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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광주광역시

광주 무등산 규봉암 석불암

by 구석구석 2008.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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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3대석경의 하나인 규봉

 

무등산은 산세가 유순해서 등산이 쉬운 편이다. 급한 경사도 많지 않고, 거친 길도 없다. 무등산은 너른 품으로 산중에 들어선 이들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무등산 탐방코스는 여럿이지만, 증심사 입구에서 새인봉과 서인봉을 거치고 장불재를 통해 서석대로 오르는 게 ‘표준’이다. 표준 코스를 택하면 3시간 30분쯤 소요된다.

 

무등산 산행의 출발지점인 증심사는 명성에 비해 좀 실망스럽다. 내로라하는 남도의 대찰에 비하면 어림없는 규모도 그렇고, 절집의 고색창연한 묵은 맛도 덜하다. 천년고찰이라지만 제 것이 거의 없다. 철불도, 석불도, 석탑도 다 인근의 폐사지에서 가져다 놓은 것들이다. 증심사를 창건한 철감선사 도윤의 흔적도 여기가 아니라, 화순 쌍봉사의 걸작 중에 걸작인 철감선사 부도 탑으로 더 뚜렷하게 남아있다.

 

광석대 / 정찬호

산 중턱까지만 다녀오는 1시간 30분짜리 짧은 탐방 코스도 있고, 옛길의 자취를 따라 산허리를 걷는, 족히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장거리 코스도 있지만 산꾼이 아닌 여행자들에게 추천하는 건 표준코스다. 좀 더 욕심을 내면 증심사에서 출발해 장불재까지 가서 서석대 대신, 절집 규봉암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를 권한다. 규봉암은 서석대보다 거리는 멀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경사가 거의 없어 길은 더 편하다.

 

무등산을 대표하는 3대 주상절리 중의 하나인 광석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규봉암. 광석대 돌기둥은 무등산의 다른 주상절리 서석대나 입석대보다 훨씬 더 두껍고 웅장하다./문화일보

서석대 대신 규봉암을 권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병풍처럼 펼쳐진 주상절리와 그 아래 절집이 어우러지는 경치 때문이다. 지금이야 발길이 뜸하지만, 옛사람들은 규봉암 일대를 무등산 최고의 경관으로 쳤다.

 

조선 후기 학자 김창흡이 규봉암 일대를 다녀간 뒤 남긴 시의 한 구절을 꺼내 읽어보자.

 

“바둑 두는 신선의 자취 가까이 본 듯하여/ 가부좌하고 앉아 돌아갈 마음 잊었네.”

내로라하는 명승마다 자취를 남겼고, 설악산에 암자를 짓고 은거했으니 세상의 경치는 다 보았을 그도, 규봉암의 기이한 경관 앞에서 못내 돌아서기 아쉬웠던 모양이었다.

 

16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성리학자 기대승도 규봉암의 주상절리를 보고 감동해 ‘우두커니 서서 탄식을 했다’는 글을 남겼다. 그 이전에 고려 때의 문인 김극기가 쓴 “돌 모양은 비단을 잘라 만든 것 같고, 산 형세는 옥을 깎아 이룬 것 같다”는 시문도 동국여지승람에 전한다.

/ 문화일보 2021.11 광주=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사진출처 : 카카오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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