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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제주 애월리 한담공원

by 구석구석 201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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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보전지구'로 지정된 수려한 해안절경 자랑
고불고불난 길 걸으며 만나는 기암·돌탑 정겨워

 

▲제주시 애월읍 한담~곽지 해안가에 이르는 산책로. 한라일보 강희만기자

혼자 떠나는 여행. 발길이 닿은 곳은 제주시 애월읍. 남겨진 겨울, 바다를 만나러 갔다.



하늘을 닮아 푸르다 못해 서슬퍼런 속내를 드러내는 겨울바다가 소리친다. 제주사람이라면 김순이 시인의 '제주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는 싯귀에 동감할 게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굴곡진 삶이 그랬다. 우리의 삶도 그들의 앞서간 삶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한 동감이다. 겨울바다에 적격인 시의 구절마다 해풍이 선뜻선뜻 불어온다.



애월과 곽지의 경계에 자리잡은 애월한담공원. 저무는 해를 볼 생각에 오후 시간을 택했다. 높은 절벽 아래로 눈이 시릴만큼 맑은 바다가 펼쳐지고 찬기가 남은 바닷바람도 청량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고불고불난 산책로의 전경이 우리네 삶의 길인 듯 싶다. 이곳저곳에서 갓 꽃을 피운 수선화도 눈에 들어왔다. 손끝에 남은 꽃향이 좋다. 하이킹에 나선 대학생들의 남겨둔 말들도 공원 나무벤치를 맴돈다.



돌계단을 따라 해안가 산책로로 내려갔다. 해풍을 맞아 튼실하게 자란 취나물을 수확하는 아낙의 손길도 분주하다.

한담산책로

길가 바위마다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 사람들은 돌탑을 쌓으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하는 생각이 바람결에 스친다. 병풍처럼 산책로을 둘러싼 송이언덕도 제 빛깔을 품었다. 쓰러지듯 한라산을 향해 안긴 소나무의 모습도 사진처럼 눈에 박힌다.



혼자라서 이 모든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 참으로 오랫만이다. 휴대전화도 놓고 오기를 잘했다. 세상에서 벗어나 파도가 들려주는 적당한 톤의 파열음이 사람의 마음을 참으로 편안하게 한다.



산책로 중간쯤 닿았을까. 낮은 소나무 언덕이 마중한다. 50m의 길이도 채 안되는 솔길을 걸으면서 또한번 놀랐다. 작은 2~3m 안팍의 동굴이 소나무 아래로 파져 있다. 제주 4·3사건 당시 파놓은 굴인 듯했다. 동굴안에는 누군가 마시다 버린 소줏병도 보였다. 해안경비를 하던 돌로 쌓은 초소도 있다. 더욱 놀란 것은 호랑이 바위가 발길을 잡는다. 바다로 향해 호랑이 한마리가 먹이를 낚아채는 형상이 아찔했다.



곳곳에 바람과 파도와 오랜 시간이 만든, 자연이 빚어낸 천연적인 전망대도 여럿 있다. 이곳이 '경관보전지구'라는 의미를 새삼 실감했다. 천천히 걷기를 40여분 곽지 해안가에 도착했다. 몸도 마음도 더할 나위 없이 가볍다. 작은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이 반갑다.

날 저물면 한담공원 낙조도 장관


애월읍 하귀~애월해안도로 끝자락에 위치한 한담~곽지 해안산책로. 이 길은 2001년 연안정비 사업으로 애월읍과 주민들이 1.5km 구간을 정비하며 생겨났다. 제주가공석을 깔아 어린이들이 걷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유모차 통행도 가능하다. 탐방 시간은 1시간30분에서 2시간이면 충분하다.



날이 저물면 애월한담공원에서 낙조의 장관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에는 용천수 '용드렁 물'과 '가린돌' '아그랑 작대기' 등 수많은 기암괴석, 4·3 유적동굴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마을사람들은 지난 60~70년대까지만해도 인근에서 물소금을 제조했다. 한담포구에서는 수십척 테우배가 멸과 자리돔을 잡기도 했다.



탐방후 한담공원에 자리한 '키친애월'과 인근에 위치한 하귀~애월해안도로 사이에서 있는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차도 즐길 수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하귀~애월 해안도로, 곽지해수욕장, 내도동 알작지, 구엄돌염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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