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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울산광역시

울주 교동리-작괘천 작천정 벚꽃

by 구석구석 20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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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12경의 하나인 작천정계곡

 

간월산(1,038m)에서 발원, 등억리를 지나 작천정 앞을 흐르는 시내를 작괘천(酌掛川)이라 하는데 수백 평이나 되는 바위가 오랜 세월 물살에 깎일대로 깎여 움푹 패인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모습이 마치 술잔을 걸어 놓은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줄여서 작천(酌川)이라고도 불린다.

 작천정

언양에서 중남쪽으로 약 3㎞를 가다가 다시 서쪽으로 뚫린 도로로 꺾어 들어가면, 수령이 약 사십년이나 되는 벚꽃나무 터널이 나타나는데, 아름드리 우거진 벚꽃나무 터널 밑으로 약 1㎞ 가량을 빠져 들어가면, 작천정이 눈앞에 보인다. 벚나무터널은 봄이면 그야말로 별천지를 만들어 사람들의 가슴을 부풀게 만든다.하얀 벚꽃이 눈세계를 만들면 주변은 그야말로 별천지가 되고 만다. 

 

벚꽃축제중인 작천정입구 벚나무터널/이명화

 

 벚꽃터널을 조금 벗어나 석남사 가는 길목으로 접어들자 바로 옆에 작천정이 보인다. 그냥 갈 수 없다. 작천정 아래 넓은 바위 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구슬같이 맑은 물이 바위계곡을 따라 흘러 내리고 있고 암반으로 된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개울 건너편에는 소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그리고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많은 옛시인 묵객들이 풍류를 즐겼던 작천정 정자가 서 있다. 조선조 세종 20년에 지방의 학자들이 세종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이 정자에는 옛사람들의 시가 벽에 걸려 있고 정자옆에는 백일홍이 붉게 피어 있다.

   

 작괘천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옥산과 봉화산 사이 협곡에 놓여져 있는데 화강암에는 유리의 원료가 되는 형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인근 자수정 동굴이 유명한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수정의 광맥도 이 형석의 어미돌로 이어져 있는 셈이다. 작괘천의 바위면도 형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달 밝은 밤이면 반딧불 불빛처럼 빛을 반사, 장관을 이룬다.

 

정자 건축공사는 1900년에 시작하여 1901년 최 군수가 이임할 때까지 내부 장식만 남기고 건물을 완성하였고 이듬해 7월 상순에 낙성되었다. 정자 이름은 최시명 군수가 재임시에 지었고 현판 글씨는 서예가 해사 김성근이 썼다 한다. 1933년 작천정보존회가 조직되었으며 1955년 중건 및 1967년 중수하여 관리해 오다 2005년 울주군에서 현재와 같이 중건하였다. 너럭바위에는 여러 글들이 새겨져 있다.
 

그 옛날, 고려충신 포은 정몽주가 글을 읽었다는 이곳, 한 때는 3.1운동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고 시회(詩會)를 열기도 하였다는 이곳이, 이제는 상춘객들이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는 곳으로 변해버렸던가. 아니지, 달리 생각하자. 도심 속 바쁜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이곳에서 잠시 헹구고 쉼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좀 괜찮지 않은가.

 

작천정 아래로 끝없이 계곡물이 흐르고, 세월의 풍상에 깎인 기기묘묘한 암반 위에서는 상춘객들이 여기 저기 도란도란 모여앉아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점심을 먹거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둥글게 원을 그리고 모여 앉은 사람들을 결속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작천정 벚꽃터널을 비롯해 이 일대도 곧 벚꽃으로 환하게 수놓아질 듯하다. 자료 - 울산시청 / ⓒ 2008 OhmyNews 이명화

 

언양 작천정 벚꽃

거무튀튀한 고목 가지 끝에 연분홍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벚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른 가지에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만개하여 꽃구름을 이루고 있었다. 경남 울주군 언양읍의 작천정(酌川亭)으로 들어가는 길가는 이미 거목의 풍모를 띠고 있는 벚나무 가지에 그 검은 둥치에 대비되는 화사한 연분홍색 꽃이파리들로 장관이다. 매화가 뜰에서 겨울의 마감을 가만히 알렸다면 만개한 벚꽃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길가에서 요란하게 알리고 있었다. 

 

길가에 줄지어 서 있는 고목의 굵은 가지 끝에 꽃이 자잘하게 달려 있다. 그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 터질 듯한 붉은 꽃망울을 매달고 있는 가지도 있다. 벚꽃을 기다리는 조바심을 일으키게 하는 때가 붉은 색 꽃망울을 매달고 있을 때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따사로운 봄기운이 들면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한꺼번에 핀 꽃은 일 주일 정도 지나면 솜털 같은 봄바람에 실려 미련 없이 훌훌 날아가 버린다. 기껏 일주일 정도 피어 있는 것이 벚꽃이다. 봄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피었다가는 사라지는 꽃이다. 

 

나무를 온통 뒤덮듯이 만개한 꽃이 한꺼번에 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것은 소담스레 핀 꽃이 목이 꺾인 듯이 꽃덩이가 뚝뚝 땅에 떨어져서 핏빛의 꽃이파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동백꽃의 섬쩍지근한 모습도 아니고, 이른 봄날 뜰에서 풍성하게 피었다가 한 잎 두 잎 땅으로 떨어져 까맣게 시들어 가는 목련꽃처럼 처절한 모습도 아니다.

 

길가에는 벚꽃구경 나온 사람들을 맞으려는 먹거리 가게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들어서 있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는데도 가게는 이미 백열전등을 켜놓았다. 전등에 반사된 꽃이파리가 진열된 보석처럼 반짝거렸고, 나는 그 꽃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 

 

꽃길에는 어느 샌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호객의 목소리가 흐벅지게 핀 꽃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걷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 신나는 아이들, 오랜만에 만나는 이를 손짓하며 반기는 사람. 사람들이 내지르는 환성이 키 높이 자란 벚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꽃송이 사이를 빠져 나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나는 벚꽃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연출하는 이런 풍경이 좋다.

꽃 그늘 아래를 거닐다가 가게에서 마련한 자리에 들어가 술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꽃 대궐 속에 들어가 오래된 손님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얼른 지져내온 더운 음식을 한 점 먹는다.  벚꽃 풍경이 인상적인 것은 짧은 순간 일제히 피었다가 산산히 지는 꽃에 그 원인을 돌릴 수 있지만, 실은 그것보다는 벚꽃을 핑계로 다가온 봄 풍경을 사람들과 함께 맛보는 데 있다. 일본의 풍경학자 나카무라 요시오(中村良夫)도 ‘풍경이란 고립한 마음에 비추이는 것이 아니라 좌중의 흥취로서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것’이라고 했다. 풍경이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그 체험이 증폭된다는 말이다. 월간산 강영조 동아대학교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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