 없이 빈둥빈둥 대야 한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 새벽녘 물 안개와 해질녘 석양 즐기기

농암고택에서의 하루를 제대로 즐기려면 새벽녘과 해질녘의 풍광을 놓치지 말 것. 창호지를 바른 문 틈 사이로 희뿌연 아침 빛이 스며들 무렵에 잠을 깼다면 잠시 마당으로 나갔다 올 것을 권한다. 아침 물 안개가 자욱하게 고택을 덮는다. 해질녘엔 밥 짓는 연기 위로 떠 다니는 주홍빛 구름을 볼 수 있다. 경치는 단풍이 청량산을 뒤덮기 시작할 무렵인 11월 초, 산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5월 초가 가장 좋다고.

:: 하룻밤 묵기

묵을 수 있는 방은 총 12개. 별채와 사랑채, 대문채, 긍구당을 개방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긍구당은 하룻밤에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원. 작은 중간방과 마루, 내부에 있는 화장실까지 함께 빌리는 비용이다. 별채의 작은 방은 하룻밤 5만원, 대문채의 작은 방은 하룻밤 4만원이지만, 공동화장실(수세식)과 세면실을 사용해야 한다. 주말엔 인터넷이나 전화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세면도구와 수건은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조선 2007.10 송혜진기자

:: 가는 길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도산서원과 오천유적지를 지나, 봉화로 접어들기 전 ‘예던 길’로 들어서면 농암고택이 나온다. 문의 (054)843-1202, www.nongam.com

 

백운산 도선국사마을에 ‘양우당(陽友堂)’이라는 깔끔한 한옥이 있다.

 

 차(茶)를 좋아하는 박연숙씨가 광양을 찾은 손님들과 녹차를 나누고 싶어, 낡은 한옥을 허물고 지난해 양우당 문을 열었다. 새로 올린 집이라 한옥의 ‘묵은’ 느낌은 없지만 방이 깔끔하고 방마다 현대식 욕실이 갖춰져 있어 머물기 편리하다.

 

주변에는 물맛이 좋아 원님 전용 식수로 쓰였다는 ‘사또 약수터’와 도자기, 천연염색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양산 테마마을’이 있어 아이들과 즐기기 좋다.

 

ㄷ자형 한옥에 공용 다실(茶室)과 함께 숙소로 쓰이는 작은 방 세 개(2.4평·2~4명용), 큰 방 한 개(4.7평·5~6인용)가 있다. 가격은 동일하게 7만원이다. 개별 취사시설은 없다. (061)762-8934, www. namdominbak.go.kr/minbak3/yangudang

 

 

 

 

 

 

안동 수애당 문의 (054)822-6661, www. suaedang.co.kr

납북된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수애 류진걸(水涯 柳震杰·1899~?) 선생이 세운 고택. 춘양목으로 지은 고택의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하다. 5칸 규모의 솟을대문이 명문가의 기품을 느끼게 해준다. 총 11개의 방을 개방하고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사랑방은 9만원, 중간방은 6만원을 받는다. 한 사람당 5000원을 별도로 내고 예약하면 아침식사를 차려준다.  

 

봉화 만산고택 문의 (054)672-3206 

도산서원장을 지냈던 만산 강용(晩山 姜鎔·1846~1934) 선생이 지은 고택.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에 자리잡고 있다.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2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정면 11칸짜리의 별당 행랑채인 ‘칠류헌(七柳軒)’이 아름답고, 겹층으로 쌓은 육중한 용마루는 고택의 품위를 더해준다. 숙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므로 방의 가격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주인 부부가 인심이 좋으므로, 숙박을 원한다면 미리 연락을 하고 하룻밤 묵을 것을 정중하게 청하면 좋을 듯 하다.  

 

만석의 부잣집에 울리는 풀벌레소리…경북 청송 <송소고택 www.songso.co.kr 

 

 

 ‘덕천동 심부자댁’ 고택으로 불리는 경북 청송군의 송소고택은 밤 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아궁이불로 방을 데워준다. 미리 예약하면 각종 산채나물을 찬으로 내오는 아침상을 방 안에서 받을 수 있다.  

 

99칸 ‘만석(萬石)의 부’, 경북 청송의 송소고택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1880년경에 건립된 송소고택의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팔작지붕을 얹은 측면 2칸의 크고 화려한 건물이다. 우측에 작은 사랑채가 있고 그 뒤로 안채가 있다. 텔레비전과 에어컨이 없이도 불편함을 느낄 새 없고 하늘에 가득한 별과 고요한 풀벌레 소리에 잠들 수 있는 송소고택은 사랑채와 행랑채, 안채를 모두 개방하고 있다.

하루 묵는 비용은 사랑채가 5만원, 행랑채방은 4만원, 안채는 7, 9만원씩이며 각방의 요금은 2인 기준이다. 독립된 별채는 18만원이다. 1인 추가 시 성인 1만원, 초중고생은 7,000원이 추가 되며 미취학 아동은 무료. 채소와 산나물 반찬이 가득한 아침식사는 5,000원이다.

 

♧ 1박 알뜰 계산기 : 4인 가족 기준, 행랑채방 4만원+자녀 2인=5만4,000원  

 

 

 

 

 △ 300년간 농익은 간장처럼 깊은 맛… 충남 논산 <윤증선생고택>

 

 

 

  충청지역의 고택으로는 충남 논산의 윤증선생고택(명재고택)이 대표적이다. 명재고택은 조선숙종 때의 학자 윤증선생고택의 다른 이름으로 사대부 집이면서도 행랑채가 없는 게 특징이다. 윤증선생고택은 1709년경 윤증의 장자인 윤행교가 윤증의 말년에 지은 것으로 올해로 3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보냈다. 현재는 13세손인 윤완식 선생이 고택을 지키고 있다. 윤증선생고택에서는 항아리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는 전독간장이 유명하다. 종가만의 전통비법으로 만드는 이 간장 한 숟가락이면 아픈 배가 낫는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다.

  윤증선생고택은 사랑채를 개방하고 있는데, 큰 사랑방(5~7인) 8만원, 안 사랑방, 작은 사랑방(4~5명) 6만원, 건넌방(4~5명) 11만원, 취사가 가능한 2개의 별채는 9만원이다. 식사는 5,000원이며 고택 앞 찻집에서 즐기는 구절초와 백련차도 일품이다.

 

♧ 1박 알뜰 계산기 : 4인 가족기준, 작은 사랑방 6만원    

♧ 문  의 : 041-735-1215, www.yunjeung.com

♧ 주  소 :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306번지 

 

 

 

 

 △ 남도 최고의 고택 민박 …전남 영암 <안용당>

 

 

 

  월출산 자락의 영암 랑서고가는 안용당이란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조선조 숙종 때 지어진 안용당은 죽정서원과 함께 죽정마을의 명물로 34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 안용당이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안용당은 본래 ㄷ자형 집이었으나 초가로 되어 있는 사랑채를 헐고 지금은 ㄱ자형의 본채만 남아 있다. 담 없이 탁 트인 안용당에 주위를 둘러싼 대나무 숲은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거칠 것 없이 여행자에게 전한다. 안용당은 민박집으로 실내를 개조해 개별 취사를 원하는 여행객들이 묵기 편리하다. 방안에 수세식 화장실도 따로 갖추고 있다. 2인1박 기준 4만원이며 1인 추가 시 5,000원이다. 전화로 희망날짜의 예약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1박 알뜰 계산기: 4인 가족 기준 = 5만원

♧ 문  의: 061-472-0070, http://anyongdang.byus.net

♧ 주  소: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 150번지(죽정마을) 

 

신평동 719-70(보문단지내) 경주호텔 ‘라궁’ 054-778-2100, www.shillamillenniumpark.com 

 

일본에는 전통 여관 ‘료칸’이 있건만, 우리에겐 전통 숙박시설이 없었다. 지난해 5월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라궁이 지어지기 전까진 그랬다. 라궁은 국내 최초의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특급호텔이다. 라궁은 신라의 궁궐이란 뜻으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고건축 전문가 100여명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기획했다고.

전국 각지에서 고건축 전문 목수 80명이 모이는 유래없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됐다. 이 기록은 경복궁 복원 작업 이후 전문 목수의 숫자로는 최대 동원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정도. 특급 한옥 호텔에서의 하룻밤 호사가 누리고 싶다면, 전통의 현대화가 어떤 모양새로 진화했는지 궁금하다면 호텔 ‘라궁’의 문을 두드려 보자. “이리 오너라~” 하고.

 

고택과 조선시대 행랑채를 그대로 복원해 놓은 특급 한옥 호텔. 전통 가옥에 머물고 싶지만,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한 곳. 고급 보료로 꾸민 침실이나, 배롱나무와 기왓장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보며 마당에서 노천온천까지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객실들이 상당히 훌륭하지만, 하룻밤 30만원의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테마놀이공원인 ‘신라밀레니엄파크’ 안에 위치해 있다.


  

 

 

  테마’가 있는 한옥마을 민박

 조선닷컴 2007.7 김창곤기자

 

전통 한옥 정취 느끼며 국악·음식·공예 직접 체험
김구 선생도 한때 머물러… 외국 관광객 북적
전통 된장·야생茶 등 만들고 궁중 옷도 체험

 


“가야금은 12줄로 일본의 ‘고토’(琴)보다 한 줄 적어요. 나라현 쇼소인(正倉院)의 신라시대 가야금과 똑같고, 재료도 오동나무와 명주실입니다.” 주말인 지난 28일 오후 6시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내 민박시설인 ‘아세헌’. 한줄기 바람이 열린 솟을대문으로 밀려와 마당 평상에 앉은 중·장년들의 땀을 식힌다. 일본인 관광단 14명이다. 이 시설 박윤희(34) 대표가 대청 옆 마루에서 가야금 선율에 낭랑한 소리를 싣는다.

 

박 대표가 북을 치며 흥보가 중 ‘화초장 타령’을 불렀다. 관광단에 “소리는 함께 나누는 것”이라며 ‘추임새’를 청했다. 관광객 14명은 박 대표가 중간중간 북채를 치켜들 때마다 ‘얼씨구’하며 목청을 실었다.

사이타마에서 온 가토(加藤良明)씨는 “가야금은 고토보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모두 하나된 공연이 즐거웠다”며 “한옥에 묵으며 한식에, 한국 음악까지 즐기기는 한국 여행 7번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풍남동 전주 한옥마을. 1911년 전주성 동쪽 성곽이 헐린 뒤 세워진 기와집이 700채를 넘는다. 이곳에 전통 문화생활체험 민박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이웃 ‘동락원’ 마당에선 남매인 신효준(12)군·윤재(10)양과 사촌인 이혜종(12)군이 떡메를 치며 인절미를 만들고 있다. 방학을 맞아 일산에서 2박3일로 내려 왔다. 낮에 효준이는 굴렁쇠 놀이가, 윤재는 약초비누 만들기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인절미를 옆방들에 돌린 뒤 자신들의 밥상을 차렸다. 이 시설 송수연(49) 대표로부터 수저 놓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어머니 박은아(43)씨는 “경주도 천년 고도의 유산이 있어 좋지만, 전주는 전통생활과 음식·소리·한지 등 많은 가족 체험 거리가 있어 세 번째 찾았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 안에 전통생활 체험을 테마로 민박시설들이 늘고 있다. 5년 전 한옥마을 조성 이후 하나 둘 생기더니 올해는 5월 이후 3곳이 개장, 모두 8곳에 이르렀다. 이들 시설은 700여채의 마을 한옥과 마을 내 경기전·풍남문 등 조선조 유산, 한식·술·국악·공예·한방·예절 등 전통 체험시설을 공유하면서 각각의 테마로 내·외국인 발길을 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25가지 재료로 비빔밥을 만든 뒤 그릇에 담아 나란히 섰다. /김창곤 기자


‘승광재’엔 가요 ‘비둘기집’을 부른 고종의 손자 이석(66)씨가 산다. 황손후원회가 사진 등을 통해 조선 황실을 소개한 뒤 궁중 한식과 의상·예절 등을 체험케 한다. 황손 이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수원 백씨 종택인 ‘학인당’엔 해방 후 백범 김구가 묵기도 했다. 100년 전 오대산 등에서 나무를 날라와 2년6개월 동안 99칸으로 지었다. 이제 45칸으로 줄었으나 정통 한옥과 정원의 아취를 즐길 수 있다. 명상과 다례 체험이 테마.

‘양사재’는 전주향교 부속시설로 조선 후기 청소년들이 생원·진사시를 공부했다. 가람 이병기가 이곳에 머물며 난을 길렀다. 설예원에서는 다도와 바느질 공예, 다과 만들기 등을 배운다. 풍남헌은 정자에 무쇠솥을 걸어 지리산 야생 찻잎으로 수제 차를 만들게 한다.


아세헌은 주말에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악 체험장. 비빔밥·김치·된장 등 전통 음식과 생활·예절이 테마인 동락원은 1900년 호남 첫 여학교로 문을 연 기전여학교 교사(校舍)로도 쓰였다.

한옥마을 테마 민박 객실은 모두 45개. 2~15인씩 130명까지 수용한다. 냉방이 되는 온돌방에 병풍·반닫이 등 전통 소품을 비치하고 대부분 방에 샤워·화장실을 두었지만 옛 방식대로 화장실을 밖에 둔 곳도 있다.

아침이면 나물 등 10~15가지 찬과 탕으로 ‘가정식 백반’을 내놓는다. 1박2일에 체험 실비까지 합쳐 2인1실 6만~10만원, 4인1실 10만~15만원이다. 주말은 붐벼 예약해야 한다.

전주시는 밤마다 마을 문화유산과 체험시설들에 경관 조명을 밝힌다. 한옥마을 중앙 도로는 테마 관광로로 확장되고 있고 간판도 정비되고 있다. 이강안 전주시 전통문화국장은 “조선조 발상지로서 한옥·한지·한식·소리 등을 묶어 전통문화 중심 도시로 자리를 굳힐 사업 계획을 거의 마무리, 일부 시설은 연내 착공한다”고 말했다.

 

전주 양사재 문의 (063) 282-4959, www.jeonjutour.co.kr 

전주 한옥마을 안에 있는 고택. 과거 전주향교의 부속건물이었던 것을 한옥 체험장으로 개방해 새로 꾸몄다. 군불 뗀 바닥자국이 남아있는 구들방이 정겹다. 전통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2인 기준 6만원 선.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